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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실패를 경험했을 때.
재시도를 하는 건 결코 틀린 대처 방식이 아니다.
프로 무대에서 그런 경우 나오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오랜 기간 체계적인 준비를 하고 나왔다.
의도대로 흘러간다면 패배할 이유가 없다.
하물며 첫 번째 세트는 완벽하게 승리했다
─ToichiTV 레전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때때로 결과론적인 관점에서 인정해야 할 때가 생긴다.
현재 진행되는 세 번째 세트.
상대 토이치TV의 봇캐리를 도저히 막아내지 못한다.
"이걸 못 끊으면 안되는데……."
Cloud7의 서포터 레몬트리가 아쉬움에 중얼거린다.
점멸까지 활용하며 스턴을 걸었다.
곧바로 코앞에서 궁극기를 먹였다.
그 완벽한 CC연계.
리심의 호응이 더해지면 잡는 각이었다.
그런데 광우스타에 의해 맥이 딱 끊어지고 만다.
"Oh, My…… 스태틱에 VF까지 나왔어."
"봇에서 더 싸우는 건 무리야. 우리는 당기면서 최대한 파밍만 할게."
두 번째 세트와 얼핏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킬을 먹은 쪽이 광우스타가 아니다.
원딜러인 야흐오가 몰아 먹었다.
12분 타이밍에 1.5코어.
레전설의 성장이 무시무시하다.
그렇다고 광우스타의 위협이 줄어들었나.
쿵!
퍼억!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박치기와 함께 어퍼컷이 연계된다.
CS와 어시스트만으로도 충분하게 성장했다.
그런 상황에서 레전설의 야흐오가 탄력을 받았다.
잘 크지 못했을 때도 움직임이 돋보였다.
잘 커버리자 괴물이 되고 만다.
무빙 하나하나에서 패기가 느껴진다.
움직임을 도저히 종잡을 수조차 없다.
Cloud7의 봇라인이 처절하게 무너진다.
쿵!
광우스타가 브라운을 밀치며 몸을 댄다.
땅을 내리쳐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
그 사이 어느새 파고든 야흐오.
「발암을 맞아라!」
장막을 치며 브라운을 재차 띄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썰어버린다.
궁극기의 연계는 말할 것도 없다.
─ToichiTV 레전설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적팀이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브라운이 방패째로 뜯겨나간다.
장막 때문에 반항도 할 수 없었다.
그 자신이 주인공이 됐을 때 더욱 빛나는 선수.
야흐오의 캐리력을 보조하기 위함이다.
광우스타는 광채의 검 아이템을 멈췄다.
대신 서포터 아이템을 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대가 갖춰지자 쓸어담는다.
두 번째 세트에서 중반 이후 벌어진 상황이다.
세 번째 세트에서는 그보다 이르게 나오고 말았다.
『패배』
그 두 글자가 모든 상황을 증명한다.
자신들이 준비해온 전략이 먹히지 않았다.
레전설의 하드캐리를 끝끝내 저지하지 못했다.
"야흐오가 2코어 나오면 감당이 안되는데?"
"광우스타는 어떻고? 한타가 문제가 아니라 라인전이 너무 힘들어."
결코 이유 없이 풀어준 픽이 아니다.
확신이 있었고, 보여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납득을 해야 할 때다.
대회 무대에서는 이따금 겪는다.
우리는 진짜 열심히 준비해왔어.
저 조합 충분히 파훼할 자신이 있어!
그런데 결과가 좋지 않다.
그렇다면 그건 틀린 답이 된다.
설사 납득이 안돼도 이유는 나중에 생각해야 함이 옳다.
"같은 구도를 또 하는 건 허락할 수 없어. 코치로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상대의 조합은 라인전에서도, 한타에서도 막기가 힘들어."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시간은 기껏해야 10분 남짓이다.
3세트와 4세트 사이는 예외적으로 20분 정도 된다.
5전 3전승제의 특성상 길게 조금 더 길게 주어진다.
하지만 10분이 늘었다고 한들.
여전히 짧은 시간이고 대답을 내놓기에는 부족하다.
때문에 안된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를 진행한다.
"할애할 수 있는 밴카드는 한 개야. 너희가 선택해."
코치진의 물음에 선수들이 의견을 낸다.
결국 이지선다다.
야흐오를 자를래, 광우스타를 자를래?
"야흐오 때문에 한타 딜 각이 안 나와서……."
"광우스타는 여차하면 저희가 가져올 수도 있고요."
전자쪽으로 의견이 간단하게 모아졌다.
워낙 유별난 활약을 선보이기도 했다.
임팩트가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는다.
그에 반해 광우스타.
야흐오가 있기에 빛나는 픽이다.
만약 야흐오가 아니었다면 W로 들어오는 동시에 두들겨 팰 수 있다.
"그럼 야흐오를 자르고, 광우스타를 가져오는 쪽으로 방향을 잡자. 하지만 못 가져올 수도 있다는 거 상정해야 돼."
전제를 잡고 이야기하자 결론 또한 빠르게 난다.
Cloud7의 방향성이 잡혔다.
변수가 사라지면 자신들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
일방적으로 코너에 몰린 상황이 아니다.
현재 세트 스코어 1 대 2.
다음 세트를 잡는다면 동점으로 따라붙는다.
"봇에 투자 안 해도 성장만 시팅만 해주면 캐리할 수 있어요."
"Okay, 우리가 봇만 파면 상대가 읽을 수도 있으니까 미터스도 기회가 날 때만 찌르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자 대응책도 빠르게 세워진다.
Cloud7의 기본적인 팀색깔은 이러하다.
미터스가 라인전을 때려 부수고, 스네키가 한타를 캐리한다.
레전설이 원딜 포지션을 고집하는 이유도 그래서일 테다.
라인전 단계에서 스네키를 말린다면 의미면 크다.
장막 때문에 한타 딜각 잡기가 매우 애매했다.
야흐오가 밴된 이상 더 이상 그럴 일은 없다.
정글 차이를 내세워 라인전을 압도.
스네키의 한타 캐리라는 본래 취지대로 간다.
"하지만 한두 번은 반드시 끊어줘야 하는 걸 잊지 마. CC연계가 강력한 픽들로……."
물론 이러니저러니 해도 요지는 하나다.
토이치TV를 상대로 분석해온 전략.
레전설을 초반에 작살 내야 한다.
미터스의 갱킹과 점멸 호응이라면 한두 번은 손쉽다.
이 또한 장막이 없으면 부담 없이 걸 수 있다.
Cloud7은 재정비는 세간의 우려보다 훨씬 신속했다.
이윽고 네 번째 세트의 막이 오른다.
다시 세운 전략은 분명 빈틈이 없다.
한 가지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세상에는 아무리 때려도 안 죽는 챔피언이 있었다.
* * *
「토이치TV LCS 첫 번째 완패. 3대0 가능성 높아.」
「필요한 것은 변화…… 파훼 당한 레전설.」
첫 번째 세트의 이후 설레발을 치는 기사들이 올라왔다.
위기감이 일 수밖에 없는 경기 내용이기도 했다.
완벽하게 분석했다는 미터스의 인터뷰 탓에 신뢰도가 높았다.
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 세트는 180도 다른 결과다.
토이치TV가 Cloud7을 역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2대1의 스코어로 리드하는데 이른다.
〈채팅창도, 커뮤니티도 수많은 의견이 제시되고 있어요!〉
〈해설자로서 딱 잘라 정의를 하고 싶지만…… 짚이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 문제네요.〉
해설자 재트의 말대로 열띤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래딧을 포함한 북미의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들.
의문이 들 만도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레전설을 죽여도 결국 2코어가 나오면 캐리해!
└첫 번째 세트 못 봤어? 말리면 레전설도 별 수 없어
└그냥 하비가 몬타니카보다 잘하는 거야. 특히 호흡 면에서 훨씬 잘 맞아
└No No, 딜템을 올린 게 크지
정말 여러가지 의견들이 갑론을박을 뒤섞인다.
대체 어느 조합의 상성이 우위일까?
딱 잘라 따지기는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조합 구성이 1~3 세트가 전부 똑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달랐다.
물론 조합에서 이겨도 과정에서 질 수 있지만.
〈이렇게 완전히 다른 결과가 도출되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큰 실수를 한 것도 아니었고 양팀 모두 최선을 다했습니다. 한 가지는 확실하네요.〉
오늘의 경기는 향후 엄청난 논란을 낳을 것이다.
당장이 아니라 대대적으로 분석이 오갈 만도 하다.
간만에 숨 막히는 명승부가 나오며 북미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미 팬들에게는 더더욱 흥미거리다.
피지컬 싸움, 물론 좋아하지만 머리를 굴리는 걸 더 선호한다.
팬들의 성향과 맞물리며 화제가 점점 더 커져 간다.
-혹시 또 똑같은 조합으로 맞부딪는 건 아닐까?
-그건 미련한 짓이라고 봐. 적어도 Cloud7은 그러면 안돼!
-이미 벼랑 끝까지 몰린 상황이야
하지만 이어지는 네 번째 세트.
수싸움을 하기에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Cloud7은 반드시 이번 세트를 이겨 스코어를 따라붙어야 한다.
〈야흐오를 잘랐습니다. 보다 위협적이라고 판단한 듯하죠?〉
〈분석이 됐다는 말이 있었음에도 좋은 결과를 냈다는 건 그만큼 많이 연습해왔고, 자신 있는 픽이기 때문이라는 판단 같습니다.〉
조합의 키카드인 야흐오가 밴이 됐다.
따라서 토이치TV는 같은 전략을 쓰지 못한다.
어느 쪽 조합이 우위인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미뤄진다.
-레몬트리가 모르피나를 잡았어!
-스네키도 꼬그모야. 둘 다 자신 있는 픽을 하기로 했나 봐
-야흐오가 없으면 충분히 하고도 남지. 지금까지는 장막에 막혔으니까
중계진들의 설명도 비슷하다.
5전 3선승제의 다전제.
수세에 몰리게 된 팀들은 대부분 비슷한 대처를 취한다.
우리가 가장 자신 있는 픽을 하자!
사람의 심리상 도박수는 지양하게 된다.
심지어 조합의 상성에서도 우위에 선다.
〈모르피나! 저는 언제 나오나 했어요. 레몬트리가 가장 잘 쓰는 픽이고, 광우스타 상대로 상성이 좋잖아요?〉
〈아마 야흐오 때문일 겁니다. 장막에 취약하고, 물몸이라서 자칫 잘못하면 슈퍼 플레이의 희생양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위협이 되는 야흐오가 밴이 된 상황이다.
모르피나는 광우스타 상대로 상성이 좋다.
스네키의 꼬그모도 블랙 실드가 있으면 광우스타를 신경 안 쓸 수 있다.
-이번에는 정말 느낌이 좋아 보이는데?
-또 몰라…… 아직 토이치TV가 원딜을 안 가져갔어
-이미 서포터는 가져갔잖아! 결국 똑같은 하드캐리형 원딜을 픽할 거야. 그러면 서포터 상성이 우위인 Cloud7이 유리하지
불어난 관심 만큼 실시간으로 토론이 이루어진다.
대세적인 의견은 Cloud7의 우위.
지극히 타당한 결론이 아닐 수 없다.
한 가지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뿐이다.
밀리는 쪽은 도박수를 지양하게 된다.
그러면 반대로 압박하는 쪽은?
〈Oh My…… Time! Time! 설마 정말로 픽을…….〉
〈전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물론 비주류픽이지만 캐리력 하나는 야흐오 못지 않습니다!〉
리스크 있는 픽을 주저 없이 할 수 있다.
그 리스크를 즐기는 듯도 한 선수다.
레전설의 픽이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한다.
* * *
티링!
고대의 방패가 가진 효과다.
주위 아군에게 CS를 하나 전달한다.
야흐오를 할 때와 비슷하지만 목적이 다르다.
'그냥 먹고 살기 위해서지.'
체력이 회복되는 효과가 있다.
덕분에 라인전이 조금은 수월하다.
원래 라인전이 지독하게 어려운 챔피언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봇에서 파밍만 하면 언젠가 클 거 아니야.'
단순히 낙관적으로 연구한 챔피언이 아니다.
그 과정은 오히려 히스테릭스러웠을 정도다.
보나마나 상대가 봇을 엄청나게 팔 텐데.
정글 차이가 나면 가장 위험해지는 게 바로 봇라인이다.
그렇다고 우리 정글의 기량을 올린다?
그런 게 됐으면 다른 팀들도 두 시즌 연속 왕좌를 내주지 않았을 것이다.
現북미 최강을 달리는 정글러.
세계에서도 통용되는 월드 클래스의 이름값은 허명이 아니다.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온갖 방향에서 찔러온다.
터억!
언제 또 수풀에 기어 들어왔는지 거미여왕의 실뭉치가 날아왔다.
조심하고 있었음에도 상대가 워낙 예리했다.
모르피나의 점멸 속박까지 얹어진다.
쿵! 쾅!
광우스타가 상대의 딜을 저지하기 위해 들이박았다.
이를 당연한 듯이 회피해버린다.
거미줄을 타고 솟구친 거미여왕이 내려앉아 뜯는다.
원거리에서 쏟아지는 꼬그모의 포격도 매섭다.
실뭉치와 속박의 연계로 4초 가까이 묶였다.
이 정도면 탱커도 얄짤 없이 죽는 게 보통이다.
'근데 얘는 절대로 안 죽어.'
아슬아슬 떨어진 체력에서 더 깎이지 않는다.
욕심을 내던 상대는 점멸이 빠져서 도망간다.
또다시 위태위태한 고비를 넘긴다.
내가 괜히 히스테락까지 했을까?
어떤 구도가 될지 경기 시작 전부터 눈에 훤했다.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안 죽는 터프함을 원했다.
그러면서도 극한의 캐리력을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양립할 수 없는 두 특징.
포피는 그 두 가지를 확실하게 가지고 있다.
========== 작품 후기 ==========
아무리 돈을 투자하는 팀들도 처음에는 휘청입니다
BBQ 광탈하는 걸 보니 씁쓸하네요
근데 결국 거대 자본은 거대 자본인 이유를 보여주죠
소위 말하는 돈지랄 같은 거요
그리고 자꾸 여혐이라는 댓글이 달리는데!
이 소설은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완전 걸즈 캔두 애니띵 아닙니까?
여성 프로도 활약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