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
<-- 북미 최고의 정글 -->
NA LCS 섬머 시즌 4강 A조.
토이치TV가 첫 번째 세트를 완패했다.
이는 토이치TV의 첫 번째 패배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토이치TV는 지금껏 패배를 경험한 적이 없다.
〈마치 태사다르 같군요?〉
〈블리자드가 많이 써먹는 레퍼토리죠.〉
사실은 죽음을 진작에 경험했지만 2014년의 8월이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밝혀지려면 1년 남았다.
하지만 정말 위기의식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레전설이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글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봐
-미터스&스네키의 캐리 구도를 막는 건 힘들 거야!
패배를 몰랐던 만큼 더더욱 극복하기 힘들 것이다.
커뮤니티 등에는 그러한 반응이 오간다.
중계 플랫폼의 채팅창도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하지만 선수를 교체했잖아요? 하비 선수로 인해 게임의 구도가 바뀔 수도 있어요!〉
아티러스 캐스터의 말대로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한 가지를 의미한다.
하비 이외에는 딱히 별다른 변수가 없다.
그렇다고 하비 선수가 엄청난 실력을 가졌냐!
묻는다면 솔직하게 아니올시다.
엄청난 미모를 가지기는 했어도 실력은 평이하다.
너무 냉정한 평가이기는 하나 현실이 그러하다.
심지어 한 가지 더 불안 요소가 겹친다.
이윽고 시작된 두 번째 세트의 밴픽.
〈Hmm…… 또 야흐오를 가져가는군요.〉
롤챔스에서 은근히 흔히 있는 광경이다.
프로팀들은 때때로 고집을 보이곤 한다.
일반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갈 만도 하다.
-야흐오를 하는 건 심각한 악수야!
-분명 성장하기 전에 터져버릴 텐데……
-왜 한 번 졌던 걸로 고집을 부리는 거지?
이전 세트를 패배했던 요인.
그대로 들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이기면 본전이고, 지면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
하지만 프로팀들도 바보라서 행하는 게 아니다.
준비를 어디 하루이틀 해왔을까?
스크림 성적, 패배했던 원인.
그 외 데이터를 근거로 들어 다시 한 번 기용한다.
〈야흐오 원딜을 그만큼 많이 준비해왔다는 거겠죠?〉
〈확실히 포텐셜이 있어요. 한 번 기세를 잡으면 몰아칠 수 있는 힘을 가졌습니다.〉
원래 극과 극을 달리는 조합 구성이다.
전 판은 라인전이 말려서 그렇다.
의도대로 푼다면 달라질 수 있다.
더욱이 한 가지가 더 이유가 붙는다.
그토록 준비해온 조합이 먹히지 않는다?
그럼 대체 어떤 조합을 해야 이길 수 있는지 확신이 안 선다.
그래서 다시 부딪혀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의미하고 만다.
만약 또 깨진다면 다음 세트까지 와르르 무너지겠구나.
-Oh, 리심도 열어주는데?
-이쯤 되면 그냥 자존심 대결이야
-Umm…… 미련한 짓으로밖에 안 보여
첫 번째 세트와 완전히 같은 구도가 나와버렸다.
이 또한 대회 무대에서 심심치 않게 나온다.
흔히 말하는 자존심 대결이다.
─레전설은 첫 번째 세트의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했나 봐
지금까지 패배를 경험한 적이 없잖아?
그것도 팀이 못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못해서
그래서 한 번 더 같은 전략을 밀어붙이고 싶은 거겠지
└Agree. 일리가 있어!
└한 가지는 확실해. 이번 세트 지면 3대0이야
글쓴이-나도 그럴 확률이 높다고 봐
└전략을 둘째 치고 멘탈이 남아나질 않겠지
래딧에 올라온 글 중 하나다.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나친 참견을 자제해야 할 해설자도 입이 간질간질하다.
〈전체적인 조합은 달라질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브라운까지 살려주는 건 우려가 되네요.〉
결과가 좋았거나 아쉬웠으면 모른다.
그냥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하물며 상성에서도 밀리고 있다.
Cloud7이 가져간 브라운.
최근 쓰렉귀와 함께 1티어를 다투는 서포터다.
마찬가지로 토이치TV의 광우스타도 1티어에 속하긴 하나.
〈상성 면에서 밀려요. 아무리 조합 시너지 좋아도 야흐오가 힘을 쓸 수 있어야 의미가 생기는 거잖아요?〉
〈첫 번째 세트에서도 그랬었죠. 브라운이 방패 역할을 든든하게 해줬거든요!〉
레전설의 피지컬이라면 웬만한 논타겟 스킬은 흘린다.
타겟팅 스킬도 억지로 피해내는 장면까지 있다.
하지만 평타는 어떻게 피할 건덕지가 없다.
평타나 Q스킬이 묻고 4타가 터지는 순간 스턴.
브라운의 패시브는 사기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듬직한 방패 덕에 지키는 능력도 좋아서 쉽사리 파고들기 힘들다.
그렇게 라인전을 반반만 가도 미터스가 터트린다.
첫 번째 세트의 결과는 결코 우연이나 운이 아니다.
두 번째 세트도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물론 레전설 선수가 지금이라도 미드나 탑과 스왑하면 구도가 많이 달라지긴 할 텐데…….〉
혹시 야흐오가 미드나 탑으로 가는 건 아닌지.
마지막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
이변 없이 두 번째 세트가 시작되고 말았다.
* * *
'몬타니카호…….'
나도 모르게 곱씹어보게 된다.
무언가 신비한 힘이 출항을 방해한다!
물론 첫 세트의 패배는 그의 탓은 아니다.
상대가 너무 잘했다.
그리고 나에 대한 마크가 철저하다.
무엇보다 미터스의 갱킹이 베일 듯 날카롭다.
대비책을 철저하게 세워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사전 인터뷰에서 말해왔던 그대로다.
하지만 착각하지 않았으면 싶다.
확신을 가진 건 그쪽만이 아니다.
겨우 고집 따위로 픽했을 리 있을까.
필승 조합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몬타니카는 분명 잘해.'
내가 괜히 몬타니카를 기용한 게 아니다.
라인전 실력, 챔피언 폭에서 하비보다 훨씬 윗줄이다.
유명 아마추어, 골수 서포터 유저인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렇기에 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통상적인 라인전 구도로는 풀 수 없다.
상대의 공세는 철두철미하게 이루어진다.
펑!
펑!
두 번째 세트의 라인전이 시작된다.
적팀의 원딜러 테러스티나.
라인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푸쉬한다.
선 2레벨, 선 3레벨.
먼저 찍기만 하면 라인 주도권을 가진다.
그리고 혹시 모를 이니시는 역으로 받아친다.
「내 방패만 믿으라고!」
지키기와 난전에 최적화된 챔피언이다.
브라운 때문에 섣불리 딜교환을 걸 수 없다.
밴픽부터 연구를 해왔다는 사실이 눈에 보인다.
라인전 상성이 누가 봐도 밀린다.
그럼에도 같은 조합으로 받아쳤다.
자존심과 옹고집으로 밀어붙이는 척을 했다.
'흔히 착각할 수 있는 일이지.'
나는 실력 하나 믿는 독고다이가 아니다.
그런 머슴 같은 우직함은 미련하다.
사람은 머리를 쓰는 동물이다.
특히 이런 대회 무대.
잔머리…… 아니, 심리전의 활용에 따라 원하는 픽을 얻어낼 수 있다.
이번 두 번째 세트의 키카드는 내가 아니다.
쿵!
광우스타의 뿔이 브라운을 밀쳐낸다.
체력을 약간 깎아내는 이득을 본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손해다.
'스킬쿨을 쓸데없이 돌린 셈이니까.'
그렇다고 데미지가 세지도 않다.
박치기가 아프면 얼마나 아프겠는가?
어퍼컷이 연계되자 이야기가 달라진다.
퍼억!
단순히 밀치기만 한 게 아니다.
평타 한 방이 보너스로 들어간다.
밀려난 상대는 반항도 할 수 없는 일방적인 딜교환이 성립된다.
'분명 나 혼자서는 뚫어낼 수가 없는 방패야.'
하지만 둘이라면 충분히 뚫어낼 수 있다.
광우스타의 W평과 교대로 쑤셔 박는다.
다대기!
상대는 딱히 유지력이 좋은 조합이 아니다.
오히려 유지력은 이쪽이 앞선다.
광우스타의 힐, 그리고 두 개의 고대 방패.
그에 반해 상대는 포션에 의지한다.
브라운이 아무리 단단하다고 한들.
그 어떤 방패라도 두드리면 깨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상성도 구도에 따라 달라져.'
최근 서포터 3대장은 다음과 같다.
쓰렉귀, 브라운, 광우스타.
광우스타는 야흐오와 조합이 유별나게 좋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 밴을 할 만도 하다.
모를 리가 없는 상대가 일부러 살렸다.
브라운이 상성에서 우위에 서기 때문이다.
쿵! 쾅! 들어가 봤자 스턴 걸리고 호응은 방패에 막힌다.
하지만 이렇듯 짤짤이로 갉아먹는다면?
한없이 무력해지는 게 브라운이다.
'상대하는 입장에선 어처구니 없는 라인전 구도긴 하겠지.'
가히 기발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행위다.
탱커 챔피언이 짤짤이 챔피언이 돼버렸다.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고, 똥챔 장인들이 환장하는 일이다.
간단한 챔피언을 시켜도 하지 않던 하비.
그녀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다.
라인전 카운터의 카운터를 치며 압박에 가속도를 붙인다.
쿵! 퍼억!
다대기!
방패에 금이 가자 테러스티나도 더 이상 마음 놓고 라인을 푸쉬할 수 없다.
이제는 오히려 이쪽에서 주도권을 잡는다.
첫 번째 세트와는 180도 달라진 풍경이다.
한 번 기세를 잡는 순간 휘몰아친다.
야흐오 원딜이 가진 무서움이다.
여차하는 순간 킬각을 잡는 게 가능.
상대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아군이 Cloud7 미터스(리심)을 지목!
아군이 위험 신호를 보냄!
적 정글이 봇라인을 봐줄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그것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타이밍에 말이다.
미리 와드도 깔아 놔서 오는 게 뻔히 보인다.
빼고자 하면 그대로 쭉 뺄 수도 있다.
반대로 싸우고자 하면 보다 유리하게 싸울 수 있다.
누군가 말했다.
야흐오는 원래 죽는 챔피언이라고.
휘리링!
상대로서는 싸울 생각이 없었다.
견제해서 적당히 몰아내자.
귀환 타이밍을 잡는 게 목적이었을 테지만 조금 욕심이 보였다.
잘하면 점멸이라도 뺄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사소한 빈틈이다.
나에게는 절대 보여줘서는 안될 실수다.
망설임 없이 틈을 찌른다.
장전해둔 회오리를 점멸로 긋는다.
테러스티나와 브라운이 공중에 붕- 묶여버린다.
쾅!
그 위로 또다시 땅이 분쇄된다.
하비의 광우스타가 호응했다.
점멸 내려치기의 2인 에어본.
한 번 더 공중에 띄우며 금이 간 방패를 박살낸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제아무리 단단하다고 한들 체력이 깎여있었다.
방패 반응도 하지 못해 고스란히 얻어터졌다.
그렇게 한 명 빠르게 처치하긴 했지만.
「발암을 맞아라!」
두 명의 적이 건재하다.
포위된 상황에서 스킬과 스펠이 빠졌다.
장막을 치며 분전했으나 상대의 리심이 워낙 잘 큰 상태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적 더블 킬!
Cloud7 미터스님이 학살 중입니다!
이미 윗라인에서 선취점을 먹고 장검을 두 자루나 사왔다.
레벨링도 우월하여 맞딜에서 밀린다.
그래도 다행히 2대2의 킬교환.
하비의 센스 있는 W평으로 테러스티나를 데려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득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하필 킬을 먹은 게 서포터다.
'근데 오히려 괜찮아.'
낙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정글러의 동선을 돌려서도 아니다.
글자 그대로 바라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 * *
비원딜의 절반은 사실 의외성이다.
상대해본 적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
상대로 하여금 대처 능력을 흐리게 만든다.
반대로 분석이 되면 평범한 픽으로 전락한다.
특히 야흐오는 나올 때부터 말이 많았다.
너무 정직한 근접 챔피언 아니야?
그간 북미에서 사용되던 비원딜들.
블러디체리, 직트 등은 원거리 파밍이 용이하다.
그에 반해 야흐오는 사거리가 짧아서 공략이 쉽다.
첫 번째 세트에서 Cloud7은 자신들의 선언을 여실히 증명했다.
두 번째 세트 또한 비슷한 흐름으로 진행됐다.
한 가지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을 뿐이다.
〈광우스타가 광채의 검을 샀는데요?〉
〈What…… 무슨 의미일까요? 솔로랭크에서야 이따금 있는 일인데…….〉
해설자 재트의 말대로 이따금 있다.
우리 원딜러가 너무 한심해!
그냥 내가 딜템가서 캐리할래!
서포터들이 원딜 꼬라지 보다가 뿔 난다.
심하면 막 CS를 뺏어 먹기도 한다.
그런데 너네 원딜 레전설인데?
아무리 말렸어도 무시 받을 선수는 아니다.
그렇다고 하비가 원래 그런 성향도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의아한 일.
쿵!
깨닫게 된 건 테러스티나에게 손길이 닿았을 때다.
한 마리의 미친 소를 도저히 막을 수 없게 된다.
========== 작품 후기 ==========
어제자 댓글을 봤습니다
독자님들이 상상을 너무 많이 해요!
아마 전작이 있다 보니 더욱 그런 거 같아요
전작과는 주인공의 대응 방향이 전혀 달라요
뭔가 문제가 생기면 얘는 짚고 넘어가는 스타일입니다
예상을 하는 거야 소설 보는 재미니까 좋다고 생각하는데 설명이 나오지도 않은 시점에서 너무 넘겨 짚으면 좋지 않아요!
떡밥을 회수 안 한 것도 아니고 바로 다음 화에 나올 부분이잖아요
107화 후기에 10년만에 맘스터치 배달이 가능해져서 놀랐다고 했는데..
제가 사는 지역의 배달료가 인상되었다네요.
다시 롯데리아로 회귀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