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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최고의 정글 -->
경기 시작 전.
한국에서도 준결승 쯤 되면 준비한다.
양팀 선수들의 스토리를 만드는 행위다.
〈레전설이요?〉
스튜디오 중앙의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온다.
각 중계 폴랫폼, 케이블TV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기 시작에 앞서 각오와 함께 도발을 주고 받는다.
〈플레이오프를 보신 팬분들은 알 것입니다. LMC가 완벽히 분석 당했잖아요?〉
민감할 수도 있는 이야기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늘여놓는다.
방송은 어디까지나 방송.
보수적인 한국과 달리 허들이 낮다.
클라우드7의 팀장 미터스가 당당히 선언한다.
〈토이치TV, 그리고 레전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경기를 통해 보실 수 있을 거에요.〉
너의 공격 패턴을 알아냈다 강약약 강강강약 강중약!
비단 만화에서만 나오는 일이 아니다.
클라우드7은 대 토이치TV전을 세세하게 준비해왔다.
그리고 답을 찾았다는 소리다.
앞서 굳이 LMC를 언급했기에 관심이 인다.
그것이 대체 무엇이냐는 PD의 물음이 관심을 증폭시킨다.
-물어본다고 답해줄 리가 없잖아!
-이미 부스에 들어갔으니 괜찮지 않을까?
-아직 경기 시작 전이야. 충분히 연락이 가능해
두 시즌 연속 1위를 거머쥔 팀이다.
역사 깊은 팀들에 비하면 아직 성장세이긴 하나 강팀인 이상 인기가 없을 수는 없다.
클라우드7의 팬들이 우려를 표한다.
그 우려가 무색하게도 말해버린다.
〈You're kidding me. 짓궂네요. 하지만 알려드리지 못할 것도 없죠.〉
질문이 무색하게도 간단한 대답이다.
상대한 대부분의 팀들이 시도했던 방법 중 하나다.
롤 유저라면 누구라도 떠올리기 마련이다.
미터스가 말했기에 의미를 가진다.
이~ 쿠우!
불현듯 튀어나왔다.
날카로운 갱킹이란 필시 그런 것이다.
문제는 앞이 아니고 뒤.
레드팀의 봇라인 1차 포탑 앞에서 사달이 난다.
〈What the hell!! 차이고, 띄우고 밟혀버리기까지…… 사정도 실수도 없네요 Cloud7!〉
재트 해설의 말은 글자 그대로의 일이다.
리심에게 궁극기에 차여버렸다.
그대로 브라운의 궁극기로 공중에 띄운다.
테러스티나가 앞점프로 밟아 확실하게 마무리했다.
〈경기 전 인터뷰가 생각나네요. 레전설만 따면 이긴다. 그 선언이 현실화 되어가고 있죠?〉
〈벌써 4데스에요. 심각히 말렸습니다. 물론 레전설의 야흐오이기에 또 모르는 것도 사실이지만요.〉
레전설의 야흐오.
12데스를 하고도 캐리해버린 전설적인 픽이다.
그런 만큼 아직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때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다대기!
익숙한 세 글자를 외친다.
봇라인의 1차 포탑이 무너졌다.
용도 어느새 먹혀 스노우볼이 굴러간다.
야흐오는 우직하게 봇라인을 밀며 파밍을 한다.
얼마 전, CLC와의 경기에서도 행했던 일이다.
아무리 말려도 CS만 먹으면 된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서 성장.
약속의 2코어가 뜨는 순간 존재감이 급변한다.
─Cloud7 미터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그것도 팀이 버틸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세워온 공략법은 겨우 한 가지가 아니다.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부분.
전략을 그리 간단히 세워왔을 리 없는 것이다.
야흐오의 자살이 파밍 이외의 의미를 가진 건 아닐까?
리플레이를 수십 번 돌려보며 분석했고, 파훼법을 찾는데 이른다.
─봐봐. 야흐오가 나왔을 때 내가 말했잖아!
10데스 야흐오는 신박하지만 두 번은 안 먹혀
클라우드7이 같은 전략을 용납할 리가 없거든
토이치TV는 레전설의 원딜 선택부터 큰 실수를 한 거야
└Umm, 안이했던 감이 있다는 건 나도 동감해
└안이한 수준이 아니지! 혹은 레전설이 클라우드7은 만만히 봤다거나
└레전설의 야흐오가 털리는 건 굉장히 좋은 상황이야. The reason is! 솔로랭크에 야흐오충들이 줄어들기 때문이지!
이에 커뮤니티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야흐오가 안 좋은 모습을 보일수록 솔로랭크 픽률이 격감한다!
대부분 유저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뽕을 맞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뽕의 진실된 모습을 보면 정신을 차리기 마련이다.
Cloud7이 준비한 자살 야흐오의 파훼법.
다른 라인을 아예 터트려버린다.
〈미터스가 또 갱킹을 성공시켰어요. 타블 D 지게몬페 선수는 고통이에요 고통.〉
〈저는 솔직히 안 죽을 줄 알았습니다. 역시 미터스! 제 눈보다 한 수 위의 피지컬을 가지고 있다는 걸 플레이로 증명하네요.〉
물론 이는 미터스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명실상부 북미 최강의 정글러.
세계구급으로 봐도 손색이 없는 실력자다.
아직 아마추어 때를 벗지 못한 토이치TV 선수들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그의 날카로운 갱킹은 예기치 못한 킬각을 강제로 만들어낸다.
그 사이, 야흐오는 한 박자 늦게 봉변을 맞는다.
역주행을 한다는 건 적진 안쪽으로 파고들었다는 의미다.
생존기가 없는 야흐오는 살아 돌아가기 힘들다.
물론 정글러가 없으니 1 대 1 구도가 되긴 하겠지만.
다대기!
쏘아진 회오리를 테러스티나에게 쏘아진다.
이를 힐의 순간 가속도로 피해냈다.
아끼지 않고 사용해 시간을 끌었다.
콰과광!
그 사이 Cloud7의 서포터, 레몬트리의 브라운이 당도한다.
궁극기 얼음 계곡이 퇴로를 차단한다.
어디로 도망가도 사로 뿐이다.
─Cloud7 스네키님이 ToichiTV 레전설님님을 처치했습니다!
가두리 양식이 대성공을 거둔다.
제아무리 피지컬이 좋다고 한들.
성장을 못했고, 포위된 상황이면 할 수 있는 한계가 명확하다.
고작 그 뿐만이 아니다.
〈스네키 선수의 움직임이 교묘했어요. 싸워줄 듯, 싸워줄 듯 결국 안 싸워주며 시간을 끌었죠?〉
〈물론 싸웠다고 해도 높은 확률로 테러스티나가 이겼을 테지만…….〉
야흐오는 아이템이 나와야 센 챔피언이다.
나오기 전까지는 촐싹촐싹 정신 사납기만 하다.
하지만 챔피언이 가진 성능 이상을 해낼 수 있는 이가 바로 레전설.
때문에 Cloud7은 방심하지 않았다.
단순히 안정적으로 한 것만도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여지없이 틈을 찔렀으리라.
─레전설은 결국 상대의 실수를 파고드는 거야
실수를 안 하면 파고들 틈도 없다는 소리지!
물론 그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피지컬은 그의 전매특허가 아니니까
└That Right! 스네키 정도면 충분히 비빌 수 있지
└스네키의 교전 피지컬은 레전설에 못지 않아
-Cloud7의 두 기둥이라 불릴 만한 선수야
분석을 했다, 대처법을 세워왔다.
괜히 한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다.
물론 대처법을 안다고 파훼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것조차 상정해 두었다는 소리다.
Cloud7은 미터스 원맨팀이지 않다.
다른 선수들도 피지컬이 상당히 뛰어나다.
특히 원딜러인 스네키 선수는 트리플리프트에 비견되는 실력자다.
더불어 팀의 임팩트라는 면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사실 밀려도 될 부분이긴 하다.
-나는 스네키가 좋아. 특히 코스프레를!
-피자 배달원 치비르 코스프레는 완벽 그 자체였지
-LOLOLOL 취향은 존중하지만 진심은 아니길 바래
원딜러인 스네키 선수 여장 코스프레 취미가 있다.
퀄리티가 쓸데없이 높은 탓에 널리 알려지고 말았다.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 받는 미국이기에 딱히 문제라고 볼 부분은 아니지만.
아무튼 게임이 예고했던 흐름대로 풀려간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게 만든다.
지금껏 레전설이 밟아온 행보는 가히 기적과도 같았다.
〈기적이 일어날까요 재트?〉
〈글쎄요. CLC전의 선례가 있었던 만큼 0%는 아니겠죠. 하지만 테러스티나가 저 정도로 잘 큰 이상 크게 변수는 없어 보이네요.〉
미터스의 리심이 초반 라인전을 완전히 터트린다.
스네키의 테러스티나가 후반 캐리를 책임진다.
그리고 상대의 캐리 라인은 완전히 싹을 뽑는다.
끝끝내 기적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토이치TV가 첫 번째 세트를 패배하고 만다.
기적이란 일어날 확률이 드물기에 기적인 것이다.
─이대로 3대0 Perfect 스코어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봐
레전설은 분명 엄청난 캐리력을 가진 신인임은 맞아
하지만 베테랑팀인 Cloud7에겐 역부족이지
오늘을 계기로 그의 거품이 조금은 꺼질 거야
└HuHu, 이것이 북미의 저력이야!
└레전설도 쓴 맛을 볼 때가 됐어
└미터스가 작정하고 칼을 갈고 나왔다는 게 느껴져. 그는 SNS를 통해 오늘 경기의 승리를 예고하기도 했거든!
레전설을 좋아하는 북미팬들은 많다.
그런 반면 미심쩍어 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털리면 우리 북미가 너무 약한 것 같잖아.
Cloud7의 승리를 반가워 하는 목소리가 높다.
두 번째 세트도 분명 맥을 추지 못하리라.
기적은 분명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필연은 존재한다.
* * *
Cloud7의 부스 안.
북미 최강팀이라는 이름은 맨땅에서 일구어낸 게 아니다.
선수들과 코치진의 피땀 어린 노력이 밑바탕된 결과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현재 진행형인 일이다.
"다음 세트는 분명 리심이 밴 될 거야. 미터스, 상정해둬."
"알겠습니다. 전혀 문제될 거 없어요."
첫 번째 세트를 압승한 만큼 조금 풀어져도 된다.
대부분의 북미 선수들은 마음가짐이 자유롭다.
하지만 Cloud7은 그 근본부터가 다르다.
사실 창단 초기에는 말이 많았던 팀이다.
전혀 북미 다운 색깔이 안 난다.
너무 승리만 집착하는 것 같다.
얼토당토않은 비판이지만 원래 팬덤이라는 게 그러하다.
기존 강팀들의 팬덤이 워낙 드셌다.
처음 보는 팀이 성적을 내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오직 꾸준한 성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온 Cloud7은 매경기 한없이 진지하다.
"그리고 서포터가 교체될 가능성도 높아. 스네키, 레몬트리."
"Umm…… 역시 그렇겠죠?"
"저는 몬타니카가 하비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상대의 대응 패턴을 분석한 결과야. 미리 체크해서 나쁠 건 없겠지."
특히 코치진의 역할이 크다.
팬덤들의 시기도 사실 틀리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게 해외의 강팀들을 롤모델로 삼았으니까.
우리 북미가 언제까지 국제 무대에서 망신만 당해야 하지?
기존의 방식이 안된다면 배워야 한다.
다른 지역의 색깔이 묻어나게 되었고, 이는 북미팬들이 Cloud7은 환영하지 않았던 이유다.
물론 과거의 일이다.
이제는 명실상부 북미 최강의 팀으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최강은 매시즌 변하는 법이고 때문에 이번 토이치TV전에 만반의 대처를 해왔다.
'너무 과하게 준비한 감은 있지만…….'
긴장을 풀어도 된다고 선수들에게 말해둘까?
아니다, 두 번째 세트까지는 긴장을 하는 것이 옳다.
Cloud7의 수석 코치 다니엘 헤니는 속으로 생각을 삼켰다.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멤버 한 명 변하지 않고 1년간 함께 LCS를 뛰어왔다.
이심전심, 선수들도 오늘 경기를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역시 마음에 안 드는 상대야.'
Cloud7의 주장이자 에이스.
미터스는 다니엘 헤니 이상으로 승리에 대한 욕구가 강렬하다.
결승전이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상대를 적으로 만난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고작 그런 이유였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생각까지 떠올렸을 리 없다.
상대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 때문이다.
Cloud7이 그러했듯 토이치TV도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전 인터뷰는 서로가 말을 주고 받는 형식이다.
먼저 도발을 하면 이를 재치 있게 받아친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보는 맛이 있게 만든다.
그런데 레전설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분석을 했다니, 참 재미있는 생각이네요.〉
영문 모를 소리로 운을 띄웠다.
이어진 레전설의 발언 전문.
〈지금까지 그와 비슷한 소리를 셀 수 없이 많이 들었죠. 하지만 그랬던 상대에게 한 번도 진 적이 없어요. 왜냐!〉
진정 나를 알고 있다면 할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숱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은 결과를 근본부터 부정해왔다.
장난스럽게 붙여온 왜냐가 진심으로 신경을 자극한다.
'철저하게 분쇄해주마.'
자신만만했던 주제에 첫 번째 세트를 패배.
더욱 아니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미 마음 먹고 온 무대다.
행하는데 한 가지 더 이유가 붙었을 뿐이다.
그가 그렇게 말했듯 미터스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껏 행하고자 했던 일을 실패한 적이 없다.
섬머 시즌, 스프링 시즌에 이은 2관왕의 자리는 그렇게 제패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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