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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49화 (249/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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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최고의 정글 -->

운명이란 참으로 기묘하다.

아니, 어쩌면 필연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운명의 붉은 실이라는 이야기가 괜히 생긴 게 아니야.'

사실 믿어본 적은 없다.

애초에 너무 비과학적이잖아.

만에 하나 그런 게 있다고 쳐도 눈에 안 보인다.

'손에 뭐 걸리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오늘에 이르러선 조금 다른 생각이 인다.

세상에 운명은 존재할까?

누군가 묻는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리라.

"사실 지금 이 순간을 꿈에서 보고 왔어요."

"정말요? 사실이라면 로맨틱하네요."

는 개뿔이 보고 왔을 리가 있나.

그냥 흔한 작업용 메트다.

하지만 정말 우연찮기도 하다.

'이런 게 바로 운명이란 거겠지.'

팀원들과 해장을 마치고 나오던 길이다.

어디서 본 듯한 처자가 눈에 띄었다.

NA LCS의 인터뷰 아나운서인 엘리샤.

만난 것도 인연인데 안내해주겠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서 아는 게 많다.

흔쾌히 허락하여 현재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 문화에 관심 있어요? 한인타운도 다 오시고."

"근무지 근처이길래 한 번…….'

NA LCS 스튜디오가 이곳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다.

그리고 가장 큰 한인타운도 바로 L.A다.

고작 그 정도의 이유로 들렀을 리 있을까.

시기가 딱 봐도 절묘하다.

'그린라이트 오지게 떴는데?'

발각되자 쑥스러운지 커피를 홀짝인다.

대화의 진행 방향이 참으로 바람직하다.

아닌 척하는 모습이지만 캐치 못할 내가 아니다.

"혹시 오늘 뭐 예정 있으세요?"

"저는 딱히요. 하지만 썽훈씨는 바쁘지 않나요."

이런 건 바빠도 시간을 내는 거지!

딜교환 원투 타임 하시나.

정말로 진지하게 물어보는 눈치다.

'이제 보니 외관이랑 갭이 있으신 분이네.'

공석에서는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로 텐션이 높았다.

남자친구라느니 농담을 꺼내오길래 살짝 당황했었다.

그런데 반대로 사석에서는 부끄러움이 많은 타입인 듯하다.

드문 일이 아니다.

나도 이쪽 세계에 몸 담은지 좀 됐다.

오래 되진 않았어도 수박 겉 핥기로는 알 만큼 안다.

방송에서의 성격과 정반대되는 타입은 의외로 흔하다.

리드할 수 있다면 오히려 바라는 바다.

마침 무대도 내 홈베이스다.

"어제 경기를 치렀잖아요? 그래서 오전 연습은 쉬기로 했어요."

"그래요?"

"팀원들도 닦달 안 하고 보내준 거 보셨죠?"

"예, 뭐……."

그냥 척하면 착이지.

눈치껏 보내준 거다.

실제로 엄청 바쁘지 않기도 하다.

'우리팀은 플레이오프를 안 치르니까.'

조별 리그 1위팀의 특권이다.

그렇다고 여유가 넘쳐나는 건 아니지만 잠깐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다.

엘리샤의 반색한 표정도 캐치했음이다.

이후 한인타운을 같이 둘러보았다.

사실 나도 몇 번 가본 적은 없다.

하지만 한글이 되고, 한국 문화에 익숙하다는 것.

그 두 가지 만으로도 반쯤 치트키를 친 셈이다.

무엇보다 그 본인이 대단히 만족스러워 한다.

오늘을 계기로 한국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곧 오후 연습 들어가셔야 하죠?"

"팀장이라는 위치상 빠지는 건 힘들어서 아쉽네요."

마음 같아서는 그냥 하루 휴가를 내고 싶다.

안타깝게도 한계가 있다.

시즌이 진행 중이고, 4강까지 올라온 마당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기반이 잡힌 팀도 아니고.'

연습을 계속 이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이다.

하지만 갈 땐 가더라도 밥 한 끼 정도는 괜찮잖아?

"식사 한 끼 하고 가실래요?"

"정말 괜찮겠어요?"

"어차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잖아요~."

예로부터 식사 시간은 불문율에 붙인다.

조금 정도 늦어도 다 그러려니 하는 거지.

코리안 타임, 코리안 타임 그런 말이 있는데 미국애들이라고 안 늦는 게 아니다.

'얘네들도 사람이고,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야.'

밥을 먹다 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갈 때가 있다.

많이는 안되겠지만 조금 정도는 문제되지 않는는 소리다.

이번 기회를 바탕으로 한 걸음 도약할 수 있다면 투자할 가치는 차고 넘친다.

오늘 데이트를 하면서 알게 됐다.

엘리샤가 은근히 매운 것을 잘 먹더라?

그리고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다.

'떡볶이랑 오뎅 먹을 줄 알면 끝난 거지.'

본격적인 한국 음식의 정수.

한식이 무엇인지 알려줘도 될 듯하다.

안 그래도 아침에 살짝 아쉬운 감이 있었다.

"제가 순대국밥 맛있게 먹는 법 가르쳐드릴게요."

마침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 * *

플레이오프는 1주일에 걸쳐 전투적으로 치러진다.

치르는 팀들 입장에서는 숨이 막힌다!

한 번, 한 번의 경기가 중요한데 시간이 촉박하다.

조 1위를 거머쥐지 못한 이상 짊어져야 하는 리스크다.

하지만 그 리스크를 딛고 올라선 팀들.

다시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된다.

─WOW, 이번 섬머 시즌은 확실히 무언가 달라.

이미 올라간 클라우드7, 토이치TV는 물론이고

지금 플레이오프에서 선전하는 팀들도 엄청 강력해졌어

한국이나 중국 리그를 본 적은 없지만 이만하면 막상막하가 아닐까?

└나는 LCK와 LPL을 즐겨봐. 지금 LCS는 그들에 비해 손색이 없어!

└LOOOL 그건 너무 과대평가야

글쓴이-정말 그랬으면 좋겠지만…… 확실히 발전한 건 맞다고 봐

└우리 북미도 이제 올라갈 때가 됐지!

타 지역의 팬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는 감정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는 노릇이다.

과거의 위상, 저물었다는 사실.

어차피 안돼.

우리는 이제 끝났어.

그러면서도 응원하는 게 북미팬들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국제 대회에서 항상 찬밥 신세.

까놓고 말해서 참가하는 것조차 눈치 보인다.

일부 북미팬들은 열등감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는.

최근 섬머 시즌 각 강팀들의 기세가 매섭다.

우리 북미가 이렇게 공격적이고, 깔끔한 운영을 할 수 있었나?

─LMC는 플레이오프에서 밑천이 드러났어

중국팀은 분명 공격적으로 싸움을 잘해

그에 반해 조잡한 운영이라는 단점을 가졌어

조별 리그에서는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하면 결코 어려운 상대가 아니거든

└맞아. 경험치가 높은 북미의 강팀들이 밀릴 이유가 전혀 없어

└CLC도 2대1로 복수를 했고, 팀 혼자 중단은 아예 박살을 내줬다고!

└LMC는 이제 승점 자판기야. 공략이 끝난 팀이지

각팀들의 수준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

이점은 LMC와의 경기를 통해 증명됐다.

그도 그럴게 NA LCS에서 뛰고 있을 뿐 사실상 중국 국적의 팀이다.

선수들 전원이 중국인.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중국 리그인 LPL에 속해있었다.

따라서 중국팀 특유의 극공격적인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를 북미팀들이 전부 가뿐하게 파훼했다.

너희 싸움하고 싶어서 안달 났잖아?

우리 싸워줄 생각 없어.

운영에 들어가자 허우적대는 LMC를 요리해버렸다.

─이번 섬머 시즌 누가 우승할지 예상은 안 가지만……

희망을 가져도 되는 거 아닐까?

이제 롤드컵 이제 몇 달 안 남았잖아

우리 북미도 4강따리를 달성할 때가 온 거야!

└OMG, 4강따리는 너무 큰 꿈 아니야?

└나는 본선만 진출해도 칠면조를 뜯을 거야

└근데 정말…… 지금 기세면 희망을 가져도 될지 몰라

└응, 또 한국과 중국이 쓸어담겠지 : D

소위 5대 리그라고 불리는 다섯 지역.

북미는 늘 사천왕의 최약체 포지션이었다.

각 지역마다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며?

북미의 장점은 안정감과 독특한 픽이다.

그런데 안정감은 한국에 비해 많이 밀린다.

독특한 픽도 기본기가 받쳐줘야 가능한 승부수다.

최근 섬머 시즌, 물오른 북미 선수들의 기량은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기 충분했다.

선수들이 기량이 상승하며 LMC의 막무가내 돌파가 안 먹힌다.

팬들이 묵혀왔던 기대치가 한껏 폭발하고 있다.

「무너지는 LMC, 조별 리그에서의 패기는 어디로?」

「자력 진출 가능성이 무너진 CLC…… 팬들을 위해 마지막 가능성 불살라」

「3위에서 1위로! 매 경기 레벨업 하는 팀 혼자 중단」

각조의 1위를 제외한 2~4위다.

살짝 쉬어가는 느낌이라 기대가 덜했다.

그런데 조별 리그 이상으로 경기력이 상승하며 치열해졌다.

매 경기 마음가짐이 다르다 보니 훨씬 필사적이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길었던 1주일간의 플레이오프가 막을 내린다.

1,2위가 결정되며 NA LCS 섬머 시즌 4강 대진표에 마침표가 찍혔다.

* * *

'…….'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

하루하루가 지옥과도 같다.

최근의 일상은 목이 턱턱 막힌다.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걸까?'

아무리 곱씹어봐도 실수한 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녀는 즐겁게 받아줬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기에 더욱 의아한 일이다.

식사를 마친 후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 눈치.

꼭 올리겠다던 SNS 사진도 올리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

"썽훈이 잘못했다. 좋지 않다."

"……."

하비가 이해해주길 바랬다.

상처 받은 마음을 보다듬어 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타를 치고 있네.

'순대국밥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가르쳐줬을 뿐인데?'

나로서는 짐작 가는 바가 없다.

하비는 무언가 알아챈 듯한 눈치다.

그 먹는 방법이 잘못됐다며 지적해온다.

"That's 누렁이! And 극혀므~!"

"……."

극혐은 좀 너무하지 않아?

잘 모르는 외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하비는 나름 한국 생활을 해봐서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비가 순댓국을 먹을 줄 모르네.'

가끔씩 보기에 안 좋다고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꼭 밥 먹을 때 국에 안 말아먹는 사람들.

그리고 라면에 계란 안 넣는 사람들.

순대국밥이라는 게 누린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다대기랑 깍두기 국물을 넣어서 중화한다.

국물이 칼칼해지면서 어찌나 맛있어지는지 먹어봐야 깨닫는 부분이다.

맛있는 먹거리임과 동시에 볼거리이기도 하다.

하얀 국물이 빨갛게 탁해지는 과정이 맛깔난다.

그 더럽히는 쾌감…… 아니, 맛있어지는 과정이 거부감이 인다니.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역시 매운맛이 강했던 걸까?'

신경 쓴다고 쓰긴 했는데 너무 맵고 뜨거워서 먹기 불편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 본인에게 자세한 사정을 듣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한다.

"하비, 오늘 컨디션 괜찮아?"

"Sorry Sorry. 다이어트 한다. 배부르다."

"……아니, 게임 컨디션 말이야."

이걸 입구컷을 쳐버리네.

언젠가 하비에게 한국의 미식을 알려주고 싶다.

오늘 경기를 이긴다면 그 답례 삼아 식사를 권해봐야지.

충격적인 사건으로부터 약 열흘이 지났다.

다시 NA LCS 스튜디오에 서게 됐다.

곧 있을 4강 경기를 준비 중이다.

'만난다면 결승전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진표가 아이러니하게 잡혔다.

상대는 클라우드7.

우리와 마찬가지로 조별 리그를 1위로 마감한 팀이다.

정글러인 미터스가 팀의 에이스이며 나머지 선수들의 수준도 높다.

4강에 올라온 팀들 중 가장 고평가를 받는다.

명실상부 現북미의 최강이라 불릴 정도다.

내심 결승전이라고 여겼다.

스토리가 딱 그렇게 이어지지 않는가?

최종 보스가 중간 보스 스테이지에서 튀어나오니 묘한 기분이다.

'오히려 잘된 걸 수도 있어.'

결승이란 무대를 지금껏 서본 적이 없다.

아무리 나라도 긴장이 안될 수 없는 일이다.

혹여 실수라도 하면 어떡하지.

오늘 경기를 이기면 그런 걱정 안 해도 된다.

무엇보다 커뮤니티의 반응들이 내심 거슬렸다.

─미터스와 레전설, 누가 더 캐리력이 높을까?

나는 둘이 붙으면 클라우드7이 이길 거라 확신해

팀의 기량과 경험치 면에서 압도적이라 어쩔 수 없어

하지만 둘만을 놓고 보면 비등비등한 것 같아

자꾸 나랑 미터스를 비교한다.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를 보는 재미 중 하나가 아닌가?

그런데 댓글 반응들이 신경을 쿡쿡 찌른다.

└그야 당연히 미터스지!

└미터스는 두 시즌 연속 우승을 견인한 장본인이야. 레전설은 우승 경력도 없는 새파란 애송이지

└LOLOLOL

└Stop Using Fact! 너무 잔인하잖아!

비교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밑줄이라니?

결승전에서 만나기를 벼르고 있었다.

이르게 오는 거 환영하는 바다.

클라우드7과의 경기.

당연하다면 당연했던 일이다.

칼을 간 건 나 혼자이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수정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1. 초반부 오타와 비문 수정, 설정 미스 수정

2. 1부 군챔스 파트 김PD 분량 크게 삭제. 이에 따라 22화 삭제됨

큰 줄기에서는 영향이 가지 않지만 따라오시는 독자님들께는 보다 매끄러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정을 결심했던 손목 부분!

여러가지 대안이 있었지만 기존 설정에 살을 더하는 정도로 합의보았습니다

120화 中

[손목의 부상이 완치되었습니다!]

[이제 스킬 사용 없이 신체 상태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현재 손목의 상태 0/100]

[숫자가 100에 가까울수록 전성기 피지컬에 근접해집니다.]

120화에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기존에 독자님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이에 따라 수정한 부분이 몇 곳 있는데

제가 하나하나 다 본 게 아니라 특정 검색어로 검색해서 찾은 거라서……

일부 손을 못 댄 곳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발견해서 짚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별건 아니지만 딱지 50개 선물 드릴게요!

연참은 비축분을 쌓고 나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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