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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48화 (248/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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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최고의 원딜 -->

우리팀은 기본적으로 술을 좋아한다.

나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한국에서는 먹을 일이 별로 없었어.'

바쁘기도 했거니와 스트리머라는 직업의 영향도 컸다.

집에서 혼자 궁상맞게 마시기는 좀 그렇지 않은가?

자기 전에 맥주 한 캔 이런 거 말고!

파프리카 프릭스라는 팀에 소속되며 나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여자 없음 안 감.

팀내 사내 녀석들이 단합이라도 한 듯이 지껄였다.

'그 여편네들도 맨날 불참이고.'

달래는 수금하셔야 하기 때문에 바쁘다.

가치가 워낙 희소하셔서 귀하신 몸이다.

아주 가끔 가뭄에 콩 나듯 참석하면 그날은 그냥 터지는 거다.

하비는 무슨 이유인지 맨날 시간이 안 난데.

이제는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당시에는 몰랐기에 갸우뚱했던 부분이다.

'어색해서 빼는 줄 알았지.'

그리고 마지막 한 여자 아이.

그나마 참석이 가능하긴 하다.

근데 술을 안 마셔서 부탁하기가 뭣했다.

술냄새만 맡아도 취하는 유리야다.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새 나라의 어린이다.

술을 못하고 술자리도 잘 몰라서 괜히 눈치 보일 수 있다.

'조금만 먹어도 헬렐레~ 뻑가거든.'

그 점을 이용해서 한 번 사고를 치기도 했다.

칵테일 같은 달콤한 술은 은근히 좋아하더라?

미국에 오기 전에도 한 번 같이 마시고 놀았었다.

하지만 내 취향은 역시 강한 술이다.

어제 CLC전을 끝내고 한 잔 거하게 당겼다.

기분 좋게 잘 마시긴 했는데 꼭 다음날이 문제다.

지끈지끈 쑤시는 머리.

무엇보다 속이 뒤집어질 듯하다.

즉, 해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아아, 이것은 설렁탕이라는 것이다."

미국애들은 술 먹은 다음날 꼭 피자 같은 걸 먹더라.

아니, 타지역의 문화이니 존중은 하겠다.

대신 우리나라 문화도 경험해봐라.

"설렁탕? 나 알고 있어!"

"응?"

해장을 위해 팀원들을 데리고 한식 식당에 왔다.

LA한인타운에 위치한 설렁탕집이다.

모를 줄 알았는데 몬타니카가 맞장구를 쳐온다.

'혹시 예습해왔나?'

나로 인해 불어닥친 한류 열풍이다.

책임을 통감하는 부분이다.

몬타니카에 한해서는 달리 작용했을지 모른다.

그도 그럴게 성적이 애매하다.

못하는 건 결코 아니다.

지난 CLC와의 일전으로 확신했다.

'무언가 신비한 힘이 출항을 방해해.'

솔로랭크에 보면 은근히 있는 경우다.

쟤랑 할 때는 이상하게 게임을 지더라.

소위 말하는 징크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천상계 특성상 유저들 대부분이 악연 하나둘쯤은 가지고 있다.

몬타니카호의 출항이 그러한 느낌이다.

그 본인으로서는 심각히 억울할 문제.

그래서 속된 말로 빨려고 예습을 해온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아니었다.

한국 음식이 은근하게 전파돼 있다.

"옛날에 LA타임스에서 본 적이 있어!"

"Ah, 나도! 실물을 보니 기억이 나."

몇몇 팀원들도 알고 있었다.

저명한 신문에서 소개된 모양이다.

미국인에게 추천할 만한 아시아식 아침 식사.

12시간 정도 쇠고기 뼈를 끓인 음식으로 미네랄이 특히 풍부하다.

밤새 술을 실컷 마셔 무기물이 몸에서 빠져나갔을 때 원기 회복용으로 그만이다.

건강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하더라.

'응, 현실은 미원.'

국물에서 살짝 조미료 맛이 난다!

하지만 조미료 맛 안 나는 식당은 한국에서도 드물다.

기름기 가득한 패스트푸드에 비하면 훨씬 건강식인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국물 음식에 거부감이 있으면 어떡하지.

우려를 했는데 의외로 잘 먹고 있다.

쌈장과 김을 통해 친숙해진 팀원들이다.

"나는 지금…… 생명을 마시고 있어!"

"들끓었던 속이 가라앉아. 몸 안의 세포가 춤을 추고 있다고!"

마치 요리 만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다.

원래 미국인들이 리액션이 유별나긴 하다.

맛있게 먹는다면 좋은 일이지만 설렁탕이 꽤 뜨거울 텐데.

잘 먹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주인장 덕분이다.

아무리 한인 식당이라고 해도 미국, L.A다.

현지 사정에 맞춰 음식을 준비함이 옳다.

내 설렁탕에서만 하얀 김이 펄펄 올라오고 있다.

나머지 팀원들의 설렁탕은 따듯한 수준이다.

뜨거운 것을 못 먹는 미국인 입맛을 고려한 듯하지만.

'뜨거워야 할 수 있는 것도 있는 법인데.'

한국 음식들 대부분이 괜히 뜨겁게 나오는 게 아니다.

각자의 취향대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이렇듯 한 스푼 넣으면 뚝배기 안에서 재탄생한다.

"썽훈, 그건 뭐지……?"

"그 빨간 건 설마 쌈장의 친척!?"

"아아, 이것은 다대기라는 것이다."

"다대기? 야흐오의 그?"

야흐오가 회오리를 내지를 때의 대사이기도 하고, 한국의 어떤 프로게이머의 아이디이기도 하다.

추리가 제법 날카롭다.

물론 그 둘 다 틀렸다.

"쌈장보다 훨씬 매운 양념이야. 그렇게 추천하진 않아."

주의를 줘도 관심이 있는 눈치다.

한 입 먹어보라고 조그만 그릇에 퍼주자.

"Oh My God!"

"물! 물……!"

처음에는 신기해서 한 입 더 퍼먹더니 곧 입에 불이 난다.

다대기가 맵다.

특히 나는 좀 많이 넣는 편이다.

입안이 따갑다면서 연거푸 물을 마셔댄다.

'하비는 아마 잘 먹을 텐데 아쉽네.'

하비는 한국 음식 숙련자이기에 추천해줄 수 있다.

안타깝게도 바쁘다면서 불참.

다음에 같이 온다면 다대기와 깍두기 국물까지 직접 넣어줘야겠다.

매우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순대국밥으로 제대로 먹어야지.'

개인적으로 설렁탕보다는 순대국밥을 선호한다.

특유의 향이 입맛을 돋운다.

물론 설렁탕도 나쁘지 않다.

밥까지 말아서 한 그릇 뚝딱!

간만에 숙취 해소를 제대로 한 느낌이다.

역시 술 먹고 난 다음 날은 국밥으로 해장을 해야지.

"좋아, 아주 좋아."

나도 모르게 이덕화 성대모사가 나와버렸다.

숙취도 풀고, 배도 땃땃하게 채우고 기분 좋게 설렁탕집을 나오던 도중.

"Um……, 썽훈?"

뜻밖의 귀인을 만났다.

* * *

북미에 갑작스레 불어닥치고 있다.

그도 그럴게 원래 비주류 챔피언이었다.

한국과 중국 지역에서는 굉장히 친숙하지만 이곳 북미에서는 거~의 픽이 되지 않는다.

각 지역마다 주류 픽들이 보통 다르다.

공통된 부분도 있지만 전혀 다른 부분도 많다.

그런데 한 가지 계기를 통해 픽률이 기하급수 늘어나고 말았다.

─Yeah, 야흐오 살았어!

LCS를 보고 반해서 해보고 싶었는데 늘 밴을 당했어

방금 솔로랭크에서 살아서 해보려는 참이야

혹시 팁 줄 수 있는 사람 있어?

└No! No! No!!

└제발 일반 게임에서 연습하고 해줘

└지난 CLC전 이후로 야흐오가 너무 많이 보여. 솔랭이 고통스러워졌다고!

야흐오라는 챔피언은 한 마디로 뽕이다.

챔피언이 좋아서, 효율성이 있어서, 잘 다뤄서 한다기 보다는 기대치를 보고 한다.

잘 컸을 때 휘몰아치는 쾌감!

북미 유저들은 그다지 느껴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게 메타상 잘 안 쓰인다.

무엇보다 피지컬 요구치가 워낙 높다.

북미의 프로게이머들은 평균적으로 피지컬이 썩 뛰어나지 않다.

뛰어나다고 평되는 선수들도 성향상 야흐오를 잘 안 한다.

자국의 롤챔스에서 안 나오다 보니 솔로랭크도 픽률도 저조하다.

지금껏 뽕을 맞아본 적이 없는 북미 유저들이 처음 신세계를 경험했다.

─내 생에 야흐오 만큼 끔찍한 챔피언은 본 적이 없어!

못하는 건 그렇다 쳐

이해해줄 수 있는 일이야

그런데 왜 이렇게 뻔뻔한 거야?

10데스를 해도 이길 수 있다면서 나를 놀려대

└LOLOL Calm Down~

└한 마디로 레전설 때문이지

글쓴이-레전설? 요즘 많이 보이는 그 선수 말이야?

└그가 12데스를 하고 게임을 캐리했거든!

게임을 이길 수야 있는 노릇이다.

솔로랭크에서도 이따금 있다.

한 명이 20데스씩 꼴아박는데 결과적으로 이김!

고작 그런 경기였으면 애시당초 화제도 안됐다.

10데스를 박은 야흐오가 게임을 캐리했다.

믿을 수 없게도 그런 짓을 해버렸다.

보는 입장에서는 저거 개꿀챔이네!

다이렉트로 받아들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솔로랭크에서 일어난 일련의 소란에는 한 가지 더 배경이 있다.

〈Oh, 오늘 올라왔군요 나의 남자친구!〉

경기 만큼이나 화젯거리가 되고 있는 인터뷰 자리다.

장난스레 이어지는 러브 라인이 은근히 드라마다.

농담까지 주고 받을 정도로 사이가 가까워졌다.

아나운서 엘리샤와 레전설 선수.

하지만 CLC와의 경기날은 초점이 달랐다.

인터뷰의 내용 중 한 구절이 소란의 기폭제가 되었다.

〈야흐오로 10데스를 하고도 게임을 역전시키셨어요. 혹시 그 비결을 들을 수 있을까요?〉

〈비결이요? 비결은 그냥 잘하는 거죠. 한국에서는 레전설해버렸다는 표현을 쓰는데…….〉

그의 입을 통해 처음 들은 북미팬들이 대부분이다.

레전설하다.

물론 이 정도는 정보원이 널리고 널렸다.

북미에 사는 한국인의 수가 수백만에 달한다.

어차피 언젠가는 퍼질 이야기다.

한 가지 더 어처구니 없는 설명이 붙어버린 탓이다.

〈야흐오는 원래 죽는 챔피언입니다.〉

설명이 많이 붙어야 하는 부분이다.

챔피언 자체가 리스크가 크다느니.

죽더라도 성장만 잘하면 된다느니.

앞에 하도 헛소리를 많이 중얼거렸다.

요즘 근황이 어떻냐는 등.

남친으로 자신은 어떻냐는 등.

인터뷰 시간상 생략되고 말았다.

시청자들의 들은 요자는 한 줄이다.

야흐오는 원래 죽는 챔피언이니 죽어도 된다 메모!

「12데스의 하드 캐리…… 죽어도 되는 챔피언.」

「충격적인 CLC의 역전패. 트리플리프트조차 막을 수 없었다.」

「레전설해버리다? 설명이 불가능한 그의 피지컬.」

한국에서는 익히 유명한 수식어도 전파되기에 이른다.

LEGENSULED(레전설했다)!

북미는 아직 초기 단계다.

이렇듯 기사까지 성화니 일반 유저들이 속을 만도 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진지한 분석도 오간다.

래딧에는 관련 글을 숱하게 볼 수 있다.

어떻게 해야 레전설할 수 있는가?

그 근원에는 당연히 피지컬이 있다.

보다 결정적이었던 건 정체불명의 '레전설 콤보'라는 이야기다.

─레전설 콤보 성공한 사람 있어?

추천글에 올라온 대로 연습해보고 있는데……

아무리 해봐도 안돼

대체 어떤 부분을 실수한 걸까

└그래서 말했잖아. 그건 레전설을 위한 콤보라고!

└웬만한 실력은 시도조차 할 수 없어

글쓴이-일단 나도 다이아 티어는 돼서 하는 말이야

└지금 챌린저들도 못하겠다고 야단이거든 : p

해버리지 않았다면 10데스 역전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해버렸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레전설.

그 세 글자의 존재감이 점점 더 커져 간다.

안 그래도 극단적인 피지컬에 내성이 없는 북미다.

정말 마약이라도 한 것처럼 심취해 간다.

레전설의 이름이 널리 퍼지고 있다.

그에 반비례한 현상.

상대팀에 트롤이 있음에도 지면 멘탈이 상하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최근 플레이오프에서 CLC의 경기력이 크게 저하됐다.

─CLC팬이지만 이번 시즌은 힘들 것 같아

상위 두 팀에 속하는 건 요원해보여

물론 경우의 수가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부터 한 판도 지면 안될 거야

└2승 1패로 이겨도 안돼. 무조건 2승!

└Hmm…… 솔직하게 이번 시즌은 가망이 낮아보여

각조의 1위와 꼴등인 5위를 제외한 나머지.

2~4위의 팀들은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다.

말하자면 조별 리그를 한 번 더 치르는 셈이다.

물론 처음부터 다시 치르는 건 아니다.

조별 리그의 성적을 기반으로 한 2차전이다.

순위가 높았던 팀은 순탄하고, 낮았던 팀은 험난하다.

하지만 A조와 B조가 합쳐진다는 점.

변수가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조별 리그 때보다 훨씬 필사적이다.

─레전설의 영향인 걸까……?

스프링 시즌보다 훨씬 경기력이 높아진 것 같아

혹시 나만 그렇게 느껴?

└나도 같은 생각이야.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봐

└요즘 선수들 솔로랭크에서 엄청 자주 보여

└한국인을 따라잡으려면 연습벌레가 돼야 하니까!

심지어 올라간다고 해도 문제다.

오히려 떨어지는 게 속 편할 수도 있다.

레전설 그를 대체 어떻게 막아야 돼?

아직 상대조차 못해본 팀들도 전전긍긍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캐리력이 워낙 대단했다.

몇몇 북미팬들은 우려를 하고 있다.

국제 대회에서 성적을 못 거둔 북미.

그것까지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자국 리그가 한국인 한 명에게 제패를 당한다?

기분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 위기의식이 든다.

클라우드7이 레전설을 막아주길.

운명의 교차점이 조금 이르게 오고 만다.

========== 작품 후기 ==========

거의 다 했습니다

아새벽에 수정본이 올라갈 거에요

진~짜 여러가지 방안을 생각해봤어요

군챔스를 삭제할까

그냥 처음부터 고쳤다고 할까

그렇게 하면 밑도 끝도 없이 완전히 다 엇나가버려서 이 정도 선에서 만족했습니다

오타랑 비문 수정, 군챔스 파트 김PD 부분 삭제 이에 따라 1화 줄어듬

손목은 기존 설정에 명확성을 더했습니다

아직 하는 중이라 다 하고 공지로 정리해서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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