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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최고의 원딜 -->
CLC는 북미 굴지의 명문……이었다.
이었다, 과거형이다.
팬들은 아직도 기대하고 있다.
이전에 워낙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팀의 인기는 늘 손가락에 꼽는다.
순수한 팬덤만 따지면 1위팀인 클라우드7 보다 높을 정도다.
"야흐오 잘라. 끝까지! 끝까지!"
"잡아도 돼. 킬도 리셋 했어."
그렇기에 더욱 부담감이 인다.
평범한 경기가 아니다.
초중반을 완전히 압살하지 않았는가?
지기라도 하면 보통 망신이 아니다.
여전히 게임 스코어는 압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위기의식이 든다는 소리다.
터억!
거미여왕이 실뭉치를 쏘며 스킬쿨을 돌린다.
폐허가 된 전 봇 1차 포탑 앞.
야흐오를 자르기 위함이다.
휘익!
휘익!
야흐오가 역주행을 하며 피해냈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했을 뿐 사로(死路)다.
자신들 진영으로 온 순간 죽음이 확정이다.
심지어 킬리셋을 한 상태인 야흐오.
죽이면 죽이는 만큼 골드가 들어온다.
눈엣가시와도 같은 녀석을 죽이기 위해 CLC는 쫓았다.
콰흑!
거미줄을 타고 내려온 거미여왕이 야흐오를 물어 뜯는다.
동시에 코리아나의 궁극기가 사용된다.
한순간 묶기만 하면 잡을 수 있다.
딜템이 갖춰졌을 뿐 여전히 종잇장 같은 몸이다.
딜 포커싱을 조금만 집중하면 된다.
그 조금을 도저히 주지 않는다.
휘익!
휘익!
야흐오는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질풍보로 거미여왕과 새끼 거미를 탄다.
역주행의 역주행이 되며 방향이 바꿔진다.
그 바람에 코리아나의 궁극기가 허공을 갈랐다.
CLC로서는 아쉬움에 목이 타오른다.
어떻게든 마무리하고자 쫓아갔다.
일단 합류는 자신들이 훨씬 빠르다.
이미 앞뒤로 포위한 마당이다.
자르면 나머지는 덤빌 수도 없다.
「숨을 곳은 없어!」
쓰렉귀가 점멸 채찍 쓸기로 야흐오를 잡아챈다.
더 이상 탈 미니언도 없다.
궁극기를 통해 확실하게 가둔다.
점화를 걸어 보다 무력하게 만든다.
그 판단은 분명 틀리지 않았다.
조금만 있으면 아군의 호응이 닿는다.
하지만 그 호응이 닿는 시간을 언제까지 지켜볼 리는 없다.
쿵! 쾅!
몬타니카의 광우스타가 점멸 쿵쾅으로 코리아나와 거미여왕을 띄웠다.
공중에 묶이며 호응이 애매해졌다.
고작 그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돈!」
상대가 띄워지며 자연스럽게 야흐오의 궁극기가 발동된다.
대형 사고가 터지고 만다.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
조금 뒤늦게 미드를 클리어 하고 온 토이치가 한 발 빠르게 합류했다.
토이치의 무차별 사격이 예술적인 프리딜을 쏟아낸다.
「씹고! 뜯고! 맛보고! 꿰뚫고! 끄하하하하!」
합류전을 누가 잘했냐.
묻는다면 당연히 CLC다.
없었을지 모를 기회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발암을 맞아라!」
모든 투사체를 막아내는 장막이다.
막아내며 야흐오가 검을 사정없이 긋는다.
물론 일방적인 학살이 될 수는 없다.
성장을 딱히 잘한 상태가 아니다.
CLC의 시도도 제법 효력이 있었다.
지금껏 가한 데미지가 누적되어 툭-! 치면 쓰러진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루고자 한 목표는 얼마 안 있어 달성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결과는 좋을 수가 없다.
나머지 적들이 속속들이 합류하고 만다.
중요 스킬들이 전부 빠진 상태다.
야흐오도 헛되이 죽지는 않았다.
치명타 세팅이 갖춰진 야흐오다.
몇 번 찌를 기회만 있으면 엄청난 폭딜을 자랑한다.
궁극기 연계를 통해 그 기회를 가졌다.
나머지 적들에 의해 마무리 당한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너덜너덜해진 거미여왕과 코리아나는 금세 찢겼다.
야흐오를 물었던 쓰렉귀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토이치 혼자 살아 돌아간다고 한들.
"너무 들어갔어. 광우스타 보였는데 고려 안 한 거야!?"
"아니, 할 만했는데 이게 어쩌다가……."
로드 오브 로드는 장기나 체스가 아니다.
서로 한 턴씩 움직이지 않는다는 소리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자는 두 턴, 세 턴씩도 성큼성큼 움직일 수 있다.
분명 시도도, 포위망도 틀리지 않았다.
그저 상대의 움직임이 예상을 벗어났을 뿐이다.
여전히 유리한 상황임은 변함이 없지만.
'내가 캐리하는 수밖에 없어.'
트리플리프트의 입술이 바싹바싹 마른다.
* * *
데스는 그저 우물에 간 횟수일 뿐.
말을 하기라도 하는 듯한 움직임이다.
누가 보면 무난하게 성장한 야흐오처럼 느껴진다.
다대기!
봇라인을 종횡무진 휩쓸고 있다.
쏘아진 회오리가 미니언을 가른다.
2코어가 나온 탓에 라인 클리어가 깔끔하다.
야흐오의 단점은 아이템이 나오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렇듯 갖춰지면 그 파괴력이 상상 그 이상이다.
최근 탑라인의 1티어로 각광 받고 있는 구리가스조차.
「발암을 맞아라!」
술통을 막으며 과감하게 달려든다.
분명 레벨도, 아이템도 구리가스 우위다.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패기에서 압도한다.
투웅!
하지만 OP가 괜히 OP일까?
구리가스는 분명 AP챔피언이다.
그럼에도 리메이크 전부터 근접 싸움이 강했다.
리메이크가 된 지금도 여전히 강력하다.
오히려 달라진 아이템트리가 이를 보충한다.
억겁의 스태프와 부자배인.
술통이 장막에 막혀도 데미지는 차고 넘친다.
사각!
서걱!
문제는 3코어를 갖췄다는 부분이다.
얼마 전 패치를 통해 업데이트 됐다.
더 이상 피를 마시는 칼은 공격력 100짜리 사기 아이템이 아니다.
대신 보호막을 씌워준다.
체력 회복의 초과분이 보호막으로 전환된다.
야흐오가 생각보다 단단하며 체력도 뭉텅뭉텅 차오른다.
다대기!
쿨타임 1초대의 온힛 스킬이다.
평타 또한 굉장히 찰지게 박힌다.
그 모두가 치명타로 터지자 피흡량이 어마무시하다.
구리가스도 직감하게 된다.
이대로 맞딜하면 지는 그림이구나.
회오리가 쏘아졌을 때 궁극기로 밀쳐낸 건 옳은 판단이다.
〈Oh, 구리가스의 궁이 빠졌네요. 살아 돌아간 건 천만다행이긴 합니다만…….〉
〈이러면 구리가스의 한타 영향력이 한동안 사라져요. 방금 교전을 받아준 건 실수였습니다. 쿠앵트로 선수.〉
하지만 같은 상황이었다면 누구라도 싸웠을 것이다.
안 그래도 눈엣가시 같은 야흐오.
심지어 10데스를 진작에 넘겼다.
1대1로 싸워서 질 이유가 있나?
OP챔피언을 잡으면 없던 방심도 솟아난다.
그리고 그 방심이 게임의 맥을 다시 한 번 끊었다.
다대기!
익숙한 세 글자가 연거푸 외쳐진다.
야흐오의 성장을 저지할 수 없다.
에이, 커봤자 얼마나 크겠어.
초반이 완전 폭삭 망했는데.
다 옛날 이야기가 돼버렸다.
〈킬 스코어에 비해 글로벌 골드도 많이 차이 나지 않죠?〉
〈야흐오의 데스 때문에 거품이 끼었습니다. 오히려 제압 골드를 준 게 더 치명적일 정도로…….〉
중반까지만 해도 압도적이었던 CLC.
어느새 동등한 상황까지 따라잡히고 말았다.
들떴던 온/오프라인의 분위기도 반전된지 오래다.
-이러다 정말 지는 거 아니야?
-그렇게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어쩌다가……
-저게 11데스를 한 야흐오라니 믿을 수가 없어
위기론이 불 지펴지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믿음직한 보험이 존재한다.
트리플리프트의 성장이 폭발적이다.
다른 챔피언도 아니고 토이치.
하드 캐리에 특화된 원딜러다.
한 가지 변수를 심각히 주의해야 하긴 하겠지만.
〈트리플리프트는 야흐오의 장막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이미 한 번 당했었죠?〉
원거리에 쏟아붓는 포격.
토이치의 궁극기가 고스란히 막힐지 모른다.
프리딜을 넣느냐, 못 넣느냐 그것이 한타의 승패를 가를 관건이다.
분명 틀리지 않은 소리다.
너무 정석적이라서 문제지.
정공법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아직 인지하지 못했다.
투웅!
CLC의 탑라이너 쿠앵트로.
그의 구리가스가 날카롭게 노린다.
점멸 배치기에 종나 몬하이의 테러스티나를 포함한 두 명이 휘말린다.
어째서 구리가스 1티어 탑솔러인지 고스란히 보여주는 광경이다.
라인전이 강하며 한타와 이니시가 너무 좋다.
이렇듯 점멸이 연계되면 알고도 당한다.
-Oh My God
-점프가 씹혔어!
-안돼 종나 몬하이!
미드 AD테러스티나다.
북미에서는 종종 기용되고 있는 뉴메타.
자신 있게 꺼내든 것치고는 이렇다 할 활약을 못 보였다.
그의 팬들은 한타의 활약만을 기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빼도 박도 못하고 잘릴 위기다.
술통 폭탄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발암을 맞아라!」
야흐오의 돌풍 장막에 의해 저지되었다.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
아니, 양팀 모두 웃고 있다.
의도했던 바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CLC는 장막이 어지간히 거슬렸다.
그리고 가진 바 힘을 분출하고 싶다.
정확히 원하는 구도의 한타가 열린다.
「살금살금……!」
그 아비규환 속.
한 마리의 쥐새끼가 날카롭게 파고든다.
두터운 CLC의 앞라인은 쉬이 무너지지 않는다.
트리플리프트의 토이치가 포지셔닝을 잡을 시간을 벌고도 남음이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기대했던 이상을 선물한다.
사거리 850, 체감 사거리 875의 포격이다.
「씹고! 뜯고! 맛보고! 꿰뚫고! 끄하하하하!」
심지어 관통의 효과를 지녔다.
한타 캐리에 특화된 원딜러라는 수식어는 조금의 거짓도 없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가져야 하는 동의어.
휘익!
로드 오브 로드는 AOS게임이다.
그리고 E-스포츠이기도 하다.
그러한 이상 밸런스가 중요하다.
그 어떤 챔피언도 단점을 지닌다.
예를 들어 딜이 세면 몸이 약하다.
OP챔피언은 이점이 덜한 거지 없는 건 아니다.
하물며 원딜러.
몸 약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럽다.
마치 종잇장처럼 쉬이 베어 가른다.
─ToichiTV 레전설님이 CLC Triplelift님을 처치했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참사다.
이미 한 번 본 적이 있다.
그럼에도 상황 파악이 더디다.
한 가지는 깨닫게 된다.
이 한타, 이 게임 비벼졌구나.
더 이상 유리함 따위 티끌 만치도 남아있지 않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유리함을 강제 이니시에 쏟아 붓기까지 했다.
물론 훌륭한 이니시였으나 결과는 늘 중요한 법이다.
아무리 과정이 좋았어도 결과가 안 좋으면 의미가 없다.
〈CLC가 정말로 잘 걸었어요. 술통 폭탄이 장막에 막힌 건 아쉽지만 오히려 토이치가 포지셔닝을 쉽게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잖아요?〉
아티러스 캐스터의 정리대로다.
단숨에 쓸어담을 폭딜도 있었다.
그런데 그 폭딜을 이어가지 못하고 원통하게 찢기고 말았다.
야흐오의 그 콤보.
채팅창에서는 당연히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자세히 아는 시청자 몇몇이 벌써부터 으시대고 있다.
-레전설 콤보야!
-그게 뭐야? 그가 쓰는 콤보라는 소리야?
-아! 레전설 콤보 모르시는구나! 혹시 모르시는분들에 위해 설명해드리자면……
아무튼 겁나 세다.
그런 게 존재한다.
믿기 힘들겠지만 이미 두 번이나 썼는데?
실시간으로 미친 듯이 폭주하는 채팅창을 확인하긴 힘든 일이다.
언젠가 래딧에서 썰 풀기 좋아하는 시청자들에 의해 퍼질 이야기다.
중요한 건 그 콤보가 게임의 승기를 가져오는 열쇠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ToichiTV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그토록 유리했던 상황조차 승리로 잇지 못했다.
이후의 교전, 이후의 세트 불보듯 뻔하다.
여기 또 하나, 과거의 영광이 저문다.
* * *
8승 0패 무패의 행진.
토이치TV가 CLC를 상대로 완승을 거둔다.
치열했던 첫 세트가 거짓말 같을 정도로 두 번째 세트는 토이치TV의 주도 하에 게임이 끝났다.
그렇게 압도적인 B조와는 다르다.
강팀들이 여럿 속한 A조는 치열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군계일학, 지난 시즌에 이어 여전히 성세를 떨치고 있다.
"Hmm……."
현존하는 북미의 최강 클라우드7.
팀의 에이스인 미터스는 머리가 아파졌다.
지난 시즌보다 훨씬 평균적인 경기의 수준이 높다.
물론 그 또한 컨디션이 여느 때 못지 않다.
지옥 같은 A조에서 가뿐히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미 확정을 지어 놓은 만큼 문제될 건 없지만.
'체면이 구겨지고 있어.'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법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책임감을 가진다.
북미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로 평가 받고 있는 그로선 레전설의 선전을 곱게 볼 수만은 없다.
물론 그가 밉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필요성이 있을 뿐이다.
고작 한 명의 해외 선수에게 무너지는 북미 리그.
'그럴 수야 없는 노릇이지.'
미터스가 행하고자 한다.
북미에서는 곧 그렇게 되리라의 동의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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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편을 삭제하지는 않을 것 같고 대신 양이 줄어듭니다
김PD 관련 내용 삭제, 그 외 일부 내용 삭제
연참은 며칠 분량 쌓고 재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