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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최고의 원딜 -->
어떤 것이든 속단은 금물이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남말만 듣고 평가 하는 행위다.
줏대가 없는 인간들 말이다.
'어휴, 그런 인간들이 나를 쓰레기라 매도하는 거겠지.'
알고 보면 나처럼 착하고, 정직하고, 진정성 있는 외골수도 보기 드물다.
아무튼 딱 잘라 일축할 수는 없는 일이다.
팀적인 면에서 필요한 인재이기도 하다.
팀의 서포터를 맡고 있는 십 몬타니카.
똥챔프만 하는 하비와 달리 챔프폭이 정상적이다.
기용에 성공한다면 전략의 가짓수를 비약적으로 넓힐 수 있다.
'몬타니카호의 출항이 굉장히 불안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드립이다.
드립 가지고 정색 빨면 얼마나 무안해.
나보고 쓰레기라고 드립치는 애들 때문에 내가 진짜 쓰레기고, 인성이 나쁘다고 오해하면 서운하다.
드립은 드립으로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경기도 몬타니카의 잘못은 아니다.
봇은 라인전 잘하고 있었는데 미드&정글이 터지면서 영향을 받게 된 거다.
'경험을 쌓으면 나아질 수 있어 충분히.'
오늘 CLC와의 경기는 중요도가 낮다.
이미 사실상 조1위가 확정되지 않았는가?
세간에서의 평가는 접어두고 실험적인 기용을 할 때다.
본인의 의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창단 초기라고 한들, 서브보다 못 나가는 메인이란 오명은 참기 힘든 법이다.
그래서 내가 원딜로가 봇에 섰는데.
─아군이 당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참을성을 좀 길렀으면 좋겠다.
상대의 기세가 매섭다.
적 정글러 리심의 갱킹.
─적에게 당했습니다.
허무할 정도로 쉬이 당하고 말았다.
첫 번째 죽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게임만 벌써 4데스 째다.
'……평생 죽을 거 다 죽는 기분이네.'
지난 여섯 경기 데스의 총합보다 많다!
앞으로 죽을 데스까지 포함한다면 맞아 떨어질지 모른다.
지금까지 대회에서 죽은 데스의 총합.
정말 그렇게 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챔피언이면 모른다.
현재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챔피언이 하필.
다대기!
부활해서 다시 라인을 미는 수밖에 없다.
챔피언이 가진 특성이 그러하다.
괜히 과학적인 챔피언이 아니다.
과학 이전의 이야기다.
원딜 야흐오.
일반적인 픽이 아닌 만큼 단점 또한 가진다.
그 단점이 현재 게임에서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레벨도 낮고, 반반도 안되는 픽이라…….'
한 번 죽기 시작하면 그 다음 죽음도 쉽게 연결된다.
벌써 4데스나 해버린 변명 아닌 변명이다.
물론 비단 몬타니카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글 차이가 나는 탓도 있다.
상대가 워낙 매섭게 찔러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굉장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 한 판에 1천만원이 걸려 있다고!'
1승당 5천 달러.
한화로 약 500만원이다.
그냥 날아가는 게 아니라 마이너스로 합산된다.
즉, 패배하는 순간 1천만원이 증발하고 만다.
이번 게임에 걸린 무게가 오죽 무겁다.
꼭 돈 때문만은 아니다.
다대기!
이길 가능성이 아직 보인다.
유리한 상대는 방심을 하고 있다.
운영적인 면이 깔끔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탈수기 운영을 하는 한국과는 달라.'
성장할 시간을 버는 것이 가능하다.
단 한 가지 전제 하.
승리를 위해 때로는 결단을 내릴 줄도 알아야 한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꼭 싱나드만 자살하란 법은 없다.
* * *
기대가 큰 만큼 실망 또한 큰 법이다.
오오, 그가 원딜로 왔어!
AP원딜러의 창시자라고!
심지어 심상치가 않은 원딜이다.
다대기!
외국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세 글자다.
삼선 블루의 미드라이너 다대기.
한국에서는 테이커에 비견되는 실력지만 국제 대회에서 기록된 성적은 형편없다.
지난 2013년 롤드컵 광탈의 아이콘이다.
하도 못해서 가루가 되도록 까였을 정도다.
그리고 현재 야흐오도 가루가 되도록 밟히고 있다.
─CLC Triplelift님이 ToichiTV 레전설님을 처치했습니다!
CLC Triplelift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안타깝기도 한 광경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럴 만도 한 일이다.
트리플리프트라는 이름값은 여실히 알려졌다.
인기라는 척도로 따지면 레전설보다 위면 위지 아래는 결코 아니다.
북미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슈퍼 스타.
현장 반응이 열광의 도가니인 것은 필연이었다.
-트리플리프트가 레전설을 떡바르고 있어!
-솔직히 말해 통쾌해. 그는 밉상이었거든!
-그도 이제 질 때가 됐지
-AhAh, 이게 바로 북미의 저력이다 레전설!
커뮤니티, 채팅창 등의 반응은 그 이상이다.
그도 그럴게 레전설.
순수한 북미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인기가 높은 것은 맞지만 기반이 단단하다고는 볼 수 없다.
아직은 시험 받는 입장인 것이다.
휘청이자 너도나도 놀리는 채팅과 반응이 도배된다.
〈Jesus Christ! 트리플리프트가 4킬을 먹었어요!〉
〈원딜 야흐오라니, 큰 실수를 한 거에요 레전설. 상대는 트리플리프트라고요?〉
한 마디로 북미의 매일라이프 같은 존재다.
살아 현존하는 전설.
언제 다시 폼을 끌어올려도 이상하지 않은 선수다.
그 날이 오기만을 팬들은 마음속 깊이 바라고 있다.
과거의 위상이 되돌아오는 것인가!
중계진들도 들떠서 소리 칠 만도 하다.
현재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초신성(超新星).
바로 그 레전설을 상대로 라인전을 찍어 누른다.
조별 리그 마지막 주 CLC 대 토이치TV의 경기.
사실 중요도가 엄청 높다고는 보기 힘들다.
CLC가 설사 2승을 거둬도 토이치TV가 승점을 앞선다.
하지만 경기의 관점은 한 가지가 아니다.
경기력 말고도 즐길 요소가 많은 것이 스포츠다.
네임드급 선수들간의 경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목을 모은다.
─오늘 경기는 절대 의미가 작지 않아
The reason is!
트리플리프트,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
└나도 전적으로 동의해!
└솔직히 마음 졸이고 있었어. 북미의 전설인 그가 레전설에게 박살이 났다면 충격이 컸을 거야
글쓴이-다들 비슷한 마음이지. 오늘 경기를 계기로 레전설도 발전하기를 바래
└나는 얄미웠던 레전설이 털리는 것만으로도 족해 LOL
경기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커뮤니티는 벌써 설레발이다.
당연한 듯 완독을 하던 레전설이 털리는 모습이라니.
흥분감이 달아오르는 것도 그럴 만하다.
이미 경기가 많이 넘어오기도 했다.
게임 스코어 12 대 3.
솔로랭크였으면 그냥 오픈이다.
서렌 타이밍인 20분까지 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하물며 트리플리프트.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CLC의 성적이 안 좋을 때도 그는 언제나 제값을 해왔다.
기대했던 레전설과의 경기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그가 성장할 대로 성장한 이상 변수는 없다.
적어도 팬들은 그렇게 믿고 있지만.
─CLC Director님이 ToichiTV 레전설님을 처치했습니다!
-Ugh! 레전설이 또 죽었어
-이쯤 되면 트롤 아니야?
-멘탈이 터진 걸지도 몰라. 지금까지 항상 캐리만 했잖아
-OMG…… 나는 조금 심각해. 프로의 태도라고는 도저히 안 보여
경기를 이끌고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거의 미드를 달리는 트롤러 마냥 죽고 있다.
죽는 위치가 미드가 아닌 봇이나 탑일 뿐이다.
〈Um……, 벌써 8데스 인데요 레전설 선수. 팀 데스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요.〉
〈야흐오 원딜이 역시 무리였던 걸 수도 있습니다. 기발한 발상은 언제나 리스크를 동반하는 법이니까요.〉
해설진들이 살짝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바로잡는다.
리턴의 기대치가 큰 만큼 어쩔 수 없는 리스크다.
인간, 언제나 성공만 할 수는 없는 법 아닌가?
무엇보다 트리플리프트가 워낙 잘한다.
대부분의 팬들은 흐름을 타고 있다.
과거 팀 혼자 중단과 함께 북미의 상징과도 같은 팀이었다.
CLC! CLC!
한 마음 한 뜻으로 외친다.
그것만으로도 현장의 열기는 뜨거워진다.
분위기라는 것은 참 기묘한 부분이 있다.
CLC chicory님이 ToichiTV 레전설님을 처치했습니다!
안전 불감증이라는 이야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평소라면 연기가 조금만 나도 대피한다.
중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 애들도 받는 교육이다.
하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스스로의 판단보다는 대세의 의견을 긍정하는 게 사회적 동물인 사람이다.
때문에 알아채지 못했다.
트리플리프트는 물론 정글과 서폿까지 킬을 먹고 있는 맛집.
그런데 그 맛집의 위치가 절묘하다.
항상 라인의 반을 넘어가서.
휘익!
휘익!
야흐오가 미니언을 타며 칼을 휘두른다.
챔피언 자체가 라인 푸쉬가 워낙 빠르다.
기동성도 특정 상황에 한해서는 뛰어나다.
바로 역주행을 하고 있을 때!
위험천만한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딱히 슈퍼 플레이를 해내기 위함이 아니다.
〈Oops! 그가 또 디렉터에게 죽고 말았어요. 정글러도 이제 학살입니다.〉
〈이러다 10데스를 채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레전설 그도 야흐오를 잡은 이상 과학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나 보군요.〉
-The Science?
-야흐오는 과학적인 챔피언이야. 항상 같은 결과로 귀결되지
-죽음은 발암과 같아. 늘 야흐오의 곁에 있으니까!
어차피 일반적으로 성장하기는 글렀다.
합류를 해도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야흐오가 도달한 답은 죽음이었다.
1데스에 2웨이브 CS 먹기!
미니언을 타고, 칼을 썰고, 다대기를 지른다
다 먹고 나면 죽고, 부활하면 다시 먹고를 반복하는 나날.
〈Oh…… 15Gold에요 15Gold! 미니언보다 돈을 적게 주고 있어요.〉
〈9데스 야흐오라니 끔찍하네요. 솔로랭크가 아니라서 다행일 정도로.〉
중계진들의 농담 따먹기.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유리한 상황임에도 경기가 큰 사건 없이 흘러가고 있다.
10데스가 되었을 때 이변을 깨닫는다.
미니언을 다 먹어도 쓰러지지 않아!
대신, 한 웨이브 더 먹을 시간이 늘었다.
〈야흐오가 10데스 치고는 성장을 은근히 잘했는데요……?〉
〈CS는 먹고 죽었기 때문 같습니다. 돈템인 욕망의 검도 무시할 수 없겠고요.〉
점점 분위기가 묘해지기 시작한다.
야흐오의 데미지를 무시할 수 없다.
잡는 과정에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그 한 가지만이 아니다.
절묘했던 위치, 그리고 타이밍.
죽는 타이밍마다 운영의 흐름이 끊긴다.
유리한 CLC는 당연히 스노우볼을 굴려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맥마다 야흐오가 까분다.
죽이기 쉽기도 해서 계속 죽였다.
게임 스코어 17대 4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벌어지긴 했다.
하지만 그 절반 이상이 야흐오의 죽음이다.
나머지 팀원들은 별로 죽지 않았다는 소리다.
10분경의 1~2데스이라면 크다.
하지만 25분 경이면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야흐오가 죽으면서도 시간을 벌었었죠?〉
〈어차피 죽는 거라서 헛된 반항이긴 했는데…….〉
해설진들도 언급하기 애매했던 부분이다.
저거 멘탈 놓고 그냥 죽는 거 아니야?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생길지 모른다.
야흐오가 또 죽었네요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애초에 그러한 분위기였다.
그보다는 트리플리프트의 활약에 주목하자.
모든 것이 시간 끌기, 성장을 위한 밑바탕이었다는 사실.
유심히 분석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스플릿을 끝냈을 때 야흐오의 칼질은…….
다대기!
시체를 두고 갔다.
그만 방심해버린 한 사람이 죽고 만다.
자신감이 차올랐던 트리플리프트의 토이치.
풀스펠이 전부 있다.
아이템도 자신이 훨씬 잘 나왔다.
무엇보다 토이치는 암살에 특화된 챔피언이다.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10데스 야흐오 정도야 잡고도 남지.
그 판단이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그저 해버렸을 뿐이다.
─ToichiTV 레전설님이 CLC Triplelift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500G)
아무리 성장을 못했다고 한들 2코어가 나와버린 야흐오다.
스태틱의 단도와 무극의 대검.
심지어 얼마 전 패치로 공격력이 상승했다.
하지만 설마 트리플리프트가 그 정도도 감안을 안 했을까?
들떴던 현장이 한순간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실수를 해서.
그런 하잘 것 없는 이유가 아니다.
〈아니…… 뭐죠? 대체 어떻게 죽은 거죠?〉
지금껏 한 번도 선보인 적이 없다.
놀라서 얼어붙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처음 본 사람이라면 백에 아흔아홉은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경기 내내 굴욕처럼 내준 10데스.
뿌린 만큼 거둘 시간이다.
제압킬을 쓸어담는다.
========== 작품 후기 ==========
어제 잇는 과정이 자연스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근데 손 보면 또 대대적이 돼서……
일단 초반부 수정에 집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