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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43화 (24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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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솔러의 나라 -->

일반적으로는 안 좋은 선택이다.

근데 탑미달리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은 픽이다.

'초중반에 스노우볼을 극한으로 굴려야 돼,'

삼종신기 이후로 갈 아이템이 애매하다.

뭘 올려도 물에 물 탄 듯하다.

그럴 바에야 과감하게 투자하는 게 낫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일단 한 명.'

2스택을 쌓는다.

미드 옆 강가에서 와드를 지우던 애꾸사자.

창이 적중해버린 시점에서 목숨은 없다.

점멸이 없는 것은 눈앞에서 봤다.

물론 탱커라서 시간이 소요되기는 했다.

적 진영에서 무언가 쏟아져 내려오고 있다.

「해일이당-!」

어느새 또 탑라인에 올라온 인어가 궁극기를 뿌린다.

백업온 미드라이너 랄라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서포터 둘이 뭉쳐봐야.

'어쩔 건데, 어쩔 건데, 어쩔 건데!'

창을 맞히고 물어뜯자 상황 파악이 되는 모양이다.

본인에게 생존궁을 쓰며 도주하는 랄라.

미달리는 분명 유통기한 챔피언이 맞다.

'근데 유통기한 챔피언은 유통기한 오기 전까지 오지게 세.'

그래서 유통기한 챔피언이다.

원래 신선한 음식일수록 유통기한이 짧다.

심지어 레벨 차이가 극심한 마당이다.

탑미달리는 기본적으로 레벨딜이다.

스킬딜이 레벨에 비례해 올라간다.

때문에 성장이 빠를수록 유통기한이 더디게 온다.

데미지란 늘 상대적인 법이다.

빛의 속도로 맞아본 적 있나?

아이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당연히 같지는 않을 것이다.

타악!

이해가 안된다는 면에서는 비슷하다.

탑에서 파밍을 하고 있는 네네톤.

면상에 한 방 꽂고 물어뜯는다.

'일단 반피.'

순수 AP미달리와는 다르다.

하이브리드 미달리는 지속딜이다.

물어뜯고 평타를 툭! 툭! 툭!

엇박자로 쏘아진 진짜 창.

다시 맞은 시점에서 죽었다.

죽었다 깨어나도 도망 못 간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한 번 뛰고 1초 후 쿨타임이 돌아온다.

포탑 안쪽까지 따라가 잡고 나온다.

슬슬 애꾸사자가 부활했겠지만.

'못 까불지.'

들어오는 순간 힐 하면서 역낚시다.

상대도 입감을 하게 되는 시점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어려워진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상대가 탑 2차를 내줬다.

솔킬을 땄기에 가져올 수 있는 포탑이다.

하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그냥 내줬다고도 해석이 가능하다.

아무리 흥해도 3차 포탑, 억제 포탑까지는 건들기 힘들다.

길어진 동선 만큼 잘릴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파고들 수 있는 틈이 점점 줄어든다.

'아군 상황도 썩 좋지 않고 운영으로 가면 애매해져.'

상대가 상위권의 한국팀이었으면 그랬을 것이다.

비슷한 실력대라 하더라도 중국팀.

하물며 상위권팀이라 쳐주기에는 손색이 있다.

눈치를 볼 만한 무대가 아니다.

* * *

LMC의 부스 안.

당연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하지만 기세가 꺾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상대는 대응이 늦어! 우리가 먼저 걸어서 자르면 돼!"

경기의 스코어는 팽팽하다.

절대 불리하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중국팀이 운영이 특기가 아니라고 한들.

문제가 간단하다면 맞히지 못할 것도 없다.

상대팀에 위협이 되는 대상은 단 하나다.

미달리의 움직임만 주시하면 된다.

정답을 찾는 방식이 한국과는 다르다.

한국팀들은 대개 스플릿 하는 선수를 끊으려고 한다.

그 편이 리스크가 적고, 운영적으로도 용이하다.

반대로 중국팀들은 본대를 치는 성향이 짙다.

스플릿 하는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이들.

사냥감을 잡는 방법이 꼭 쫓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어흥!

기동력의 신발을 신은 애꾸사자.,

랄라의 버프로 발걸음이 더욱 빨라진다.

은신 상태에서 상대의 진영에 들이닥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아군이 당했습니다!

자칫 무리라고도 보일 수 있는 이니시다.

상대의 포탑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교전의 결과는 순수한 압승일 수 없다.

하지만 이득이다.

명백히 무리라도 결과만 좋으면 됐다.

비슷한 경우를 그들은 숱하게 반복해왔다.

중국의 프로게이머들은 솔로랭크에서 다져졌다.

순간순간의 찰나에서 판단력이 빛난다.

그렇게 교전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두루룩~

통! 통! 포옹!

직트의 수성을 넘어 억제 포탑을 밀기는 힘들다.

심지어 실랑이를 하는 사이에 터지고 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네네톤이 죽고, 봇라인 2차가 허물어진다.

상대는 뺄 생각도 없이 억제 포탑을 두들긴다.

뇌정지가 온 LMC는 치명적인 판단 미스를 저지른다.

"바론을 치자! 바론을 치면 막으러 올 거야!"

막으러 오지 않으면 먹으면 된다.

절대 틀린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솔로랭크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온 LMC의 선수들조차 경험해본 적이 없는 우악스러운 스플릿이다.

─아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아군의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바론을 먹으면 억제탑 하나 정도는 내줄 수 있다.

그것이 LMC 깔아놓은 심산.

미달리는 만족하지 않고 쭉쭉 안으로 파고든다.

─아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아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LMC가 바론을 먹고 귀환했을 때.

본진은 이미 반쯤 휑한 상태였다.

쌍둥이 포탑을 전부 깨고 미드 1차까지 부숴버렸다.

채 3분도 되지 않는 사이 다섯 개의 포탑이 사라졌다.

"봇라인을 밀고 올라가! 한타를 해야 돼!"

"그런데…… 미달리가 벽 넘어서 넥서스 치면 어떡해?"

지금껏 경험해본 적이 없는 상황이다.

상대가 이토록 막무가내 일지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네네톤이 꿔다놓은 보릿자루 수준으로 존재감이 하나 없다는 것도.

─아군이 당했습니다!

감히 범접할 수조차 없다.

* * *

솔로캐리.

로드 오브 로드 유저라면 누구나 꿈꾼다.

하지만 티어가 올라감에 따라 점차 포기한다.

아니, 롤이 혼자 하는 게임도 아니고…….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중얼거린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틀림없이 게임을 혼자 하고 있다.

타악!

창이 맞는다.

그리고 관중석에서는 외친다.

조금 빠르게 서두른 사람이 있을 만도 하다.

Twelve!

영어로 12라는 뜻이다.

혼자 12킬이라도 했다는 건가?

엄밀히 따지면 13킬 2어시다.

물론 킬에 거품이 끼어있다.

네네톤은 킬 하나 먹지 못한 채 8데스.

이쯤 되면 대포 미니언보다 돈을 안 준다.

미니언 먹고 죽으면 이득이라 봐도 될 정도다.

그러한 생명 경시 사상의 풍조에 뼈아픈 일침을 먹인다.

〈네네톤이 돈은 안 주지만…… 이렇게 자꾸 죽으면 위험해요.〉

〈테자이와 비술의 스택이 점점 쌓여가고 있습니다!〉

「테자이의 영혼약탈자+12」

주문력: +20

매 포인트마다 주문력 8이 추가로 상승합니다.

「비술의 책+12」

공격력: +10

매 포인트마다 공격력 5가 추가로 상승합니다.

킬을 올릴시 2스택, 어시스트에는 1스택.

관중들의 외침대로 Twelve, 12스택이다.

제아무리 탑미달리가 유통기한 챔피언이라고 한들.

일반적인 아이템을 장착하고, 일반적인 성장을 했을 때의 이야기다.

타악!

AP미달리가 아님에도, 핵창이 너프를 먹었음에도 아프다.

덫을 밟고 미간에 창까지 쑤셔진 애꾸사자.

자신의 정글 안쪽도 마음껏 다니지 못한다.

그렇게 체력을 깎았다는 의미는 크다.

여차하는 순간 각개 격파를 당할 수 있다.

빠릿하게 느껴지는 위기의식이 판단을 더디게 만든다.

「해일이당-!」

덫을 밟아버리고 만 인어를 향해 다가온다.

스치기만 해도 죽겠다는 생각에 궁극기.

파도를 끼얹은 건 분명 최선이었지만.

─더블 킬!

도미노의 시작이 될 거라고 누가 알았겠는가.

점멸로 물어뜯자 인어는 당연히 즉사한다.

이를 구하기 위해 하필 애꾸사자도 움직였다.

덮친 시점에서 돌이킬 수 없다.

2초 후 같이 저세상으로 떠난다.

어떻게든 잡아보려고 부시안까지 호응해버렸다.

Eighteen!

18세 미만 관람 불가의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관중석에서 들려온 밝은 외침대로의 상황이다.

나름대로 잘 성장한 부시안은 분전했다.

서로 스킬이 빠졌다면 이기지 못할 것도 없다.

평타딜을 넣으려고 하는 포지션이 원딜이다.

하지만 평타딜이 결코 부족하지가 않다.

〈Oh My God…… 비술의 책으로 오른 공격력이 100이에요. 믿겨지십니까?〉

〈주문력은 어떻고요? 그에게는 더 이상 유통기한이 존재하지 않아요!〉

게임 초기 나올 수밖에 없었던 우려다.

탑미달리는 결국 라인전 이기려고 하는 챔피언이다.

시간이 어영부영 흘러가면 재미만 보다 결국 지게 된다.

어처구니가 없게도 그 단점을 플레이, 그리고 아이템 선택으로 상쇄시켰다.

게임 내 가장 리스크 있는 아이템을 두 개나 가버렸다.

심지어 모든 책장을 넘기기 직전이다.

Twenty! Twenty! Twenty!

이기적 편파 응원을 일삼던 중국인 단체 팬들이 절반 이상을 가득 메웠던 경기장이다.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이 있다면 기세.

반쯤 폭도가 돼버린 일반 팬들이 목청 높여 소리친다.

모든 책장이 넘어가며 게임의 종지부를 찍기를 바란다.

레전설이라면 그 기대에 응답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탁!

탁!

미드 2차를 끼고 홀로 수성하는 랄라.

자신의 정글인냥 뒤로 돌아온 미달리가 억척스럽다.

포탑에 맞으면서 평타를 툭! 툭! 툭!

자연스럽게 섞여나가는 투창과 나무덫이 진짜다.

맞는 순간 패시브가 터지며 물어뜯긴다.

그 사실을 절실히 알고 있기에 무빙이 필사적이다.

그 필사적인 무빙이 무색하게도 체력바가 움푹 파인다.

높은 공격력과 빠른 공격 속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뼈아프다.

물몸 챔피언인 랄라가 견뎌낼 수 있는 딜이 아니다.

「변해라~♪」

「커져라~♬」

온갖 반항을 해봤다.

하지만 미달리를 잡을 딜이 나오지 않는다.

레벨 차이가 무려 4.

믿음직스러워 할 포탑도 병풍처럼 느껴진다.

AP미달리가 아니다 AD미달리다.

주문력이 한 300되는 거 같은데 일단은 그렇다.

단단한데, 힐량이 높고, 피흡까지 놀라운 수준이다.

〈〈Twenty!〉〉

-Twenty!

-Twenty!

-2020202020

-OMG!

.

.

.

창을 맞히지 않아도 된다.

평타로 두들기다 그냥 물어뜯는다.

총검에 의한 흡혈이 포탑의 공격을 상쇄한다.

미달리가 블루 지역의 벽을 성큼성큼 넘으며 도주한다.

〈Unbelievable…… 정말로 채워버렸어요. 이래도 유통기한이 있나요 재트?〉

〈그런 말 묻지 마요. 저도 굉장히 혼란스러우니까.〉

미달리는 분명 유통기한이 있는 챔피언이다.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챔피언들이 그러하다.

초중반에 힘을 끌어쓰는 대신 아이템 시너지면에서 애매해진다.

치명타도 아니고, 방어구 관통력 세팅도 아니고, 주문력 극대화도 아니고.

이도 저도 아닌 만큼 당연해야 할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하이브리드의 진정한 최종템이 뜨고 말았다.

「테자이의 영혼약탈자+20」

주문력: +180

재사용 대기 시간이 15% 감소합니다.

「비술의 책+20」

공격력: +110

이동 속도가 +15% 상승합니다.

단순히 공격력과 주문력이 조금 더 오른 게 아니다.

롤에서 가장 갖추기 까다로운 두 능력치를 얻게 됐다.

안 그래도 막을 수 없었던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미달리.

〈무슨 아이템을 갖출까 했는데 시미터네요. CC기에 대한 면역도 생기면서 미달리를 잡는 게 한층 더 힘들어졌습니다.〉

막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미달리가 싸돌아다니는 과정에서 토이치TV의 다른 선수들이 풀린 것도 크다.

파밍할 여유가 생기게 된 덕분이다.

포탑이 엄청 깨져서 글로벌 골드도 제법 쏠쏠하다.

더 이상 미달리가 유통기한 챔피언이 아니게 됨에 따라 한타도 LMC의 우세를 점치기 힘들어졌다.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블루팀의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하나둘, 안 그래도 없는 포탑이 철거되어 간다.

이윽고 승리에 한없이 가까운 상황이 오고 만다.

LMC는 제대로 된 반항도 못하고 억제탑 세 개를 전부 내준다.

몰려온 적들과 거대 미니언의 진격을 막을 수 없다.

단 한 명에게 휘둘리다 게임을 패배했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

보편적 상식에 의하면 캐리력이 없어야 할 탑.

과연 탑솔러의 나라는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체감시킨다.

홀로 무쌍을 찍으며 LMC를 무릎 꿇린다.

그 어떤 경기보다 전율을 낳은, LCS의 모든 팀들을 긴장시킨 처절한 경기가 이루어졌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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