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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솔러의 나라 -->
탑은 캐리가 안되는 라인이다.
과거 팀원 중 누군가에게 귀에 닳도록 들었던 말이다.
'일리가 없지는 않아.'
로드 오브 로드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미드다.
내가 괜히 미드를 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씩 더해진다.
솔로랭크에서는 정글.
대회 무대에서는 원딜.
게임의 승패가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솔로랭크와 대회는 같은 게임이면서도 룰이 전혀 달라서 캐리하는 라인 또한 상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는 공통적이다.
탑은 캐리력이 없다!
'대신 재미는 있지.'
얼마나 재밌으면 탑솔러들이 정신병에 걸리겠는가?
일반 게임 들어가면 얘들이 미친 듯이 ㅌㅌㅌㅌㅌㅌ치는 이유가 있다.
게임을 져도 탓할 게 많아서 정신승리도 씹가능하다.
그렇게 장점이 많은 대신 게임에 영향력이 없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이명이 생기게 된 이유다.
잼구의 말대로 탑은 캐리가 안되는 라인이다.
'그래, 웬만큼 잘해서는.'
반대로 웬만하지 않게 잘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혀 다른 이면이 공존하는 독특한 포지션이다.
탑은 가장 캐리가 안되는 라인임과 동시에 홀로 게임을 지배하는 게 가능한 유일한 라인이다.
탁!
짧은 창이 악어의 미간에 박힌다.
탑미달리 특유의 평타 짤짤이.
이전부터 있어왔기에 친숙하다.
'옛날에는 흔한 픽이었어.'
퓨마폼이 워낙 사기였다.
구체적으로는 추가 마법 저항력, 방어력, 회피까지 달려 있어서 지금 시점으로 보면 양심이 없었다.
너프 당한 이후로는 당연히 비주류픽.
하지만 리메이크를 통해 제법 쓸 만해졌다.
탁!
탁!
부쉬 사이를 오가며 던진다.
평타가 악어의 가죽을 촉촉하게 만든다.
한 방, 한 방은 단순한 짤짤이에 지나지 않지만.
타악!
평타와 엇박자로 나가는 투창.
자잘한 견제는 눈속임도 겸한다.
맞으며 CS를 챙기느라 무뎌진 상대의 눈은 한순간 식별하지 못했다.
까득!
그 대가를 무겁게 치른다.
퓨마로 변신하여 물어뜯는다.
리메이크 탑미달리는 딜탱적인 면이 저하된 대신 만회하고도 남을 유틸성이 추가됐다.
유틸성.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세 글자다.
피지컬 여하에 따라 가능성이 무궁무진 하다는 소리니까.
타악!
선 2레벨을 찍음과 동시에 박힌다.
사실 안 박혀도 딱히 지장은 없었다.
스펠을 아끼고, 안 아끼고 정도의 차이.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창을 박아 표식이 뜨면 이동 속도와 도약 거리가 증가한다.
스턴도 없는 1레벨 네네톤.
점멸로 도망치지만 창을 맞은 시점에서 늦었다.
가볍게 다이브 치고 빠져 나온다.
'중국은 탑솔러의 수준이 어설퍼.'
각 나라마다 단점을 가지고 있다.
북미는 너무 느긋하다는 점.
중국은 바로 탑이 약하단 점이다.
탑이라는 라인은 자동차로 따지면 윤활유다.
딱히 부족하다고 굴러가는데 지장은 없다.
무려 그 정도의 존재감과 가치다.
하지만 난전이 되면 될수록, 코너를 빈번하게 틀어야 할수록 윤활유의 가치는 높아진다.
대회 무대에서는 이를 운영이라고 부른다.
운영의 중추가 바로 탑에 있다.
탁!
탁!
복귀하자 기분 좋게 당겨져 있는 라인.
소위 말하는 디나이에 적합한 환경이다.
심지어 중국은 단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정글의 움직임도 어설퍼.'
피지컬적인 측면을 놓고 보면 결코 모자라지 않다.
하지만 정글은 피지컬이 다가 아닌 라인이다.
극단적인 예로 클끼리가 있지 않은가.
설사 강타를 오지게 못 써서 귤플랭크 궁극기에 스틸 당할 정도라도 안 써도 될 상황을 만들면 수 있으면 그만이다.
중국은 그럴 수 있는 뇌지컬의 정글러가 드물다.
탑라인의 땅굴이 없다는 정보가 확인됐다.
약 20초 전, 봇에서 위치가 보였다.
직선으로 달려와도 턱없이 부족하다.
즉, 네네톤을 원없이 압박할 수 있다.
탁!
탁!
평타를 두들기며 창을 날린다.
불과 1~2분 전에 솔킬을 탄 테크닉이다.
한 번 당했으니 이 정도야 의식하게 된다.
'그럼 어쩔 건데, 어쩔 건데 어쩔 건데!'
무빙을 트는 만큼 더 맞기 마련이다.
아까와는 사정도 다르다.
구입해온 장검 두 자루.
평타 한 방, 한 방이 찰지게 박힌다.
슬슬 상대도 아차할 시점이다.
그냥 평타만으로 죽는 거 아니야?
'그건 아니야.'
친절하게 점멸로 물어뜯으며 점화를 박는다.
네네톤의 체력이 절반 가량 남은 시점이다.
스턴을 걸며 내뺴려 하지만.
─적을 처치했습니다!
도약으로 따라가 평타를 두 대 더 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상대 입장에서는 얼척이 없을 만하다.
근데 원래 탑미달리가 이러하다.
'불합리함을 느껴지는 라인전이 이토록 신선할 수가 없겠지.'
상대를 하려면 첫 단추부터 굉장히 세심하게 잘 꿰매야 한다.
내 앞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답이 없을 정도로 지옥 같은 라인전은 고작 라인전에서 끝나지 않는다.
* * *
의아함을 자아냈던 포지션 선택이다.
아니, 어째서 굳이 탑라인을?
미드에서 또다시 임팩트 있는 플레이를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ToichiTV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일단 보여주고는 있다.
탑이 아예 숨도 못 쉴 정도로 박살이 났다.
자력으로는 회생이 불가능하리 만큼 초죽음 상태다.
〈만약 미드에서 이 정도로 라인전이 터졌으면 그 판은 게임이 끝난 거에요. 그렇지 않나요 재트?〉
〈심지어 그 선수의 아이디가 레전설이라면야…… 그 후의 상황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저만이 아닐 테니까요.〉
-그가 테자이를 산 순간 승패는 정해진 거지
-상대의 수명을 읽는 사신!
-하지만 탑미달리는 AP를 가지 않잖아……?
그래서 문제다.
캐리력도 미드에 비하면 절반 이하.
아니, 시간이 갈수록 점점 존재감이 저하된다.
실력 이전에 포지션이 가진 한계다.
스플릿도 아군이 버텨야 할 수 있는 법이다.
하물며 미드라이너는 주포지션이 탑라인이다.
통! 통! 포옹!
그런 것 치고는 제법 잘 버티긴 한다.
토이치TV의 탑솔러 타블 D 지게몬페.
의외로 미드 라인에서 CS를 잘 받아먹고 있다.
〈타블 D 지게몬페…… 오히려 미드에서 새로운 재능을 찾은 걸지도 몰라요?〉
〈보통 이맘때쯤 1~2데스를 기록하고 있거든요.〉
〈That's right! 그가 라인을 밀 때는 늘 불안해지죠.〉
하지만 오히려 미드는 라인을 쭉쭉 밀어야 되는 포지션이다.
그것만으로도 전체적인 게임이 풀린다.
물론 안심하긴 아직 이르단다.
퍽! 퍽!
어떤 박사님이 떠오르는 광경이다.
레드팀의 레드 정글 안.
도몬타의 리심이 갑작스레 쥐어터진다.
애꾸사자의 날카로운 발톱이 연이어 찍혔다.
이~쿠우!
깜짝 놀란 리심은 궁극기로 차버리고 도주한다.
바로 점멸과 함께 방호.
아군 미드라이너 직트를 향해 쏜살같이 내뺐다.
경기를 보는 중계진, 그리고 시청자.
점멸을 쓰긴 했지만 살긴 살았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순간도 잠깐이었다.
「커져라~♬」
어느새 달려온 랄라의 점멸 궁극기.
커지며 리심과 직트를 붕-! 띄워버린다.
그 위로 애꾸사자가 무섭게 덮쳐온다.
─더블 킬!
리심은 그 자리에서 순삭 당했다.
직트는 조금 더 버텼지만 글자 그대로다.
포탑 안쪽으로 악착같이 따라간 애꾸사자에 의해 마무리 당한다.
자그마한 방심이 치명적인 실수로 연결되고 말았다.
〈이걸 뛰어드나요!? 잡았어요 Double Kill!〉
〈여전히 무서운 전투력이네요 LMC…….〉
LMC라는 팀이 가진 차별화되는 특색이다.
방금과 같은 상황.
점멸이 빠진 시점에서 이만하면 됐다.
카정이나 좀 더 치고 만족하면 되잖아.
그렇게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LMC는 망설이지 않는다.
싸우고자 마음을 먹으면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아니, 저걸 들어가?
-LMC는 한 번 각이 보이면 멈추지 않아!
-부끄럽지만 저런 공격성은 북미팀들도 배워야 해
-교전 능력 하나는 인정하는 팀이야
LMC를 밉보는 북미팬들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매서운 교전 능력이었다.
미드&정글 싸움의 승리는 다른 라인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봇은 파밍하는 것조차 눈치가 보인다.
어흥!
일직선으로 달려온 애꾸사자가 무섭게 찌른다.
직선갱을 성공시키기 위해 기동력의 신발까지 사왔다.
노림수가 날카롭게 먹히며 강화된 목줄이 쓰렉귀를 꽁꽁 감는다.
〈Oh…… 아찔했던 다이브 시도를 결국 성공시켰어요!〉
〈LMC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이에요. 앞으로 궁극기 쿨마다 한 명씩 죽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섬광 메타와 어우러지며 뜨고 있는 1티어 정글러다.
애꾸사자가 가지는 픽의 의미는 간단하다.
자신들이 원할 때 싸움을 열겠다.
은신 이니시와 2초에 가까운 속박.
스택이 모여 섬광이 완성되면 딜도 강력하다.
LMC는 자신들이 특색인 교전 능력을 살리고 있지만.
─ToichiTV 레전설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이는 탑라인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그냥 뭐 버틴다라는 개념조차 통용되지 않는다.
네네톤이 하는 건 샌드백처럼 맞거나, 텔을 타거나 둘 중 하나다.
미달리가 탑라인을 아예 멸종시켰다.
죽어있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질 정도로 악어가 희귀종이 됐다.
하지만 예로부터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LMC의 입장에서는 미달리를 잡으면 제압입니다. 제압 골드가 얼마나 들어오죠?〉
〈5킬부터는 500골드에요. 한 번 죽으면 유통기한까지 겹치면서 존재감이 애매해질 수 있습니다.〉
탑미달리는 옛날부터 라인전 하나는 드럽게 셌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머리털이 뽑히는 느낌이다.
그렇게 재미만 보고 게임은 지는 그런 카드.
한 마디로 극단적인 유통기한 챔피언이다.
특히 대회 무대에서는 더욱 강조되는 측면이다.
미드도 아니고 탑이라서 캐리력에 의문이 드는 것도 그럴 만하다.
철컹!
그 의문을 한순간에 불식시킨다.
미달리가 도처에 깔아둔 나무덫.
나무로 만든 덫답게 속박 같은 효과는 없다.
하지만 리메이크 전보다 강화됐다.
한 가지 더 부수적인 효과가 붙는다.
기회가 온 찰나를 놓치지 않고 점멸 도약.
─ToichiTV 레전설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정글러와 서포터까지 올라와 3인으로 덮치려고 했다.
LMC의 주도대로 흘러가던 흐름이 끊겼다.
애꾸사자가 즉사해버렸기 때문이다.
와아아아아-!
현장의 반응이 정확하게 둘로 나뉜다.
뭐 씹은 표정으로 혀를 차는 이들.
열광하며 목청을 높이는 이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원래 불도 데여봐야 뜨거운 줄 안다.
멋모르고 물길을 뿌리며 미달리를 견제하던 인어.
─ToichiTV 레전설님이 전장의 화신입니다!
창을 맞고 그대로 골로 간다.
아니, 이게 한 방에 죽어?
AP누커도 아닌데?
하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네네톤의 마무리를 기대했다.
다이브를 한 건 상대의 무리다.
그 기대조차 기묘하게 농락 당한다.
대쉬기가 빠지면 흔한 뚜벅이.
무엇보다 아이템 차이가 극심하다.
─더블 킬!
전설의 출현!
미달리가 간발의 차이로 죽지 않았다.
네네톤은 무리하게 쫓다가 계속 맞았다.
데미지가 누적되다 어느샌가 역구도.
창을 맞고 물어뜯기며 그대로 골로 간다.
LMC의 입장에서는 대형 사고다.
가까스로 최소화하는데 이른다.
〈애꾸사자가 궁극기를 켜고 달려와서 잡았어요! 그런데…… 이건 잡아도 잡은 것 같지가 않죠?〉
〈강화 속박을 미달리가 엇박자 점프로 피했거든요. 점멸을 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8킬 먹은 미달리를 제압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미 떠버렸다.
레전설.
그 세 글자가 어떤 의미인지 북미팬들에게도 이미 와 닿고 있다.
한글의 의미, 그리고 박스박스의 뒷사정 또한 관심을 모은다.
심지어 아직 사지 않은 마당이다
한 번쯤 죽어도 상관이 없다.
─ToichiTV 레전설님이 테자이의 영혼약탈자 아이템을 구입했습니다!
탑미달리는 분명 순수한 AP챔피언은 아니다.
그렇다고 주문력이 높아서 안 좋은 챔피언도 아니다.
약속된 승리의 보증 카드에 현장, 온라인 가리지 않고 들뜨던 그때.
한 가지 더 메세지가 올라온다.
살 수 있는 골드를 갖췄음이다.
그래도 설마.
-설마 두 개나?
-아니, 가도 돼. 미달리는 하이브리드 챔피언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말 가도 되는 게 맞아?
─ToichiTV 레전설님이 비술의 책 아이템을 구입했습니다!
가지 말라는 규정은 없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수정을 하긴 해야 하는데…… 완결 후에 할까? 아니면 빨리빨리 하는 게 날까
고민 결과 서두르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완결이 가까우면 모르는데 지금 한 중간 왔어요
차라리 날 잡고 수정하는 게 낫다는 생각입니다
수정 내용도 기존 독자님들께 게보린을 선사해드릴 수 있습니다
늘 보면서 걸리셨을 부분
손목 관련된 내용입니다
제 스타일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솔직히…… 세세하게 정하고 쓰진 않아요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 씁니다
이게 단점은 쓰다가 뼈대가 안 잡히면 연중할 수 있다는 거고(백수의 제왕처럼)
장점은 한 번 흐름을 타면 연중 없이 쭉쭉 연참을 할 수 있다는 건데
솔직히 처음 레전설의 재림 썼을 때는
주인공 너무 센 거 아니야?
이거 설정 감당 되려나?
물론 나름의 플롯은 있었지만 확신은 없었어요
유리야를 갈구고 싶다는 일념이 있었기에 쭉 써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주변 인물들이 좀 세다 보니 감당이 되네요
아무튼 당시 처음 쓸 때는 그랬어요
지금 와서 보면 괜히 넣은 설정이 됐죠
솔직히 말해서요
이 부분을 전면적으로 손대보겠습니다
현재 잡고 있는 목표는 이러합니다
처음에 주인공 손목이 완치됩니다
초반부 군대편은 삭제하고 차후에 외전 느낌으로 올리겠습니다(그에 따라 말년에 가는 게 아니라 상병 때 가는 느낌으로?)
바로 유리야 만나서 갈구고 본편 스토리 시작하도록 방향 잡겠습니다
이거까지는 스무스하게 진행이 되는데 그 후에 일부 표현을 고쳐 잡아야 돼요
그게 좀 걸립니다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 때도 큰 수술을 몇 번 했었는데
할 때는 하루종일 수정만 하기 때문에 오래 안 걸립니다
글 쓰는 건 앉아 있다고 꼭 쓸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수정은 글자 그대로 시간이 곧 작업량이라서 열심히만 하면 금방 끝납니다
최대한 빨리 끝내보겠습니다
수정이 완료될 때까지는 하루에 1편씩 올려집니다
곪고 골았던 부분을 손대는 데다 북미편은 진도가 빨라서 나름 괜찮을 거에요!
비축분은 꽤 있습니다
이건 제가 아끼는 게 아니라 비축분이 있어야 플롯 꼬이고 그럴 때 바로잡을 수 있어서 쟁여둡니다
비축분이 없으면 당장 이야기 짜내는데 급급하게 돼요……
이렇듯 대수술을 할 때도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고요
기간은 1주일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