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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전설의 재림 -->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 여름 시즌.
세계 각국에서 조금씩 시차를 두고 열리고 있다.
봄 시즌이 이르게 끝난 한국쪽은 벌써 떠들썩하다.
「파프리카 프릭스 충격의 대패! 여성 선수 퇴출 무색해져.」
「얼밤, 본선 자력 진출 힘들어져…… 형제팀 불밤도 안심하지 못해.」
「SKY T1 K 또 한 번의 부진. 후만두에게 리니지란?」
사건이 하나둘 터진 게 아니다.
다양성 면에서는 지난 스프링 시즌 이상이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팬들의 놀라움이 끊이지 않는다.
각 게임단의 감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퇴출이 아닌 자발적 의사 존중. 새로워진 파프리카 프릭스 기대해 달라.」
「필사(必死)의 각오로 본선 진출…… 구시대의 자존심 맛밤 게임단 각오.」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다, 박다균 감독 팬들께 보내는 안심 메세지.」
관련 기사들이 끊임없이 쏟아질 정도다.
격변하는 메타와 시대의 움직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적응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뿐.
E-스포츠판에는 철밥통이 없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상등이 울리는 팀은 다름이 아니다.
지난 스프링 시즌 그 어느 팀보다 화려한 데뷔를 해버린 게임단이다.
─파프리카 프릭스는 리빌딩 하더니 오히려 약해졌는데……?
퇴출이든 자발이든 여성 멤버 뺐잖아
코치진이랑 새 선수도 대대적으로 보강하고
그랬는데 경기력이 올라가기는 커녕 강등 위기임
└자발이 맞을 걸? 다 레전설 여자들 아님?
└레전설 여자ㄷㄷ 이마를 탁! 치고 갑니다
└ㄹㅇ로 레전설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던 팀이 맞아
└레전설 그는 도덕책……
아직 조별 리그가 그다지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략적인 정보가 슬슬 풀리고 있을 때다.
기대해 달라!
레전설 원맨팀이 아니다!
전혀 새로운 강팀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여러가지 부르짖었던 파프리카 프릭스가 위태위태하다.
저 경기력으로 조별 리그를 통과한다고?
승강전이나 통과하면 다행이겠는데?
여전한 잼잼 듀오의 활약상도 입방아에 오른다.
─잼구 정글 동선은 포켓몬 레드 같지 않냐?
수풀 돌아다니다 포켓몬 만나는 것처럼
야생의 정글러(이)가 나타났다!
잼구(은)는 도망간다(을)를 선택했다!
앗! 적 미드라이너의 백업!
잼구(은)는 도망간다(을)를 실패했다!!
└잼구(은)는 싸운다(을)를 선택했다! 잼구(은)는 점멸이 빠졌다! 는 왜 뺌?
└진짜 생각 없이 돌아다님ㅋㅋㅋ
└탑은 어떻고. 잼할(은)는 도망간다(을)를 선택하지 않는다!!
└프로 꿈나무들 희망 제조기자너~
실력적인 면에서 부족함이 나타나던 파프리카 프릭스.
이를 홀로 지탱해주던 선수가 레전설이다.
그 레전설과의 재계약이 실패했다 카더라?
레전설이 빠진 파프리카 프릭스라니.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니라 반죽 안된 밀가루 아니야?
하지만 초기에는 부정적인 목소리만 있지는 않았다.
─파프리카 프릭스 엔트리에 레전설 왜 없어?
레전설 원맨팀이잖아
근데 레전설이 없으면 어떡해?
잼잼 듀오도 있는데 팀 굴러가기나 하나
└바보야! 너네 레전설 미국 갔다고!
└부모님 드립의 황제 짱기철 센세……
└없는 대신 다른 쪽에서 보충이 됐대
└질보다 양이라는 느낌?
에이스의 부재가 꼭 악신호란 보장은 없다.
대신 다른 쪽 부분에 투자를 많이 했다.
이것이 새로운 파프리카 프릭스다 희망편!
로드 오브 로드가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지 않는가?
에이스가 사라진 대신 상향 평준화됐다.
이렇게 되면 다른 라인도 힘을 받는다.
잼구도 동선 짜기 편해진다.
잼할도 무리해서 죽더라도 다른 라인에서 이득 볼 수 있다.
새로 영입한 멤머들이 제값을 해준다면 상승세!
현실은 절망편이라는 세 글자가 크게 와 닿는다.
─레전설이 미친놈인 이유.Fact
이 새끼들+골리야 데리고 우승할 뻔함
└사실상 레전설이라는 초월자를 억제하는 최후의 보루……
└롤은 솔로 캐리가 가능한 게임이었던 건가?
└레전설은 혼자 대체 몇 인분을 했던 거냐;;
└그러게 왜 레전설을 안 잡아서ㅋㅋ
레전설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경기를 얼마 펼치지도 않았는데 깨닫고 만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공식 오피셜은 자리를 잡는 시간을 기다려 달라.
하지만 팬들의 시선을 싸늘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레전설은 과연 어디서 뭘 할까?
이에 대해서는 일찍이 정보가 들어왔다.
세계는 진작에 글로벌 사회.
지구촌이라는 이야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레전설 북미에서 이미 추앙 받고 있는데……?
얜 또 거기서 뭔 짓을 한 거냐?
아직 대회도 하지 않은 이 짧은 시간에;;
└'그 비제이'가 또……
└그 비제이가 그 비제이 했을 뿐!
└방송감 여전하나 보네ㅋㅋ
└주모 찾아도 되는 부분이냐?
작은 기업이 아니다.
한국 사람들도 은근히 안다.
아, 제발 우리나라에도 와주면 안돼?
2014년은 토이치TV가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하기 이전이다.
레전설이 그 토이치TV 소속으로 NA LCS에 참가할 예정이라는 소식.
공식적인 오피셜이 발표되자 근황을 알기 위해 찾아든다.
방송까지 하고 있다니 확인하기는 더 편하다.
그런데 간지 얼마나 됐다고 방송이 대흥행.
현지 적응을 완벽하게 완료했다고 한다.
레전설이라면 가히 그럴 만도 하다며 납득한다.
물론 언어가 안됐다면 애초에 불가능했을 일이다.
─레전설 영어를 벌써 저렇게 마스터했다고?
하비랑도 콩글리시로 대화 나누던 놈인데?
저 새끼 사실 게임 시스템으로 개꿀 빠는 거 아닐까??
└그런 거면 진짜 소름인데……
└사실 겁나 못하는 새끼인데 게임 시스템으로 인생 개꿀 빠는 거였던 거임!
└언냐 소름 돋았잖아ㄷㄷ
└판소 작작 봐라ㅋㅋㅋ
롤 커뮤니티에는 잔잔하게 소식이 퍼진다.
어디까지나 잔잔한 수준이다.
초유명 프로게이머가 해외에 간다고 한들.
생각보다 국내 팬들의 관심은 썩 뜨겁지 않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비단 연인 사이에서만 통하는 명언이 아니다.
유난한 팬들만 대략적인 정보를 찾아볼 뿐이다.
해외쯤 되면 작은 정보들은 잘 퍼지지 않는다.
대형 사고라도 터지지 않는 한 말이다.
* * *
미국에 온지도 벌써 약 한 달이 지났다.
미국 생활에 적응했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아직도 빌딩 밖만 나가면 어색해.'
한국 풍경이 펼쳐져 있을 것 같고 막 그래.
큼직큼직한 사람들이 성큼성큼 다니면 깜짝 놀라.
하지만 빌딩 안쪽은 완전히 내 세상이 된지 오래다.
"썽훈 그 검은 종이는 뭡니까?"
"종이를 먹는다고? 이번 만큼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어!"
보기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세계물!
의외로 고증을 잘한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최근에 들어 사무친다.
별것도 아닌 일에 지하철을 처음 본 원시인 마냥 놀란다.
"아아, 이건 김이라고 하는 거다. 이렇게 밥에 싸서 먹지."
덩달아 나도 이세계식 설명을 해준다.
마치 바보에게 가르쳐주는 듯한!
근데 정말로 간단한 설명밖에 할 게 없다.
"조, 종이를 먹었어!"
"먹을 수 있는 종이야?"
"어디 나도 한 번……."
종나 몬하이가 가장 적극적으로 한국의 신문물을 받아들인다.
한 입 먹더니 요리왕 비룡에 나오는 심사위원 같은 표정을 짓는다.
3일 굶은 노숙자 마냥 허겁지겁 밥과 김을 퍼먹기 시작한다.
"이건 마약과도 같아! 손이 멈추지 않는다고!"
"종이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썽훈! 대, 대체 이 종이의 정체는 뭐지??"
한 명이 물꼬를 트자 나머지 팀원들도 자연스럽게 동참한다.
순식간에 열풍이 불어재낀다.
반응이 너무 재밌다.
"아아, 바다에서 나는 풀이다."
"바다에서 나는 풀이라고?
"Amazing!!"
하도 별것도 아닌 일에 놀라니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미국 사람들은 김을 안 먹나 보지.
요즘은 한 술 더 뜬다.
마치 이세계 요리 만화처럼.
"아아, 김은 이렇게 먹으면 더 맛있지."
"아니, 그건 Ssamjang!"
"뭐, 쌈장이라고?!"
이제는 우리 토이치TV의 메인 샐러드 소스가 돼버렸을 정도다.
식당 요리사들에게 전파돼 빌딩 직원들까지 먹는다.
김에 밥을 얹고 자른 오이와 적당한 양의 쌈장.
"오오……. 이건 신의 음식이야!"
미미(美味): 매우 뛰어난 맛!
그토록 격찬했던 음식 두 가지가 합쳐졌다.
한 입 베어문 종나 몬하이가 눈물을 흘린다.
잘은 모르겠지만 감동적인 맛인 모양이다.
'아니, 난 진짜로 순수하게 먹으려고 갖고 온 건데.'
같은 햄버거라도, 같은 치킨이라도 미국이 훨씬 더 기름지다.
얘네들은 채에다가 기름도 안 빼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기름기가 뚝뚝 떨어진다.
몸이 자연스레 신선한 걸 원한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어디서 사다 먹을 수도 없고
한인 마트에서 간단하게 사온 음식들이 절찬리에 전파된다.
"썽훈…… 또 그러고 놀아요?"
그런 음식들은 옛적에 먹어봤다.
이 빌딩 내에서 유일하게 면역이 있다.
쥐도 새도 모르게 휴게실에 찾아온 하비의 싸-늘한 눈초리가 꽂힌다.
"따, 딱히 논 거 아닌데요……."
"마찬가지에요. 점잖게 먹을 수 있는 거잖아요."
"……."
"여러분도 그만 쉬고 연습하러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여자들 눈에는 남자 노는 게 한심하게 보일 수도 있는 노릇이다.
하필 하비가 그러자 심장이 아프다.
물론 하비의 심정도 이해는 된다.
'책임자격인 위치니까.'
으쌰으쌰 잘 해서 성적을 내야 하는데…….
아아, 이건 한국의 김이라는 거다!
스게에~~~!!
이러고 있으니 한숨이 나올 만도 하지.
"썽훈~, Must Be Serious!"
"미안해요."
"열심히 한다. 놀면 안된다!"
말아 쥔 주먹으로 콩콩 때려온다.
갭이 너무 심한 거 아니니?
방금은 시베리아 벌판에서 귤 까먹는 기분이었다.
'내 남자에게 따듯한 스타일인가아?'
하비에 대해 점점 알아가는 기분이라 나쁘지 않다.
원래 첫 인상 가지고 끝까지 가는 경우는 없다.
서로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
멋모르고 만나면 콩깍지 벗겨진 후로 힘들어진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하비는 알면 알수록 진국이다.
너무 애같은 면만 있으면 나중에 갑분싸온다.
아니, 결혼이 장난이야?
한 소리 들었다고 그냥 울어?
하비는 자기 할 말 똑 부러지게 할 줄 안다.
방금만 해도 그러지 않았는가?
날카로울 때 날카로울 줄 아는 여자다.
취향적인 부분도 비슷하여 사귀기만 하면 오래 갈 만하다.
"그거 옷…… 마음에 들었어?"
"편하다! 시원하다!"
"그래? 선물해준 입장에서 보람이 있네. 사이즈가 작아서 불편하지 않을지 걱정했는데."
보람이 무척 있다!
노린 건 아닌데 사이즈가 한 사이즈…… 작더라.
히프가 생각보다 좀 있더라고.
'크으, 엉덩이 빵빵한 거 보소.'
볼 때마다 표정 관리가 살짝 힘들다.
터질 듯이 위태위태하다.
본인이 좋다고 하니 뭐 어쩌겠는가?
서로 의사를 존중해주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아무리 내가 보수적이라도 참아야 한다.
피눈물이 날 정도로 안타까운 일이다.
"썽훈 엉큼하다! 자꾸 본다."
"……."
돌핀팬츠가 제 주인의 손에 넘어간 듯 잘 어울린다.
결코 다른 의미로 본 게 아니다.
아무튼 한 달.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다른 일도 있었기 때문에 순수한 한 달이 아니다.
기본기를 다지는 것조차 한없이 미흡할 수밖에 없지만.
'파프리카 프릭스 때에 비하면 약과지.'
그러고 보면 약과도 먹는 순간 스게에~ 할지 모른다.
기름진 거 좋아하는 애들이라 입맛에 잘 맞을 거다.
하도 주다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나네.
팀 조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내부적인 사기도 상당히 고취돼있다.
대회의 시작까지 앞으로 초읽기가 시작된다.
'하비도 내실을 다졌고, 이 정도면 충분히 할 만해.'
똥챔 장인.
정말 까다로운 인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와 하비가 보통 사이는 아니지 않은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합의점을 찾는데 이른다.
하비에 대해서는 한시름 놓았다.
오랜 지도 끝에 실력 또한 한 꺼풀 벗어던졌다.
'물론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선이다.
시간이 부족했던 이상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어차피 그 정도야 감안했다.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건 하나.
나의 캐리에 달려있음이다.
NA LCS 서머 시즌의 개막이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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