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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31화 (23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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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을 한다고 반드시 야한 건 아니다.

가릴수록 새어 나오는 매력도 있는 법이다.

'근데 노출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정도의 차이일 뿐 묻어 나오기 마련이다.

돌핀팬츠는 그 정도를 더욱 높여준다.

비슷한 노출도인 핫팬츠보다 훨씬 와 닿는다.

-Oh, Woo, Ya……

-무슨 츄리닝이 저렇게 짧아?

-복장이 짧아서 보기 좋네요! :-D

-저 옷 이름 뭐야? 되게 시원해 보인다!

시청자들과 공감대가 생기게 된다.

달린 이상 같은 생각을 품기 마련이다.

남자의 로망을 정확하게 충족시키는 아이템이다.

'속된 말로 노벨꼴림상이라는 표현이 있지.'

만약 분야가 있었다면 반드시 수상했으리라.

그런 생각이 절로 드는 의상이다.

이 의상의 이름을 정확히 모르는 이들이 많다.

"아아, 그건 돌핀팬츠라고 하는 거다."

-돌핀팬츠?

-짧은 츄리닝 말하는 건가

-옛~날에 운동할 때 입었던 거 같은데

본래 런닝용 반바지로 쓰일 때와는 다르다.

소재며 디자인이며 목적에 걸맞게 바뀌었다.

하물며 내가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온 물품이다.

'아니, 원래 선물로 주려고 했어.'

하비한테 한국 문화를 알려주고 싶었다!

레깅스 같은 거 입으면 답답하잖아.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됐다.

무더운 여름 얼마나 합리적인 복장인가?

선물이라고 하니 하비도 고맙게 받았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으니 일석이조다.

'여튼 방송은 잘되고 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토이치TV 메인에 홍보가 걸린 덕분도 있다.

하지만 그걸 포함해도 빠르게 정착을 했다.

내 방송에도 조금씩 시청자들이 유입된다.

빡겜류의 시청자들.

헤비 유저들은 알아보게 돼있다.

내 판단 하나하나에서 빛이 난다는 사실을.

-가만 보니 잘하긴 잘해 방장

-인성은 쓰레기지만 실력은 있어

-쓰레기라 문제지 쓰레기!

-누가 이 새끼 정의구현 안 해주나?

'…….'

어떻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단 말인가?

나만큼 억울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실력과 인성이 전부 되는 바람에 시기하는 사람이 늘어만 간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그런 애들 있지 않은가?

잘생긴데 착하기까지 한 애들.

컨셉이 아니라 진짜로 착해서 역으로 역겨움이 올라오는 애들.

롤 유저들에게 있어 나는 아마 그런 존재일 것이다.

심지어 외모까지 받쳐주니 질투를 쏟아낼 만하지.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비, 힘들어?"

〈버틸 만해요. CS는 받아먹고 있어요.〉

"그렇구나. 나는 봇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자꾸 적 서폿이 미아되니까 용쪽 주도권도 못 잡고 블루 지역도 못 들어가잖아. 그래, 안 그래?"

〈……그래요.〉

-Fucking 쓰레기!

-또 하비 갈구네?

-손절하자 손절! 잘하고 친절한 듀오 찾자!

-근데 봇이 밀려서 용 못 먹는 건 맞아 LOL

어쩔 수 없이 인성이 나쁜 척 연기해야 한다.

정말로 힘들지만, 이러다가 인성이 좋다는 사실을 들켜버리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하지만 컨셉을 위해서다.

그래야만 이 세상의 밸런스가 맞아 떨어진다.

[게임을 승리했습니다!]

[포인트를 168만큼 획득했습니다.]

[시청자들이 실력에 놀라움을 표하며 502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끊임없는 인성질로 공공의 적이 되며 1070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크흠……. 연기력이 완벽했나 보네.'

죽일놈 죽일놈하면서 막장 드라마를 보는 이유가 있다.

시청자들의 흥미 유발을 위해 이 한 몸 희생했다.

더불어 모르는 유저들도 점점 알게 된다.

이 게임이 대체 어떻게 굴러가는지.

자연스럽게 설명을 섞어 줬음이다.

물론 본질을 망각한 적이 없다.

'포인트도 짭짤하고 다 좋은데 하비의 실력이 생각보다 안 늘어서 문제야.'

현재 티어가 다이아 2티어.

슈퍼 계정인 덕분에 빠르게 상승한다.

이 정도 티어까지 오자 슬슬 감이 잡힌다.

북미의 평균 레벨은 한국보다 낮다더라?

들은 바가 있었는데 틀리지는 않다.

엄청난 차이는 아니지만 제법 체감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비가 고전하고 있다.

실력이 감퇴되어서는 절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다.

〈힐라카 하면 안돼요?〉

"안돼."

〈……한나 못하겠어요.〉

"그러니까 연습하는 거잖아."

하비가 주로 쓰는 챔피언들.

이상한 삼총사 말고 정석적인 애들을 연습시키는 중이다.

난이도가 낮고, 숙련도 기대치가 높지 않아 소화하기 쉬운 위주로 말이다.

'한나는 웬만하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게임사가 그냥 1인분 버스 타라고 만들어 놓은 서포터다.

그런데 하비는 그조차도 영 시원치 않다.

왜 그러는지 사실 알고는 있다.

"똥챔 장인."

〈똥챔 아니에요.〉

"똥챔."

〈똥챔 아니라니까요! 저 화낼 거에요?〉

새침한 반응이 귀엽기는 하지만 본심이다.

솔로랭크에 보면 은근히 자주 보인다.

타이머 딩거로 챌린저를 달았어?

미포 정글을 챌린저에서 써먹어?

정상픽 하면 바로 떡상해서 프로 데뷔할 것 같다.

그런 애들 중에 진짜 하는 애 한 명도 없다.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소리다.

'똥챔 장인들 특징이 지가 재밌는 것만 해.'

사람, 자신의 재밌는 걸 가장 빠르게 배우는 법이다.

두뇌의 구조 자체가 그러하다.

평소에는 청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할지 감도 안 잡히면서 시험 기간에는 이상하게 잘되는 이유다.

물론 안되면 되게 한다는 간단하고 좋은 해결책이 있다.

대한민국 군대에서 60만 장병들이 써먹었다.

효과는 가히 보증이 돼있지만.

'……그거까지 하면 진짜 쓰레기 같잖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둘 생각이다.

이제 겨우 며칠이니 스타일이 확 바뀌긴 힘들겠지.

조금 더 두고볼 생각이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졌다.

-상대 종나 몬하이 선생님이야!

-뭐? 진짜 종나 몬하이?

-부캐 강의 하는데 같은 큐 잡혔어

-레전설 이 쓰레기 드디어 정의구현 당하겠구나

'…….'

아니, 진짜 인방충들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 게 없다.

저놈의 물소들은 세계 어딜 가든 존재할 것이다.

이 억울한 오해를 어디다 하소연해야 하나.

'고민되던 참에 잘됐어.'

빠르게 올라가기 위해 정글 포지션을 했다.

양학에는 역시 미드&정글!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리다.

그런데 정글을 하다 보니 잘 못 봐준다.

큰 그림은 몰라도 세세한 건 놓칠 수밖에 없다.

슬슬 봇듀오를 설까 고심하던 찰나에 좋은 상대다.

"하비. 이 판 봇듀오……."

"싫은데요."

"……응?"

"화 안 낸다고 약속하면 할게요."

"……."

-이참에 손절하고 종나 몬하이 선생님이랑 하자

-종나 몬하이는 친절해! 그리고 잘 가르쳐줘!

-원딜 선생 구할 거면 그 이상이 없지

-토이치TV를 대표하는 원딜러니까 lol

채팅창에 불편한 채팅들이 올라온다.

그런 와중에 하비까지 나를 매몰차게 대한다고?

'하비가 은근히 방송감이 있어.'

① 발단(exposition)

② 전개(complication)

③ 위기(crisis)

④ 절정(climax)

⑤ 결말(conclusion)

바야흐로 절정의 시간이 도래했다.

따로 언급도 안 했는데 이걸 캐치하네.

역시 방송 경력이 있다 보니 캐미가 잘 맞는다.

'케미 맞지? 맞겠지……?'

내 연기감에 영향을 받았는지 하비도 제법 자연스러웠다.

한순간 속아 넘어갈 뻔했네.

바보 같은 시청자들이 진짠 줄 알고 설레발을 치고 있다.

왜인지 살짝 불안해지는 이 기분.

만에 하나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꺾어 놔야 한다.

향후 토이치TV 게임단의 주도권이 걸린 자존심 싸움이다.

* * *

2015년 이전의 토이치TV는 인터넷 방송 문화가 그다지 발전하지 않았다.

고작해야 게임 방송.

많이 가봐야 캠을 얹히는 정도다.

하지만 로드 오브 로드로 상정하면 타 지역보다 뒤쳐진다고 볼 수 없다.

"저 사람이 AP원딜을 처음 쓴 사람이라고?"

-Yes Yes!

-미터스가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지

-한국에서 4강까지 올라가본 프로게이머래

-슈퍼 계정으로 다이아에서 연승하며 올라오고 있어!

시청자들의 대답에 종나 몬하이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다.

물론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네 명의 팀원들 중 유일하게 정보를 가지고 있던 그다.

최근의 동태도 당연히 주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척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토이치TV 탑 10위에 드는 스트리머로서의 여유를 보여준다.

'제법 하는 모양인데 그래봤자 애송이야.'

대회 무대에서 4강의 성적이면 무시할 수 없음이 맞다.

하지만 자신 또한 마음만 먹었으면 하고도 남았다.

그럴 만한 경력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종나 몬하이는 오랜 기간 롤을 해온 초올드 유저다.

2011년도 아니고 그 이전.

2010년도부터 로드 오브 로드는 서비스되어 왔다.

초창기부터 두각을 발휘해 랭킹에 들었다.

그의 지인들 중 상당수가 프로로 데뷔했다.

대회에서 일류 프로로 활동하고 있으니 덩달아 그의 콧대도 높아진다.

-종나 몬하이가 프로했으면 최소 우승은 한 번 했을 걸?

-진작에 했어야 프로 데뷔 했으면 좋았는데 :`-(

-지금은 늦었어. 나이도 있고

더불어 수천 명에 달하는 시청자.

최근 하비라는 여성 스트리머에게 조금 빼앗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점 돌아오고 있고, 이제는 오히려 상승하는 추세다.

로드 오브 로드에 관심을 가진 시청자들이 많아진 결과다.

유입된 그들이 누구 방송을 보고 게임을 배우겠는가?

당연히 선생님이라는 별명까지 있는 자신이다.

'그리고 저 둘을 잡는다면 대세는 더 기울어지겠지.'

의도적인 저격을 한 건 아니다.

방송 시간대를 비슷하게 맞춰, 비슷한 점수대에서 게임을 돌렸을 뿐.

그것만으로도 잡히게 되어있다.

유저수가 많지 않은 천상계에서 벌어지는 필연이다.

종나 몬하이의 노림수는 맞아 떨어졌다.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남았는데.

파앙!

튕겨진 도끼가 솟구쳐 오른다.

북미에서는 그다지 볼 일이 없다.

그도 그럴게 피지컬 요구치가 워낙 높다

도라이븐은 소위 말하는 장인류 챔피언이다.

북미에는 그렇게 위협적인 장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이아 구간에 몇몇 있겠지만 마스터 이상, 하물며 챌린저에서 날고 기는 이들은 있을 수 없다는 소리다.

이윽고 시작되는 라인전.

난생 처음 당해보는 일이다.

한 번도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뭐?'

종나 몬하이로서는 당황스럽다.

상대가 무작정 들이닥쳤다.

앞점멸까지 써서 킬각을 잡아왔다.

-뭐지? 갑자기 앞점멸해서 꼴아박는데?

-정말 무섭게 한다……선생님이 죽었어!

-괜찮아. 어차피 1대1 킬교환이야

-서로 크면 몬하이 선생님이 이득이지

물론 무리를 한 탓에 도라이븐도 죽었다.

가오는 상할지언정 손해는 아니다.

귀환이 빠른 덕에 코어템도 벌써 갖춰졌다.

"잠깐 방심했네요. 여눈도 나왔으니 집중해서 해보겠습니다."

이즈레알은 여눈을 얼마나 빠르게 뽑느냐가 중요하다.

어시스트를 먹으며 정확히 700골드.

CS는 오히려 자신이 두 개 앞선다.

'얼어붙은 장갑만 나오면 도라이븐은 속수무책이야.'

둔화를 이용해 카이팅하며 특유의 폭딜은 방어력으로 상쇄한다.

비주류 챔피언이라고 상대해본 적이 없는 게 아니다.

초창기부터 이름 높은 고수였던 만큼 별별 상황은 다 겪어봤다.

무난하게 반반 파밍만 해도 병풍화 되는 유통기한 챔피언.

종나 몬하이가 가진 상식선은 그러했다.

살얼음판과도 같은 라인전.

그는 경험해본 적이 없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또다시 무리.

킬교환을 하는데 이른다.

킬도 자신이 먹었다.

전혀 나쁠 것이 없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이번에는 간발의 차.

한끗차이로 상대가 살아버렸다.

점화가 걸린 상황에서 피흡으로 버텨냈다.

참으로 안타깝다.

하지만 다음번에 잘하면 될 일이다.

그렇게 여겼던 라인전이 점점 기묘해진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더블 킬!

LEGENSUL님이 학살 중입니다!

북미 지역은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별별 일도 다 있었고, 올드 유저의 수도 상당하다.

솔로랭크의 실력 자체는 타지역보다 낮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성향이 낙천적이다.

소위 5대 리그라 불리는 지역은 각각의 특징을 안고 있다.

북미는 느긋하고, 부드러우며, 안정적인 게임을 지향한다.

초창기 유저인 그조차 처음 맛보는 매운맛.

시청자들은 당연히 알 턱이 없다.

단 한순간도 숨 쉴 틈을 안 주고 미친 듯이 휘몰아친다.

========== 작품 후기 ==========

가벼운 서열 정리 후 바로 대회입니다

3부는 진도가 빠르니 안심하심씨오

저도 유리야 갈구고 싶어요

#어제 오늘 7분에 올리는 이유: 자는 시간이 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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