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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전설의 재림 -->
방송을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곳인지 감을 잡았다.
토이치TV는 롤 유저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가 벌써 수백 명.
나는 수백 명이고 하비는 수천 명에 이른다.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루어냈다.
'물론 홍보빨도 있긴 한데.'
롤 유저도 없지만 여성 스트리머도 별로 없더라?
특히 외모가 받쳐주는 이들은 그냥 없다.
거의 순수한 게임 방송의 플랫폼이다.
'게임 좋아하고 잘하는 여자는 어딜 가든 무조건 먹혀.'
어떤 방송을 해야 먹힐지 한눈에 알아봤다.
천천히 느낌 있게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일단 첫 번째 수순은 하비.
딱히 별건 없다.
그냥 방송을 하는 것이다.
단, 캠을 키고 좀 차려 입고 게임을 한다.
그것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는 먹힌다.
이곳은 파프리카TV의 수년 전이다.
니즈를 맞춰주는 건 지극히 간단하다.
물론 그 하나만으로는 안된다.
단순한 여캠은 나 자신이 용납 못한다.
열혈 등골 쪽쪽 빼먹는 건 달래만으로 족하다.
"하비."
〈……왜요?〉
하비가 조신한 목소리로 대답해온다.
평소와 달리 영어를 쓰고 있다.
방송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토이치TV의 시청자 대다수는 당연히 서양권이다.
한국말로 하면 못 알아 먹는다.
개그감이 빠진 하비를 쓰라린 마음으로 지적한다.
"지금 내가 적 레드 들어가잖아. 뭐해 근데?"
〈집중하냐고 못 봤어요. 지금 갈게요.〉
"아니이!"
백업 무빙 치면 들키잖아!
우리 정글 어딨는지 광고하는 거야?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 소리 하려던 그때.
-이 친구는 왜 저렇게 화만 내지
-하비 잘하고 있는데 왜 시비세요?
-하비한테 트집 잡지 마 쓰레기!
채팅창에서 이상한 소리가 올라온다.
내용은 다름이 아니다.
우리 하비 건들지 마!
감정 이입 오지게 하고 있다.
'인방 물소들은 무슨 국경이 없네. 국경이.'
한국이나 미국이나 캐나다나 호주나…….
다 그게 그거다.
겜돌이들은 다 비슷하다.
예쁜 여자가 게임하면 환장을 한다.
덕분에 방송이 잘되고 있다.
물론 예쁘기만 했다면 공감대 형성이 안된다.
한 번 훑어보고 눈정화만 하고 끝이다.
'깔만한 공공의 적이 있어야 돼.'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치게 해준다.
나 자신을 희생해서.
말하자면 내가 악역을 맡고 있다.
악역은 익듁하니까…….
물론 방송으로서다.
내가 어찌 하비를 구박하고 싶을까.
근데 솔직히 지금 하는 꼬라지 보면 구박하고 싶기는 하다.
"하비. 지금 딜교환을 대체 왜 하는 거야? 그냥 라인 밀라니까?"
〈상대가 무빙을 밟아서 어쩔 수 없이……〉
"무슨 어쩔 수가 없어. 그럼 똑같이 무빙 밟아서 어쩔 수 없지 않게 만들면 되지."
안되면 되게 하면 되잖아.
안되는 거 같다고 안 하면 당연히 실력이 안 늘지.
시청자들은 이게 괜히 갈군다고 생각한다.
-쓰레기 새끼야!
-시비 거는 방법도 여러가지구나?
-대체 이 새끼랑 왜 듀오하는 거야?
그럼 너는 왜 굳이 내 방송에 오는 건데!
사실 이 모든 것이 의도한 부분이다.
괜히 악역을 하는 게 아니다.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방송은 방송.
정말로 모든 것이 내 큰 그림이다.
소설의 5단 구성.
① 발단(exposition)
② 전개(complication)
③ 위기(crisis)
④ 절정(climax)
⑤ 결말(conclusion)
국어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기본 같으면서도 은근히 중요하다.
특히 위기는 없어서는 안된다.
어머님들이 죽일놈 죽일놈 하면서도 매주 드라마 꼭 챙겨보는 이유다.
'내가 죽일놈 역할을 해주는 거야.'
내가 얼마나 인성이 바르고 참된 사람인데.
나라고 하비에게 뭐라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다.
방송의 흥행을 위해서 쓰라린 마음을 부여잡고 억지로 외치는 거다.
현재 챕터3 위기를 진행 중이다.
'결말은 딱히 안 정했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소설이 아니고 방송이다.
꼭 결말이 있을 필요는 없다.
방송 중에 스트리머가 갑자기 죽거나, 어렸을 때 헤어진 남매를 만나거나 그러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물론 그런 거 말고 해피 엔딩.
결혼 엔딩 같은 건 원하는 바다.
매일매일 노력하고 있는 이유다.
근데 가끔씩 진짜로 욱할 때가 생긴다.
"아니, 왜 백업을 안 오는 거야? 점멸 빠졌잖아. 정신이 있어, 없어? 할 마음이 없지 그냥?"
〈……미안해요.〉
"미안하면 끝이야? 미안하면 게임이 끝나?"
군대에서 후임들 기강 교육시킬 때 쓰던 대사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나와버렸네.
아니, 근데 진짜로 제대로 좀 해야지.
'물론 코스가 어려운 감도 있어.'
유리야 때와는 많이 다르다.
유리야는 그냥 기본 교육이다.
그에 반해 하비는 심화 교육이다.
유리야가 자판기 커피 뽑는 정도라면 하비는 커피 물조절 장인의 핸드 드립급 섬세함이 요구된다.
구구단과 대학교 전문 과정의 차이다.
레벨이란 면에서 전혀 다르다.
프로 레벨에서 쓸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있다.
"하비."
"……."
"하비?"
오늘의 방송이 끝났다.
그리고 하비의 방에 찾아왔다.
서운함을 달래주기 위함이다.
'……좀 많이 서운한가 보이네.'
하비가 볼을 부풀렸다.
어제는 괜찮다며?
이해해준다며?
하루만에 임계점에 도달했다.
'이제 겨우 1단계인데?'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이 정도에 삐지면 유리야는 진작에 가방 싸들고 도주했다.
그리고 고통은 내가 더 받는다!
시청자들이 얼마나 닦달하는데!
내 여린 마음으로 견디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비를 가르쳐줘야 한다는 일념으로 컨셉을 유지하는 거다.
"너무하다. 썽훈 못됐다."
말아 쥔 주먹으로 내 어깨를 통통 때린다.
영어로 말할 때와 억양이 전혀 다르다.
혀 짧은 목소리가 남심을 자극한다.
'아, 너무 귀엽다…….'
한 마리 키우고 싶다.
좌리야 우하비.
인생 재미 마를 날이 없을 것이다.
언젠가 이룰 꿈에 한 줄 추가해야겠다.
"잘돼가고 있지? 이슈몰이 하고 있잖아?"
"그래도 너무하다. 썽훈 나 싫다?"
그렇지 않다.
그런 오해하면 섭하다.
피눈물을 머금고 소화하는 컨셉이다.
'그래, 컨셉이야 컨셉.'
근데 자꾸 말 안 들으면, 같은 말 또 하게 만들면! 호랑이 훈장님이 될 수 있음이다.
일단 목표는 착착 이루어져 가고 있다.
토이치TV 롤방송의 부흥과 정착.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성화다.
롤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
계기야 어찌 됐든 보다 보면 익숙해진다.
어떤 게임인지 감이 잡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재미 또한 붙기 마련이다.
시청자들을 위해 나도 희생하고 하비도 고생하고 서로 발을 맞춘다.
"힘낸다. 열심히 한다. Fighting!"
"Fighting!"
하비와 하이파이브를 주고 받는다.
이런 자잘한 스킨십 하나하나가 쌓여나간다.
호감도를 높여가는 건 지름길이 최선이 아니다.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고백은 골대에 골을 넣는 게 아니다 골 세레모니를 하는 거지.
무리하게 원거리 슈팅을 때리는 건 바보짓이다.
천천히 너와 나의 거리를 좁혀나간다.
방송도 1단계, 2단계 해나가며 신뢰를 쌓는다.
그 2단계의 실행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우리 귀여운 하비가 곤란해 보인다.
"방 안이 좀 덥지 않아? 에어컨 원래 안 트는 편이야?"
"안 튼다. 근데 덥다!"
뭔 소리여?
그러니까 땀이 나는 부위가 있다.
하비가 입고 있는 레깅스.
미국 여성들은 자주 입더라?
오는 길에 이따금 눈이 갔다.
'그러고 보면 한국에서도 자주 입었던 것 같아.'
남자들하고는 인연이 없는 옷이다.
하지만 늘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너무 달라붙는 거 아니야?
안에 땀 찰 것 같은데?
'내 방송 어떤 시청자가 봤으면 한 마디 했겠지.'
충신어쩌고 하는 애가 그런 드립을 친다.
물론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다.
하비가 게임 중에 심기가 불편했던 이유.
땀 때문에 불쾌지수가 올라가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거라면 건설적인 해결 방안이 있다.
혹시 하는 느낌이다.
잘 모를 수도 있겠다?
미국에서는 남녀 공용이다.
한국의 신문물을 공유해주고 싶다고 이전부터 마음을 먹어왔다.
* * *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토이치TV에도 랭킹이 존재한다.
누군가 치고 올라간다면 이슈가 된다.
최근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유난히 언급되는 이유다.
─하비라는 신입 스트리머 엄청난데?
벌써 스트리머 순위 50위권에 파고 들었어
시청자 수는 10위권대 유지하고 있고
본 적 없는데 어떻게 갑자기 뜬 거야?
└한 번 보면 납득이 갈 거야^^
└외모가 취향이야. 하는 게임은…… 잘 모르겠지만
└롤도 재미들면 재밌어! Try! Try!
└재미들면 안 재밌는 게임이 어디 있는데? LUL
반짝 붐일 줄 알았다.
이따금 없지는 않은 일.
신인 스트리머가 화제가 되며 입방아에 오른다.
하지만 대부분은 제자리 찾아가기 마련이다.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이 와?
감당을 잘 못한다.
100명 볼 때 스트리머가 취해야 할 자세.
1000명 볼 때 스트리머가 취해야 할 자세.
시청자 수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신인들은 보통 이 벽을 소화하지 못한다.
더불어 컨텐츠라는 면에서도 막히게 된다.
그런데 이 하비라는 스트리머는 느낌 있는데?
─하비가 입은 바지 뭐야? 엄청 편해 보이네?
레깅스를 잘라놓은 건가?
핫팬츠랑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이라 너무 좋아!
└돌핀팬츠 아니야?
글쓴이-돌핀? 그게 저렇게 착 달라 붙었나?
└새로운 패션 아이템인가 봐!
└그런 걸 뭘 신경 써. 보기 좋으면 됐지!
돌핀팬츠.
그 기원은 남녀 공용의 런닝용 반바지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개념이 조금 바뀌었다.
여자들이 입기 너무 좋은데?
남자들도 보기 너무너무 좋은데!
윈-윈을 하며 유행을 타는데 이른다.
한국에서는 그렇다는 소리다.
해외에서 짧은 복장은 보편적이다.
핫팬츠, 레깅스 거릴 것 없이 입고 다닌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남자들 시야에는 그렇지 않다.
안 입은 것보다 야한!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누구 10$ 도네해줄 사람 없어?
의자에서 일어선 거 보고 싶어!
알바비가 들어오는 게 월초야 Shit!
└라이브캠도 아닌데 너무 몰입한 거 아니야?
└그렇게 고프면 야구 동영상을 봐 : p
글쓴이-그러지 말고 누구 한 명 없을까?
└일어섰어! 그녀가 방금 일어섰다고!
파프리카TV의 별풍선 같은 시스템이다.
기부라는 뜻을 가진 도네이션.
시청자가 소정의 액수를 스트리머에게 후원한다.
보다 유익한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보탬을 하자는 취지다.
사람인 이상 밥은 먹어야 방송하지 않겠는가?
물론 스트리머도 받은 만큼 보답을 한다.
소위 말하는 리액션이다.
일어서기만 했을 뿐인데 감사하다.
채팅창에 파도가 치듯 난리법석이 일어난다.
─기성 스트리머들 입장에서는 열 받을 수도 있겠다 lol
딱히 대형 컨텐츠를 하는 것도 아닌데 여자라는 이유로 뜨고 있으니까!
└글쎄, 열 받을 일이 있나?
└기성 스트리머들도 게임하는 거 말고 달리 뭐 있어?
└내가 보는 스트리머는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던데
└열 받는 건 롤 스트리머들 뿐이겠지 : D
부정적인 시선의 사람들도 있다.
인생 너무 쉽게 사는 거 아니야?
한국에서 여캠 보는 시선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면역이 없는 만큼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는다.
하지만 소수.
대다수는 새로운 스트리머의 등장을 환영해준다.
문제는 그 소수에 포함돼있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롤 스트리머들로서는 민감하다.
자신들의 시청자를 빼앗기는 셈이다.
─하비 방송 키면 롤 시청자들 태반이 몰리네
채팅창 반응으로는 하비가 굉장히 잘한대
듀오하는 사람도 수준이 상당하고
실력적인 면에서도 꿀릴 게 없는 건가?
└Um…… 토이치TV 프로팀 소속이니 기본기는 있지 않을까?
└나는 잘 모르겠어. 종나 몬하이나 도몬타 이상으로 잘할 수 있을 거란 상상이 안 가
글쓴이-서로 게임을 해보면 알 수 있는 거 아니야?
└LOLOL 진짜로 롤 초보구나? 알려줄게 잘 들어……
랭크 제도가 있는 게임이 드문 건 아니다.
스타크래프트만 해도 있지 않은가?
로드 오브 로드는 보다 엄격할 뿐이다.
티어가 다르면 절대 만날 수가 없다.
나머지 토이치TV 소속 선수들은 전부 마스터 아니면 챌린저 티어의 실력자들이다.
즉, 올라가면 된다는 이야기다.
혹시나 하던 이야기가 불거진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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