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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29화 (229/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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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짐도 풀어야 하고 여러가지 바빴다.

그러다 보니 알아채는 게 늦었다.

아니, 어느 정도 감안은 하고 온 사실이다.

'원래 그런 게 있어.'

어느 집단이든 친목질 성향은 없을 수가 없다.

이름이 요상했던 팀원들.

그들 나름의 커넥션이 있어 보이더라?

나를 약간 소외시킨다는 느낌이다.

두 글로 정리하면 텃세다.

첫 연습부터 협조성이 좋지 않나 삐걱거린다.

'내가 이래서 옛날부터 어딜 들어가는 걸 안 좋아했던 거야.'

파프리카 프릭스의 제의를 받아들였던 것도 그런 이유가 컸다.

신입부터 생활하기는 좀 그렇잖아.

한국에서 상당한 활약을 하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했나 보다.

"미국 사람들은 아무래도 나를 잘 모르지?"

〈Um…… 복잡하다! Can I speak English?〉

토이치TV의 L.A 지사.

내부의 8층은 E-스포츠 선수들의 숙소가 마련돼있다.

각 방은 안타깝게도 개인실이지만 위치는 조정이 가능했다.

옆방에 있는 하비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소에는 한국어로 말을 섞는다.

하지만 가끔 영어로 말을 할 일도 생긴다.

아주 자세한 설명을 해야 할 때!

부족한 한국어로 말하면 하비가 답답해 한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외국어를 배워온 만큼 그 마음 백분 이해한다.

'근데 갭이 너무 커서! 가끔만 해줬으면 좋겠어. 아직 적응 기간이 필요해…….'

아무튼 설명을 들어보니 알겠다.

복잡할 만도 하다.

본국어로 설명하고 싶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 마디로 천사채 같은 느낌이네.'

회 밑에 깔린 하얀 거.

라고 말하면 누구나 안다.

그런데 천사채라고 하면 의외로 모른다.

마찬가지의 일이다.

AP원딜의 창시자가 누구지?

다른 나라 리그의 레전 어쩌고 하는 선수라더라.

진정 팬들이 관심 있는 건 그게 아니다.

천사채보다는 위쪽에 있는 회.

프로 선수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알려졌을 뿐 관심을 깊게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비."

〈Why Why?〉

"티어를 올리자."

〈Me……? You……?〉

내가 고작 천사채 취급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임팩트가 부족하다면 새겨주면 되는 일이다.

내 특기이자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겸사겸사 하비의 레벨업도 도모한다.

나머지 팀원들이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설령 협조가 완벽했어도 반드시 요구됐다.

사냥터는 당연히 솔로랭크.

원래 RPG게임들도 다 그런 느낌이다.

'결국은 효율 문제지. 잡다 보면 레벨업하게 돼있어.'

유리야가 처음부터 아장아장 걸어 다녔던 게 아니다.

걸음마를 떼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

피땀 어린 노력 끝에 이루어낼 수 있었다.

가장 똥캐인 유리야도 해낸 마당이다.

베이스가 있는 하비는 시간 문제다.

그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단도 구비돼 있다.

* * *

단체 연습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기강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다.

팀장이라는 역할.

우습게 보인다면 절대 소화할 수 없다.

'맞아. 현지에서는 또 현지의 커리어가 필요해.'

가장 가시적인 지표가 바로 솔로랭크다.

그런데 나는 북미 계정이 없다.

옛날에는 있었는데 한국으로 이전시켰다.

'한국 서버가 생기면서 한국 유저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졌었지. 당연히 옮기는 게 최선이었고.'

때문에 지금 나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슈퍼 계정.

글자 그대로 슈퍼한 계정이다.

만렙 시작, 캐시 무료 등 특별한 혜택을 가진다.

프로게이머나 관계자들만이 취득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명실상부 프로게이머다.

하지만 무조건 받을 수는 없다.

'일정 조건을 만족 해야 돼.'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겁나 잘하는 것.

이를 테면 대회의 우승 말이다.

그러면 게임사가 포상 차원에서 준다.

그럴 만한 시간은 당연히 없음이다.

다행히 한 가지 방법이 더 있다.

오히려 이쪽이 보편적이다.

'바로 내 케이스지.'

이적 등의 이유로 타 지역에서 넘어온 선수들.

기존의 계정을 쓸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게임사가 지원해준다.

현재 내 상황이 그러하다.

한국 서버 계정은 북미에서 못 쓴다.

이를 대신할 슈퍼 계정을 요청해 받아두었다.

〈썽훈.〉

"왜 혹시 하기 싫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

물론 하비도 한 마음 한 뜻이다.

처음에는 바쁘다며 고민했지만 이내 수락시켰다.

하비가 안 도와주면 나도 많이 힘들어질 수 있다.

한국에서 왔더니 팀원들도 말을 안 들고 갑갑하다.

적어도 한 명은 마음을 열 상대가 있으면 좋겠다.

그러한 명분으로 꼬득였다.

'여자들은 다 모성애가 있어.'

내가 평소에 사악하고 안 쓰러질 것 같은 이미지다.

하비 본인의 입을 통해 들은 충격적인 사실이다.

아무리 그래도 결국은 인간.

그것도 홀로 외지에 왔다.

불안해.

나 앞으로 잘 해나갈 수 있을까?

하비랑 함께 하면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상황을 최대한 교묘하게 이용했다.

"No No. How about Streaming? 썽훈 방송 잘한다."

이용을 하려는 건 하비도 마찬가지였다.

겸사겸사 방송을 해보는 건 어떻겠나?

물론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

'토이치TV의 인터넷 방송이라…….'

파프리카TV랑 큰 틀에서 보면 다를 건 없다.

애초에 토이치TV E-스포츠의 취지가 그러하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할 일이 많아서 바쁘다.

'그래도 해볼 만은 해.'

들어보니 지원이 많다고 한다.

수수료 차감 등의 혜택은 기본.

토이치TV 메인에 방송 홍보까지 걸린다.

이름 이상한 팀원들도 마찬가지로 받는다.

토이치TV의 E-스포츠팀에 속한 이들의 특권이다.

걔네들이 꿀 빤다고 하니 살짝 좀 그렇네?

"그럼 해볼까?"

〈Weclome to ToichiTV!〉

바로 옆방에 있는 하비가 밝게 웃는다.

보이스 채팅이라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특유의 억양으로 짐작이 된다.

근데 그냥 한다는 소리는 한 적이 없다.

"하비도 같이."

〈???〉

"하비도 같이 방송하자. 어차피 듀오하잖아?"

지금부터 하비와 듀오를 할 예정이다.

게임 지식을 때려 박아줘야 하지 않겠는가?

듀오만큼 최적의 방법이 달리 없다.

더불어 한 가지 노리고 있는 바가 있다.

'이 참에 공인으로 만드는 것도 나쁘진 않아.'

유리야와 처음 합방을 했을 때.

알고 지낸다는 이유로 유리야 남친이냐는 오명을 써야 했다!

그때는 유리야절대아님이라는 닉네임을 쓰며 적극 부정했었다.

하지만 하비라면 환영한다.

시청자들이 적극 밀어준다?

파프리카TV였으면 바로 매니저도 주고, 퀵뷰도 끊어줬다.

실상 안 그렇다고 해도 분위기라는 게 있다.

밀어주다 보면 계기가 생긴다.

오빠오빠 하다가 아빠가 괜히 되는 게 아니다.

'크흠, 그건 좀 다른 이야기인가.'

아무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 가지 다행이기도 하다.

파트너BJ의 해약을 정말 잘했다.

파트너BJ의 계약 사항 중 있기 때문이다.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방송 불가.

애초에 한국에는 파프리카TV 말고 선택지가 없다.

다른 플랫폼은 너무 19금이거나 수익과 상관이 없거나 둘 중 하나다.

'토이치TV에 올 거라고는 당시에는 생각을 할 수 없었지.'

결과적으로 잘 풀린 셈.

물론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 과정이 결코 고되지 않다.

녹슬었던 몸을 조금만 움직여주면 되는 일이다.

* * *

최근 잔잔하게 불고 있는 새 소식이다.

아니, 특정 유저들 사이에서는 거대한 폭풍과도 같다.

마치 시공의 폭풍처럼 여러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혹시 로드 오브 로드 방송 보는 시청자들 있어?

토이치TV가 E-스포츠에 본격적으로 투자한다더니 소란스럽네

기존 롤 스트리머들 여러가지 지원 받더라

메인에 배너도 뜨고

└너무 특별 대우 아니야?

└콘솔 게임 스트리머들 섭할 텐데……

└NoNo 특별 대우 받을 만도 해. 그들은 토이치TV 소속으로 LCS에 참가할 예정이니까

글쓴이-Ah, 게임단도 창단한 거였어? 괜히 본격적인 투자를 표방한 게 아니구나

끌어당기기는 하는데 금세 탈출한다.

츄라이! 츄라이!

히오스가 괜히 고인물이 된 게 아니다.

토이치TV의 대다수 시청자들에게 있어 롤은 좀 낯설다.

그런데 대대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하지만 밀어준다고 잘될 만큼 스트리밍 세계가 만만하지 않다.

─대체 롤이 뭐길래 이 소란인가 해서 봤더니

도타 같은 거네

근데…… 복잡해서 잘 모르겠어

그리고 애들이 너무 휙휙 죽어나가

└잘 캐치했네. 스피드감 있는 도타야

└진입 장벽 높아 보이더라 LOL

└홍보를 열심히 하는 것 같긴 한데 결국 보는 사람만 보는 거지

└게임이 너무 어려워! 다 때려 부수는 게임 할래!

배우기가 너무 어려워.

굳이 배울 이유도 없어 보여.

이전부터 하던 도타 하면 안돼?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한 번 기웃거리는 정도다.

안 본다고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늘상 보던 방송으로 되돌아간다.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 관심은 그렇게 뜨겁지 않다.

홍보 대상이 된 롤 스트리머로서도 그러려니 한다.

당장 대회가 열리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자신들이 활약한다면 그만큼 보상 받을 것이다.

시청자들의 관심 또한 자연스레 쏟아지리라.

흔히 있는 패배자들의 발상이다.

─Hey Guys! 신입 스트리머 하비 방송으로 와!

주력 컨텐츠는 롤이야

롤이 낯설다고?

나도 처음에는 그랬지만 보면 볼수록 재미가 붙어!

Try! Try

└글쎄, 내가 좋아하는 스트리머가 하면 보겠지만 당장은 생각이 없어

글쓴이-나도 같은 생각이었어. 너도 하비 방송을 보면 달라질 거야!

└하비? 여성 스트리머네?

└Oh, Woo, Ya…… 취향인데 한 번 봐볼까?

신입 스트리머임에도 불구하고 유입이 쏟아진다!

지금껏 토이치TV에는 없었던 발상이다.

예쁜 여성이 인터넷 방송을 한다고?

당연한 말이지만 외국이라고 여캠이 없는 건 아니다.

대체로 선정적인 부류라 그렇지.

따로 은밀한 사이트가 존재한다.

소위 라이브캠이라 불린다.

2014년, 외국에서는 인터넷 방송이 주류가 아니었다.

유튜브를 필두로 녹화된 방송이 보편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생방송을 의미하는 라이브캠(Live Cam).

한국으로 따지면 팝콘TV, 뽕TV 같은 곳이다.

그렇고 그런 방송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하비는 게임 방송.

그러면서도 외모가 받쳐준다.

심지어 게이머들의 눈을 거슬리지도 않는다.

─신인 스트리머 하비 실력도 상당한데?

웬만한 남성 스트리머들보다 잘해

다이아 상위 티어도 갈 수 있을 것 같아

└하비가 롤을 엄청 잘하는 거야?

글쓴이-너는 대체 뭘 본 건데??

└롤을 모르고 봐서 그냥 그러려니 했지

└다이아 티어는 도타로 따지면 거장이야?

무슨 게임인지 모르는 이들도 아무튼 본다!

전세계 게이머들이 가지는 공통사항이다.

겜돌이인 이상 여자에게 특히 약하다.

게이머 이전에 남자라는 생물이 원래 그렇다.

자신과 비슷한 취미를 가진 여자?

설사 부족하다 하더라도 호감을 가지게 된다.

하물며 외모가 이상형.

성격 또한 지극히 호감이다.

단 한 가지 용납할 수 없는 단점이 존재했다.

─하비와 같이 게임하는 남자 누구야?

보이스 채팅으로 엄청 뭐라 하네

뭐라고 자꾸 떽떽대

Guys, 나만 불편해?

└같은 토이치TV 소속 롤 프로게이머라더라

글쓴이-Oh, 하비도 프로게이머였어?

└I don't know…… 하비 본인 오피셜로 소속은 돼있대

└그 남자도 방송하고 있어. 몰려 가서 테러 GOGO!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단기간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꼭 대회를 해야만 관심이 쏟아져?

롤 시청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와 닿는다.

이래서 롤을 보는구나!

꼭 그런 건 아니겠지만 공감대가 생긴다.

어그로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 대부분은 여성 스트리머인 하비에 치중됐다.

아직은 실력으로 롤방송을 보던 시기가 아니다.

하지만 상관 관계가 없다는 건 또 아니었다.

─레전설? 하비랑 듀오하는 스트리머 말이야

블러디 처음 썼던 그 아시아 프로 아니야?

그것 말고 또 뭐 있어?

└그거 말고는 글쎄?

└프로라 그런지 실력은 되더라

└종나 몬하이 선생님만큼은 아니겠지만!

└왠지 어디서 한 번 본 적이 있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느낌.

오래된 만큼 잊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레전설.

한 번 들은 사람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세 글자다.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던 북미팬들로서는 더더욱이다.

========== 작품 후기 ==========

완성형 주인공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시련을 거듭하고 인지도를 처음부터 쌓고 그러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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