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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28화 (228/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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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회의 땅 -->

윗물이 맑아야 아래물이 맑다.

미국에도 비슷한 속담이 아마 있겠지.

'내가 보기엔 이 게임단은 세무조사 한 번 들어가봐야 돼.'

물론 하비를 의심하진 않지만…… 좀 그래!

토이치TV E-스포츠 부문의 구단주를 만났다.

"티미 몬테입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반갑습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난 기분이다.

호쾌한 청년이다.

물론 나보다 나이는 훨씬 연장자로 보인다.

'외국 사람들 나이는 전혀 못 알아보겠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하비도 처음에는 20대 초인 줄 알았다.

하는 행동도, 말투도 깜찍해서 차마 착각했다.

하비는 참고로 스물 다섯.

눈앞의 호쾌한 청년은 그보다 든 30대 전후로 보인다.

"초면에 실례지만…… 팀이 잘해야 하지 않을까요?"

"당연합니다. 저희는 후발주자로서 입지를 다져야 한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으며, 때문에 성훈씨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롤 뿐만 아니라 스타2, 도타, 하스스톤 기타 등등…….

여러가지 E-스포츠 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할 예정이다.

이미 듣고 온 이야기라서 흘려들었다.

'왠지 고생길이 훤히 열려 보이는데?'

내 기분 탓이겠지.

기분 탓일 거야.

일단 당장 나부터 걱정해야 한다.

티미 몬테씨를 만나러 온 이유.

다름이 아니다.

계약 사항을 한 번 되짚기로 했다.

"한국에서 하비를 통해 요청한 부분인데요."

"아, 남은 계약 기간이 있었군요. 4만불? 괜찮습니다. 저희 쪽에서 부담을 하지요."

사실 그렇게 강제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혹시 또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 십중팔구 일을 벌일 거라 생각한다.

'수길이형 질척거리는 타입이야.'

파프리카 프릭스에 들어가며 파트너BJ를 약속 받았었다.

거의 엎드려 절받기였지만 받기는 했다.

이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상대가 문제로 만들 작정이라서 문제지.

트집을 잡을 생각이라는 사실이 뻔히 보인다.

이를 계약 해지를 통해 전면 백지화한다.

'위약금 좀 세긴 해.'

4천만원 가량이다.

환율을 고려하면 4만불보다 약간 안되겠지만 그럼에도 큰 액수다.

호쾌하게 부담한다니 감사한 노릇이다.

'애초에 상정을 하긴 했겠지.'

내가 그렇게 어리숙하지 않다.

군대 갔다오면 세상 쓴 물에 면역이 생긴다.

딱히 충성심을 가질 일까진 아니라는 소리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계약 사항은 면밀하고 냉정하게 살핀다.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었다.

"명시된 기한이 굉장히 짧더라고요."

"그렇습니까?"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롤은 올해 12월 31일 한 시즌밖에 경기가 없습니다."

올해 9월 까지든, 내년 1월까지든 결국은 서머 시즌 하나다.

다른 대회가 분명 있기는 할 거다.

근데 이슈성 면에서 정규 리그인 롤챔스에 비할 바가 안된다.

토이치TV측이 요구하는 성과.

내기 위해서는 롤챔스의 선전이 필수라는 소리다.

서머 시즌 하나로 비비기에는 기회가 극단적으로 적다.

"저희도 오래 기다려드릴 수는 없어서……. 안 그래도 상층부에서 축소 운영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압박이 거셉니다."

티미 몬테씨의 말도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다.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부담이 될 만한 규모다.

물론 이건 서민인 내 생각이긴 하다.

'반대 여론이 있다는 건가?'

지금 하비의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이유와 상관이 있는 걸까.

당장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못할 것도 없는 일이다.

"좋습니다. 받아들이죠. 대신……."

정면 돌파밖에 없다면 해준다.

당연히 맨입은 아니지만.

[패시브 스킬 『연봉 협상 -고급편-』 의 효과가 발휘됩니다.]

* * *

포인트를 쏟아부어서라도 배울 만하다.

두고두고 사용할 스킬이니 말이다.

'사실 얼마나 효과 있는지 잘은 모르겠는데.'

띠딩!

스탯이 올랐습니다.

이런 식으로 뜨는 게 아니라 확인할 방도가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생각했던 이상이다.

원래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다.

조건을 제시했고 구단주가 받아들였다.

'받아들이는 것 자체는 당연하지.'

새로이 추가한 조건은 다름이 아니다.

인센티브.

한 만큼 더 받겠다는 소리다.

무리한 요구라고 밑밥을 괜히 깔았을까?

상대도 그 정도 예상은 했을 것이다.

계약안을 바꿔온 만큼 당연한 일.

세상사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다.

중요한 건 합의점을 어디로 잡을지다.

이 부분에서 줄다리기가 팽팽했다.

"하비는 어땠다고 봐?"

"Um…… 힘들다. 모르겠다."

"뭐가?"

"Fighting!"

"……."

갑자기 남 일처럼 얘기하네?

살짝 서운해지려고 그러네?

하비가 갸우뚱할 만도 하다.

'승리 수당만 있는 게 보편적이긴 해.'

보통 선수들이 받는 인센티브의 구조는 이러하다.

세트를 승리했을 때 받는 성과금.

경기를 승리했을 때 받는 성과금.

그리고 일정 이상의 성적을 거뒀을 때의 특별 성과금.

예를 들어 지난 스프링 시즌은 이러했다.

파프리카 프릭스와의 계약 조건이다.

1승당 50만원의 추가 수당.

조별 리그 5승 1패로 250만원을 받았다.

이후 5승을 더하여 25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또 본선 진출 수당으로 500만원.

4강 진출 성과금 1000만원.

아쉽게도 탈락하여 그 이상은 없었다.

'팀원들이 그랬다는 거고 나는 두 배로 받았지만.'

이때도 인센티브를 높게 책정했다.

파프리카 프릭스에서는 저게 최대였다.

나만 받는 게 아니고 선수들도 다 받는 만큼 당연하다.

구단주측이 제시해온 안은 이보다 더 가팔랐다.

한 마디로 모 아니며 도란 느낌.

4강 이상 못 들면 인센티브로 재미볼 생각 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프리카 프릭스보다는 훨씬 나아.'

하지만 그 정도로 만족하기는 섭하다.

스프링 시즌 당시, 생각만 하고 걸지 못했던 제안.

자신감이 오른 이번 섬머 시즌에 질러보기로 했다.

"썽훈, 승리! 이긴다!"

"그래, 이겨야지."

"지면 거지. 썽훈 거지된다!"

"……."

패배 수당을 추가하기로 했다.

아니, 수당이 아니라 패널티.

그만큼 승리 수당은 올라간다.

티미 몬테는 흥미롭다며 해보자.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세부적인 계약 내용은 구상해온 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아주 호쾌한 친구야.'

물론 성적을 낸다는 전제 하다.

잘못해서 무더기로 패배하면 땡전 한 푼 못 받기는 커녕 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정도의 리스크 가볍게 불사한다.

나 레전설,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항상 외세의 침략에 시달렸다.

나로 하여금 조상님들의 한을 달랠 수 있다면 이 한 몸 불사를 수 있음이다.

"썽훈. 응원한다. Fighting!"

"뭘 응원만 해. 하비도 같이 해야지."

"???"

어딜 혼자서 내빼려고.

하비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단순히 친해서, 도와주고 싶어서가 아니다.

믿을 만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비는 혼인신고서에 도장을 찍어줄 수 있을 정도로 신뢰해.'

말만 하면 해줄 수도 있다.

말을 안 해주니 섭한 노릇이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하비도 해야지. 그럼 안 하게?"

"Um…… 바쁘다. 나 못한다! I am not a Challenger……."

맞다.

하비는 한국에서도 마스터 하위권이었다.

그것도 내가 케어를 해준 기준.

즉, 더 해주면 된다는 소리다.

'유리야도 사람을 만들었는데 하비는 일도 아니지.'

그리고 한국 서버가 수준이 높다.

노력을 하면 북미 챌린저도 꿈이 아니다.

이참에 포켓몬마스터의 길을 걷는 것도 괜찮겠다.

외관만 라이츄가 아닌 실력 또한 한 단계 발돋움시킨다.

애초에 다른 팀원들은 믿을 수가 없다.

이름부터 믿지 말라고 시위를 하는데!

하비가 책임지고 으쌰으쌰 해줘야 한다.

이 참에 아싸리 책임을 지는 것도 괜찮고.

'요즘 세상은 남자만 책임지라는 법이 없거든.'

이전에는 당연히 모르고 있던 사실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하비가 능력녀다.

이런 대기업에서 일을 하다니.

그것도 큰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니.

나는 맞벌이도 선호하는 편이다.

오피스 와이프에도 로망이 있다.

사내 연애도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

한 번에 세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만큼 좋은 일이 어딨겠는가?

"하비, 성과를 내기 위해서니 들어줄 거지?"

"……노력 하겠다."

"노력은 내가 시켜줄게. 하비는 따라오기만 해."

무언가 오해가 있는지 엉덩이를 가린다.

사람마다 교육 방식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러진 않는다.

물론 원한다면 침대에서는 가능하지만.

'나머지도 기본기는 있다고 하니……, 하비가 좀만 분발해주면 낙승이지.'

시작은 더없는 순항이다.

* * *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

그 어느 나라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다.

이는 United States of America, 미국 또한 마찬가지다.

세상사 사람들 생각하는 건 결국 다 비슷하다는 소리다.

자신들이 차곡차곡 쌓아온 것들.

한순간에 뺏기거나, 그에 준하는 대우를 낙하산처럼 받는다면 시기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까 그 사람 토이치TV 스트리머인가요?"

"아닐 겁니다. 적어도 저는 본 적이 없어요."

대부분이 초면이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마음은 비슷하다.

한 명이 물꼬를 트자 다른 이들도 삽시간에 동참한다.

"종나 몬하이 선생님이 모를 정도면 확실하다고 봐야겠죠."

"저도 동의합니다."

"종나 몬하이 선생님이라면야……."

토이치TV에 영입이 된 네 명이다.

각자 인지도가 있는 스트리머.

그중에서도 군계일학이다.

종나 몬하이는 프로게이머들도 인정하는 실력자다.

스트리머로서도 최상위권의 인지도를 자랑한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누구보다 발언권이 높다.

"아까 그 아시아인…… 한국 아니면 중국 프로게이머라고 들었습니다."

"Oh~ 혹시 유명한 사람인가요?"

"안타깝게도, 그다지 커리어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네요."

한 번 4강에 발을 디딘 정도.

데뷔를 한지도 얼마 안된 신출내기다.

아무리 자신들이 스트리머라고 한들 신인 프로에게 얕보일 정도일까.

"4강이라면 저도 한 번 가본 적이 있죠. 아쉽게 탈락하긴 했지만요."

"타블씨도 프로 경력이 있으셨죠?"

하물며 타블 D 지게몬페.

유럽 리그에서 1년 가량 프로 경력이 있다.

중견급 프로게이머인 그를 토이치TV에서 영입해왔다.

나머지 선수들도 한 명, 한 명이 무시할 수 없는 실력자다.

경력도 짧고, 커리어도 없는 애송이가 주장이라고?

물론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은 있다.

"요즘 떠들썩한 AP원딜 메타를 아까 그 사람이 처음 썼다고 하더라고요."

"Ah~ 들어본 적은 있어요. 아이디는 기억 안 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

순간 확 떠오른 이슈성?

스트리머로서의 가치를 높게 친 걸 수도 있겠다.

적어도 이 자리에 모인 네 명은 그렇게 납득한다.

로드 오브 로드의 고티어 유저들.

자존심이 강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아닌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속마음은 백에 아흔아홉이 그러하다.

토이치TV의 스트리머도 아니잖아?

해외에서 우승이라도 하고 왔대?

텃세를 부리지 않는 나라, 사람들은 없는 것이다.

자신이 어렵게 쟁취한 것을 쉽게 얻는다?

누구라도 고깝게 보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종나 몬하이를 필두로 한 네 명의 심정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솔직한 심정으로…… 저희가 북미팀이잖아요? 첫 출범이기도 하고."

터진 물꼬의 물이 흘러나온다.

보다 솔직한 화두가 오가게 된다.

서로의 심정을 파악했기 때문에 가릴 것이 없어진다.

종나 몬하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심전심 이미 통해버린 마당이다.

말을 꺼내자 수긍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실력적인 면, 인지도적인 면 어느 면을 봐도 저희 중 한 명이 맡는 게 낫죠."

"가능하면 종나 몬하이 선생님…… 아니면 타블 D 지게몬페씨도 적임이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종차별이 과연 없을까?

흔하디 흔한 왕따도 사라지지 않는 세상이다.

특히 서양권에선 아시아인들을 깔보는 경향이 있다.

단순히 아시아인이라서.

그 이전에 남자들의 세계다.

대부분이 우락부락한 서양인들은 호리호리한 아시아인들을 만만하게 느껴진다.

키 작은 사람들이 얕보이는 것과 비슷한 이치.

더불어 미국인들은 은근히 가지고 있다.

위대한 국가, 미국을 이끄는 건 백인이어야 한다.

암묵적인 합의를 가진다.

-〉오늘 한 화 더 있어요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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