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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회의 땅 -->
어쩌면 오해를 한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오해를 한 게 맞다.
'근데 오해를 할 수밖에 없잖아!'
말투가 너무 재밌어.
한국어 패치 대체 어떻게 한 거야.
까메오팟TV 애들이 한 건 너무 제대로 해버렸다.
현지에서 네이티브하게 배우다 보니 잘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고 그런 느낌이 있었다.
'하긴 나도 아무런 베이스 없이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 언어를 배웠다면 그런 느낌이 됐을 거야.'
한국에서 영어는 거의 제2공용어다.
초등학생 때부터 애들이 다 배운다.
나 때도 그랬을지언데 요즘은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절대로 않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안다는 소리다.
게다가 나는 공부를 좀 하는 편이다.
치트키도 쳐서 보다 완벽해졌다.
그에 반해 미국인들 입장에서 한국어는 정말 낯설 것이다.
내가 러시아나, 프랑스나, 일본어를 보는 느낌이다.
아니, 일본어는 좀 다른가.
'일본은 좋아하는 배우가 많아서 알게 되더라고.'
두부집 효녀를 필두로 여러가지 분들이 계시다.
작품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이입하다 보면 공감대가 형성된다.
아무튼 노베이스로 언어를 배운다?
당연히 어렵고 1년 가지고는 턱도 없다.
대화가 된다는 것 자체가 엄청 대단한 거다.
"썽훈, 원래 그렇게 유창했어요? 영어로만 대화하는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아요."
"……."
영어로 대화하는 하비는 이런 느낌이다.
전혀 장난스럽지 않고 오히려 기품까지 느껴진다.
앞 마디의 썽훈만이 한국에서의 서툰 자취가 남아있다.
'집 자체가 잘 사는 것 같긴 해.'
수영장이 딸린 집.
고작 한 줄로 설명될 게 아니다.
수영장이 좀 많이 크다.
그리고 여러 곳 있다.
영화에서도 잘 안 나올 법한 대저택이다.
이 저택이 무려 하비네 본가라고 한다.
그러니까 하비의 아버지 댁이라고 한다.
"하비 미안한데 잠깐 한국어로 얘기할 수 있을까?"
"예, 원하신다면요.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썽훈의 영어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데……."
일단 왜 부족함이 없는지 설명하기 그렇다.
둘러댈 수는 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냥 다른 사람이랑 대화하는 기분이라 오락가락하다.
'내가 아는 하비는 0.5 유리야였어.'
딱 귀여운 느낌의 얼빵함이다.
갭이 있어도 보통 있어야지.
이건 아예 다른 사람이잖아!
안 그래도 처음 보는 하비의 적나라한 몸매 때문에 설레고 있다.
하비의 집안에 있는 수영장.
방금 전까지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 수영장 주위에 비치돼 있는 나무로 된 고급진 선텐 의자.
현재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수영복 외에 옷가지를 걸치고 있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개그 캐릭터까지 버리면.
'더 이상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으로 있을 수가 없잖아…….'
확 귀화해버리는 수가 있다.
하비도 조심해야 한다.
나 레전설, 할 때는 하는 남자다.
위웍 같은 늑대가 되어 궁극기갱을 날카롭게 찌를 수 있음이다.
하비가 괘히 티몽을 하는 게 아니었다.
티몽이 갱을 부르는 페로몬이 있다.
이를 세 글자로 티확찢…….
아무리 그래도 얇은 비키니를 찢을 수는 없지.
보이는 연한 구릿빛 피부가 자극한다.
그동안 못 본 일주일 사이에 완전히 달라졌다.
"하비 선탠 좋아해?"
"좋아한다. at my home. Every day!"
순식간에 말투가 바뀐다.
쉬운 단어만 의도적으로 골라 썼던 건가?
귀여움을 노린 거라면 내 스트라이크존을 제대로 공략했다.
'한국어로 따지면 콩글리시 같은 거였을지도 몰라.'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영어로 대화를 나누니 굉장히 공손하다.
그러고 보면 하비는 항상 말이 다로 끝났다.
어쩌면 다로 끝내면 존댓말이라고 착각한 걸지도 모른다.
참으로 귀여운 실수지만 충분히 할 수 있는 착각이다.
우리나라 언어가 더럽게 어렵고 복잡하긴 하다.
하지만 이 하나는 알면 알수록 곱씹게 된다.
'나는 하비에 대해 과연 알고 있을까?'
요 수개월 가까이 지내며 알게 됐다고 생각했다.
이는 내 착각, 아예 아무것도 못 본 걸 수 있다.
온갖 생각이 사무치며 기분이 붕 떠버리던 그때.
"썽훈."
하비가 내 손을 꼭 쥐어왔다.
여름철 따듯한 햇살.
예열된 피부가 손에 감긴다.
약간의 끈끈한 땀이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
그런 게 있다.
피부를 맞다고 있으면 그 사람의 생각이 들어온다.
마치 두부집 효녀의 열정을 모니터 건너로 감정 이입하는 것처럼.
'좀 다른 이야기인가?'
아무튼 알게 되고 만다.
하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채 듣기도 전부터 귀를 기울인다.
"나는 하비다."
"……그래, 하비는 하비야."
이 방향이 생각을 못했다.
갑자기 0.8 유리야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저 말은 처음 배우게 되는 말이다.
'I am 최성훈 같은 거지.'
한국어로 말하면 나는 최성훈이다.
하비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름이 아니다.
자신은 자신, 믿어 달라는 의미였다.
* * *
수영장 옆쪽 큰 파라솔.
해수욕장의 그런 게 아니라 본격적이다.
마치 정자와도 같은 탁자에 앉아 같이 서류를 보는 중이다.
본격적인 계약에 대해서다.
아직 사인은 한 적이 없다.
애초에 그런 이야기가 오갔다.
'물론 반쯤 마음 먹고 오긴 했어.'
이 이상이 있기 힘든 조건이다.
무엇보다 하비가 나를 원하고 있다.
내가 아니라면 또 누가 하비를 도와주겠는가?
"……근데 조건이 바뀌었다고?"
"Some……. Sorry 썽훈."
이래서 용팔이들이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냐고 꼭 물어보는 건가?
나도 물어봤어야 했나?
'돈도 많으면서 째째하게 굴어야 돼?'
살짝 서운해지려고 그러던 때.
하비가 옆으로 찰싹 붙어온다.
맞닿은 피부, 촉촉한 물기가 손등을 간지럽힌다.
'미안하니까 대신 썸 좀 때리자는 거야?'
선탠 의자에서 자리를 옮기기 전에 적셨다.
덥다면서 물에 한 번 들어갔다 나왔다.
수영복 차림이니 상관은 없겠지만.
"하비."
"Why? Why?"
"좀 가깝지 않아……?"
나 레전설, 눈치 없는 사람이 아니다.
나에게 마음을 연 처자.
결코 부끄럽게 만들지 않는다.
'아니, 근데 너무 선정적이잖아.'
어느 정도 내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달래가 워낙 적극적이라 웬만한 여자들은 여자로도 보이지 않는다.
나의 높은 수비벽을 가볍게 꿰뚫었다.
하비와 처음 만날 때부터 알아보긴 했다.
괜히 배꼽티를 입고 온 게 아니었다.
건강한 근육이 반전미를 자랑한다.
"썽훈. 오늘 다르다."
"어, 뭐가?"
"귀엽다. Shy하다!"
아니, 내가 그런 소리를 들을 남자가 아닌데.
하비한테 놀림을 받고 있다.
오늘 만큼은 감수해야겠다.
젖은 머리칼.
물방울이 한 방울 떨어진다.
목덜미, 어깨, 쇄골, 가슴골…… 순서로 흐른다.
젖은 복근이 반사된 햇살에 의해 강조된다.
탄탄한 허벅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런 여자는 난생 처음이다.
'영화나 모델 잡지에서는 본 적 있는데.'
솔직히 그런 전문직 여성들은…… 좀 징그러워!
너무 과하다고 해야 하나?
예쁘다기 보다는 멋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근데 하비는 아주 살짝 과하다.
퇴폐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만든다.
욕심을 내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딘다.
"괜찮다."
하비가 0.1티몽 미터 더 가까이 붙으며 입을 열었다.
괜찮다고?
나한테는 허락을 해도 된다…… 혹시 그런 의미야?
지금까지 뿌려놓은 씨앗이 드디어 열매를 맺나?
내 이상형 중 한 명이 하비다.
얼빵하면서, 섹시하면서, 말 통하는 백인 여성.
그런 하비가 갑자기 대담해졌다.
더할 나위 없이 육감적으로 변했다.
몸만 보면 정말 누님이라고 부르고 싶을 수준이다.
지방을 깔끔하게 연소시켰다.
'역시 여자는 몸매인가?'
잡아먹힐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근데 의외로 친절할 수도 있어.
나 레전설, 그런 갭 환영하는 남자야.
난데없는 대쉬가 긴장감을 자아내던 그때.
"썽훈."
"으, 응?"
"안전하다. Isn't it?"
안전하다고?
잠깐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급발진 아니니.
외국은 원래 이렇게 개방적인가?
'나도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되는 건가?'
속마음이 새어 나올 것만 같다.
대의를 위해서는 아직 기다려야 할 때다.
조금 다른 의미이고 말았다.
"썽훈 여친 있다. 안전하다!"
"…뭐?"
나는 여친 있는 거야?
그랬던 거야?
나도 모르는 사실을 알고 있다니 대단한 정보력이다.
당연히 그런 소리가 아니었다.
"달래?"
"여친! Girlfriend!"
"……."
뭐지?
눈치가 빠르다고 해야 하나 아니라고 해야 하나.
딱 잘라 설명하기는 모호한 관계다.
결국 안전한 오빠가 되고 말았다.
아니, 나이로 따지면 동생이긴 하다.
억울한 오해가 싹트고 만다.
사무치며 훑어본 계약 서류.
* * *
2014년의 토이치TV.
개인 방송이라는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시기다.
하지만 질보단 양, 규모로 따지면 아득히 월등하다.
한국의 파프리카TV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밟을 넓힌 글로벌 기업이다.
인터넷 방송 업계 점유율이 과반수에 준한다.
아예 노는 물 자체가 다르다고 봐도 될 정도로 판은 크지만.
〈Lord of Lords? 대세가 될 것 같다고? I don't think so.〉
토이치TV의 한 스트리머다.
방송 도중 들어온 시청의 질문.
질문의 내용은 다름이 아니다.
롤을 컨텐츠로 삼는 건 어떻게 생각해?
스트리머는 대수롭지 않게 흘려 넘긴다.
-대체 누가 그런 게임을 추천한 거야?
-내가 아는 LOL은 laugh out loud 뿐이야
-랭크 티어 올릴 시간에 학점이나 올리라고 lul
시청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약간 보는 사람만 본다는 느낌.
토이치TV의 주력 컨텐츠는 비디오 게임이다.
포탈 시리즈, 바이오쇼크, 더 위쳐, 어쌔신 크리드…….
스팀 등을 통해 콘솔 게임을 플레이한다.
여러가지, 종합 게임 느낌의 방송이 대세를 이룬다.
물론 롤을 안 하는 건 아니다.
롤 시청자들도 제법 주류를 차지한다.
하지만 많고 많은 게임 중 하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위치다.
〈시청자들이 원하면 할게. 사람들 많이 하게 되면 그때 가서 나도 몇 판 즐기지.〉
-롤 그래도 인기 많은 게임 아니야?
-인기가 많은 건 인정하지만……
-방송용으로는 좀 그렇지!
북미라고, 유럽이라고 E-스포츠 팬이 없지는 않다.
전체적인 수에서 보면 소수에 해당할 뿐.
대부분의 시청자가 라이트 게이머들이다.
게임에 머리 굴리는 거 힘들잖아.
같은 맵에서 노가다하는 게임 아님?
적어도 일반인들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즉, 낯설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나온다.
얼마 전 토이치TV에서 대대적인 발표가 있었던 여파다.
「토이치TV 아마조네스닷컴에 인수 확정!」
「예상 검토액 10억$…… 파동 작을 수 없어.」
「구글의 인수 포기. 큰 변화 예고돼…….」
-어, 구글이 인수하는 거 아니었어?
-마찰 좀 있겠는데……
-그래서 좋은 거야, 안 좋은 거야?
-지켜 봐야 알겠지 lol
토이치TV의 시청자들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왜냐!
구글은 유튜브를 이미 운영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바뀔지 대략 갈피가 잡힌다.
이전부터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구글이 토이치TV를 인수하려고 한다.
오, 많이 바뀌겠네?
긍정적인 개선을 기대해도 되려나?
그런데 갑자기 인수 기업이 바뀌었다.
아마조네스닷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대기업이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과는 연이 없을 텐데?
─아마조네스닷컴 문어발식 확장 걱정되는데……
괜히 경쟁 심리로 인해 입찰한 것 같아
스트리밍 업계에 대해 알고는 있으려나?
괜히 인수만 하고 손은 안 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구글쪽에서 인수하는 게 시청자들한테는 나았어
글쓴이-그렇지. 유튜브를 이미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
└구글은 왜 발을 뺀 거야?
└반독점법 등으로 우려가 있었다더라
자세한 사정은 모를 일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앞으로 나아갈 방향.
유지되거나 혁신되거나 둘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바뀌는 것에 대해 인색하다.
하지만 새로운 운영진은 과감했다.
전면적인 변화를 예고됐다.
1. 다양한 방향의 방송을 활성화.
2. E-스포츠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
3. 기존 시청자들의 의견 적극 검토
.
.
.
3번은 기존 시청자들의 반발을 고려한 사안이다.
열심히 해보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그런데 E-스포츠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라니?
회사의 이름을 단 프로팀들을 창단하기에 이른다.
각 게임의 스트리머들에게 자발적인 지원을 받는다.
물론 합당한 대우와 토이치TV의 품격 유지를 약속한다.
불현듯 들이닥치게 된 새바람.
아직은 붕 뜰 수밖에 없는 시기다.
변화하는 시대는 새 구심점을 필요로 한다.
========== 작품 후기 ==========
미국 갔다고 달래와 유리야가 아예 생판 출연 안 하고 그런 건 아니에요
근황도 나오고, 스토리 진행도 되고 그럴 겁니다
#186화 티미 몬테가 로를 몬테로 수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