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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21화 (22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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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비는 누구? -->

롤챔스 스프링 시즌이 끝난지 어언 일주일.

준결승전으로부터는 2주 가까이 지났다.

과정이 고됐던 만큼 열매 또한 달콤하다.

"흐으으응~~~ 너무 마시써! 스무디 너무 맛있어요!"

유리야는 매일매일이 행복하다!

대학교, 동아리 친구들은 기말고사 때문에 바쁘다.

하지만 자신은 맛있는 거 먹고, 게임하면서 놀고 있다!

-우리 리야 오늘도 너무 예쁘고~

-인형이 롤을 허눼^^

-스무디가 뭐에요?

-정말 몰라서 묻나?ㅋㅋ

모를 수도 있는 일이다.

세상 바쁘게 살다 보면 유행에 못 따라간다.

스무디가 유행한 건 극히 최근이고, 예전에는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유리야가 시청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딸기랑 얼음이랑 우에에에엥 하는 거에요!"

-우에에에엥이래ㅋㅋㅋㅋㅋㅋ

-믹서기 소리?

-너무 귀여운 생물이야 유리야

-그럼 바나나 스무디는 바나나랑 얼음 넣고 우에에에엥! 하는 건가요!

"네, 시청자 어린이 똑똑하네요? 우에에에엥 해서 갈면 맛있는 스무디가 완성돼요."

뿌듯하게 설명을 한다.

유리야가 방송을 하는 보람 중 하나다.

띨빵하며 순수한 매력이 있는 BJ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한 마디로 슬러쉬 같은 거지

-귀엽게 설명하는 것도 재능임ㅋㅋ

-레전설 앞에서 저 말했으면 흐에에에엥 했을 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유잘알 ㅇㅈ하자너~

재밌게 방송을 하던 유리야가 흠칫 놀란다.

부들부들, 부들부들!

유리야의 천적과도 같은 존재다.

담당 일찐으로까지 불릴 정도다.

너무 과한 소리 아니야?

봐버린 시청자들은 그렇게 말 못한다.

이쁘고 귀엽고 깜찍한 유리야가 한없이 천대 받는다!

마치 신데렐라.

못된 시어머니과도 같은 레전설이 최근 부재 중이다.

잊고 살았던 유리야가 채팅창 반응에 기겁을 할 만도 하다.

"혹시 여기 선배 없죠? 또 저 떠보는 거 아니죠?! 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밑밥 까는 거 보소ㅋㅋㅋㅋ

-설마 있겠어?

-진짜 있으면 소름인데……

-함정 수사가 한두 번이 아니었잖아ㅋㅋㅋㅋ

보통은 반항 심리가 생겨서 틱틱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는 몸이 돼버렸다…….

수 번에 걸친 함정 수사, 자택 수색 기타 등등!

마치 완전한 사육처럼 철저하게 조교 당하고 말았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유리야 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레전설이 쥐뿔도 안 보인다.

"선배 없죠? 진짜로 없죠? 선배 바보멍청이똥개해삼말미잘……. 히히, 없나 보네."

-리야 신났어ㅋㅋ

-저러다 전화 걸려와야 꿀잼인데

-담당일찐 직무유기한다!

-근데 레전설 진짜 요즘 뭐하지?

요 몇 달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시달렸던 유리야다.

레전설이 없는 일상이 무척 신난다!

하지만 내심 그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당연히 먼저 또 연락 와서 괴롭히고 그럴 줄 알았는데…… 2주 가까이 아무런 말이 없다.

공허한 감정이 들었던 것도 잠시.

"스무디…… 너무 마시써!"

쓰나미처럼 밀려온 스무디의 감동에 의해 지워진다.

어느새 솔로랭크의 큐도 잡히며 여정을 떠난다.

골드 티어를 넘어 플래티넘으로!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유리야 방송의 무한 컨텐츠다.

타고난 재능을 자랑이라도 하듯 매일매일 10판을 넘게 돌려도 도통 올라가지를 못한다.

신기하게도 내려가지도 않아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낸다.

비록 레전설은 안 보이지만 그 의지는 시청자들의 등에, 가슴에, 하나가 되어 살아간다.

그런 악독한 레전설의 손에서 자유로운 이도 있다더라?

티키타카, 깔끔한 딜교환까지 해버리는 여캠이다.

달래 또한 최근의 일상을 더없이 즐기고 있다.

─달래의늑대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뿌잉뿌잉!

달래는 오늘도 천사^^

"오늘도 내일도 늑대 오빠를 위해서 쭉 천사처럼 이쁜 달래 할게?"

날아든 손키스가 뭇 남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진성 겜비련인 유리야와 달리 타고난 페로몬을 흩뿌린다.

최근 파프리카TV의 독보적인 원탑 여캠으로 이름 높은 달래.

밝은 양지의 세계로까지 진출해 이목을 모은다.

여캠이 모델도 하고, 광고도 찍는다고?

사뭇 의아한 일이지만 단순한 여캠이 아니다.

프로게이머라는 이색적인 직업을 통해 알려졌다.

-게임도 잘하고, 외모도 연예인 뺨치고…… 정말 천사야 천사

-머리 위에 고리 걸면 하늘로 날아 갈 듯!

-혹시 롤은 안 하시나요?ㅎㅎ

-건빵이 어딜 감히!

원래부터 프로게이머에 관심이 있고 그랬던 건 아니다.

그놈의 레전설이 푸른 눈의 백룡을 빌미로 협박했다.

당시에는 논란도 많고, 과연되기나 할까?

보포터로 보호막이나 주면 다행이지.

프로들 멱살을 잡고 다니자 이슈가 안될 수가 없다.

외모 또한 걸그룹을 뺨을 치니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롤은요 시청자 오빠가 팬클럽 가입해주면 할까? 근데 오늘은 바빠요. 달래 곧 모델일 나가봐야 돼요."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파프리카TV의 새로운 간판이 됐다.

정작 띄워준 레전설과는 사이가 안 좋다는 소문.

오히려 남성 시청자들에게는 환영할 이야기다.

"밤에 다시 킬 수도 있구, 못 킬 수도 있어요~. 달래 못 오더라도 오빠들 너무 슬퍼하시면 안돼요?"

-오늘도 달래님 덕분에 눈호강 했습니다^^

-몸매 너무 은혜롭다……

-쇄골 개섹시

-맨질맨질 겨드랑이에 밥 한 주걱을 따악!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여캠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가 늘 상위권.

한 명, 한 명의 충성심도 높아 날로 성행한다.

이따금 미꾸라지도 섞이지만 대부분은 정상적이다.

물론 여캠답게 열혈들의 풍력을 빼놓을 수가 없다.

─달래의그늘님 별풍선 17535개 감사합니다 뿌잉뿌잉!

일찍 와^^*

"부회장 옵빠…… 방금 달래 설렜잖아. 그런데 그런 건 달래가 서방님한테 해줘야 하는 말인데 알아? 오빠두 달래 방송 키면 일찍 와줘야 돼~?"

열혈들과의 줄다리기 조교는 끝마친지 오래다.

방송을 끈 달래가 한숨을 푹- 내쉰다.

단 한 명만은 조교하지 못했다.

'이 개뼈다귀는 대체 어디서 뭘 하길래 연락도 안 하는 거야?'

지인들조차 레전설을 근황을 모르고 있다.

* * *

6월의 초.

학생들이 한참 바쁠 때다.

속된 말로 똥줄이 엄청나게 탄다.

그도 그럴게 기말고사, 1학기의 마무리를 짓는 시기다.

원래 대부분의 학생들이 다 그렇다!

중간고사는…… 내 실력이 아니었어.

기말고사로 만회한다 두고 봐라.

두고 보는 기간이 코앞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눈 돌릴 틈도 없다.

'……아마 그래서 그렇겠지.'

주위 학생들이 소 닭 보듯 지나친다.

오랜만에 모교에 왔다.

모교라고 부르긴 뭣하지만 나름대로 애착이 있다.

한국대학교.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왔고, 1년 바쁘게 지내기도 했다.

등교 코스는 여전~히 내가 학교를 온 건지 등산을 온 건지 구분이 안 갈 수준이다.

초여름이라 그런지 땀도 뻘뻘 나는데 괜히 왔나?

그런 생각이 들지만 곧 있으면 나온다.

'우리 빡대가리야가 키운 식물들이 무럭무럭도 자랐네.'

안 그래도 무성하던 화단이 정글이 될 지경이다.

빡대가리야도 현재 휴학 중이라고 들었다.

진지하게 BJ를 목표한다!

는 개뿔이 놀고 싶어서 핑계대는 거겠지.

그런데 세상사 우연히 택한 길도 잘될 수 있는 법이다.

오히려 등을 떠밀어 줄 때가 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아마 그런 게 아닐까.

오늘 한국대에 찾아온 이유는 그래서일 것이다.

덜컥!

쇠로 된 무거운 문.

강의실 문들은 항상 드럽게 무겁다.

지각해서 몰래 들어올 때 배로 눈치 보이게 만든다.

'지각…… 오지게 하긴 했는데.'

지각을 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한국대학교 제1공학관.

하~도 캠퍼스 끝쪽에 있어서 가는 길이 고되다.

지각 직전에 땀 뻘뻘 흘리면서 뛰어 올라가면 죽을 맛도 이런 죽을 맛이 없다.

그랬던 기억들이 이제는 추억이 된다.

진짜로 평생의 추억이 될 수도 있다.

'선택을 내린다면 그렇게 되겠지.'

대학교 2,3,4학년을 마치고 안정적인 진로를 택한다.

물론 대학원을 갈 수도 있는 노릇이다.

요즘은 보통 석사까진 섞는다.

학교 자체가 나쁘지 않다.

오히려 높은 축에 속한다.

솔직히 학과가 취업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데 대학교 이름값도 있고 이공계라서 웬만하면 괜찮다는 분위기다.

'나 때는 그랬는데 요즘은 아닐 수도 있고.'

2~3년 전 이야기인 만큼 또 모른다.

선후배들은 커녕 동기들과도 연락이 뜸하다.

최근 바쁘기도 하거니와 원래 시간이란 그 어떤 인연도 퇴색시킨다.

없으면 죽을 것 같던 친구도 너무 오랜만에 만나면 서로 불편하다.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하다.

달래 때도 그랬지만 내가 은근히 사람복이 있는 걸 수도 있겠다.

"와, 미친 새끼 진짜~!! 성훈아, 살아 있었냐?"

공허한 강의실을 나와 복도를 서성이던 그때.

어디선가 격한 인사말이 들려온다.

일단 잘못 들은 건 아닌 모양이다.

인연이라 할지 우연이라 할지.

두 가지 모두 복합된 결과일 것이다.

같은 학과, 같은 학번의 친구를 만났다.

"민우야?"

"그럼 나 말고 누구겠냐. 아니, 까톡도 씹고~ 복학도 안 하고~ 인생 개막장으로 사시는 우리 성훈씨 얼굴 오랜만에 봐서 너무 설렌다."

멱살 잡고 싶을 정도로 말이 격하지만 일단 친한 친구다.

내가 군대에서 그토록 외로울 때 여자도 소개 시켜줬다.

그 은혜.

갚기는 개뿔이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이가 갈린다.

"그땐…… 미안했다. 근데 걔 착하잖아?"

"맞아, 착하긴 착하지."

"외모도 예쁘지 않아? 12학번 새내기 중에 그만한 애가 없었어. 너도 인정하지?"

"맞아, 예쁘긴 예쁘지."

대화가 통하는 듯 통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게 나랑 취미랑 성향이 다르다.

게임도 안 하고 허구헌날 싸돌아다니고~.

흔히 말하는 인싸라는 녀석이다.

어느 정도냐면 내가.

식객민웈ㅋㅋㅋㅋㅋㅋㅋㅋ

드립을 쳐도 못 알아들었을 정도다.

'참으로 한심한 녀석이 아닐 수 없다니까.'

요즘 세대의 유행어도 모르고 산다니 얼척이 없다.

그래서였을까?

사람은 반대 타입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어떻게 친해졌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친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여친소도 가능했던 거고.'

군인 신분이면 보통 다 거절한다.

그건 에바지!

상병장도 그럴지언데 고작 일병.

내가 유리야를 만났을 때가 일병 때였다.

사실 기대도 안 하고 던진 부탁이다.

그런데 된다고?

심지어 이뻐?!

형님으로 모실 뻔했던 시절도 있었다.

"유리야 걔 BJ됐더라?"

"아, 그래?"

"파프리카TV? 잠깐 켜서 보니까 시청자 많던데? 돈도 꽤 되나 봐."

"그렇구나~."

그런 은인이 원수가 된 이유는 하나다.

그 여자가 하필 유리야다.

나에게 유리야를 소개시켜준 장본인이다.

흑역사에 한 획을 그으며 이를 바득바득 갈게 만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법 큰 그림이었어.'

인연이 이렇게 저렇게 꼬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늘에서 개의 신이 흐뭇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냥 헤어지면 섭하지.

"내가 학식 쏜다 먹을래?"

"오~~ 너 치곤 선심 좀 쓰네? 오랜만에 만났다고 한 턱 쏘는 거야? 근데…… 지금부터 약속이 있어서."

인싸들은 이래서 문제다.

왜 자꾸 술을 마시러 다니는 거야.

술은 그냥 편의점에서 네 캔 만원 사서 집에서 때리면 되지.

밖으로 싸돌아다니니까 공부도 안되고, 돈이나 낭비하고…….

"여자 많은데 갈래?"

"그래애?"

순간 혹할 뻔했다.

파릇파릇한 14학번들도 있다는데 참.

11학번 선배님 된 도리로 이것저것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가르쳐줘야 하나.

고민을 해봤지만 그럴 기분이 아니다.

"다음에 연락할게. 내가 요즘 너무 바빠서 연락도 잊고 살았다. 서운해 하지 말고."

"그래, 너도 게임 작작 하고! 다음 학기는 꼭 복학해라!"

뭐지, 이 패배한 기분은?

시원스럽게 인사하며 제 갈 길 가기로 했다.

민우는 딱히 모범생은 아니지만 친화력이 좋아서 뭘 해도 먹고 사는데 전혀 지장 없을 녀석이다.

'그런 친구가 포기한 게 유리야라고 생각하니 더욱 더 놀랍구만.'

새삼 유리야에 대해 감탄하게 된다.

유리야는 BJ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챙김 받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는 참견이 든다.

옆에 있으면 가끔 기저귀도 갈아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그렇게 쿨하게 헤어지고 캠퍼스 탐방을 이으려다가.

"잠깐만!"

"어?"

"14학번…… 물 좋니? 리야 소개 시켜줬을 때 솔직히 좀 섭섭하긴 했다 야."

"……."

궁합도 안 본다는 네 살 차이 바로 아래다.

미련이 안 생길 수 없는 일이다.

리야한텐 미안하지만 대의를 위해 잠깐 판다.

별풍선 17535개-일찍오세요개

========== 작품 후기 ==========

슬슬 눈치채시겠지만 곧 2부가 끝납니다.

자세한 사항은 내일 후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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