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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19화 (219/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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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비는 누구? -->

Whatever You Like.

느낌적인 느낌이 있는 팝송이라 굉장히 좋아한다.

특히 가사가…….

'오늘 내가 원하는 방향과 딱 맞아.'

노래가 두 가지를 밝힌다.

돈, 그리고 사랑.

이 사랑이 약간 육감적인 느낌이다.

나 레전설,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이다.

하지만 But 우리 조상님들 절대 고리타분하지만은 않았다.

각박한 삶 속, 운치를 즐길 줄 아는 분들이셨다.

'별별짓 다 하고 돌아다녔다는 역사 기록을 봤지.'

참으로 자랑스러운 조상님들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사랑이 떠오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그동안 지내온 시간이 있는데 슬슬 싹틀 때도 되지 않았는가?

'하비…… 정말 오랜만이야.'

내가 괜히 팝송을 중얼거렸을까.

하비가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드디어 마음을 먹었는지, 마음의 문을 열었는지 일정을 잡아왔다.

오늘 무언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원래 세상일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법이다.

동서양의 교류가 되는 만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다.

스캔들 하나 터지더라고 감수할 각오, 하고 왔음이다.

택시를 타고 하비의 집앞에 도착했다.

초인종을 누르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것도 잠시.

'없나?'

오후 두 시.

약속 시간을 착각한 게 아니다.

혹시 몰라서 오는 길에 전화도 하고 왔다.

그런데…… 없네?

부재 중이네?

혹시 몰라 돌려본 문고리.

덜컹!

열려 있었다.

들어가는 건 당연히 실례다.

그렇기는 한데 다시 닫는 것도 또 뭣하잖아.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샤워 하고 있어서 못 들은 거 아니야?

세상 참 요상한 게 택배 기사 아저씨들은 꼭 샤워할 때 온다.

머피의 법칙은 절대 거짓부렁이 아니다.

나는 그 사실을 모른다는 전제 하.

천연덕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

각오를 한 건 어디까지나 내 스캔들이다.

남의 스캔들은 보통 생각 안 하고 산다.

설사 있더라도 알아서 가려야지.

우연히 적나라한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

문을 열자 처음 보는 남자가 있다.

그것도 신체 건장한 백인.

명백히 우리나라 사람은 아니다.

"He…… Hello?"

"Good afternoon. Aren't you coming?"

일단 모르는 사람을 마주한 셈이다.

과정이야 어찌 됐건.

어색한 인사를 주고 받는다.

아니, 어색한 건 나 뿐인가 보다.

들어오라고 하길래 나도 모르게 들어왔다.

들어오니 더욱 확연하게 들려오는 물소리.

하비가…… 어디 있는지 짐작이 간다.

짐작이 가버리니까 문제다.

샤아아아-

세수를 하는 정도의 물소리가 아니다.

십중팔구 샤워를 할 때의 물소리다.

그 광경을 상상할 겨를조차 없다.

'설마 여캠이 여캠했다는 그거야??'

떨떠름하게 하비집에 들어와 앉았다.

굳었던 뇌가 활성화되자 아차 싶다.

설마 하는 일.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은 또 없었다.

내 주위 여캠들은 여캠이 여캠할 것 같지만 사실을 안 하는 애들 뿐이다.

아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대형 참사.

갑자기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한다.

'하비가 남친을 사귀면 안될 이유는 없긴 해.'

엄밀히 따지면 하비는 여캠이 아니다.

게임 방송을 하는 여BJ일 뿐이다.

그래서 그게 뭐가 다른데?

주와 부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여캠이 게임을 하는 건 시청자들과 소통을 해서 사심충을 좀 더 뜯어먹겠다는 의도고.

여BJ가 게임을 하는 건 그냥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여자라고 게임하면 안돼?

솔직히 안된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 눈곱 만큼은 있다.

일반 게임 전설의 4인큐를 만난 이후로 생기게 됐다.

하지만 그건 실력과 여왕벌 심리로 인해 생긴 문제고.

그런 문제가 하비에게는 없다.

없으니까 마음이 갔던 거다.

"Coke?"

"Sure. 땡쓰……."

혀 깨물었다.

하비의 남자?

어디 사는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시원한 콜라를 가져다 줬다.

자연스러운 접대를 보아하니 하비와 그냥 아는 사이는 아닌 듯싶다.

설마 동거하던 옛 연인이라던가…….

아니, 그냥 현재 진행형의 연인이라고 해도 이상하진 않다.

한국에 오면서 잠시 헤어져 있었을 뿐.

쭉 사귀는 사이일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사랑은 움직이는 법이다.

'그럴 자신도 있고.'

문제는 자리다.

하필 초대를 했다는 것.

아직 별말은 없지만 얼추 짐작이 가는 건 지레짐작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하비한테 집적대지 말라던가.

남친이 방송을 보고 거슬렸을 수도 있다.

그럴 만한 행위.

솔직하게 찔리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일반인들은 착각할 수도 있어.'

동서양의 교류를 대표했을 뿐이다.

어떤 이들은 고지식한 관점을 가진다.

해명을 한다고 과연 알아들어줄지.

토독.

온갖 생각이 사무치던 그때.

하비가 방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나 다를까 샤워를 한 듯 머리칼이 젖어있다.

젖은 머리칼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로 유추하건데 많이 서두른 듯 보인다.

초여름 느낌이 물씬 풍기는 나시티를 걸치고 나왔다.

더없이 섹시하고 원하지 마지 않는 옷차림이다.

"Oh, 썽훈! I haven't seen you in forever."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어색하고, 난감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 보편적인 생각.

문화의 차이인지 전혀 개의치 않는다.

나도 물 좀 튀긴다고 개의치 않는다.

나 레전설,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이다.

우리나라 조상님들 첨벙첨벙 모내기를 하셨다.

그런 조상님들도 이 한 가지는 경을 치셨다.

남녀칠세부동석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칠거지악, 간통이 용납되지 않았다.

'……친근하게 안겨서 인사해도 되는 상황이니?'

아수라장이 예고된다.

* * *

해외.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한국 말고도 세계 각지에서 롤챔스가 열린다.

한국 롤챔스의 약자가 LCK다.

여기서 K는 당연히 Korea다.

선수들의 실력 때문에 주목 받을 뿐 전세계의 롤챔스를 대표한다거나, 원조라던가, 규모가 크다던가 그런 건 전혀 아니다.

한국 만한 위상을 지닌 롤챔스가 세계에는 네 곳 더 있다.

이를 소위 5대 리그라고 부른다.

한국-LCK

중국-LPL

대만·홍콩·마카오-LMS

유럽-EU LCS

북미-NA LCS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여덟 곳의 롤챔스가 더 존재한다.

터키-TCL

독립국가연합-LCL

브라질-CBLOL

중미-LLN

오세아니아-OPL

동남아시아-SEA

남미-CLS

일본-LJL

대회의 수가 총 열세 곳이나 될 만큼 로드 오브 로드는 전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

단순히 대회가 열리는 수준을 넘어 각 나라마다 특유의 문화가 생길 정도다.

메타 또한 다르며 선수들의 플레이 방식도 상이하다.

절반 가량 국제화가 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크래프트부터 시작된 E-스포츠가 십수년에 걸쳐 변천했다.

가히 놀라운 일이기는 하나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I ruined the Promotion…….

Because of Fucking ADC Bloody!

ADC means AD CARRY.

Not a AP CARRy!!

Who used it Fucking ADC Bloody?

└Oh, calm down lol

└I also saw Fucking ADC Bloody…… It's me!

Writer-Are you kidding me?

└Just New meta. Maybe You have not seen LCS for a long time^^

다른 나라의 롤챔스가 있다는 건, 다른 나라의 솔로랭크도 있다는 소리다.

한 유저가 승급전에 떨어졌다고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AP캐릭이 원딜로 오는 바람에 게임을 졌다!

이에 달리는 댓글들의 상태가 짓궂다.

외국이라고 네티켓을 준수하리라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비슷하기 마련이다.

특히 남이 안된 경우에는 놀리고 본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글쓴이가 착각했다.

한동안 롤챔스를 안 봤다면 새로운 메타가 낯선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요즘 롤챔스에선 AP원딜도 기용되는 추세지

블러디체리, 직트 등이 가끔 원딜로 와

서포터가 힐라카일 때 시너지가 좋거든

승급전글 작성자가 당한 건 아마 그거일 거야

└뭣 모르고 따라하는 애들 때문에 문제지만 lul

└승급전 떨어진 글 작성자인데…… 정말 몰랐어. 그런데 AP원딜이 왜 쓰이는 거야? 아무리 봐도 좋아 보이지 않아

글쓴이-lololol 글쎄? 난 프로가 아니니까 모르지

└한국 선수가 쓴 걸 벤치마킹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

그리고 다른 하나는 변화의 중심이다.

E-스포츠판을 뒤흔드는 인종.

한국인은 항상 모든 게임의 선두에 선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지의 롤챔스가 떠들썩해진 근원에 그가 있다.

〈승리 축하드립니다 클라우드 세븐! 과감한 전략으로 경기는 승리했는데 발상의 근원이 궁금하네요.〉

NA LCS 4강.

클라우드7이 팀 커스를 3대0으로 완파하며 결승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전체적인 경기력도 뛰어났지만 픽이 유달리 돋보였다.

블러디체리를 원딜러로 쓸 생각을 하다니?

아나운서의 물음에 클라우드7의 주장 미터스가 대수롭지 않은 듯 답한다.

자칫 전략 노출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망설임이 없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LCK에서 사용되었던 전략입니다. 저희가 보다 가다듬어 최적화시켰다고 볼 수 있지요.〉

〈한국이요? 한국 롤챔스는 수준이 높지만 보수적이라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요?〉

해외에서 한국 롤챔스를 보는 시각.

한국 선수들은 분명 뛰어나고 리그의 수준도 높다.

하지만 메타가 고리타분하며 선수들의 발상이 평이하다.

한국 선수들은 다 그렇고 그렇지~.

쟤네들은 연습량 빨이다.

기발한 발상이 없다.

LCK에서 나오는 신규 픽들?

그거 다 우리나라 아니면 유럽, 중국쪽 베낀 거잖아.

이러한 시선이 보편적으로 깔렸을 정도다.

아나운서가 툭 내뱉은 말이 실례라고 아무도 생각 안 한다.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시아권 선수들의 연습량은…… 따라가기가 힘들더라고요~.〉

미터스의 대답에 아나운서, 현장 팬들이 여기저기서 폭소한다.

너희들이 잘하는 건 인정해.

하지만 원조는 늘 우리야.

북미 팬들의 자부심이 은연 중에 드러난다.

어떻게 보면 정신승리라고도 볼 수 있다.

이번에 한해서는 경우가 조금 달랐다.

〈체계적인 운영은 배울 만해서 LCK를 즐겨보는 편인데 원딜 블러디가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선수죠? 알려진 선수인가요? 혹시 테이커?〉

〈아쉽게도 그는 아니었네요.〉

해외에 가장 많이 알려진 한국 프로게이머.

작년 롤드컵 우승의 주역인 테이커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

국제 대회에서 임팩트 있는 활약을 선보인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그가 아니고 다른 선수?

달리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

한국에 또 주의해야 할 선수가 있단 말인가?

〈레전설이라고 하는데……〉

레전설.

그 세 글자 처음 해외 방송에서 언급된 순간이다.

이후 결승전, 클라이드7이 팀 혼자 중단을 상대로 다시 한 번 꺼내들며 재평가된다.

「팀 혼자 중단의 블러디체리 저격……, 스네키가 꺼내든 카서트 원딜.」

「주연 같은 조연, AP원딜의 중심은 힐라카?」

경기의 내용과 과정이 가히 충공깽이었다.

단순히 따라 쓰는 정도가 아니다.

최적화, 재해석을 했다는 걸 여실히 과시한다.

토옹!

토옹!

카서트의 딱콩이 쉬지 않고 터진다.

리메이크 전의 힐라카는 아군의 마나를 채워줄 수 있다.

라인을 쉬지 않고 밀 수 있었던 근원이다.

갱킹이 오면 깡으로 받아친다.

─트리플 킬!

카서트의 딱콩과 힐라카의 별똥별.

계속해서 터지자 2대3도 이겨버린다.

코스프레로 유명한 클라우드7의 원딜러 스네키 선수가 첫 번째 세트에서 대이변을 낳았다.

이후로도 갖가지 AP원딜들을 시도.

팬들의 뇌리 깊숙이 각인될 명플레이를 선보였다.

바야흐로 EU메타의 대항마가 떠올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EU메타에 대항하는 NA메타! AP CARRY의 발상지 북미.」

「블러디, 카서트, 직트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 혁신적인 새 메타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커…….」

「AP CARRY의 시초가 따로 있다? 레전설, 그는 누구인가.」

메타를 연구하고 실전화시키는 건 우리 북미다.

자신들은 기발한 발상이 두드러지는 지역이다.

선수들과 팬들은 NA LCS에 자부심을 가진다.

하지만 한 가지, 유럽에서 전파한 EU메타 때문에 늘 자존심이 상했다.

그 전까지는 북미의 메타가 주를 이뤘었다.

NA메타로 새로이 발돋움을 할 때다.

하지만 처음 시발점이 된 사람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은근하게 인정을 하는 것이다.

보수적인 한국 지역?

하지만 너는 탈한국할 선수가 맞다.

대충 이런 느낌적인 느낌이다.

북미를 중심으로 서서히 일이 벌어진다.

레전설의 주가가 상승한다.

씨앗은 뿌려 놓은 셈이다.

========== 작품 후기 ==========

Anya Marina - Whatever You 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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