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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17화 (217/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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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그다와 닥트리오 -->

삼선 블루의 일방적인 승리가 예고되었던 결승전이다.

실제로 그렇게 끝나버리기까지 했다.

온오프라인 역대 흥행 최저치를 기록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시청자들도 선택권이 있는 법이다.

엄청난 인기팀 정도는 돼야 흥행이 보증된다.

그런데 그 흥행.

숨겨두었던 함정 카드가 있었다.

선수들에게도, 중계진들에게도 예기치 못한 대이변이다.

─???: 고개를 드세요 다대기씨!

당신 봄의 제왕 아닙니다ㅋ

└아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승이 골대가 아니었던 거임!

└걸즈데이 데리고 우승팀 정돈 잡아야 봄의 제왕이자너~

└우승은 삼선이 하고 임팩트는 레전설이 다 가져갔네ㅋㅋ

사실 잠잠하게 소문이 돌았었다.

걸즈데이가 롤을 엄청 좋아한다더라?

물론 확증이 없는 찌라시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연예계 찌라시의 8할이 맞는다는 이야기가 괜히 있는 것도 아니다.

초청 가수인 걸즈데이의 이벤트 매치.

정말로 성립하여 우승팀과 겨루게 됐다.

환영할 일이긴 한데 걸즈데이는 4인조 아니야?

남은 빈 자리를 최다MVP가 채운다고 한다.

혹시나 하던 소문이 정말로 맞아 떨어졌다.

이번 스프링 시즌 최다MVP가 하필 '그 녀석'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레전설은 '그 사건' 이후로 이벤트 매치 못할 줄 알았는데

이걸 오프게임넷이라 걸즈데이가 받아들여 주네……

설마 그 사건을 까맣게 잊어버린 건가?

└아아, 그 사건 말이지

└나도 그 사건 때문에 영락없이 안 할 줄

└그 사건이 대체 뭐임?

└뭐? '그 사건'을 모른다고??ㅋㅋ

그 사건.

보통은 없는 사건 지어내서 관심 유도하는 어그로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 한해서는 진짜다.

아는 사람은 잊을 수가 없는 대형 사고!

군챔스라 불리는 모 대회에 걸즈데이가 위문 공연을 갔다.

걸그룹들에게는 정말 흔하디 흔한 행사다.

그런데 멤버들이 롤을 좋아해서 이벤트 매치를 뛰게 됐다.

─'그 사건'이 그 사건 말하는 거였구나

난 또 뭔가 했네

그 사건을 생각하면 의아할 만하지……

아니면 행사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가한 걸 수도 있고

└ㄴㄴE-스포츠 좋아해서 자진 참가하는 거라고 용피셜

글쓴이-아, 용준좌가 그랬음?

└그 사건을 용서해주다니 대인배네

└그래서 대체 '그 사건'이 뭐냐고!!!

그 사건 이후로 당연히 틀어진 줄 알았다.

그 사건의 임팩트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 이벤트 매치가 내정돼 있었다고 해도 걸즈데이가 파토낼 줄 알았다.

믿을 수 없게도 해버렸다.

한 것 자체는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내부 사정을 일반 시청자들이 어찌 알겠는가?

문제는 결과다.

결과가 너무 어처구니 없다.

경기를 다 보고도 본 게 맞는지 어안이 벙벙해진다.

─레전설이 미친놈인 이유.Fact

걸그룹 데리고 우승팀을 진짜로 이겨버림

└아아……

└어케 이겼냐 미친놈아!

└이기라고 연 이벤트 매치가 아닐 텐데ㅋㅋ

└예능 찍으라고 던져뒀더니 다큐를 찍어버렸어ㅋㅋㅋㅋ

오히려 결승전 이상의 관심, 시청률을 기록하는데 이른다.

이벤트가 역으로 메인.

식사로 따지면 메인 디시 거르고 후식으로 배 채운 꼴이다.

과연 그럴 만한 임팩트와 결과까지 고루 빼놓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의문이 드는 일이다.

레전설 데리고도 패배한 파프리카 프릭스는 대체?

─지금 보면 진짜 대단한 팀.jpg

원딜 - 라인전도 한타도 못함

미드 - 갓골드

정글 - 생

탑솔 - 략

└잼잼 듀오 생략ㅋㅋㅋㅋ

└적폐는 생 과 략 해줘야지!

└진짜로 레전설 하나만 있는 팀이었던 거임ㅋㅋㅋ

└유리야는 그렇다 치는데 마챌들이 무슨 걸즈데이보다 못해!

물론 진지하게 걸고 넘어진다면 할 말이 있다.

삼선 블루는 패널티도 있었고, 챔피언 마음대로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졌다는 것 자체가 변명이 여지가 없다.

─삼선 블루는 변명할수록 더 추해

양손 묶고 혀로 했으면 ㅇㅈ인데 그것도 아니잖아

이번 이벤트 매치의 결론은 하나야

팀원이 숨만 쉬어도 레전설이 멱살 캐리 씹가능함

└혀로ㅋㅋㅋㅋㅋ

└다이브 치다가 죽고 ㄹㅇ루 추하자너~

└다대기, 너에게서 「봄의 제왕」을 박탈한다

└우승하고도 욕 먹고 이번 결승 역대급이네ㅋㅋㅋ

결과적으로 역대급의 결승전이 나와버렸다.

향후 100년간 이런 매치는 없을 것이다.

애초에 가능성 자체가 전무했다.

정말 레전설이 아니었으면 시도조차 못했으리라.

그에 대한 관심과 평가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안 그래도 재평가가 이루어지던 여론이 대세가 돼버린다.

─레전설이 욕 먹었던 진짜 이유.Fact

레전설이 게임도 잘하고

여캠들한테 인기도 많고

BJ 1위라 돈도 잘 벌고

잘.나.가.니.까

└ㅇㅈ합니다

└팩트)팩트다ㅠ.ㅠ

└빛전설 대전설!

└이제는 4강따리라고도 못 부르겠네ㅋㅋㅋ

레전설을 까던 유저들이 흔히 펼치던 논리다.

네 다음 4강따리~.

결승전도 못 든 주제에 어딜 감히?

이벤트 매치를 통해 결론이 났다.

파프리카 프릭스가 진 거지 레전설이 진 게 아니다!

궤변에 힘이 실리며 약이 절찬리에 팔린다.

물론 일각에서는 다른 의견도 제시된다.

아니, 걸즈데이 생각보다 한타 잘하는데?

이거 혹시…… '그 사건'의 재림 아니야?

─레전설 이 새끼 또 사고쳤을 확률 높다고 본다ㅋㅋㅋ

그러지 않고서는 저 경기력이 말이 돼?

오더 하나하나 다 해줬을 거 빼박이야

└킹리적 갓심이 또

└레전설이면 그러고도 남지

└눈 돌아가면 여자고 남자고 안 보이는 혼모노잖아ㅋㅋ

└걸즈데이 피셜 한 번 안 뜨나?

'그 사건' 때문에 의심을 안 할 수가 없다.

설마 그렇게 당하고도 두 번 저지르겠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그렇겠지만 애초에 상식이 안 통하는 인간이다.

걸어온 행보 하나하나가 상식이란 울타리를 가볍게 파괴한다.

특히나 이번 이벤트 매치는 전대미문이다.

단순히 게임을 잘했다,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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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이 아니다.

24시간 실시간 검색어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며칠이 지나도 자취가 남을 정도의 대사건이다.

걸그룹이 롤챔스 우승팀을 이겼다고?

커뮤니티에 이상한 루머가 올라오네?

낚시가 아니라는 댓글까지 달리고 있다.

└롤충들 이벤트 매치로 소란 오지게 피우네

└이벤트 매치(이었던 것)

└진짜로 진지하게 이긴 거라니까ㅋㅋ

└'레전설'해버렸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갓반인들이 알아 먹으려나……

화제가 되지 않을 수가 없는 일.

'그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사실도 퍼져 나간다.

롤팬들은 물론 걸즈데이팬들에게도 넘어갈 수 없는 대사건이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레전설의 인지과 하늘을 뚫는다.

이번 사건을 순수하게 좋아할 수가 없는 이도 있었지만.

* * *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파프리카TV 본사.

현재 2014년, 국내 최고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다.

여캠, 간장쇼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 양지보다는 이면에 가깝다.

언제까지 그렇고 그렇다는 이미지로 보일 수는 없다.

플랫폼이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지로 발돋움할 필요성이 있다.

E-스포츠 게임단 파프리카 프릭스의 창단 취지는 그러한 이유라고 표면적으로 알려졌다.

"……뭐?"

보고를 받은 남수길 대표 이사의 미간이 움츠려든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구멍가게이나 다름 없던 파프리카TV다.

우두머리인 대표 이사가 가진 권한은 사실상 왕이나 다름 없는 수준이다.

그날 기분이 조금만 안 좋아도 회사원들이 냉랭한 공기를 감지할 정도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남자.

파프리카 프릭스의 전담 팀장은 하~나도 개의치 않고 구구절절 말을 잇는다.

"바로 지금이 파프리카 프릭스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때입니다!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겁.나.많.습.니.다."

상사의 심기를 파악하는 건 직장인의 기본 패시브다.

하물며 직속 상관도 아니고 사장님이다.

자신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이다.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도 분위기를 읽기 마련이다.

그런 눈치에 돌릴 여력이 없을 정도로 들떠있다.

자신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대성공을 거뒀으니 신날 만도 하다.

"코치진도 초일류로 영입하는 것이 좋겠고, 선수들도 보강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보강만 한다면 섬머 시즌의 우승도 꿈이 아닌……."

"잠깐."

"네, 사장님!"

"일단…… 이유부터 들어보세."

남수길이라고 이유를 모를 리 없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전담 팀장이라고 하나 회사 전체에서 보면 말단이다.

애초에 엄청나게 중요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싸게 홍보 효과를 누릴 작정이었는데…….'

베스트BJ나 파트너BJ를 미끼로 비제이들을 인력으로 써먹을 생각이었다.

2부 리그에서 적당히 이름값만 팔아도 만족이다.

하지만 처음 시작 만큼은 이슈를 낳아야 한다.

그러한 취지에서 롤챔스 승강전의 시드권을 매입해 호쾌하게 창단을 알렸다.

바로 2부 리그에 떨어지겠지만 홍보 효과를 생각하면 남는 장사다.

그런데 그 장사에 투자하는 밑천의 단위수가 기하급수 늘어만 가고 있다.

"아시다시피 현재 파프리카 프릭스의 인지도가 기존 프로팀들에 준할 정도로 올라왔습니다. 선수이며 동시에 방송을 한다는 친숙한 이미지를 이어나가면 본래의 취지 달성은 확정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파프리카TV는 더 이상 여자들이 헐벗고, 간장 뿌리고 그런 곳이 아니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

전담 팀장이 말대로 파프리카 프릭스의 본래 창단 취지가 바로 그것이다.

그 하나였다면 축소 운영을 해볼 만하다.

게임단 성적이 덜 나오는 게 별일은 아니지 않는가?

군대식으로 보여주기만 하고 실질적인 투자는 절감하면 된다.

그럴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주가가 거침없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주제 넘게 말씀드리자면 파프리카 프릭스가 현상 유지만 해도 지금의 배 단위로 뛰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않을까요…??"

파프리카 프릭스의 선전과 파프리카TV 주가의 상관 관계.

승강전 때처럼 표본이 적은 것도 아니다.

매 경기 치를 때마다 급물살을 탄다.

그리고 얼마 전 걸즈데이 파동을 계기로 하락 곡선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게임단 창단 초기와 비교한다면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물론 지금은 살짝 거품이 붙은 시기이기도 하다.

'지금 기세를 유지한다면 네 녀석 말이 맞아.'

파프리카TV의 대표 이사다.

말단 직원보다 훨씬 더 잘 알면 잘 알지 모를 리는 없다.

현재 주가 상승세가 비정상적인 수준이란 것도 파악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망주로 분류돼 이야기가 자자하다.

개인 방송 플랫폼이 앞으로 점점 커질 것 같은데?

파프리카TV가 가장 잘 나가니 이미지 개선만 되면 어쩌면?

싸놓을 때 사놔야 한다며 불이 붙었다.

이는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동시에 불안 요소다.

가파르게 올라온 만큼 내려가는 일도 순식간일 수 있다는 소리다.

올라가기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게 아니다.

너도 나도 파는 분위기가 돼버리면 한순간에 휴지 조각, 상장 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거품이 확 올랐다가 확 꺼져버리는 것.

파프리카TV처럼 막 상장을 시작한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수순이다.

"방금 말한 자료들을 보고서로 만들어 제출하게. 이사 회의에 발의할 거니 각별히 주의하도록."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헤헤."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돈값 이상의 홍보 효과도 낳았으니 최소 본전은 친다.

규모가 과해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

이 기회를 이용해보자고 남수길은 판단했다.

"아, 사장님! 한 가지 더 드릴 말씀이!"

"……남은 보고는 보고서로."

"네, 알겠습니다……. 그럼."

고개를 숙이고 사장실에서 나가는 부하 직원이 탐탁지 않다.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눈치가 없어.

'이번 기회에 팀장도 똘똘한 녀석으로 바꿔야겠지.'

알아서 눈치껏 척척 하는 부하로 갈아버릴 시기다.

프로젝트도 커진 만큼 자신의 사람을 두는 게 옳다.

벼락부자들이 흔히 가지는 권위주의.

소싯적 구멍가게 마인드를 버리지 못했다.

덜컥!

문을 닫고 나간 팀장은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말씀드리는 게 옳지 않을까?

'레전설 계약 연장해야 하는데…… 알아서 하시려나?'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 작품 후기 ==========

'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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