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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15화 (21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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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그다와 닥트리오 -->

말할 것도 없이 힘든 게임이다.

애초에 이길 생각 자체가 없었다.

아니, 패널티고 나발이고 어떻게 이겨?!

'근데 생각보다 할 만한데…?'

패널티가 생각보다 걸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탑과 봇에서 킬이 엄청 터지진 않는다.

잼할과 잼구보다 조금 심한 정도.

내 성장에 박차가 붙은 만큼 해볼 만하다.

파삭!

화르륵…!

빠르게 2코어를 뽑고 라인을 민다.

도마뱀 장군의 혼령과 얼어붙은 장갑.

그 시너지가 미니언 웨이브를 빠르게 녹여낸다.

'이렇게 커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지만.'

상대가 가져간 챔피언들이 덜떨어진 건 맞다.

하지만 아군은 기본 스펙이 덜떨어진다.

대표적으로 만악의 근원.

푸슉-!

티몽의 독침이 갓렌을 촉촉하게 만든다.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는 극상성이다.

서로 실력 차이가 웬만큼 난다면 말이다.

〈진영을 무너뜨려라~~~!〉

용맹한 외침과 함께 티몽의 체력이 갈린다.

본래라면 접근도 못해야 정상이다.

극단적인 실력 차이는 없어야 할 상황도 만들어낸다.

〈정의를 위해!!〉

거대한 검이 소환돼 머리통을 쪼갠다.

티확찢의 그림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하지만 변수가 하나.

프로게이머라고 실수를 안 하는 게 아니다.

"띠잉-!"

한 마디 입으로 외쳐준다.

그 한 마디에 의한 나비 효과.

부스 바깥이 엄청나게 어수선해진다.

헤드셋을 끼고 있기 때문에 들리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소리라는 건 일종의 파동이다.

소리가 만들어낸 파동이 몸 안쪽을 울린다.

그만큼 관중들이 소란스럽다는 이야기다.

과연 그럴 만도 한 일이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걸즈데이 혜민님이 SAUMSUN 천주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과정이 어떠하든 솔킬을 땄다.

걸그룹이 우승팀 프로게이머를 말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와버린 건 다름이 아니다.

이전에도 한 번 호흡을 맞췄었다.

띵! 팅! 띠잉-!

내 신호에 맞춰 티몽의 체력이 차올랐다.

"저…… 궁 썼는데."

"잘하셨어요. 덕분에 탑에서 역킬 나왔으니까."

"아, 정말요? 맵 안 봐서 몰랐어요."

"……."

이전부터 느꼈지만 백치미가 있는 그녀다.

유리야와 만나면 손잡고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곱슬머리의 그녀가 궁극기를 사용한 결과다.

'상상이나 했겠어?'

힐라카의 염원이 반대쪽 탑라인에 닿았다.

용맹했던 갓렌의 다이브가 자살 행위가 된다.

인지하기 힘들 부분일 뿐더러, 했다고 해도 무시했을 것이다.

타이밍을 딱 맞춰서 슈퍼 세이브를 할 리가 없잖아?

나와 함께라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이런 애들 뒷바라지 한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물론 이런다고 티몽의 라인전이 풀리지는 않지.'

제압킬을 먹든, 학살을 하든 기본적인 실력 격차가 하늘과 땅이다.

하지만 한 가지 벌 수 있는 게 있다.

그리고 상대는 모르고 있다.

무난하게 후반 가면 지진 않겠지.

그 안이한 전제부터 비틀어준다.

* * *

샤라라락-!

이즈레알의 궁극기가 소환자의 전장을 가로지른다.

미니언 웨이브가 깔끔하게 쓸려 사라진다.

〈이런 식으로 전라인 파밍을 하면서 힘을 축적합니다. 20분 타이밍에 무라마사까지 뜨면 데미지가 폭발해요.〉

한 번 선보였던 만큼 당연히 알고 있다.

클끼리 해설이 이제 곧 벌어질 상황을 예언한다.

이즈레알의 포텐셜이 미쳐 날뛰는 시기를 말이다.

-이즈레알 너무 잘 컸는데?

-앞비전으로 킬도 한 번 땀ㅋㅋ

-다른 라인도 은근히 잘 버텨주네

보나마나 일방적으로 끝나겠지.

그런데 의외로 팽팽하다?

어디서 많이 봤던 구도기도 하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경기를 관람했다면 한 소리 나오게 된다.

─???: 솔킬을 땄다고?

혜민, 너는 탑라이너가 아닌 것인가?

└여기서 잼할이?

└솔킬 한 번 못 따는 잼할니뮤……

└ㄹㅇ루다가 잼할보다 낫자너ㅋㅋㅋ

버티지도 못하고 무너질 거라는 예측이 거짓말 같다.

물론 시간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시청자들도 다 알면서 떠드는 거다.

먹고 있는 CS를 생각한다면 격차는 갈수록 심화된다.

샤라라락-!

하지만 이즈레알이 성장할 시간을 벌어낸 것도 사실이다.

이윽고 용한타의 시간이 도래한다.

〈엄밀히 따지면 한타를 해주는 거에요. 프로가 작정하고 운영 돌리면 일반인들은 답이 없거든요.〉

〈이벤트 매치에서 어금니 꽉 깨물고 하면~ 우승팀 선수들 체면이 뭐가 되겠습니까~!〉

야구에서 시구하는데 타자가 진지 빨고 홈런 쳐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진용준 캐스터의 말대로 설렁설렁 하는 것이 옳다.

웃고 즐기는 떠들썩한 이벤트 매치잖아?

레전설 하나 있다고 상황이 달라지겠어?

잠깐 놓아버린 고삐에 의해 사달이 시작된다.

샤라라락-!

파삭!

시야 확보를 위해 부쉬 체크를 하려던 서폿 미달리.

상대가 워낙 만만하니 긴장을 풀고 있었다.

설마 죽을 일이 있겠어?

난데없는 순간 폭딜에 걸레짝이 돼버린다.

─걸즈데이 레전설님이 SAMSUN 하뜨님을 처치했습니다!

무라마사가 완성된 이즈레알의 앞비전이다.

궁극기인 정조준 사격까지 얹어졌다.

비실비실한 서포터 따위가 감당할 딜이 아니다.

미달리의 죽음이 방아쇠가 되어 한타가 일어난다.

앞비전 한 이즈레알을 응징하기 위해서다.

빨려 들어가듯 떼몰살을 당한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챔피언 선택도 정상적이지 않다.

마우스도 평소와는 달리 불편하다.

에이, 그래도 이즈레알 하나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거 아니야?

이즈레알의 카이팅이 예상을 아득히 벗어났다.

데미지도 미래에서 끌어와 쓰고 있다.

어어? 하는 사이에 역으로 쫓기는 구도가 되며 한타를 대패하고 만다.

-사스가 레전설……

-이즈 딜 미쳤는데? 이러다 진짜 걸즈데이가 이기겠다ㅋㅋ

-그냥 봐주는 거지ㅋ

-위기감 연출 오지자너~

물론 승패가 오갈 만한 대실수는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집중하면 삼선 블루가 결국은 이긴다.

나중에 인터뷰에서 재미삼아 무리했다고 하면 되는 일이다.

〈잠깐만요……. 이거 설마 바론 가나요?〉

그런데 생각보다 조금 심하게 스노우볼이 굴러간다.

클끼리가 설마 하는 마음에 소리친다.

이즈레알의 아이템을 고려다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지금 바론 딜이 나와? 안 나오지 않나?

-이즈 겁나 세! 바론 녹아!

-삼선 바론 생각도 못하고 있는 거 같은데……

이즈레알이 정글 아이템을 둘렀다.

정글몹에 대한 추가 피해, 그리고 체력과 마나의 흡혈.

이는 마나가 곧 공격력이 되는 무라마사의 특성과 어우러진다.

팀원이 약간의 보조해주는 것만으로도 무리없이 바론을 잡는다.

크롸라라라-!

한 마리 괴수의 단말마와 함께 소환자의 전장에 갑분싸가 찾아온다.

* * *

상대의 방심.

안이한 판단.

모조리 이용하며 득볼 수 있는 건 전부 보았다.

특히 바론을 먹으며 승기가 한순간 넘어왔다.

고작해야 한순간.

경기의 흐름은 시간이 갈수록 여의치 않다.

파삭!

적 탑솔러 갓렌을 향해 쏘아진다.

마법 화살이 얼음 장판을 만든다.

안타깝게도 딜이 거의 안 박히는 수준이다.

〈눈도 깜짝 안 한다!〉

간지럽다는 듯 빙글빙글 팽이를 돌며 도망간다.

마법 저항 하나 없이 방템만 둘렀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나를 저격한 아이템트리.

지난 준결승전에서도 이것 때문에 결국 졌다.

'아무리 카이팅을 잘해도 사이즈가 안 나오잖아 사이즈가.'

카이팅의 요지는 결국 딜을 더 넣는 거다.

넣어야 하는 딜량의 자릿수가 다르다면 더 넣어도 의미가 없다.

500원 줄 테니까 매점 가서 벗겨 먹는 고오스랑 소시지빵 사오고 잔돈으로 200원 남겨오라는 소리라고 보면 된다.

애초에 이기라고 짜놓은 밸런스가 아니다.

너무 일방적일까봐 원래는 칼바람 협곡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다.

걸즈데이의 강력한 주장에 의해 소환장의 전장에서 치르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되는 밸런스.

한국인들은 이따금 해버리고 만다.

매점 가서 200원 남겨오는 능력자들 분명 있을 것이다.

특히 게임에서는 은근히 흔한 케이스다.

'다크 소울 튜토리얼 같은 거지.'

주인공이 무조건 지게 만들어 나약함을 깨닫게 만드는 이벤트가 있다.

절대 잡을 수가 없는 보스몹이 나온다.

의지의 한국인은 그걸 때려 잡는다.

도망가라고 안 써있든?

원래 용자는 도망가라고 해도 싸워서 잡아야 되는 거 아님?

2시간 동안 데미지 1씩 차곡차곡 넣어서 결국은 잡아낸 사람이 존재한다.

'이런 건 오기로라도 이기고 싶어져.'

일반인도 해버리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뭐가 있니?

난이도가 조금 더 심각하게 높을 뿐이다.

도전해볼 가치는 차고 넘친다.

"저기요 직모 누나."

"저 웨이브 파마 한지 오래됐는데요."

"알 바 아니고요. 할 맘 있어요?"

"네?"

대체 뭘 물어보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내가 묻고 싶은 요지는 하나다.

"이길 마음 있냐고요."

"그야 이기는 게 좋겠죠?"

아니, 이기는 게 좋은 걸 누가 몰라!

필사적으로 이길 마음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거잖아…….

오또케! 오또케! 뒤에서 소리만 지르면서 방관하는 사람들이 이래서 생기는 거다.

"방관 랄라하세요? 스킬이 자꾸 느리니까 제가 과감하게 앞비전을 못하잖아요."

"아, 네."

첫 만남 때 마이로 한 소리 거하게 얻어먹으신 분이다.

그때도 그랬지만 무덤덤 시크하시다.

두 번 시크했다가는 유혈 사태가 일어날 것 같다.

'문명5의 간디가 비폭력주의에서 BE폭력주의로 변한 이유도 좋게 좋게 말해서는 안 듣기 때문이겠지.'

현재 랄라로 유리야 포지션에서 뛰고 있다.

플레이가 유리야 발끝도 못 따라와서 문제다.

진지한 각오가 없다면 나도 이겨주기 힘들다.

"이벤트스럽게 할 거면 저도 어울려 드릴게요. 근데 처음에 소라씨가 말하셨듯 진지하게 하면 제가 책임지고 게임 다운 게임 시켜드릴게요. 어때요?"

먼저 말을 안 했으면 나도 굳이 이런 말 꺼내지 않았다.

그때는 패기로 압도했지만 두 번 하기는 뭣하다.

게임에 혼자 진지 먹는 겜창 같잖아!

너희가 그걸 원하고, 그게 재밌었다며?

그 재미 다시 한 번 누리고 싶지 않아?

때문에 물어보는 거다.

"저 열심히 하고 있는 건데요?"

"목소리가 전혀 안 그러신 거 같은데."

"억양이 원래 그래요."

"……."

시크병 오지게 걸리신 누나다.

다른 팀원들도 자신들 딴에는 열심히 하는 거라고 한다.

지휘하는 선장의 입장에선 가히 암세포가 몸에 퍼지는 수준이지만.

'맞아, 원래 그래.'

원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잠재력을 못 끌어다 쓴다.

위기 상황에 놓여야만 숨겨진 힘을 발휘한다.

다시 한 번 시동을 걸어줄 시간이다.

* * *

삼선 블루의 부스 안.

드디어 한숨 놓게 된 선수들이 얼굴이 편안해진다.

혹시 망신을 당하는 건 아닌지.

지켜보던 최우룡 감독도 한시름 놓는다.

'질 리가 없잖아 질 리가…….'

시작 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밴픽을 지시했던 게 바보 같다.

곰곰이 곱씹어볼수록 질 이유가 하나 없다.

이즈레알이 잘 크면 뭐해?

결국 탱커들이 바늘갑옷 나오면 안 박힌다.

전체적인 실력 격차는 하늘과 땅이다.

시간이 흐르기만 해도 이긴 거나 다름 없다.

"버티컬 마우스라고 했나? 이것도 익숙해지니 나름 괜찮은데?"

"애초에 손목 편하라고 만든 마우스잖아."

선수들이 잡담도 주고 받을 정도다.

승기는 이미 9할 이상 넘어왔다.

아니, 패배를 한다는 변수 자체가 사라졌다.

삼선 블루의 선수들은 한 가지 생각 뿐이다.

클라이맥스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이벤트 매치인 만큼 재밌게 끝내줘야 취지가 산다.

괜히 레전설 때문에 바보처럼 끌려다닐 필요가 없다.

이즈레알의 유통기한은 진작에 지났다.

든든하게 성장한 탱커진이 그 딜을 가볍게 버텨낸다.

'실력은 인정하지만…… 애초에 말도 안되는 거지.'

만에 하나 이긴다면 그게 사람이긴 할까.

전세계의 게임단에서 러브콜이 빗발칠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고, 가능성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최우룡 감독의 생각을 선수들도, 시청자들도, 중계진들도 똑같이 하고 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레전설은 한 번도 게임을 포기한 적이 없다.

"이즈 멈미까! 트로림미다! 테미 어쑴미다!"

삼선 블루의 원딜러 알파카가 울부짖었다.

행동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선수.

레전설의 이즈레알이 아이템을 전부 팔았다.

========== 작품 후기 ==========

아시안 게임 패배 아쉽네요

근데 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어요

중국은 아예 작정을 한 거고

중국 1위팀 그대로, 수십 명의 밴픽 코치

한국은 올스타 느낌으로 온 거에요

경기력을 100% 못 끌어내고, 연습 시간도 부족했죠

부진한 선수들도 있고 그랬는데 애초에…… 이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베이스 차이였다고 저는 봅니다

태극 전사들의 활약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이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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