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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13화 (21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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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연의 재림 -->

경기도 일산 킨텍스.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스프링 시즌의 마지막이 장식되는 자리다.

5월 말이 되어서 드디어 열리게 됐다.

대망의 결승전이 시작되기는 했는데…….

─금일 결승전 현장 직샷.jpg

다크템플러들 많이 보이는 듯

└닼템? 뭔 드립임?

글쓴이-설명충)빈 좌석을 닼템이 앉았다고 부른다

└생각보다 사람 많이 안 왔나 보네

└흥행이 살짝 애매하긴 했는데 역시……

삼선 블루, 마진 실드.

인기라는 면에서 부족한 감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흥행이 부진하다는 속보가 들려온다.

역대 롤챔스 결승전 최초로 유료 좌석이 매진되지 않았을 정도다.

물론 그렇다고 현장이 허허벌판이라는 건 아니다.

나름대로 북적거리며 분위기는 유지된다.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스프링! 대망의 결승전~~~~!! 시자아아아아악~~~ 하겠습니다~!!!〉

진용준 캐스터의 찢어질 듯한 고함과 함께 막을 올린다.

* * *

최근 두 가지 고민이 생겼다.

하나는 다름 아닌 유리야.

'리야가 생각보다 괜찮아.'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갈아입혀 보니 나쁘지 않다.

얘도 은근히 힙이 있어서…….

'전부터 엉덩이는 감칠맛이 나긴 했어.'

달래보다 윗줄로 쳐도 될 정도다.

확실히 허리도 쏙 들어가서 몸매는 괜찮다.

기본기가 있다 보니 갈아입히는 맛이 있더라.

점원 언니의 추천으로 여러가지 입혀봤다.

어린 시절 여학우들의 바비 인형 뺏어 노는 느낌!

새록새록 떠오르며 즐거웠다.

방송 컨텐츠도 날로 먹는 느낌이라 편했다.

'시청자 반응도 좋았고.'

아무튼 그랬다는 이야기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제대로 먹혀들었다.

본래 합방의 취지가 그것이다.

우리 리야 때찌때찌 하기.

반성하는 모습 살짝, 그리고 서비스 살짝.

뭇 남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 충분했다.

민심은 언제 그랬냐는 듯 되돌아왔다.

커뮤니티 등에서 일약 화제가 되었다.

다소 과하다고, 레전설 쓰레기라고 욕도 먹었지만 어차피 늘상 있는 일이다.

'리야 문제는 잘 해결됐으니 다행이네.'

패배에 대한 갈무리는 한 셈이다.

주위 사람들에 한해서.

정작 나는 아직 떨떠름한 기분이다.

롤이라는 게임이 원체 좀 그렇다.

팀운으로 지는 것도 한두 번이지.

누적되면 기분이 묘해진다.

다시 계속 하면 올라가는 거 아니야?

솔로랭크는 그렇겠지만 대회 무대는 다르다.

다음 기회가 시즌 단위로 온다.

거의 몇 달은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다.

하물며 혼자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생각이 많아진다.

'오퍼가 들어온 곳이 없지는 않은데……'

완벽하게 이거다 할 만한 곳이 없어서 고민이다.

사실 이런 고민은 당연한 거다.

취업을 한다고 해도 이 조건, 저 조건 전부 채울 수는 없지.

가장 조건이 괜찮은 곳을 간택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만약 우승을 했다면.

보다 파격적인 제의가 들어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안 들 수가 없다.

어느새 이 자리에 오는데 이른다.

경기도 일산의 킨테스.

〈야흐오를 밴해? 할 거면 해! 나 검객 다대기야!〉

해설자의 목소리가 고막을 넘어 몸을 울린다.

직관을 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가 있다.

방금 전 클끼리의 외침에 관중들이 들뜬다.

과연 다대기 할 만도 한 챔피언이네!

칼을 들고 있는 만큼 검객이라면 검객이다.

부왁!

파사딘의 칼질 한 방에 찢겨나간다.

리메이크 패치로 침묵은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파사딘은 파사딘.

건재하다는 사실을 경기력으로 과시한다.

─SAMSUN 다대기님이 MJS 워치님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점멸 이상의 거리를 한순간에 뛰어넘는 추격의 귀재다.

잘 성장하기까지 하자 쓸어 담는다.

다대기의 하드 캐리로 삼선 블루가 첫 번째 세트의 승리를 거머쥔다.

〈다대기 선수가 작년 스프링 시즌에 이어 이번 봄에도 폼이 제대로 올랐네요.〉

〈봄의 제왕 아니겠습니까? 스타크래프트 때 가을의 전설이 있었던 것처럼 로드 오브 로드에도 있을 만하거든요~ 비록 팀은 바뀌었지만!〉

진용준 캐스터의 외침에 관객들이 큰 목소리로 호응한다.

확실히 경기력이 물이 올랐다.

바꿔 생각해보니 봄이 아니었으면 우리가 이겼겠네.

'아니, 뭐 그래도 내 입장에서는 쟤네가 이기는 게 낫지.'

과정이야 어찌 됐든 삼선 블루에게 져버렸다.

그런데 만약 삼선 블루가 경승전에서 진다?

내가 진 것도 아닌데 괜스레 찝찝해진다.

하지만 반대가 되면 명예로운 탈락이 될 수 있다.

크윽…… 상대가 하필 우승팀이라!

대진 운이 안 좋았다고 자위가 가능하다.

'근데 정말 마진 실드 만났으면 우리가 올라가긴 했을 거야.'

경기를 보아하니 양팀의 격차가 일방적이다.

다대기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삼선 블루가 우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군이 못한 게 아니라 상대가 잘했던 거다.

잼할과 잼구도 참 안타까운 녀석들이다.

본래라면 경력을 쌓으면서 차근차근 올라가야 했다.

제대로 된 코치진도 없이 급물살을 탔으니 기량이 안 나올 만도 하다.

갈수록 상대가 벅차지기까지 하자 한계가 드러나는 것도 당연한 이치.

열심히 해서 이기면 좋지만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다.

커뮤니티에서도 많이 조리돌림 당하는 녀석들 탓을 하는 건 옳지 않다.

─MJS 저장님이 학살 중입니다!

'…….'

잘하면 3대0으로 싱겁게 끝날 수도 있겠네.

생각하기가 무섭게 마진 실드가 두 번째 세트의 우위를 점했다.

잼&잼 듀오는 그냥…… 못했던 게 맞나 보다.

'아무튼 어느 쪽이 이기는지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말을 바꾸는 게 아니라 정말 중요하지 않다.

내가 먼 걸음 하여 결승전 관람을 온 이유.

고작 우승을 못한 아쉬움 때문일 리 없다.

그럴 거면 그냥 시청자들이랑 같이 봤겠지.

숙제가 하나 생겨버린 탓이다.

두 번째 고민은 다름이 아니다.

* * *

많은 이들의 예측대로다.

양팀이 지금까지 보여준 기세와 경기력.

객관적으로 따져도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

-다대기가 너무 잘해……

-예상 승률 8대2 나오지 않았나?ㅋㅋ

-준결승전 임팩트가 너무 컸지~

사실 롤챔스 승리 예상은 인기 투표에 지나지 않는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투표를 하므로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 대 2.

양팀 모두 독자적인 팬층을 보유한 팀이 아니라는 걸 고려하면 객관적인 수치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4강에서의 선전이다.

파프리카 프릭스와의 명경기가 시청자들의 뇌리 깊숙이 남았다.

명경기의 감동에 의한 물타기라고 볼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대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역시 야흐오는 고정밴! 첫 번째 세트에서 유난한 활약을 보여준 파사딘도 자르네요.〉

〈괴물의 손발을 묶어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 번 날뛰면 못 막아요 못 막아!〉

네 번째 세트의 밴픽이 시작된다.

마진 실드의 선택은 강제될 수밖에 없다.

다대기를 막기 위해 밴카드를 소비하게 된다.

그렇다고 효과가 엄청 탁월하냐?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괴물의 손을 묶어 놓는 이상의 의미가 없다.

3밴 하면 무너지는 미드라는 오명.

다대기는 결승전을 통해 떨쳐내고 있다.

다양한 챔피언으로 팀의 승리를 견인한다.

〈마진 실드가 이번에는 랄라를 뺏어왔습니다. 그런데 이러면 나이즈가 살아요. 삼선 블루는…… 안 가져갈 이유가 없죠.〉

김은준 해설의 예상이 숨 쉬듯 자연스럽게 적중한다.

말을 꺼내기 무섭게 삼선 블루가 가져온다.

아니, 픽을 어떻게 저리 잘 맞추지?

관중석 곳곳에서 찬사가 터져 나온다.

당연하게도 데이터와 근거를 기반으로 한 예상이다.

나이즈는 선픽하기 애매한 챔피언이 맞다.

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픽인 것도 맞다.

삼선 블루는 선픽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미드&탑이 전부 쓰기 때문에 선픽해도 상관 없어요. 마진 실드 지금 큰일났습니다.〉

〈스코어가 밀리는 상황에서 밴픽도 말린 거 아닙니까? 위기에요 대위기!〉

현재 네 번째 세트까지 와버린 마당이다.

삼선 블루가 2대1로 앞서고 있다.

즉, 마진 실드는 이번 세트를 이겨야 미래가 생긴다.

-블라인드각?

-가면 명경기ㅇㅈ

-밴픽도 불안하고 힘들 거 같은데?

하지만 역으로 뒤집으면 또 모른다.

준결승, 파프리카 프릭스때도 그러했다.

이를 경험한 쪽이 삼선 블루라서 문제다.

〈이랠? 김은준 해설 위원이 있는데요?〉

〈……저 이랠리야 싫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독특한 픽으로 카운터를 치는데 이른다.

마진 실드가 가져간 탑랄라.

상성도 안 타고, 무난하며, 한타까지 흠잡을 데 없다.

그렇다고 천적이 없다는 소리는 또 아니다.

이랠리야는 랄라를 상대로 지극한 카운터다.

공교롭게도 김은준 해설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챔피언이다.

〈카운터를 준비해온 건 좋지만 굳이 이랠리야여야 했나 의문이 드는데요.〉

〈저는 의문 안 드는데요?〉

-용준좌ㅋㅋㅋㅋ

-이랠 까는 기계 시동 걸기도 전에 꺼버리네

-이랠포비아 한 소리 할 줄 알았다!

삼선 블루가 이번 스프링 시즌에 얼마나 한 노력을 쏟았는지.

밴픽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난다.

파프리카 프릭스와 달리 이변도 터지지 않고 그대로 시작.

경기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상대로 정확히 흘러가 터진다.

챠라랑!

랄라가 최근 탑라이너로 대두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라인 쭉쭉 밀면서 안정적으로 성장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랠리야는 적 미니언 웨이브를 역이용할 수 있다.

촹!

촹!

미니언을 타고 질주.

연이은 대쉬로 랄라의 코앞까지 당도한다.

물론 랄라의 CC기라면 받아치지 못할 것도 없다.

변이와 둔화로 상대를 무력하게 만든다.

다른 브루저들을 상대로는 효과적인 대처다.

하지만 이랠리야는 강인함이 패시브로 붙어있다.

철컹!

CC기를 금세 떨쳐내고 내려친다.

평형의 일격이 스턴으로 박히자 간단해진다.

타이밍을 노린 리심의 갱킹이 깔끔하게 성공한다.

〈이랠리야가 랄라를 상대로 강점을 가지는 게 이런 부분입니다. 심지어 이제는 솔킬도 나올 수 있어요.〉

클끼리 해설이 빠르게 중립적인 해설로 선수 친다.

상대의 픽을 예상해 받아친 카운터.

더불어 경기력 면에서도 확실하게 한 수 앞선다.

시종일관 몰아치며 네 번째 세트의 승리를 공고히 한다.

새로이 태어난 삼선 블루의 힘을 여실히 떨친다.

에이스인 다대기는 물론 모든 선수가 뛰어나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완승.

스프링 시즌의 우승팀이 정해진 순간이다.

수많은 현장 관중들이 찬사와 함께 박수를 쏟아낸다.

〈삼선 블루! 움츠렸던 날개를 펴고 드디어 비상합니다. 잠룡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했어요. 그럴 만한 경기력을 선보였고 지금 이 순간 한국 최고, 즉 세계 최고! 정상에 우뚝 섰습니다.〉

클끼리 해설의 입에서 청산유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솔직하게 삼선 블루는 약간 2군 느낌이 있었다.

강팀 속의 약팀.

형제팀인 삼선 레드에게 늘 비교 당했다.

하지만 다대기의 합류로 이제는 달라졌다.

우승이란 두 글자에 전혀 부족하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조금 얕었던 팬층도 이 순간을 계기로 쌓아 올라가리라.

현장, 온라인의 뜨거운 반응이 이를 방증한다.

그렇다고 아쉬움 없다는 건 또 아니다.

-이걸로 끝이야?

-우승했는데 당연히 끝이지ㅋㅋ

-아니, 찌라시 하나 있었잖아……

다수의 시청자들이 못내 기대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한 번 있기도 했다.

걸즈데이가 롤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소문.

그 소문이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마당이다.

군챔스라 불리는 모 대회에서 나왔다.

그런데 그때 사건이 있지 않았나?

〈결승전은 끝났지만 오늘의 무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식 진행이 아니고 선의의 협조이기 때문에 취소될 수가 있어서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 양해해주실 거죠?〉

진용준 캐스터가 우렁찬 물음에 현장의 관중들도 무섭게 호응한다.

정말이었구나!

한 마디로 팬서비스라는 느낌이다.

금일 결승전의 우승팀.

그리고 걸즈데이의 이벤트 매치다.

하지만 걸즈데이의 멤버는 네 명일 텐데?

마지막 한 명의 정체가 드러나고 만다.

========== 작품 후기 ==========

다시 마주서게 악연

어떤 생각을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예측에서 크게 벗어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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