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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11화 (21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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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같은 걸 끼얹나…? -->

게임의 승패가 반쯤 기울어버린 순간이다.

그 정도로 엄청난 실수인가?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대체 무슨 생뚱 맞은 소리인지 클끼리 해설이 입을 열었다.

〈모르피나가 점멸 궁을 걸고 속박을 던졌어요. 그런데 그걸…… 레전설 선수 나노 무빙으로 피했습니다.〉

방금 전 봇라인에서 일어난 교전.

리플레이를 통해 다시 한 번 되짚는다.

그래야만 할 만큼 본 경기에 있어 중요한 순간이다.

두! 두두-!

단순히 피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모르피나의 궁은 터지는데 3초가 걸린다.

그 3초 사이에 기관총이 멈추지 않고 불을 뿜는다.

그리고 어느새 쓰렉귀는 궁극기 사거리에서 벗어났다.

-와, 저기서 랜턴을 딱 던져주네

-달래갓……

-근데 문제는 리심이지ㅠ.ㅠ

벽 뒤에 공간이 있다.

퍼플팀의 봇 1차 옆 부쉬.

와드 방호를 타고 불현듯 튀어나왔다.

이~쿠우!

스피리트의 리심이 점멸 궁극기로 차버렸다.

레전설을 하든 뭘 하든 죽을 수밖에 없다.

점멸도 없고, 아군의 백업도 없고!

〈그런데 모르피나도 갱호응을 하는 과정에서 너무 맞았어요. 1대1의 킬교환을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갱이 왔는데 1대1로 교환이면 이득 아닙니까?〉

〈본래라면 이득이 맞죠.〉

진용준 캐스터의 의문은 타당하다.

같은 1대1의 교환이라도 롤은 팀게임.

더 많은 적과 싸워 같은 결과를 냈다는 건 이득임이 분명하다.

하물며 킬을 먹은 챔피언이 핑크스다.

후반 왕귀가 무시무시한 만큼 긍정적이다.

하지만 파프리카 프릭스는 독특한 법칙이 하나 존재한다.

-레전설이 죽다니ㅠ.ㅠ

-그래도 3킬인데 잘 큰 거 아님? CS도 앞서고

-1데스를 해버렸다는 게 큰 거지

-한 번 더 죽으면 2데스야……

2데스, 파프리카 프릭스의 팬들만이 아는 암구호다.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적극적으로 둘러보는 클끼리도 모르지 않다.

〈물론 근거가 없는 밈, 징크스 같은 거기도 합니다. 레전설이 2데스를 하는 순간 그 게임은 진다!〉

〈성장을 못한 것도 아니고 라인전도 이기고 있는데 2데스 했다고 져요?〉

〈정말로…… 2데스 이상 한 게임 중에 이긴 게임이 없다 보니 나온 우스갯소리에요.〉

레전설 데스의 법칙!

물론 웃고 넘길 수도 있는 일이다.

파프리카 프릭스가 경기를 엄~청 한 것도 아니고.

콩진호처럼 결승전에 가더라도 걱정이 안되는 선수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상체 라인이 썩 버텨주질 못한다.

특히 잼할과 잼구의 데스와 CS가 한숨이 나올 수준이다.

〈못 커도 탱커는 탱커라 1,2코어 나오면 한타로 비벼볼 수는 있는데…… CS 차이가 두 배씩이나 나면 힘들긴 합니다.〉

클끼리가 한탄스럽게 말을 한다.

탑라인의 성장 격차가 심각하다.

잼구도 초반 카정의 대패 이후 정글몹 잡는 것도 버거워 한다.

카직트란 챔피언이 가진 단점이다.

한 번 말렸을 때 풀기가 힘들다.

정글링이 아이템빨을 많이 받는다.

〈결국 승패는 레전설의 한타 캐리에 달렸습니다. 삼선 블루도 딱히 스플릿 조합은 아니라서 분명히 한타로 갈 거고, 가능성은 열려있어요.〉

〈패시브 터지는 순간 미쳐 날뛰는 핑크스 아닙니까~? 레전설 해버리면 싹 쓸어담는 그림 나오거든요!〉

결국은 한타.

첫 번째 세트부터 변하지 않았다.

양팀 모두 한타 좋아하는 것으론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한다.

팬들로서도 한타가 좋다.

운영이고 스플릿이고 뭐고 간에 싸움 안 일어나면 갑갑~해진다.

서로 안 싸우고 간만 계속 보다가 포탑만 터지고 킬 스코어는 안 늘어난다.

그런데 한타가 일어날 예정이라니 환영할 일.

현장의 분위기가 더욱 고조된다.

반대로 파프리카 프릭스의 부스 안, 특히 레전설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하다.

〈탄 사람은 웃을 수 있어도 운전기사는 못 웃어요. 그게 로드 오브 로드입니다. 레전설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할 거에요 레전설의 손에 게임이 달려있습니다.〉

방금 전 낯빛을 언뜻 본 클끼리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고조돼있던 관중석이 한순간에 잦아든다.

이입을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레전설의 기분, 감정, 생각.

-인생 게임……

-실수라도 하면 평생 안 잊어지겠다

-ㄹㅇ 극한 직업이네

긴장이 차오른 건 삼선 블루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더 필사적이다.

지는 순간 망신도 이런 망신이 있을까?

말하자면 자신들은 최후의 보루.

롤챔스의 1군팀들을 대표해 가로막는다.

고작 한 명의 선수에게 이 이상 농락 당할 수는 없다.

─FFS 레전설님이 제압되었습니다!

두 번째 한타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긴 건 아니다.

하지만 결과, 한 명의 선수가 2데스를 기록했다.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정말인 건지.

단순한 우연에 불과한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결과적으로 맞아 떨어졌다는 부분이다.

이후 단 한 번의 데스도 내주지 않았다.

한타에서의 포지션, 딜링 과해 넘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선 블루의 기세가 무섭다.

〈……선 채로 죽었습니다.〉

클끼리도 어느새 감정 이입이 되고 만다.

관중석 이곳저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온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넥서스가 끝내 무너졌다.

* * *

사실 따지고 들 것도 없이 당연한 일이다.

지나쳤던 전력 격차.

혈혈단신으로 두 세트나 딴 게 용한 거다.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흘러나온다.

─레전설, 대회 도중 숨쉰 채 발견!

목숨에 전혀 지장 없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

└혈압 터졌을 텐데 지장이 없다고?

└아깝다ㅠ.ㅠ 상체가 너무 터졌어

└그래도 불리한 상황에서 잘 싸운 거지ㅎㅎ

└진용준 캐스터 말씀대로 격려해주자!

아쉽기는 하나 워낙 명경기였다.

훈훈하게 찬사와 독려가 쏟아진다.

하지만 롤이라는 게임은 이면이 존재한다.

겉으로는 정상인인 척하는 애들도 뒤에서는 다 똑같다.

드립이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온다.

감정 이입이 사무치는 게임이었다.

??? :사실 지금 저희 팀원들 협박 받고 있어요.

아주 효자야 효자

저런 효자가 없어~

└아모모 드립ㅋㅋㅋㅋㅋㅋㅋ

└12레전설이면 했다 ㅇㅈ?

└진짜 딱 이 심정일 듯

└레전설 그래도 욕은 안 하지ㅋ

롤 유저라면 누구나 팀탓해본 경험이 있다.

자기는 안 했다고 하는 애들도 까보면 어떤 식으로든 다 전과가 있다.

게임 자체가 팀탓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프로 경기에서도 이따금 보인다.

저 선수 진짜 팀원들에게 불만 많겠다.

그 어느 케이스보다 팀 차이가 격렬했다.

─???: 10억을 받았습니다.

잼할 이 새끼는 진짜로 받은 거 아닐까?

└역대급 경기력이었다 잼할……

└못해도 좀 정다운 이미지였는데 5세트는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더라

└20분 CS가 무슨 70개야. 내가 해도 100개는 더 먹겠다

└카운터 맞은 것도 있지만 그냥 못했음

CS란 원래 상대적인 것이다.

먹기 힘든 상황에서는 못 먹을 수도 있다.

챌린저도 초반 교전이 잦으면 10분에 40개를 못 먹기도 한다.

프로 경기에서도 드물게 나온다.

하지만 이번 케이스는 그런 게 아니었다.

그냥 순수하게 라인전에서 발렸다는 표현이 맞다.

─잼&잼 듀오 이 새끼들은 정말

잘하라는 것도 아니고 버티기만 하라는 건데 왜 그걸 못하지?

얘네들 솔랭 챌린저 죽치고 있는 것 보면 나도 한 번 프로해볼까 생각듬

└희망 고문 오지자너~

└갠방에서는 월클 포스였는데

└원래 대회랑 솔랭은 다르지…… 얘네는 좀 심하긴 하지만

└근데 그냥 전체적으로 상체 차이가 났어

정글 차이가 나면 미드 라인전에 다이렉트로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상대가 다대기다.

그것도 다대기의 야흐오.

파프리카 프릭스의 미드라이너 도인디의 랄라는 분명 믿음직하다.

준수한 경기력으로 팀이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준다.

하지만 리심과 야흐오의 조합에는 어쩔 수 없었다.

음파와 방호의 2단 대쉬.

직선으로 달려와 뻐엉-! 까는 순간 갱킹이다.

본래라면 방생이 되겠지만 야흐오의 궁이 환상적으로 연계된다.

한두 번 죽기 시작하자 라인전을 농락 당한다.

상체 라인이 무너지는 속도가 가속화된 이유다.

그렇게 파프리카 프릭스의 패배는 확정되었지만.

─???: 제가 졌습니다. 삼선 블루

그럼 저희는 회식이 바빠서 이만

└오우 회식 멤버 화려한 거 보소

└리야, 하비, 달래…… 롤챔스 선수들 제1지망 아니냐?

└저 사이에 끼어서 밥만 먹어도 행복하겠다!

└삼선 블루: 뭐지, 이 이겼는데 진 거 같은 찝찝한 기분은;;

오히려 팀의 인기는 높아져 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졌잘싸.

졌지만 잘 싸웠다!

첫 출전, 부족한 전력, 턱도 없는 지원.

그런 악조건 속에서 결승전 진출을 할…… 뻔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찬사를 받아 마땅한데 멤버진이 화려하다.

팀의 에이스이자 아이덴티티, 그리고 욕받이이기도 했던 레전설의 이미지도 개선돼간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캐리력을 선보였다.

온갖 똥꼬쇼를 하고도 지자 동정 여론이 들끓는다.

롤 유저로서 공감대 형성이 안될 수가 없다.

개인 방송까지 하는 친숙한 이미지.

재평가의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레전설이 겁나 쓰레기라는 이미지가 있긴 한데

은근히 주위 사람도 잘 챙겨주고

여캠들이랑 어울리면서 스캔들 난 것도 없고

뭣보다 프로게이머면 실력으로 평가 받아야 하는 부분이잖아

└하비랑은 뽀뽀하던데…?

글쓴이-아, 이 새끼는 실드 쳐주기도 벅차다;

└작성자 졸빡!

└근데 뭐 BJ가 여캠이랑 엮일 수도 있는 거지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줄줄이 달고 다니지만 회피하지 않고 처신했다.

무엇보다 이번 롤챔스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면죄부를 받아 마땅하다.

명경기 속 명장면을 셀 수 없이 터트리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적어도 실력적인 면에서는 더 이상 저평가할 여지가 없다.

그 사실을 세계 최고의 프로 리그 롤챔스에서 당당하게 입증했다.

─그런데 이번 준결승전 너무 논란이 커져서 걱정되는 게

그냥 깔끔하게 진 거면 몰라도 접전의 접전까지 간 거라……

2패한 게 솔직히 너무 아쉽잖아

우리 리야 또 까일지도ㅋㅋ

└크~ 빡대가리야!

└확실히 조용히 넘어가긴 힘들겠다

└방송 키는 순간 시청자들 몰려올 텐데 감당 가능?

└다른 건 둘째 치고 방패 거꾸로 든 건ㅋㅋ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상대가 워낙 경기력이 물 올랐다.

특히 다대기의 야흐오.

마지막 세트에서도 그 위력을 여실히 떨쳤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결과론적인 관점을 가진다.

제대로 안 보고 주위 말만 듣고 휘둘리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보기에는 유리야의 실수가 유독 눈에 띈다.

─레전설이 실드를 좀 쳐주려나?

솔직히 리야 성격에 스스로 나간 건 아닐 거 아니야

보나마나 레전설이 등 떠밀었을 텐데

이런 건 커버 쳐주는 게 인지상정 아님?

└과연 그래줄까?

└흠 대신 욕 먹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

└케어까지 해주면 레전설 다시 볼 만할 듯

└한 번 기대해본다ㅋㅋ

프로게이머이며 동시에 BJ다.

괜히 그 비제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과연 경기 못지않은 방송감을 보여줄지.

현재 그 레전설의 방송에서 일이 벌어지고 있다.

* * *

경기를 패배하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지고 말았다.

사실 나는 짜증 한 번 내면 끝이다.

'원래 세상이 다 그래.'

시험 같은 거랑 비슷한 거다.

실수해서 망치면 아, 다음에 잘해야지.

하지만 노력하고도 망치면 머릿속이 멍해진다.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지?

정신줄을 반쯤 놓게 된다.

지고 나자 부스 안의 분위기가 묘하더라.

특히 리야가 많이 쭈뼛쭈뼛댔다.

그런 상황에서 차마 화를 낼 순 없었다.

달래도 시간이 난다고 하니 회식 자리를 2차, 3차 화끈하게 가지며 분위기를 화목하게 이끌었다.

'그래, 함께 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마지막 가는 길 섭섭지 않게 해줘야지.

반쯤 농담이 아닌 농담이다.

아오, 마음 같아서는 진짜!

할 말이 많지만 끝난 일 가지고 뭐라 하기도 뭣하다.

내가 다음 시즌에도 잼잼 듀오랑 뛸 것도 아니고.

준결승전 뒤처리도 남아있어서 바쁜 몸이다.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

이제는 익숙해진 멜로디가 귓가에서 울려퍼진다.

========== 작품 후기 ==========

저도 장르 소설을 읽지만

솔직히 독자로서 볼 때는 주인공 지는 거 진짜 싫어하긴 해요

질 거 같다는 떡밥을 뿌려놓고, 상대가 워낙 강대하고 그렇다 해도

그럼에도 이번 파트는 진지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었어요

사실 주인공의 여건을 고려해보면 우승은 힘들어요

제가 상황 자체를 어처구니가 없게 조성하긴 합니다

이번 소설 자체가 원래 그런 컨셉이에요

예를 들어 유리야가 프로한다!

사실 이거 말도 안되는 거잖아요? 상식적인 선에서

오늘 카자흐스탄 경기 보신 분들 더 와닿으실 거에요

이기는 과정을 그럴 듯하게 쓰는 게 제 역할이죠

그렇다고 밸런스와 실제 선수들의 노고를 무너뜨려서는 안돼요

이 점을 망각한 적이 없습니다

준결승까지 온 것도 전략도 전략이지만 주인공이 워낙 사기캐인 덕분이 커요

물론 한 번 패배한 것 뿐입니다.

롤챔스가 끝난 건 아니에요

다음 시즌을 기약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상에서 진행되는 현재 스프링 시즌에서요

#사실 원래 파트 마무리를 달래 출현시켜서 졌질싸로 할까 했는데

19금도 소설도 아니고 자주 하면 그렇고 그렇기 때문에 지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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