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210화 (21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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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같은 걸 끼얹나…? -->

CC기도 없고, 사거리도 짧아서 애매할 것이다.

일련의 이야기는 일리가 없지 않았다.

활약하는 구도가 확 그려지지 않는다.

경기를 보고 나서야 납득이 된다.

어째서 블러디체리가 원딜로 기용했을까?

그럴 만하다는 인정이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본인 실시간 솔로랭크 픽상황

정글 이즈레알

미드 브라운

탑 야흐오

원딜 블러디체리

서폿 본인

└브라운은 미드 할 만하지~ 브라운만 미드라고!

└미드&정글이 듀오인 갑네ㅋㅋ

└와나 벌써부터 끔찍하다

└???: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될 거야…!! 폭주하는 이 시대를!!

난데없이 샹크스 드립이 유행하고 있다.

그도 그럴게 선동을 한 자가 있었다.

롤챔스의 정규 해설 클끼리.

그로부터 시작해 번진 불길이다.

─???: 피스톨을 꺼낸 이상 목숨을 걸어라

그건 겁주는 도구가 아니란 뜻이다

└바로 궁 걸고 잡아버리자너ㅋㅋ

└선장니뮤……

└다대기가 장군이고 레전설은 선장?

즉석으로 별명, 밈까지 생겨버렸다.

드립이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도 그럴게 네 번째 세트.

마치 샹크스와 같은 활약을 선보였다.

─네 번째 세트 선장님 명장면.swf

1.내 친구를 괴롭히는 녀석은 용서하지 않는다!!

2.엄청난 패기로군…!!

3.이 전쟁을 끝내러 왔다!

└샹크스 컬렉션이네ㅋ

└근데 친구는 죽었는데??

글쓴이-롤은 부활해서 ㄱㅊ

└'투자'해버린 거자너ㅋㅋㅋㅋ

후반에 이르자 한타의 광경이 잔인할 수준이다.

혼자서 피바다를 만들어버린다.

믿기지 않는 캐리력으로 보는 이들을 전율시켰다.

가히 사황 샹크스에 준하는 위엄.

그 엄청난 패기에 삼선 블루는 버텨내지 못했다.

네 번째 세트를 파프리카 프릭스가 가져가는데 이른다.

그에 따라 폭풍 전야다.

커뮤니티 사이트들에서는 예측이 오간다.

흔히 있는 승패 예측이 아니다.

과연 어떤 픽을 할지.

이목이 안 쏠릴 수가 없다.

그도 그럴게 매치업이 특별하다.

─다섯 번째 세트 밴픽 예상.txt

아니, 밴이 없으니 순수 픽이네

아무튼 다대기는 무조건 야흐오

파프리카 프릭스는 헤일 또 할 듯?

└응, 유리야 안 나와

글쓴이-안 나온다는 보장 없잖아?

└유리야 성격에 멘탈 터졌을 가능성이 높음

글쓴이-그건 ㅇㅈ

다섯 번째 세트는 블라인드 픽으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서로 일반 게임처럼 픽을 한다.

밴이 없고 순수하게 픽만.

즉, 이룰 수 있는 조합이 무궁무진하다.

어떨 때는 미러전도 나올 정도다.

지난 섬머 시즌의 결승전이 대표적이다.

테이커의 자드가 듀의 자드를 뚜까 패며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팬들이 열광하여 날뛰는 것도 그럴 만하다.

심지어 파프리카 프릭스.

선수에 따라 전략이 180도 바뀌어버린다.

그런 만큼 변수가 워낙 무궁무진해 예상하기 힘들지만.

─지금까지 나온 파프리카 프릭스의 승리 구도

1.레전설이 성장을 한다

2.나머지 선수들이 버틴다

나머지 라인이 터졌는가?-〉 패배

나머지 라인이 버텼는가?-〉 승리

밴픽 거르고 이것만 봐도 됨ㅅㄱ

└ㄹㅇ이자너ㅋㅋㅋㅋ

└지금 멤버 너무 불안해. 잼할만 해도 조마조마한데 잼구까지……

└그래도 전판 잼구 갓구나이트 모드던데?

└나름 1인분함. 바론 한타도 그렇고ㅋㅋㅋ

경기의 관점이 분명한 만큼 더더욱 기대가 된다.

과연 레전설이 멱살 캐리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을 위해 데려가는 팀원은 누구일 것인가?

한 번 교체가 됐다고 하나 또 안 나오리란 보장은 없다.

혹은 다른 전략을 준비해왔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한 가지, 생각지도 못한 이변이 터지자 더 복잡해진다.

─현장 속보…… 달래 여신님 출현!!

찌라시인 줄 알았는데 페북에 사진 뜸

구글 검색 안되는 거 보니까 진짜인 듯?

└자르거나 합성한 거 아님?

└오늘도 아름다우신ㅎㅎ

└내가 여신님 광팬이라 아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입으신 적 없는 옷임. 고로 오늘 사진 맞다

└와, 스토커 새끼 변명 구구절절한 거 보소 소름;;

화제에 화제가 끼얹어진다.

돈까스에 카레를 얹어먹는 그 맛이다.

얼굴만 비치셔도 황송한 달래 여신님이 오셨다고 한다.

혹시 응원이라도 오셨나?

오셨다면 어느 쪽 좌석에 앉으셨지?

현장의 팬들이 가장 소란이 나서 떠들고 있다.

생각한 것과 조금 다르다는 속보다.

구경을 하러 오신 것이 아니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부스 안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 * *

"왜 오셨어요?"

"……."

나의 물음에 얼굴이 빨개져서 대답을 못한다.

그렇게 부끄러울 만한 질문을 한 건가?

질문의 내용을 고쳐서 다시 물어본다.

"무엇이 당신을 이 자리에 오게 만들었는가?"

"그냥…… 구경하러 온 거거든."

얼굴을 휙 돌리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자리에 앉는다.

경기에 참여하지 않는 선수들이 앉는 벤치.

유리야가 다소곳이 앉아 응원하고 있는 그 자리다.

갑작스레 찾아온 달래가 합석하게 됐다.

"구경하러 온 거야? 1등석에서 보려고?"

"……꼽냐?"

오~ 당당하게 나가시겠다?

스스로 고백할 기회를 줬던 거다.

내팽개친다면 응징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부스까지 찾아 오셨다? 1등석에서 보려고? 상대 시야는 보이지도 않는 1등석?"

"……."

얼굴이 빨개진 달래가 입술을 꾹 깨문다.

본인도 이 상황이 부끄럽고, 웃기기는 한가 보다.

무슨 생각으로 온 건지 설마 내가 그것도 모를까봐.

'달래가 은근히 서투르게 귀여운 면이 있어.'

그냥 걱정돼서 왔다고 한 마디 하면 되지.

누구 닮아서 그런 건지 자존심 참 더럽게 세다.

아마 연패를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서둘러서 용산 스타디움으로 향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상황이 뻘쭘하다.

이미 네 번째 세트가 시작해버린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이겼고, 이제 곧 다섯 번째 세트를 앞두고 있다.

"경기 뛸 거야?"

"……몰라."

"아는 건 뭔데?"

"몰라, 바보야."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렸다.

아휴~~~ 진짜.

정말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사건이 터져댄다.

이번 사건은 달가운 사건이긴 하다.

"하비."

"Um?"

"달래가 먼 걸음 했는데 자리 좀 비켜줄 수 있겠어?"

"Why not? 괜찮다."

하비도 달갑게 비켜준다.

이로써 치어리더가 한 명 더 추가됐다.

부스 안의 공기가 달라진 듯한 기분이 든다.

"야……."

"뭐?"

"무슨 화장을 떡칠을 하고 왔어. 화장품 냄새가 진동을 하네."

기분 탓이 아니었다.

화려한 옷이야 허구헌날 춤 추시니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무슨 향수며 화장품이며 누가 보면 모델인 줄 알겠네.

"일하다 온 거라 그렇거든."

그러고 보니 얘 진짜 모델이었다.

이건 내가 잘못 말한 감이 있다.

"그런데 일하다 왜 오셨어요? 그렇게 헐레벌떡."

"……나 갈래."

휙 돌린 고개 탓에 빨개진 볼과 귀가 강조된다.

이런 달래는 참 오랜만에 느낀다.

귀엽다.

좀 더 놀리고 싶다.

얘는 리야랑 달리 놀리면 진짜 갈 거 같아서 더 못 놀리겠다.

'군대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내가 은근히 주위 사람이 복이 있네, 있어.'

힘들 때 나서서 찾아와 주는 친구.

있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그 이야기에 따르면 지금 나는 성공한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유리야도 사실 이 자리에 서는 게 많이 부담스러웠을 텐데.

힘내서 열심히 연습했고, 치킨도 두 마리만 먹었다.

결과도 1승 2패면 나쁘지 않다.

하비는 오래 알고 지내지 않았지만 내 의견을 많이 존중해준다.

방금만 해도 하비가 정색했으면 순식간에 머리 아파졌다.

그 외에 팀원들도 한 명, 한 명이 좋은 사람들 뿐이다.

'여기서 경기까지 이기면 완벽하긴 한데…….'

일단은 달래가 더해짐으로서 팀의 전력이 상승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달래가 짜세다.

우리팀 그 누구보다 잘한다.

굳이 비견할 만한 대상이 있다면 도인디.

그런데 도인디는 안정적인 타입이라 가성비가 떨어진다.

팀 자체가 다 잘하고 그런다면 승리의 보험이 되는 카드다.

반대로 이렇게 문제가 많은 경우에는 조금 더 버텨주는 것 이상의 활약을 못한다.

하지만 우리 춘자.

날뛰는 것 하나는 자신 있으신 몸이다.

마지막 세트가 시작된다.

* * *

첫 번째 세트부터 불꽃이 튀겨온 명경기다.

그 마지막 종지부를 찍는 다섯 번째 세트.

역대 결승전에 준하는 관심이 모여지고 있다.

물론 현장의 관중수는 한계가 있다.

경기장 크기 자체가 그렇게 넓지가 않다.

평소 같았으면 일반 좌석도 다 못 채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석까지 가득 차 현장의 교통 정리가 어려운 데는 이유가 있다.

중요도가 보통 높은 경기가 아니다.

〈부스 안에서 대체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걸까? 궁금해 하시는 팬분들이 많을 텐데 방금 결과가 나왔습니다. 달래 선수가 하비 선수를 대신해 서포터로 출전합니다.〉

관중석 이곳저곳에서 시끌벅적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아는 사람은 이미 아는 이야기.

커뮤니티, SNS등지에서는 난리가 났다.

하지만 현장 팬들 중에는 경기에 집중하느라 모르는 이들도 많다.

클끼리 해설의 오피셜이 얹어지자 들끓는다.

오늘 관람 온 뽕을 제대로 뽑겠구나!

-ㅋㅋ오늘 경기 관람 안 온 흑우 없제~?

-아오 학교 중간고사라 못 갔는데

-결승전 존버충 Fail……

이윽고 양팀의 픽이 마쳐진다.

이전 세트와는 한 가지 확연하게 다르다.

오직 다섯 번째 세트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티몽을 올려놓고, 갓렌을 올려놓고 별별 일이 다 있긴 하는데…… 당연히 픽을 하진 않죠?〉

무려 블라인드 픽이다.

일반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밴을 할 수 없고, 서로의 픽을 볼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별별 일이 다 생긴다.

와아아아아아~~!

경기장 한쪽이 소란스럽다.

소란스러운 방향은 삼선 블루.

클끼리가 완성된 양팀의 조합을 짚는다.

〈파프리카 프릭스가 탑트롤킹을 픽했습니다. 잼할 선수의 시그니처 픽으로 상대가 탑티바나를 꺼내면 잡아먹겠다는 심산이었거든요?〉

지금까지는 자주 꺼내 들지 않았다.

원래 비밀병기는 숨겨 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계속 숨기기만 하다가는 아끼다 똥되는 법이다.

그래서 꺼내 들었다.

하지만 꼭 결과가 좋으리란 법도 없다.

결과적인 해석인지, 아니면 예측을 했던 건지 삼선 블루의 픽이 돋보인다.

〈탑나이즈…… 카운터를 치려다가 역으로 카운터를 맞은 감이 있습니다.〉

〈카운터의 카운터 아니겠습니까? 블라인드 픽이 이래서 재밌는 거에요!〉

진용준 캐스터의 외침대로 블라인드 픽에서는 종종 있는 상황이다.

상대가 이거 꺼내곘지?

그럼 요걸로 받아쳐야지.

저거가 나오면서 라인 상성이 애매해진다.

이렇듯 변수가 많다 보니 차후에는 폐지가 된다.

프로 경기는 서로 조건이 동등해야 하고, 운빨 싸움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재 2014년의 롤챔스에서는 블라인드 픽이 진행된다.

〈그래도 라인 스왑 등을 통한다면 극복하지 못할 것도 없고, 한타 조합은 두팀 모두 비등해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거잖아요~. 양팀 모두 자신 있는 픽 다 꺼냈거든요? 보여줄 일만 남았어요 보여줄 일만!〉

서로 밴, 조합, 견제 등 때문에 못 꺼낸 게 있다.

잼할의 트롤킹에 이어 잼구의 카직트.

이전 세트에서 밴 때문에 선보이지 못했던 걸 가져왔다.

그리고 이는 삼선 블루도 마찬가지다.

다대기의 야흐오.

봉인을 풀며 꺼내 들었다.

정글 리심이 픽의 이점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든다.

〈레전설 선수가 핑크스를 꺼내 들었습니다. 왜냐! 서포터가 달래 선수기 때문이죠!〉

강빈 해설도 한 마디 외친다.

하비와 달리 주류 서포터도 잘 다룬다.

후반 캐리력이 막강한 핑크스와 어우러진다면 슈퍼플레이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롤은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다.

상대의 픽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삼선 블루의 봇듀오.

매타작을 맞은 이후로 픽의 선택이 안정적으로 변했다.

〈부시안과 모르피나면 핑크스&쓰렉귀 상대로 상성이 좋아요. 팀이 하필 퍼플팀인 것도 그렇고…… 시작이 약간 불리하긴 합니다.〉

〈그런 걸 또 역전시키니까 레전설 아니겠습니까? 이긴 팀에게는 찬사, 패한 팀이게는 더 큰 격려가 쏟아지길 기원하며 함성과 함께 마지막 세트 시작하겠습니다~~!!〉

진용준 캐스터의 찢어질 듯한 고함과 함께 롤챔스의 흥행이 걸린 다섯 번째 세트가 치러진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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