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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같은 걸 끼얹나…? -->
위기탈출 넘버원!
갖가지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가끔씩 그럴 듯한 꿀팁들도 보내준다.
─???: 당신의 팀이 노답일 때! 이렇게 하면 이길 수 있다!
흑사병 같은 걸 끼얹나?
└정답이자너ㅋㅋㅋ
└6년 전에 이런 혜안을…… 존경스럽습니다ㅠ.ㅠ
└블러디 궁 쓰면 싹 다 녹아!
└근데 왜 이렇게 세지? 아이템을 마관으로 가서 그런가?
피흡템을 생략하고 공격에 치중했다.
원딜러들도 이따금 그런 선택을 한다.
치명타 아이템부터 두르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다고 한들.
혼자서 다 녹일 만한 딜이 나올 리가 없다.
상대가 물몸 챔피언만 있는 것도 아니다.
나름대로 단단한 딜탱 브루저들이다.
〈지금 블러디가 주문력도 주문력인데 체력이 말이 안돼요. 보통 딜러들은 딜이 센 대신 몸이 종잇장인 게 세상의 순리잖아요?〉
순리, 순리다.
클끼리 해설의 말대로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어야 한다.
OP챔피언이도 약점은 있기 마련이다.
그 약점을 극복해낸지 오래다.
촤악-!
분출된 선홍의 파도가 미니언들을 지운다.
맞자마자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다.
지나치게 성장을 잘해버린 결과.
블러디체리는 성장의 과정이 너무 힘들다.
프로 무대는 커녕 솔로랭크에서도 안 쓰일 정도다.
반대로 성장만 잘하면 괴물 같은 위엄을 뽐낼 수 있다.
주문력이 체력으로 전환.
체력은 주문력으로 전환.
홀로 딜과 탱을 전부 소화하는 먼치킨이 탄생해버린다.
촤아앙!
승천의 뿔피리가 울려퍼진다.
3초간 주위 아군들의 이동 속도가 상승.
기세를 탄 블러디체리가 과감하게 다이브친다.
촤악-!
분출된 선홍의 파도에 쓰렉귀가 찢겨나간다.
안 그래도 서포터인데 네 번이나 죽었다.
그에 반해 블러디는 무섭게 성장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파괴력.
레전설 다운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과감해도 너무 과감했다.
포탑과 적들에게 둘러 쌓였다.
조냐의 물시계도 없어서 점사 당하는 순간 죽는다.
─FFs 레전설님이 SAMSUN 하뜨님을 처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사는 커녕 앞다투어 도망가기 바쁘다.
삼선 블루의 선수들이 전원 후퇴한다.
어디선가 한 번 봤었던 장면이다.
〈엄청난 패기로군…!! 삼선 블루 뒤로 쭉~ 빠집니다. 못 싸워요. 블러디 건들지도 못합니다!〉
-클끼리ㅋㅋㅋㅋ
-원피스 매니아야?
-투자의 신 샹크스니뮤ㅠ
최강의 해왕류에게 팔을 잃은 사황 빨간 머리와도 같은 광경이다.
빨간 블러디가 달려나가자 적들이 알아서 비킨다.
쓰렉귀는 거품을 물고 진작에 쓰러졌다.
이 순간을 위해 클끼리는 드립을 장전하고 있었다.
블러디의 성장력을 감안하면 나올 만한 구도다.
물론 레전설 한 명이 무서워 혼비백산 내뺀 게 아니다.
쿠와앙!!
투하된 지옥불 핵폭탄이 대지를 불태운다.
만약 싸웠다면 떼몰살을 당했을 것이다.
광역기에 사르르르 아이스크림 마냥.
〈블러디체리 하나 때문에 조합의 특색이 변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변했죠?〉
〈원래는 전형적인 장판 조합이에요. 그런데 마치 돌진 조합과도 같은 돌파력을 지닙니다.〉
무작정 뛰어나가면 적들이 도망간다.
블러디체리가 두르고 있는 심홍의 완드.
주위 적들의 마법 저항력을 깎는 효과를 지녔다.
지옥불 핵폭탄을 지원하는 정도로도 1대5가 성립된다.
〈레전설 선수가 게임을 캐리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격차의 차이죠!〉
-격차랑 차이가 다른 게 뭐야?
-어둠의 다크 같은 거지……
-뭔가 있어 보이잖아ㅋㅋ
강빈 해설의 강소리가 개의치 않을 정도다.
그만한 위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계속될 위엄도 아니다.
〈삼선 블루가 톨라리 펜던트를 하나둘 갖추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스노우볼을 잘 굴리긴 했는데 방금 전과 같은 구도는 이제는 안 나올 거에요.〉
클끼리가 짚은 아이템 선택.
청동의 톨라리 펜던트는 팀원의 마법 저항력을 올려준다.
더불어 사용시 팀원에게 실드를 씌워 광역기를 효과적으로 막는다.
딱 블러디체리 같은 챔피언을 상대하기 위해 뽑는 아이템이다.
이를 정글과 서포터가 둘렀다.
대놓고 레전설을 견제할 목적.
달라질 한타의 향방에 초점이 맞춰진다.
* * *
원래 피카츄는 항상 납치 당하는 운명이다.
과정 생략하고 눈 떠 보면 로켓단의 손아귀에 넘어가 있다.
'은근히 무능한 쥐새끼야.'
처음에는 겁나 틱틱대길래 오~ 뭐 좀 있는 포켓몬인가?
맨날 삐~~까~ 쮸우우우우!
겁나 센 줄 알았는데 나중 가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그런 피카츄와 달리 하비는 처음부터 나긋나긋했다.
최근에도 다소 일은 있었지만 잘 풀렸다.
현재 게임에서도 잘해주고 있다.
초반에 적에게 물렸던 것.
역설계를 제대로 터트린 일등공신이다.
문제는 슬슬 존재감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피카츄처럼 마스코트 캐릭터가 돼버렸지.'
상대도 힐라카 잘못 물다가 큰일난다는 걸 알게 됐다.
다른 팀원들을 끊어먹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톨라리 펜던트도 두 개라 다이브 시도도 까다로워졌다.
찰칵!
하지만 아이템이 나온 건 상대만이 아니다.
나도 라둔의 죽음투구가 갖춰졌다.
주문력은 당연하고 체력이 3천을 넘어간다.
보다 과감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오지 않는다면 오게 만든다.
망설임 없이 바론을 친다.
슈욱!
촤악-!
약 3초마다 들어가는 폭딜이다.
원딜러에 준하는 지속딜이 가능하다.
높아진 주문력이 바론을 무섭게 녹여낸다.
─아군이 빵테온을 지목!
아군이 빵테온을 지목!
문제가 되는 것은 스틸.
솔직히 좀 많이 못 미덥다.
빵테온이 꽈앙! 떨어지며 바론 뺏기고 떼몰살 당하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잼구님."
"네!"
"상대 보이면 바로 이니시 걸어주세요. 저희 끝까지 치면 안되거든요?"
"저 강타 자신 있는데 그냥 먹는 건 어때요?"
"……."
아뇨, 님 강타 중국산 같아요.
라고 팩폭은 차마 말하지 않겠다.
어떻게든 이니시를 거는 방향으로 간다.
이~쿠우!
우려와 달리 생각보다 깔끔한 이니시다.
궁극기로 차며 힌두인과 땅치기를 퍼엉-!
배달까진 아니어도 한타가 걸렸다는 게 중요하다.
촤아앙-!
이속 버프를 받고 달려나간다.
아군의 텔레포트를 기다리다간 늦는다.
나 홀로 적 진영을 붕괴시켜야 한다.
치직!
챠륵!
그 앞을 가로막는 나이즈.
미끄러지듯 들어가는 연계 콤보는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적을 터트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블러디체리와 비슷한 특성을 지녔다.
나이즈는 단단하며 딜탱까지 된다.
광역딜은 부족하지만 대신 1대1이 강력하다.
'블러디의 카운터라 불릴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진을 멈추지 않는다.
스킬을 쏟아내고 피웅덩이로 비빈다.
상대는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키잉-!
정확하게 들어온다.
쓰렉귀의 선고가 목덜미를 낚아챈다.
더불어 원거리에서 토이치의 독화살이 난사댄다.
이 정도 폭딜이면 탱커라고 해도 찢긴다.
하물며 블러디.
딜탱이 가능한 거지 탱커에 비하면 손색이 있다.
만약 힐라카가 없었다면 말이다.
〈생명을 내리소서!〉
먼저 들어오는 건 미카엘의 그릇.
쓰렉귀의 선고를 풀어내며 체력을 채운다.
곧이어 치유의 은총과 궁극기의 3단 힐이다.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내려갔던 체력이 풀피에 가깝게 차오른다.
'힐라카를 괜히 뽑은 게 아니야.'
구태여 마법 저항력 안 깎아도 다른 방법도 많다.
이를 테면 브란도, 배티 등 견제형 서포터.
그냥 딜로 찍어 누르는 수단도 존재한다.
그런 견제형 서포터들과 달리 힐라카는 힐이 있다.
이 점이 블러디체리와 상승 효과를 낳는다.
체력 소모의 상쇄는 물론이고 진짜는 한타.
촤악-!
끈적한 혈액이 사방으로 튀긴다.
블러디체리의 E스킬 선홍의 파도.
스택이 쌓이면 데미지가 강해진다.
또한 체력 재생의 효과가 증대한다.
힐라카의 힐이 본래 회복량 이상으로 회복된다.
한 번 더 부스터를 단다.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펠 힐.
─적을 처치했습니다!
빨라진 이동 속도는 적을 놓치지 않는다.
나이즈와 선 자리에서 손속을 나눈다.
그 결과, 패자는 내가 아니다.
한타의 분기점이 갈리는 순간이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아무리 실드를 쓰고 뭘 해도 스킬쿨 한 번 차이다.
그 한 번을 더 돌리고도 남을 회복량이다.
달라붙은 파리를 때려잡듯 학살한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직트의 지원과 네네톤의 텔이 결정타가 된다.
점멸 스턴으로 묶어주기만 해도 간단하다.
내가 다가가 한 번 빨고 터트리면 죽는다.
탱커인 티바나만이 목숨을 부지해 도망간다.
살아남았다고 한들 결과는 변함이 없다.
한타의 대승과 더불어 전리품.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넘어온 승기에 쐐기를 박는다.
* * *
그 중요도가 너무나 높은 한타였다.
클끼리도 한 번 짚고 갔던 부분이다.
딜이 필요한 건 맞는데 너무 치중한다.
〈블러디를 분명 집중적으로 노릴 겁니다. 근데 조냐도 없어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조마조마해요.〉
블러디가 딜탱이 다 되는 왕귀 챔피언인 건 맞다.
하지만 후반에 이르면 결국 짱 먹는 건 원딜이다.
원딜이 프리딜각 한 번 잡는 순간 전황이 뒤바뀐다.
그런 한타 프리딜을 누구보다 잘하는 알파카다.
최적의 위치에서 극한의 딜링을 쏟아낸다.
챔피언 또한 한타 캐리를 위해 토이치를 뽑았다.
바론 한타는 토이치가 싹 쓸어담는 그림이다.
레전설이 죽는 다는 전제 하.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순간이 분명 있었는데.
〈다시 봐도 아찔하네요. 체력이 두 자리 수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3단 힐이 펑! 펑! 퍼엉!〉
-힐라카 힐량 왜 저럼???
-W선마스터 해서 그러나?
-아니, 아무리 그래도 피가 무슨 저렇게 차냐……
다시 봐도 믿기지 않는 회복량이다.
하지만 사정을 알고 나면 그럴 만하다.
체력이 낮을수록 회복량이 증가하는 힐라카.
그리고 블러디체리 E스킬에 달린 재생 효과 증대.
〈곱연산으로 적용되는 데다 방어력 증가 효과도 있어서 폭딜을 버텼어요. 버티니까 한타의 구도가 180도 달라지죠?〉
〈1대5를 해버린 셈 아닙니까? 그럼 이기죠! 이길 수밖에 없죠!〉
들으면서 보니 그럴 만도 한 한타다.
홀로 상대의 모든 딜을 버텨냈다.
상대 입장에서는 안 칠 수도 없었다.
레전설만 잡으면 한타 이기는데!
그런데 버텨버리자 분위기가 싸해진다.
블러디체리의 광역 딜에 싸그리 쓸려 나갔다.
〈블러디체리가 트리플 킬을 먹었다는 건 굉장히 좋은 상황입니다! 왜냐! 아이템이 잘나오기 때문이죠!〉
-그렇구나^^
-아이템이 잘 나온다는 건 좋은 상황이 맞지ㅋ
-캬~ 해설 담백한 거 보소
강빈 해설도 한 마디 거든다.
안 그래도 잘 큰 상황에서 트리플 킬.
바론 버프까지 두른 블러디체리를 어떻게 막아?
심지어 사온 아이템이 무시무시하다.
아니, 평소 같았으면 수비적으로 하네.
그런 소리가 나왔겠지만 목도해버린 마당이다.
〈정령힘의 향상! 이건 절대로 안 죽겠다는 아이템 선택입니다. 설사 방금과 같은 구도가 나와도 이제는 더 수월하게 버틸 거에요. 설사 포탑을 끼고 있더라도!〉
체력 회복량을 늘어나게 해주는 아이템이다.
블러디체리의 강제 다이브를 막을 수 없다.
이윽고 게임은 5분이 안되어 승패가 나뉜다.
파프리카 프릭스가 네 번째 세트를 잡아냈다.
현장의 관중들이 들떠서 목소리를 높인다.
삼선 블루의 팬들도 많을 텐데 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폭풍 전야를 예고하는 순간이다.
진용준 캐스터 가다듬은 목소리로 말한다.
〈롤챔스 전통의 규칙에 따라 양팀의 다섯 번째 세트는 블라인드 픽으로 치러집니다. 네 번째 세트의 승자가 파프리카 프릭스이므로 블루팀은 삼선 블루가 되겠습니다.〉
〈이제는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게 됐네요.〉
2대2의 동점 상황이다.
과정 또한 더없이 팽팽했다.
어느 쪽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다.
이 명승부의 결과가 다음 세트로 결정된다.
하지만 팬들이 들뜬 이유는 그 하나가 아니다.
그 하나였다면 아쉬움을 뱉는 팬들도 두드러졌을 것이다.
어찌 됐든 삼선 블루가 패배한 셈이니 말이다.
불과 20분 전, 믿기지 않는 속보가 전해졌다.
현장이 갑작스레 소란스러워진 이유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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