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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님 -->
파삭!
샤락-!
이즈레알의 화살이 빗발친다.
쏟아지듯 쉴 새 없이 꿰뚫는다.
미달리의 창처럼 한 방, 한 방이 필살의 위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속성이란 면에서는 오히려 좋다.
쿨타임이 짧아 가벼운 느낌으로 던져도 된다.
그 대상이 굳이 챔피언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파삭!
화르륵…!
미니언 오는 길 두어대 맞춰 놓으면 진격이 눈에 띄게 느려진다.
광역 둔화의 얼음 장판이 가진 효과.
더불어 라인 클리어도 요긴하다.
〈미니언이 살살 녹아 내리기 때문에 웨이브는 의외로 잘 막아요. 다이브에도 강력한 조합입니다.〉
초반만 어떻게 버티면 단점이 없는 조합이 된다.
경기 시작초 클끼리가 했던 평가다.
실제 이즈레알 하나로 인해 대치가 성립되고 있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뚫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압박이란 구도 자체가 달갑지 않다.
파프리카 프릭스로서는 더없이 아쉽다.
〈용한타의 결과가 거대한 스노우볼이 되어 굴러가고 있습니다.〉
지켜보는 팬들, 중계진의 심정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한타가 큰 아쉬움을 자아냈다.
분명 비등했던 양팀의 한타 구도.
삼선 블루가 타이밍을 잘 잡기는 했다.
하지만 이즈레알의 성장이 무섭다.
그리고 포킹 적중률이 예사롭지 않았다.
저러다가 이즈 포킹에 킬 나올 수도 있겠는데?
레전설의 파랑이즈는 다르다는 사실을 과시했다.
이렇듯 과감한 판단으로 없는 기회를 만들어낸다.
파삭!
툭!
툭!
미드 억제 포탑 앞에서의 대치 상황.
앞비전도 서슴지 않고 해버린다.
탱커인 리심의 체력이 푹푹 파인다.
빠르게 치고 얄밉게 뒤로 빠진다.
저걸 어떻게 낚아챌 수도 없고!
타이밍과 컨트롤이 워낙 날카롭다.
홧김에 이니시를 걸었다간 빨려 들어가서 죽는 수가 있다.
비슷한 슈퍼플레이를 용한타에서도 했었다.
〈그때는 삼선 블루가 안달이 나서 걸었어요. 한타를 해야 되는 입장이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입장이 다르다.
구태여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
고삐를 잡은 쪽은 휘두를 뿐이다.
─세나찡 복수다!
알파카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부시안의 궁극기 불의 심판.
한 때 세나의 안마라는 오명이 붙었을 정도로 한 방, 한 방이 약하다.
그런데 총알이 한두 방이 아니다.
무려 수십 방이 개틀링처럼 쏟아진다.
피격할 대상이 많은 대치 구도에서는 포킹 효과가 탁월하다.
─내 방패만 믿으라고!
이를 가볍게 상쇄할 수 있는 방패가 있다.
브라운이 타이밍을 딱 맞춰 방패를 든다.
경쾌한 소리가 나며 상쇄시켜야 정상이다.
〈근데 방패가 방향이 살짝…….〉
〈약간 새버렸죠. 그래도 서둘러 위치를 수정해서 반쯤은 막았습니다.〉
나머지 반은 고스란히 얻어터졌다는 소리다.
진용준 캐스터조차 고개를 갸웃하는 상황이다.
방패를 든 건 좋지만 그 방향이 아닌데!
채팅창에서 실시간으로 타박이 올라온다.
-빡대가리야!!
-아니, 앞으로 들라고! 옆으로 들지 말고!
-하아…… 내가 대신 들어주고 싶다
-뒤로 안 든 게 어디야ㅋㅋ
심지어 뒤로 들었을 때도 있었다.
그 순간이 하필 가장 중요했던 용한타.
그 어처구니 없는 실수 때문에 이즈레알의 점멸이 빠졌다.
죽은 건 아니지만 영향이 없을 수가 없다.
과감한 앞비전 판단이 힘들어지면서 프리딜이 어려워졌다.
한타를 패배하고, 용을 내주며 주도권을 잃게 됐다.
〈브라운이 은근히 난이도가 있는 챔피언입니다. 방패 드는 것도 각도를 고려해서 써야 돼서 쉽지만은 않아요.〉
〈포킹 리심처럼요?〉
〈아니, 그건…… 단순히 제가 못 맞힌 겁니다.〉
-용준좌 자꾸 클끼리 저격하네ㅋㅋㅋ
-유리야 브라운vs클끼리 리심
-자강두천이 또……
대회 무대에서도 이따금 터지는 일이다.
스킬 각도 너무 이상한 거 아니야?
원래 논타겟 스킬이 그러하다.
플레이어의 컨디션, 운, 구도, 유불리 등 영향을 받는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무튼 포킹 리심의 본좌가 그렇게 말을 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좀 심각한데…….
─내가 보기엔 유리야 실수한 거 아님
그냥 습관 걸린 거임
주인님한테 스킬을 써야 돼!
강박관념이 있어서 마우스 방향이 엇나간 거 같아
└아, 그거 ㅇㅈ 나도 해본 실수 같기도……
└브라운 할 때 가끔 방패 거꾸로 들지ㅋㅋ
└엇나가지 않게 연습해야 프로지!
└유리야한테 너무 많은 걸 바랬던 건 아닐까?
조금 안타까울 수 있는 일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살짝 화도 난다.
연습을 좀 더 열심히 했어야지!
근데 세상에는 연습을 해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이 바로 유리야.
게임이 거듭될수록 지니고 있는 단점이 드러난다.
─해일이당!
인어의 궁극기가 소환장의 전장을 흠뻑 적신다.
동시에 양 팀 탑라이너들이 텔레포트를 탄다.
불과 5초 전의 고요가 거짓말 같은 아비규환.
삼선 블루라는 팀이 가진 특색이다.
단순히 한타를 잘하는 것만이 아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구도의 한타를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칼 같이 걸기로 유명하다.
파삭!
그런 난장판 속이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레전설의 이즈레알이 프리딜각을 잡는다.
기어코 부시안을 잘라내는데 이른다.
〈앞비전 뒷플의 교과서! 체력 하~나도 안 빠지고 깔끔하게 잡았어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가 나오게 만든다.
모션이 없는 앞비전으로 순간 점사.
상대가 반응을 할 때는 이미 사라져있다.
둥그런 얼음 장판 때문에 추격이 불가능하다.
─SAMSUN 스피리트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다른 팀원들이 버티지 못해서 문제다.
리심이 킬 먹으면 안 좋은 건 맞아.
하지만 나는 먹어도 돼!
말하기라도 하듯 성장한 값어치를 톡톡히 한다.
파삭!
툭!
툭!
팀이 밀리는 와중에도 부단히 딜을 넣는다.
패시브 풀스택으로 극대화된 공격 속도.
한 방, 한 방의 위력이 살점을 떨어낸다.
〈이즈가 세긴 세요. 혼자서 다 잡을 정도가 아니라서 문제지!〉
아이템도 잘 나왔고, 플레이어의 피지컬도 더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챔피언이 가진 한계다.
원래 폭딜과는 거리가 멀다.
포킹과 생존력 두 가지가 가진 대신 딜적인 측면이 부족하다.
이를 성장력으로 보완했다.
게임이 한 번 무너지는 바람에 캐리력이 억제되고 만다.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한타의 결과는 2대2의 교환.
불리한 상황에서 나쁘지 않다.
레전설도 죽지 않고 살아 남았다.
하지만 억제탑을 내주는 수밖에 없었다.
굴러가는 스노우볼에 가속도가 붙는다.
* * *
팽팽하게 주고 받은 앞선 두 세트.
이번에는 파프리카 프릭스가 보여주나!
응원하던 팬들의 아쉬움이 터져 나온다.
─???: 롤은 솔로 캐리가 안되는 게임이다
ㅅㅂ새끼들아!
└레전설은 인정 ㅠ.ㅠ
└레전설이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
└다음 시즌에는 탈파프리카 해서 행복롤 합시다!
└팩트)팩트다 ㅠㅠㅠ
경기를 보는 팬들이 더욱 안타까울 정도다.
아니, 딜을 저렇게 잘 넣는데!
딜만 잘 넣는 게 아니라 여차하면 레전설해버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되는 게임이라는 게 있다.
솔로랭크를 하다가도 종종 겪게 된다.
대회 게임에서는 보다 극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한타가 한 번 비벼지자 아무리 잘해도 안된다.
고작해야 비등하게 가는 것이 고작이다.
결국 아이템이 나올수록 화력 또한 따라잡힌다.
─LEGENSUL, 그것은 당신의 잘못 아니다
EZLEAR(은)는 캐리력이 없다는 것이 우리 학계의 정설이다
└이즈레알 박사 도도갓니뮤
└도도갓도 삼선 블루한테 발렸던가?
└도도갓이 원조 이즈레알 장인이긴 하지
└파랑이즈 제일 잘 써먹는 선수였는데……
하지만 시즌4에 들어서는 한 번도 기용하지 않았다.
그토록 좋아함해도 쓰지 않는 이유가 있다.
다른 원딜러들보다 극후반이 안 좋다.
치명타 원딜러가 아니기 때문에 가지는 한계다.
성장을 몰아먹다 보니 그 단점이 더 커졌다.
슈퍼 플레이로 게임을 지탱했음에도 불구.
끝내 0데스로 게임을 패배하는데 이른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던 관심사에 불이 붙는다.
─재미있는 사실)레전설 데스의 법칙 개정판
1. 레전설이 1데스 이상하면 이길 확률보다 질 확률이 더 높다. 이는 LCK 모든 프로게이머들을 통틀어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2. 레전설이 2데스 하는 순간 중계 끄고 자러 가도 될 정도로 패배 확률이 높다
3. 노데스를 해도 질 수가 있다는 게 방금 증명됐다
└지구에서 제일 고통 받는 에이스……
└와, 미친 소름 돋네;;
└이 정도면 거의 선수 학대 아니냐?!
└결론)파프리카 프릭스의 넥서스는 레전설 1데스때 금가고 2데스에는 터진다.
저렇게 잘하고 게임 지면 억울해서 어떡해!
두 번째 세트는 죽기라도 했다.
저건 좀 무리했던 거 같네.
피지컬 너무 과신했네.
하지만 세 번째 세트는 구도가 전혀 달랐다.
잘했다.
할 수 있는 걸 다했다.
심지어 죽지도 않았다.
게임의 흐름이 끊기는 건 팀의 에이스가 죽을 때다.
그런데 한 번도 안 죽고 숨 쉬듯이 딜을 넣었다.
클끼리 해설의 표현에 의하면 0.1초의 프레임 낭비도 없다!
하도 억울하게 져버리니 동정 여론이 인다.
아니, 레전설 우리가 너무 깠다.
솔직히 불쌍한 포지션 아니냐?
─레전설 너무 껄껄렁해서 싫어했는데
게임 좀 잘한다고 으시대고, 인성질 하고
연습은 안 하고 방송하고, 여자 끼고 놀고
쓰면 쓸수록 깔거리가 우러나오는 녀석이긴 하지만…… 오늘은 좀 불쌍하다
└사골 같은 매력
└저러고 지면 잠 잘 수는 있을까?
└오늘은 ㄹㅇ 레전설 까방권이야ㅋㅋ
└까방권ㅋㅋ 와나 살다살다 레전설을 다 응원하네
괜히 미운 애들이 있다.
뭘 해도 잘하고, 못난 것도 없고, 그런데 성격이 아오…….
사탄은 저런 새끼 안 잡아가고 뭐 하나!
그런데 알고 보니 딱한 사정이 있었다.
못된 사람일수록 갭을 보면 설렌다.
독한 마음이 수그러들며 측은함을 느낀다.
롤판에서 레전설은 그런 취급을 받았다.
어느 세계나 굴러 들어온 돌의 취급은 고울 수 없는 법이다.
기존 프로게이머, 팀들의 팬들에게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됐다.
단순히 무시를 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깎아내린다.
거품이야 거품! 그냥 꿀빨러라니까?
목소리를 내던 팬들도 이번 만큼은 마음이 약해진다.
─레전설이 무슨 꿀빨러야 그냥 잘하네
성장 몰아먹는 건 어쩔 수 없지
팀이 솔직히…… 노답이잖아
강팀 만나니까 아예 버티지도 못해
└레전설은 진짜 탈파프리카 해야 된다니까?
글쓴이-나 같아도 연봉 10배로 주는 거 아님 안 함
└나 같아도는 무슨 양심 챙기자;
└저보다 더 잘할 수가 없었는데 ㅅㅂ
원래 딜러는 팀이 불리할수록 딜 넣기가 힘들다.
그런데 레전설은 각을 만들어내서 쑤셔 넣는다.
그 슈퍼 플레이가 아니었다면 후반까지 가지도 못했을 게임.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벼봤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다.
이거 유리야가 그냥 에바참치 같은데?
─유리야 어쩌다 한 번 흥한 걸로 너무 빨려
단순한 스킬샷 미스로 게임 계속 터트리네
그냥 골드는 결국 골드야
기용하는 것 자체가 에바참치꽁치넙치지
└골드의 희망 갓리야ㅠ.ㅠ
└하긴 방패 거꾸로 드는 건 실드도 못 쳐
└유리야 전적 2승 2패임. 까일 것까진 아니지
└2승 2패?! 생각보다 너무 잘했네……
만에 하나 문제도 없고, 원래 기대치가 있는 선수다.
그렇다고 해도 폼이라는 게 있다.
스포츠 세계에선 갑자기 못해지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흔히 말하는 컨디션 문제.
롤에는 메타라던지, 상대의 대처라던지, 성향이라던지 변수가 훨씬 많다.
괜히 선수 수명이 짧은 게임이 아니다.
팬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일다.
선수들 본인이라고 이를 모를 리 있을까.
두 세트 연속 실수가 잦았던 유리야.
─현장 피셜)파프리카 프릭스 선수 변경
유리야 벤치, 도인디&잼구 등판
└암이 나았습니다
└유리야 떽!
└리야는 마스코트로 남자……
└팬들 너무 우두루고~
결국 벤치에 앉으며 주전 선수로 교체됐다.
이에 따라 레전설도 포지션이 변경된다.
응원하던 팬들도 이번 만큼은 안된다!
빡대가리야 들어가라!
매정해서 미안한데 중요한 세트다.
다음 세트의 결과로 희비가 갈린다.
삼선 블루의 마지막 쐐기가 될 것인지.
파프리카 프릭스가 추격의 봉화를 올릴 것인지.
변화만이 승패를 나눌 초점이다.
========== 작품 후기 ==========
초기부터 우려됐던 유리야의 선수 데뷔..
당연히 인지하고 있고 매 경기 신경을 쓰면서 씁니다
잘할 때도 있지만 픽과 집중력 등의 문제가 꼬이면 단점이 드러날 때도 있어요
물론 유리야 하나만의 잘못은 아니지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