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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02화 (20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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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유리야."

"네, 주인님……."

처음에는 부들부들했지만 이제는 단념한 모습이다.

첫 번째 세트 이후 약속을 이행 중이다.

들을 때마다 묘한 쾌감이 인다.

솔직하게 남자의 로망이기도 하다.

'애완동물이 주인님이라고 불러봐. 애착이 안 갈 수가 없다니까?'

조금만 더 순종적이면 유리야 한 마리 격하게 키우고 싶을 정도다.

다른 건 몰라도 산책은 꼬박꼬박 시킬 수 있다.

먹이값은 많이 나올 거 같아서 부담스럽다.

그리고 대소변 가리는 훈련도 살짝.

"너 아까 두두 궁 쓸 때 똥참는 거 참더라."

"저, 저 똥 안 싸요! 똥간 요정 아니에요!"

"안 싼다고? 내가 너 똥싸는 것만 수십 번을 봤는데?"

"헐……, 변태!"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당연히 가린다.

달래도 예외가 아닐지언데 유리야라고 다를까.

특히 여자들은 여성 호르몬의 특성 때문에 변비가 잦다.

남자보다 화장실 신세를 더 졌으며 더 졌지 덜 지지는 않는다.

물론 그런 걸 굳이 지적하는 게 아니다!

두두의 궁극기가 연상을 시킨다.

기를 막 모아서 팡! 터트리지 않는가?

설마 실제 상황을 보고 말했을 리가 없다.

내가 아무리 유리야를 서스럼없이 대해도 화장실까지 따라가진 않는다.

'그건 스토커지. 상상만 해도 무섭네.'

이래 봬도 유리야는 아끼는 후배다.

그런 인간이 있으면 내가 프로게이머 딱지 떼는 한이 있더라도 죽기 직전까지 패버린다.

유리야의 똥은 게임에서 봤다.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정말 많이 봤다.

하지만 방금 전 경기는 나름 잘했다.

두두라는 챔피언 특성 덕이긴 해도.

'누가 해도 1인분을 할 수밖에 없거든.'

심지어 세세한 오더는 내가 내린다.

행동의 방향은 물론이고 스킬 쓰는 타이밍도 지정해준다.

이미 조교를 해놨기 때문에 좋은 느낌으로 적재적소에 활약시켰다.

"아무튼 똥 싸면 안돼. 열심히 해야 된다?"

"똥 안 싼다구요오!"

"주인님한테 말대답 하지 마! 말했잖아. 너의 충성심이 절실하다고."

볼을 무슨 천적을 만난 복어마냥 부풀린다.

진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주인님이라고 불려야 내가 게임을 할 맛이 날 거 아니야?

'아무리 유리야가 여자로 느껴지지 않아도 이건 그냥 로망이야.'

컴퓨터 데이터 쪼가리한테 불려도 기분이 고취되는 게 남자라는 동물이다.

하물며 유리야다.

내가 한 때 흑역사를 가졌을 정도다.

입만 꾹 다물게 하면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입 벌리는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져서 문제지.

"한 판 이겼다고 방심하면 마. 알겠어?"

"네……, 주인님……."

얘가 속이기 쉬운 타입이다.

짧은 반항기가 끝나고 납득한다.

내심 마음속에 걸리는 모양이지만 논리적으로 완벽하다.

재조교가 이루어지며 부들거림이 잦아들었다.

유리야는 약간 불합리하게 키우는 맛이 있다.

조금 성장이 막히기는 했지만.

'20레벨은 찍으려고 했는데…….'

유리야 Lv.10에 들었을 때 특전을 받았었다.

그런 만큼 Lv.20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Lv.19에서 오르지가 않네?

'혹시 전직 조건이 따로 있나?'

원래 RPG게임들이 대부분 그러하다.

1차 전직은 꽁으로 가볍게 시켜준다.

2차 전직부터는 퀘스트가 있는 경우가 많다.

아쉽게 전직은 못 시켰지만 결과가 좋다.

첫 번째 세트를 승리로 끊었다.

두 번째 세트가 시작된다.

* * *

드물게도 예측이 된다.

완성된 양팀의 조합.

어떤 컨셉인지 눈치 빠른 사람들은 벌써 알아챘다.

-카직트와 필리언이라니……

-뭔가 좀 생뚱 맞지 않나?

-난 알겠다ㅋㅋ

레전설이 두 번째 세트에서 픽한 챔피언이다.

지금까지와는 약간 특색이 다른데?

카직트는 섬광 정글러가 아니지 않나?

하지만 한 가지 부합하는 취지를 가졌다.

〈카직트와 필리언은 좋은 조합입니다. 왜냐! 카직트는 레벨링이 중요한 챔피언이기 때문이죠!〉

강빈 해설이 간단한 요약대로다.

카직트는 레벨링에 중요한 챔피언이다!

궁극기를 배울 때마다 스킬이 진화한다.

CS를 몰아 먹는다면 독보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필리언의 패시브에 의해 강점이 극대화된다.

아군의 경험치 획득량을 8% 증가시킨다.

〈안 그래도 빠른 카직트의 성장력이 날개를 달게 됩니다. 한 번 기세를 잡으면…… 게임이 초중반 단계에서 무너져 내릴 수도 있어요.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클끼리 해설의 말대로 이전 세트와는 다르다.

명백히 초중반 캐리에 목적을 뒀다.

시작되는 두 번째 세트의 라인전.

카직트의 아이템 빌드는 명백히 위글의 랜턴이 아니다.

섬광을 갈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다.

대신 도마뱀 장군의 혼령을 올렸다.

〈한 1년 전쯤에 미드 카직트가 유행했던 적이 있잖아요?〉

〈난리도 아니었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메뚜기 월드가 펼쳐지지 않았습니까~?〉

진용준 캐스터도 기억이 난다는 듯 대답한다.

한 번 본 사람은 잊을 수가 없는 임팩트다.

폴짝폴짝 펼쳐지는 메뚜기 월드!

2013년 초반기를 장식한 희대의 OP챔피언이다.

도마뱀 장군의 혼령은 그 미드 카직트의 코어템이었다.

당시에는 라이너도 올릴 만큼 아이템 스펙이 좋았다.

더불어 더티 파밍시 정글몹 추가 데미지가 쏠쏠하다.

쿠화악!

퍼엉!

카직트가 날개뛰기로 유령벽을 가볍게 넘는다.

동시에 폭탄 하나가 터져버린다.

필리언이 머리 위에 달아줬다.

가시 발사에 의해 잔몹들이 순식간에 정리된다.

홀로 남은 큰 유령은 갈고리에 잡아뜯긴다.

예로부터 고독에 빠진 적은 카직트의 밥이다.

〈심지어 골드도 더 들어옵니다 왜냐! 도마뱀 장군의 혼령이 완성됐기 때문이죠!〉

-왜냐!

-킹냐!

-갓냐!

-그놈의 강소리가 또……

카직트의 머리 위에 +28G.

도마뱀 장군의 혼령이 가진 효과다.

1.5초당 1스택이 쌓여 대형 몬스터를 잡으면 터진다.

라인과 교대로 먹는 현재의 전략에 적합한 특성을 지녔다.

하지만 한 가지.

위글의 랜턴과 달리 섬광으로 진화하지 않는다.

꾸직!

끄드드득!

대신 그 자신이 진화해버린다.

몰아먹은 CS와 필리언의 패시브.

고작 5분대에 6레벨을 달성하는데 이른다.

겉껍질이 허물처럼 벗겨지며 탈피한다.

과연 어떤 진화를 선택할 것인지.

그에 따라 경기의 향방도 달라지게 된다.

〈궁극기 진화…!! 이건 피바람을 예고하는 진화입니다.〉

최근 가장 보편적인 선택이 된 진화다.

그럼에도 클끼리가 흥분한 데는 이유가 있다.

궁극기 진화는 정글링 속도와 전혀 상관이 없다.

이는 싸우려고 선택하는 진화다.

이전에 보여준 성장 올인 전략들과는 방향성이 상이하다.

그렇기에 더욱 기대가 되는 일이다.

-피.바.람.

-레전설의 카직트는 믿고 볼 만하지!

-탑 카직트도 겁나 잘했었는데……

그리핀도르의 에이스 피맥을 상대로 보여준 카드다.

이제는 미드로 나와 성장을 독식하고 있다.

파밍만 할 생각도 없다고 한다.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무르익는다.

이윽고 정말 사달이 터져버렸다.

매서운 압박을 받고 있는 봇라인.

푸슝!

타, 탕!

이전 세트와 마찬가지로 삼선 블루의 봇라인 푸쉬가 매섭다.

알파카의 부시안이 라인을 밀며 견제한다.

하지만 한 가지가 다르다.

헤일을 자른 탓에 힐라카가 살았다.

라인전이 전 만큼 위태위태하지 않다.

적절하게 유지되는 라인은 로밍을 가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사르륵…!

카직트의 궁극기 아공간 암습.

순간적인 은신 상태에 접어들며 빨라진다.

물론 상대의 움직임을 인식하지 못했을 삼선 블루가 아니다.

이미 알파카의 부시안과 하뜨의 인어는 포탑으로 빼고 있다.

인지 범위가 조금 비틀어졌을 뿐이다.

스킬과 점멸의 활용이 인지를 비튼다.

─FFs 레전설님이 SAMSUN 하뜨님을 처치했습니다!

-?? 이게 죽는다고?

-힐점멸 다 썼는데 터졌어

-와, 카직트 겁나 빠르네;

은신 상태에서 점멸로 두터운 벽을 넘었다.

레전설 다운 과감한 판단.

그렇다 해도 한 발짝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애매한 시도라고 생각했는데…… 필리언의 활약이 눈부셨습니다.〉

대체 무엇을?

방금 전 화면의 리플레이가 재생된다.

느리게 보자 판단 하나하나가 과연 그럴 듯하다.

째깍째깍!

필리언의 이속 버프가 카직트의 가속도를 폭발시킨다.

점멸까지 사용하자 예측의 범위를 벗어났다.

의아함을 자아내던 데미지.

-4, 3, 2, 1…… 펑!

-저거까지 계산해서 썼구나

-유리야 은근히 잘해주는데?

-레전설이 콜 했겠지ㅋㅋㅋ

필리언의 폭탄은 4초가 걸리는 시한 폭탄이다.

역으로 활용해 타이밍을 딱 맞춰 터트렸다.

보이지 않는 은신이 이를 가능케 했다.

그리고 데미지 자체가 폭발인 카직트.

점화까지 사용한 순간 폭딜이다.

서포터가 버텨낼 수 있을 턱이 없다.

〈안 그래도 쑥쑥 크던 카직트가 킬까지 먹었어요. 삼선 블루 위험한데요? 보통 위험한 게 아닌데요?〉

〈CS만 먹어도 캐리하는 게 레전설이에요! 그런데 킬까지 먹은 것 아니겠습니까?!〉

진용준 캐스터의 맞장구대로 분위기가 넘어간다.

이전 세트는 그래도 초반에는 확실히 유리했다.

삼선 블루가 주도권을 잡고 둘둘 굴렸다.

그 스노우볼이 쳇바퀴 마냥 덜컹!

공회전을 하기 시작하면 위험해진다.

레전설의 캐리력을 막을 근거가 사라진다.

〈오히려 파프리카 프릭스가 스노우볼을 굴릴 겁니다. 하비 선수도 힐라카라 라인전 할 만해요. 잼할 선수는…… 한 번 죽었지만 여기서 더 죽지만 않으면…….〉

말하기가 무섭게 갱킹을 당한다.

움직임이 너무 상남자스럽다.

걸어오는 딜교환을 마다하지 않는다.

-잼할이 잼할했을 뿐인데 문제라도?

-리심 미아인 상황에서 저걸 왜 싸워주지??

-등의 상처는 검사의 수치!

-당신이 롤챔스의 롤로노아 조로입니까……?

하도 되도 않게 잘리는 일이 잦으니 전용 드립까지 생겨버렸다.

한두 번 정도 죽는 거야 예삿일이다.

텔레포트도 있고, 죽으면서 라인도 밀었기 때문에 큰 손해는 아니다.

보다 관심을 모으는 건 레전설.

킬을 먹고 과연 어떤 템을 사올까?

그리고 얼마나 한 캐리력을 보여줄까?

경기의 분위기가, 현장의 초점이 옮겨간 탓이다.

결코 그에 부족하지 않다.

정상에 발돋움할 잠재력은 이미 보여준 선수다.

휘익!

로밍을 갔던 카직트가 귀환하고 홀로 덩그러니 남은 필리언.

미드 라인에서 밀린 웨이브 경험치라도 받아먹는다.

사리고 있거니와 궁극기도 있어서 웬만하면 위험하지 않다.

해설진도 구태여 '유리야 선수 혼자 있을 때 조심해야 돼요~. 호랑이가 잡아갈 수도 있거든요?'.

그런 드립도 치지 않았다.

사고란 항상 예기치 못할 때 찾아오는 법이다.

─SAMSUN 다대기님이 FFs 유리야님을 처치했습니다!

순간 잘못 본 줄 알았다.

플레이나 뻘플 그런 게 아니라 선수.

혹시 저 야흐오를 플레이한 선수 레전설 아니야?

-빡대가리야!! 죽어주면 어떡해!

-저건 야흐오가 미쳤는데……

-궁 쓸 틈도 없이 순삭시키네;;

-뭐지? 방금 딜 어떻게 넣은 거야?

저거 혹시 레전설 콤보 아니야……?

채팅창에 조심스럽게 나오는 의문은 이윽고 확신이 된다.

당황과 감탄을 쏟아내던 클끼리가 숨을 몰아쉬고 재차 입을 연다.

〈아니, 와……, 방금 필리언이 절대로 죽을 각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딱 하나 있습니다. 저런 말도 안되는 킬각을 잡아내는 어처구니 없는 콤보가!〉

오직 레전설만이 가능한 콤보.

그래서 명명되길 레전설 콤보였다.

더 이상 그 혼자만의 전매 특허가 아니라는 사실을 과시한다.

느리게 보지 않으면 인지하기 힘들 정도인 그 콤보가 맞았다.

리플레이를 통해 적나라하게 증명된다.

검객 다대기가 그려낸 일품.

-이걸 다대기가 비빈다고?

-장군님만 믿으면 되는 건가……

-하긴 다대기도 포텐셜 레전설 못지 않은 선수지

최고라 칭송 받는 미드라이너 테이커의 영원한 라이벌이라 불릴 정도다.

얼마나 한 포텐셜을 가진 선수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최근 다소 잠잠했을 뿐 그의 팬들은 믿고 있었다.

첫 세트의 패배 이후 침식되던 경기력.

파프리카 프릭스에게 넘어갔던 주도권.

다대기의 슈퍼플레이가 없었을 변수를 창조한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한 화만 올릴게요

내일 3연참 하겠습니다

조삼모사가 아니라ㅠ.ㅠ 끊어보기 적절한 조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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