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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01화 (20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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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님 -->

솔랭 유저라면 한 번씩은 외쳐본 말이다.

팀에 사람이 없네 사람이!

팀운 아니었으면 진작에 올라갔다 동의?

응, 안 보감.

동의를 안 할 수밖에 없는 게임의 내용이다.

이 정도는 해야 팀운 극복할 수 있는 거지.

말하기라도 하듯 멱살을 잡았다.

〈헤일이…… 라둔의 죽음 투구가 나왔어요.〉

AP챔피언의 최종병기와도 같은 아이템이다.

나오는 순간 화력 자체가 달라진다.

대부분의 해설자들이 지나가듯 언급한다.

현재 진행되는 경기에서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템창 버그임? 헤일 템 왜 저래요?

-미래에서 왔으니까

-??? 뭔 개소리지

자칫 어그로라고, 텃세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정을 알고 나면 그럴 만도 하다.

정말 미래에서 온 닥터 스트레인지.

─레전설이 헤일로 RPG만 한 이유.Fact

14,000,000번의 미래 중

첫 번째 세트를 이기는 방법은 오직 '하나'였다

└ㅅㅂ……

└소름 돋았잖아 형냐;;

└진짜 헤일 아니었으면 못 이겼을 듯

└쿠단의 허리케인이 신의 한 수였던 건가?

이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드립이 파다하게 퍼졌다.

미래에서 온 게 아닌 이상 갖출 수 없는 템빨이다.

믿기지가 않게도 22분에 4.5코어.

〈데미지 감당 안되거든요? 삼선 블루 지금 한타 걸면 8할은 집니다.〉

〈줄 거 주고! 후반 바라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프리딜 한 3초만 해도 싹 다 녹아내릴 거에요. 지금 헤일은 거~의 무적입니다.〉

이미 한 번 당해버린 마당이다.

그때보다 훨씬 더 강력해지기까지 했다.

AP챔피언인 헤일이 라둔의 죽음투구로 날개를 달았다.

삼선 블루는 꼬리를 말고 탑 2차를 내준다.

초반을 잡기 위해 선택했던 야흐오와 자드.

라인클리어가 부족한 이상 막을 수가 없다.

-CC 연계해서 어떻게 헤일만 잡으면 안되나;

-그게 되겠음?ㅋㅋ

-거~의 무적이래잖아~

-응, 0.1초만 버텨서 궁 쓰면 싹 다 녹아내려

물론 파훼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헤일을 CC기 연계로 잡으면 된다.

강빈 해설이 목소리를 높여 소리친다.

〈헤일의 치명적인 단점 중의 하나는 일방적으로 얻어맞으면 죽는다는 겁니다! 삼선 블루도, 파프리카 프릭스도 이 점을 항상에 염두에 둬야 해요!〉

그 어떤 챔피언도 일방적으로 얻어 맞으면 죽을 것이다.

풀템 나온 또도 박사도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다.

하지만 헤일에게는 특히 두드러진다.

물몸 뚜벅이 챔피언이라 순식간에 녹아내릴 수 있다.

궁극기인 무적도 못 돌리고 죽으면 갑분싸가 온다.

분명 틀린 지적은 아니나 두 가지를 빼먹었다.

〈그런데…… 상대가 레전설이에요! 피지컬의 화신과도 같은 선수 아닙니까?〉

〈심지어 스펠도 한타 최적화라 잘못 물면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레전설하다라는 신조어가 괜히 창조된 게 아니다.

클끼리의 말대로 스펠도 보험을 들어놨다.

애완동물인 두두가 강타를 대신 들지 않았는가?

헤일은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취했다.

한타를 바라보는 유체화.

갑자기 켜더니 광우스타를 팡팡! 친다.

단순히 견제로서 체력을 깎는 의미가 아니다.

휘둘러지는 불빠따의 위력이 어마무시하다.

한 방, 한 방이 원딜러의 치명타에 준한다.

구워어어-!

한 두 대 맞자 정신이 번쩍 들은 광우스타가 궁극기를 쓴다.

간보거나 했다가는 죽겠구나.

궁극기 외에는 방도가 없었다.

〈들어갈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방금 박았으면 다 빨려 들어가면서 떼몰살 당했을 겁니다.〉

광우스타 주위를 서성이던 아군까지 체력이 갈리고 말았다.

쿠단의 허리케인.

추가로 발사된 투사체는 평타 사거리 이상으로 펼쳐진다.

함정 아이템이라는 오명이 무색하게도 시너지가 대단하다.

─FFs 유리야님이 바론을 처치했습니다!

-바론이 무슨 소이 살살치킨인데

-왜 저렇게 빨리 녹지?

-섬광이 32스택이라;;

레전설의 유체화 판단이 만들어낸 스노우볼이다.

쌓이고 쌓인 섬광 32스택이 바론을 녹여버린다.

굴러가던 눈덩이에 더욱 가속도가 붙는다.

* * *

당연하게도 대비책을 세어왔다.

기본적인 대응 방향 외에도 만에 하나의 예외.

이를 테면 레전설이 킬을 먹고 흥하는 경우 말이다.

만에 하나 그런 경우가 생긴다?

탱커들은 전부 빠르게 바늘갑옷을 두른다.

딜러들은 후진입을 해서 레전설만 점사한다.

일련의 메뉴얼을 삼선 블루의 선수들은 숙지했다.

〈이건 내가 바늘갑옷 올린다고 버틸 수 있는 딜이 아닌 거 같은데……〉

삼선 블루의 탑솔러 천주가 중얼거린다.

지금 상황은 상정을 해본 적이 없다.

헤일의 성장이 지나칠 정도다.

거의 순수한 마법딜이라 바늘갑옷으로는 턱도 없다.

딜러진도 후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파앙!

헤일의 평타가 세 갈래다.

별 생각없이 진입했다가는 싸그리 녹는다.

한 번 해버린 경험이 뇌리에게 강렬하게 박혔다.

─아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기에는 상황이 버겁다.

미드도, 원딜도 라인 클리어가 좋지 않다.

바론 버프를 먹은 상대가 밀려 들어온다.

쿵! 쾅!

결국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걸어야 한다.

한타의 삼선 블루!

자신들의 색깔을 살리기 위해 짜온 조합이다.

승산이 안 보이는 한타를 광우스타가 억지로 걸었다.

상대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았다.

서포터에게 온갖 버프를 받는다.

미카엘의 그릇과 산악 방패.

체력을 회복하고 불빠따를 후려쳐온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트리플 킬!

지나친 수준인 성장 격차.

헤일은 이미 18레벨을 찍었다.

적으면 5레벨, 많으면 9레벨까지 차이가 난다.

아이템도 이미 풀코어가 갖춰졌다.

그래도 한두 명이 희생해서 맞는다면 버틸 만한데.

쿠단의 허리케인의 광역 평타 때문에 고르게 녹아내린다.

─쿼드라 킬!

FFs 레전설님은 전설적입니다……!

마지막 자존심으로 자드가 목숨을 부지한 정도다.

미드 억제 포탑에서 넥서스까지 쭉 밀려버린다.

첫 번째 세트를 손도 쓰지 못하고 완패.

'…….'

팀의 패배를 지켜본 감독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그토록 준비해왔음에도 레전설을 막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정말로 생기자 침을 삼키는 것조차 잊게 된다.

"탑, 봇 터트린 건 좋았는데 미드를 너무 방관했어. 터트릴 거면 아싸리 라인전이 안될 정도로 만들던가, 아니면 적당히 터트리고 미드에 올라오던가……."

코치들이 바쁘게 피드백을 전달한다.

물론 선수들도 각자의 실수들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숲 속에 있는 사람은 나무는 보아도 숲은 보지 못하는 법이다.

전체적인 게임의 윤곽과 판단 미스를 짚어주는 게 코치의 역할이다.

나아가 개선의 방향 또한 제시해준다.

고치기만 한다면 분명 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헤일은…… 밴할 필요성이 있겠다.

선수들과 코치진이 대화를 나눈다.

"아니, 쿠단의 허리케인 함정템 아니었어요?"

"섬광도 그렇고 너무 잘 커서 그런가 봐."

"헤일이 혼자서 우리 합친 거만큼 넣었던데……."

첫 번째 세트의 패인은 예상을 뛰어넘었던 캐리력이다.

선수들의 대처는 코치진이 정해준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소소한 실수는 있어도 전체적인 맥과 플레이는 느낌 있게 잘해줬다.

단순히 상대가 그 이상이었을 뿐이다.

혼자서 다섯 명 만큼의 딜을 넣어버렸다.

오죽하면 적 네 명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레전설만 보였을 정도다.

무려 그 정도의 선수.

"아…… 감독님."

최우룡은 말이 많지 않은 편이다.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이유를 붙이는 걸 싫어한다.

결과만이 행동과 이유를 증명할 뿐.

삼선 게임단에 오래 머무른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안다.

그걸 알기에 다대기는 바짝 긴장한다.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라."

감독의 입에서 대체 어떤 말이 나올지.

최소한 좋은 쪽은 아니라 여겼다.

확실히 좋은 쪽은 아니었다.

하지만 안 좋은 쪽도 아니었다.

다대기는 대답 대신 조용히 끄덕였다.

나머지 선수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만족한 최우룡은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프로게임단의 감독.

이미지는 그냥 높은 어르신이다.

혹은 코치들을 총괄하는 존재 정도다.

감독의 역할은 그런 게 아니다.

누구보다 게임단, 선수들을 잘 아는 존재.

무릇 윗사람이란 그래야만 한다.

* * *

게임 전문가들과 시청자들의 예상이 전부 빗나갔다.

심지어 그 과정이 한순간도 눈을 뜰 수 없게 했다.

무너지는 탑과 봇, 여유롭게 파밍하는 레전설.

아니, 뒤처리 대체 어떻게 하려고 RPG만 하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오갔다.

─레전설 RPG한다고 욕한 애들 박제.jpg

는 게시판 다섯 페이지 넘게 채웠네

글쓴놈들 태반은 태세 전환했을 듯

└태반은 뭐야 전부 했겠지

└우두루급 태세 전환ㅋㅋㅋ

└와, 근데 진짜 어이없다 이게 비벼지네

저러려고 RPG만 했구나!

몰라뵜네요 무럭무럭 커주세요!

솔로캐리의 극한의 극한을 보고야 말았다.

레전설에게는 거의 당연한 수준이긴 하다.

대부분의 경기를 슈퍼 플레이로 이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조금 다르다.

─???: 왜 놀라는 것이지?

너희는 숨쉬는 것도 놀랄 일인가?

└숨쉬는 듯 멱살 캐리……

└레전설이 레전설했을 뿐인데 문제라도?

└게임 혼자 하는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보니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경기가 끝나고 보니 딜량 그래프가 어처구니 없다.

혼자서 그래프를 뚫고 올라갔다.

넣기 쉬운 포킹이나 %뎀으로 뻥튀기된 것도 아니다.

한타에서 무려 펜타킬.

그 세 글자가 위업을 말해준다.

'레전설 펜타킬' 등이 이미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차지했다.

어처구니 없는 캐리력이 보는 이들의 전율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 혼자만의 캐리는 아니다.

어째서 반려견을 키우는지 알 수 있는 게임이었다.

─유리야 한 마리 키우고 싶은 짤.jpg

쫄랑쫄랑 따라다니면서 고추장 묻히는 유리야

맛나게 용 먹는 유리야

죽은 자의 온기만 남은 유리야

바론을 먹고 신이 나서 한 바퀴 도는 유리야

외쳐 갓리야!

└응, 빡대가리야

└ㅋㅋㅋ이걸 다 찍었네

└우리 리야 너무 귀엽자너~

└죽었을 때 왼쪽 볼 빵빵하게 나온 거 봄?

유리야의 헌신적인 희생이 있었기에 헤일의 캐리도 있을 수 있었다!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열심히 1인분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로 한 거는 없다.

─두두가 진짜 전형적인 버스챔이긴 하지

챌린저가 하든 골드가 하든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그래서 시킨 건가?

└정글로 할 땐 운영형 챔이라 어렵긴 한데;

글쓴이-미드 두두잖아 미드 두두!

└미드ㅋㅋㅋ 말이 미드지 클끼리도 애완동물 드립 했을 정도잖아

└진짜 유리야가 착하니까 하는 거지 미드가 무슨ㅋㅋㅋㅋ

파프리카 프릭스만의 독특한 전략이 먹혀들었다.

또다시 어마어마한 후폭풍이 불어닥치리란 건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임팩트가 큰 거지, 따지고 보면 한 번의 승리에 지나지 않는다.

다전제의 첫 승리.

드러나 버린 전략.

지난 불밤전과는 흘러가는 분위기가 다르다.

─와, 바로 헤일밴 때려버리네ㄷㄷ

마이밴은 안 때리더니 너무 치졸한 거 아님?

└때릴 만하지. 성장만 해도 혼자 다 때려 잡잖아

글쓴이-CC기 조합으로 바꾸면 잡을 만하지 않나?

└변수 자체를 없애려고 하는 것 같은데

헤일이 워낙 셌던 것은 맞다.

그런데 이는 삼선 블루의 조합이 받아치기에 좋지 않았다.

전부 들어가는 챔피언이고 탈진도 안 들어서 샌드백 신세였다.

조합을 바꾼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도 사실.

그럼에도 삼선 블루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레전설의 캐리력과 무적의 조합은 위험하다.

그에 따라 두 번째 세트의 양상은 달라진다.

파프리카 프릭스는 다른 조합이 강제된다.

대체 어떠한 카드를 꺼내올지.

일단 주축이 되는 건 카직트였다.

그리고 이를 상대하는 삼선 블루의 키카드.

-또 야흐오 원딜 나오나?

-한 번 실패했는데 다시 하는 건 음……

-어? 알파카 부시안 꺼냈는데?

원딜러의 픽으로 삼선 블루의 조합이 보이게 됐다.

첫 세트의 자드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상징하는 챔피언.

하지만 자드만한 임팩트는 채 채우지 못한 게 사실이다.

불안과 기대 속에 두 번째 세트가 시작한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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