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200화 (20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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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님 -->

랄라가 안된다면 어떤 조합을 꺼낼까?

사실 예상의 범주에 없진 않았다.

─꼭 서포터를 바꿔야 할 필요는 없지 않아?

마이 말고 다른 섬광 정글러가 나올 수도 있지

토이치, 헤일, 위웍…… 대체 카드가 충분히 있는데

└그러게

└왜 해설진들은 언급 안 하지?

└클끼리가 개인 방송에서 평가하긴 했어

어째서 굳이 마이인가?

두 가지를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하나는 여차할 때 5인분할 수 있는 파괴력.

다른 하나는 바로 갱킹이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유사 조합은 둘 중 하나가 반드시 안됩니다. 최소한의 갱킹은 필요하거든요. LPL, LCS등의 해외 대회에서도 증명된 사실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첫 번째 세트.

클끼리가 담담한 어조로 지적한다.

헤일이란 픽은 분명 캐리력이 높지만 갱킹이 안된다.

보수적인 한국 롤챔스와 달리 타 지역의 롤챔스에는 은근히 나온다.

섬광을 올리는 정글러가 종종 기용된다.

그 카드가 정해져 있다는 소리다.

〈노텀처럼 확실한 갱킹이 가능한 정글러들이 쓰입니다. 하지만 헤일은…… 솔직히 이기적이에요.〉

-ㄹㅇ루다가 진짜

-솔랭에서 헤일 정글 나오면 욕하고 싶어짐

-갱킹도 안되는 정글러를 왜 하는 거야 대체!

전형적인 RPG 정글러의 특성을 지녔다.

심지어 마이보다 한 술 더 뜬다.

마이는 킬 먹으려고 갱킹이라도 가지.

SKY T1 K전보다 라인 무너지는 속도가 빠를 것이다.

제아무리 성장을 잘해도 본말전도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수준이었던 끊어먹기도 할 수가 없다.

파앙!

파앙!

게임 시간 13분.

클끼리의 예견했던 상황이다.

아니나 다를까 속속들이 단점이 부각된다.

전라인이 스피리트의 이블퀸에게 당했다.

헤일은 갱은 커녕 솔로킬도 못 따고 있다.

하는 거라곤 CS 열심히 먹는 게 고작.

누가 봐도 터진 거나 다름 없는 게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유지된다?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다.

〈왜냐! 헤일의 성장이 엄청나기 때문이죠!〉

강빈 해설의 외침대로 헤일의 성장이 무섭기는 하다.

하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의아한 일이다.

전체적인 격차가 하늘과 땅 수준으로 벌어졌다.

6 대 0의 킬 스코어.

탑과 봇의 CS와 타워 격차.

미드와 정글의 CS 합도 밀리지 않는다.

글로벌 골드가 적나라하게 차이나야 정상이다.

그런데 글로벌 골드 차이가 고작 1~2천.

단순히 헤일이 잘 큰 정도로는 설명이 안된다.

-헤일 골드 왜 저럼?

-아니, 벌써 3코어 뜨려고 하는데;;

-무슨 CS를 만들어 먹어? 버그 아니야??!

채팅창에서 버그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CS를 몰아 먹는다고 없던 골드가 생기기라도 하나?

당연히 아니어야 하지만 이번 경우는 특별하다.

〈정말 없는 골드를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없는 골드를 만든다고요?〉

〈정글템도 그렇고…… 두두도 산악 방패라서 은근히…….〉

정글템과 서폿템의 추가 골드 효과.

그 모든 것이 헤일 하나에게 올인된다.

더불어 파밍 속도 자체가 원체 빠르다.

파앙!

파앙!

안 그래도 파밍력 하나는 좋은 헤일이다.

두두의 버프가 더해지자 발걸음이 가볍다.

지난 마이도 얼척이 없었지만 이번 경우는…….

〈헤일이 소환자의 전장을 먹어 치우고 있어요!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귀환했습니다.〉

〈미래에서요?! 너무 과장하는 거 아니에요?〉

〈진짜 과장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게 14분 CS가 무슨…….〉

챌린저들은, 프로들은 CS를 분당 10개씩 먹는다더라!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그것만 해도 감탄이다.

레전설이 기존의 상식 자체를 허물고 있다.

〈이대로 페이스를 유지하면 분당 20CS도 돌파할 수 있겠는데요? 정말……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분당 20CSㅋㅋㅋㅋㅋㅋㅋ

-마이도 저 정도는 아니었지 않나?

-정글링이 너무 빨라! 두두라서!

클끼리 해설도 말을 하면서 긴가민가한다.

잘 커도 정도껏 잘 커야지 저게 대체 뭐야?

차마 건들 엄두가 안 날 정도로 성장했다.

파앙!

파앙!

날개를 휘두를 때마다 추풍낙엽.

미니언이 사르르르 녹아내린다.

정글몹도 몇 대 치면 녹아난다.

이 넘칠 듯한 에너지를 아직 선보인 적이 없다.

애꿎은 미니언들과 정글몹들만 샌드백이다.

조금 강한 정글몹도 상대가 안된다.

─FFs 레전설님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한타를 한 것도 아니고 겨우 용을 먹은 거다.

그것만으로도 관중들의 환호를 자아낸다.

잘 끓인 순두부찌개처럼 용고기가 부드럽다.

〈글로벌 골드 따라왔어요! 이젠 1천도 안 납니다!〉

〈물론 돈이 안 벌어졌다고 게임이 팽팽한 건 아니에요. 눈에 안 보이는 자잘한 수치들이 쌓이고 있기는 한데…….〉

캐스터인 진용준과 달리 해설자인 클끼리는 안다.

눈으로 보이는 격차만이 다가 아니다.

솔로랭크에는 가끔 팽팽한데 답이 없는 게임이 있다.

현재 파프리카 프릭스의 상황이 그러하다.

탑과 봇이 솔로랭크였으면 탈주했을 급이다.

이전에 마이를 했을 때 이상으로 라인전이 터졌다.

〈삼선 블루가 스노우볼을 정말 잘 굴리고 있어요. 여차하면 다이브도 과감하게 치고 있고…… 미드를 제외하면 파프리카 프릭스는 너덜너덜합니다.〉

SKY T1 K는 운영형 조합이라는 실수를 취했다.

삼선 블루는 그 점을 착안해 픽을 강하게 가져갔다.

결국 탑과 봇의 2차 타워를 전부 밀며 고속도로를 뚫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충분한 성장을 마쳤다.

아니, 충분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될 정도다.

섬광을 진즉에 완성시킨 헤일의 불빠따가 불을 뿜는다.

파앙!

파앙!

3.5코어가 나온 헤일의 위력.

솔로랭크에서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레전설의 경기 이후 섬광 메타는 주류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천상계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다른 게 있다면 단 하나다.

3~40분에 나와야 할 템을 17분에 들고 있다.

그 파괴력이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플레이하는 사람이 레전설이다.

이를 보조하는 선수도 정말 귀엽고 예쁘다.

〈두두는 약간 자아가 없다는 느낌이에요.〉

〈깍두기도 그렇고 자꾸 유리야 선수를 비하하시면…….〉

-클끼리ㅋㅋㅋㅋㅋㅋㅋㅋ

-클피셜: 유리야는 로보트

-꺼라위키 클끼리(게임 해설가)/논란 추가!

드립에 치중하다 보면 말이 헛나올 때가 있다.

진용준 캐스터가 살짝 정색한다.

하지만 틀린 말은 또 아니다.

─진짜 두두는 현자타임 제대로 오겠다

미드인데 CS도 못 먹고, 정글몹도 다 양보하고

할 수 있는 일은 헤일한테 고추장 묻히기

이겨도 이긴 게 아닌 거 같은데?

└고추장은 뭐야ㅋㅋㅋ

글쓴이- 두두 W이펙트가 고추장 묻힌 거 같잖음

└아무튼 이기면 됐지!

└유리야 최적화 챔프 ㅇㅈ하자너~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드립이 나오고 있다.

그냥 보다 보면 문득 떠오른다.

한 마리 키우고 싶다!

〈어떻게 보면 애완동물 느낌도 나고 귀엽지 않나요?〉

〈이 사람이 정말 큰일날 소리를 자꾸!〉

-애완동물ㅋㅋㅋㅋㅋㅋ

-'그분'들이 불편해 하십니다

-이거 수습 가능함?

-유리야 한 마리 키우고 싶다ㅎㅎ

그 충견의 활약 덕에 헤일의 성장이 눈부시다.

모든 것을 헌신적으로 쏟아부은 결과다.

그렇게 미래에서 귀환해온 헤일.

〈속된 말로 먼치킨이라는 표현을 쓰거든요?〉

〈그게…… 괴물이라는 뜻이죠?〉

〈약간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유명한 일례로 투명 드래곤이라고 있는데…….〉

나이가 지긋한 진용준 캐스터의 세대에서는 모를 수도 있는 단어다.

그 먼치킨의 대표적인 선두 주자다.

투명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 * *

지난 SKY T1 K전과는 다르다.

대처법을 강구해온 상대의 스노우볼이 무지막지하다.

내가 갱이나 솔킬도 못해주는 탓에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그만큼 더 활약하면 되는 일이지.'

이윽고 세 번째 용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치기만 하면 순식간에 녹여버릴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내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용이 채 뜨기도 전부터 시야 작업을 해왔다.

명백히 한타를 하겠다는 의도.

더 이상 치는 걸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파앙!

전혀 개의치 쓰지 않고 그냥 친다.

용이 빠른 속도로 아이스크림 마냥 녹아난다.

그전에 십중팔구 이니시가 걸려올 것이다.

최악의 경우 용조차 뺏길 수 있다.

지난 SKY T1 K전에도 지적된 문제다.

강타를 든 미드라이너의 레벨이 낮다.

강타 싸움으로 끌고 가면 거의 무조건적으로 뺏기게 된다.

그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계속 암살만 하면서 스플릿으로 끌고 가야 했다.

하지만 현재 게임은 그런 걱정 안 해도 된다.

듬직한 애완동물이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다.

─FFs 유리야님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오브젝트는 절대 뺏길 일이 없는 두두다.

먹는 걸 가장 행복해 하는 유리야다.

나의 지시와 함께 용을 먹었다.

진짜 문제는 먹은 이 다음이다.

쿠확!

먼저 용을 치고, 잡아버리기까지 했다.

덮쳐오는 이니시에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적 정글러 이블퀸의 궁극기가 아군을 감싼다.

동시에 광우스타가 측면에서 파고든다.

점멸까지 사용한 강제 이니시.

순식간에 난장판이 벌어진다.

〈우리에게 돈!〉

상대의 조합은 연계만 이루어지면 돌진 조합이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그 연계가 아름답게 성공했다.

나까지 에어본 범위에 휘말리고 말았다.

이렇게 막싸움이 되면 승산이 낮아진다.

이블퀸, 야흐오, 티바나 전부 한따까리 하는 챔피언이다.

평균적인 성장도 상대가 훨씬 우월하다.

알고 있음에도 저질렀다.

겨우 용이 욕심나서가 아니다.

화력을 최대치로 발휘하기 위함이다.

고오오오오…!

두두의 궁극기를 쓰며 얼음 장판이 깔린다.

그리고 이미 깊숙이 침투해온 적들.

두들겨 패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파앙!

파앙!

헤일의 불빠따가 불을 뿜는다.

상대는 버텨내며 나부터 잡아낼 속셈이다.

이니시가 걸린 마당에 딜을 넣어면 얼마나 넣겠어?

지금 내 템을 고려한다면 무르기 그지없는 판단이다.

'혼자서 딜 다 넣으려고 작정하고 올렸거든.'

쿠단의 허리케인.

일반적으로 올리지 않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일반적이지가 않다.

아군이 망한 이상 혼자 딜을 다 넣어야 한다.

이에 가장 합당한 특성을 지녔다.

혼자가 안되면 세 명이서 넣으면 되지.

불빠따를 휘두를 때마다 세 갈래로 불길이 퍼져 나간다.

쿠단의 허리케인은 평타를 세 줄기로 나가게 해준다.

상대의 예측보다 세 배 빠른 속도로 녹여버린다.

〈불멸의 존재다!〉

당황한 야흐오가 점멸까지 쓰며 뛰어든다.

그 필살의 일격을 궁극기로 가볍게 상쇄한다.

16레벨에 이르러 지속 시간이 3초가 된 무적의 궁극기.

그에 반해 야흐오의 장막은 투사체만 차단한다.

안타깝게도 헤일의 평타는 투사체가 아니다.

점멸이 빠진 야흐오부터 요단강을 건넌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나머지 적도 체력이 성치가 않다.

광역 평타가 적들의 몸에 불을 붙였다.

물론 궁극기가 빠졌기 때문에 나도 위험하다.

구오오…!

자드의 궁극기가 나를 감싼다.

아군이 궁도 빼지 못하고 죽은 듯하다.

이 순간을 위해 점멸을 아끼고 있었다.

챠라라락-!

쏘아지는 표창을 피하며 불빠따를 휘두른다.

물러섬 없이 사정없이 적들을 친다.

동시에 내 체력은 회복된다.

최고치에 이르른 공격 속도.

그리고 세 줄기로 나가는 평타.

섬광에 달린 피흡을 극대화시킨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적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더욱 강해진다.

홀로 우직하게 성장한 이유를 보여준다.

거리를 벌려 쏟아낸 단 2초의 프리딜.

따라오던 적들이 차례차례 녹아 사라진다.

탱커인 티바나만이 상황 파악을 못하고 오도카니 주위를 서성인다.

아무래도 포위를 하려고 했나 보다.

미안한데 너희팀 전부 죽었어.

〈전진하라!〉

쏘아진 홍염이 티바나의 발을 늦춘다.

물론 나도 체력이 여유롭진 않다.

스치기만 해도 죽을지 모른다.

절대 스쳐줄 일이 없다.

파앙!

파앙!

거리를 유지하며 불빠따.

닿기 직전에 찬란한 환희를 사용한다.

회복된 체력과 빨라진 이동 속도가 적의 전의를 상실시킨다.

'그런데 광우스타도 있지 않았나?'

아무래도 광역 평타에 휩쓸려 어느새 터졌나 보다.

이윽고 떠올리는 알림이 증명한다.

적은 누구 하나 남아있지 않다.

─펜타 킬!

FFs 레전설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마무리……!

아군도 싹 전멸해버린 피바다 위에서의 첫 승전보를 거둔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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