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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스프링 시즌.
노잼톤 또바나로 대표되는 수성 메타의 종착지다.
노잼스라는 오명을 얻어버렸을 정도다.
안 좋은 쪽의 이미지 탓에 묻혀버린 감이 있다.
〈이변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정말 이번 시즌은 어느 팀이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봐요.〉
또 한 가지 바로 '이변'이다.
무적함대의 격침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상식에서 기인한 세간의 예상이 자꾸자꾸 빗나간다.
「삼선 레드」 vs 「마진 실드」
삼선 레드는 작년 스프링 시즌 우승, 서머 시즌 3위, 윈터 시즌 준우승…….
그냥 매 시즌 잘하는 강팀이다.
항상 우승 후보에 손 꼽힌다.
하물며 이번 시즌 8강에서도 SKY T1 K를 잡고 올라왔다.
그에 반해 마진 실드.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기는 하다.
롤판 초창기 때부터 함께 해온 원년 멤버다.
하지만 형제팀인 소드와 달리 약해빠졌다.
난 사천왕 The 불사신!
사실 한 번만 찔러도 죽는다!
게임단 자체는 네임드라 강해 보인다.
까놓고 보면 별거 없는 한국 과자 같은 느낌의 팀이었다.
〈짬이 쌓인 거 아니겠습니까? 마진 실드! 저력을 보여줄 때가 충~분히 됐거든요!〉
경험치가 쌓이고 쌓여 드디어 전직을 했다는 느낌이다.
진용준 캐스터의 말대로 기량이 무르익었다.
군대에서는 의외로 흔한 케이스다.
일이등병 때 일을 못하던 병사.
짬을 먹으면 어느샌가 잘해진다.
짬이라는 건 딱 잘라 설명하기 힘든 기묘한 부분이 있다.
그런 짬의 힘을 이미 보여줬다.
마진 실드가 삼선 레드를 잡았다.
준결승전 첫 번째 매치업, A조는 이변이 터진 상태다.
「전조 없이 무너진 또 하나의 왕조. 급변하는 LCK.」
「방심일까? 실력일까? LCK 강호들의 연이은 고배.」
「삼선 레드와 SKY T1 K가 없는 롤챔스. 주인 없는 왕좌의 주인공은?」
삼선 레드의 패배는 충격적으로 와닿았다.
지난 윈터 시즌 1위팀, 2위팀이 모두 탈락한 셈이다.
앞으로의 시국을 도저히 예상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때문에 오늘 B조의 경기도 승자를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그리고 지금, 또 다른 이변이 싹틀지도 모른다.
4강 B조 파프리카 프릭스 대 삼선 블루.
클끼리 해설이 현장의 분위기를 고취시킨다.
기존의 강호라 불리던 팀들이 몰락해버렸다.
상대적으로 약하던 팀들이 치고 올라오는 추세다.
섣부른 예상을 불허하는 역대급의 시즌이다.
〈심지어 저는 오늘 경기가 어떤 면에서는 결승전보다 더 파급력이 있다고 봅니다.〉
〈결승전보다요?〉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굴러온 돌의 취급이던 파프리카 프릭스.
하필 올라오는 과정에서 강팀들을 잡았다.
기존 팬들의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았다.
서서히 받던 인정이 무르익는 분위기다.
게임도 재밌게 하고, 이슈는 심심하면 만들고!
거의 최단 기간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해 간다.
더욱이 이를 상대하는 삼선 게임단.
얼마 전만 해도 결승전의 내전을 예상케 했다.
그럴 만한 기세, 실력이 있기에 네티즌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러다 결승전 삼선 내전 되는 거 아니야? 일단 그 예상은 삼선 레드의 탈락으로 물 건너 갔습니다. 잘못하면 3,4위전에서 내전 치를 수도 있어요.〉
〈친구랑 헤어졌는데 지하철 같은 방향이면 뻘쭘해지지 않습니까~? 삼선 블루, 오늘 이기지 않으면 무안해져요!〉
-으악ㅋㅋㅋㅋㅋㅋㅋ
-스플래쉬 너무 튀는데?
-3,4위전을 내전으로 치르면……
-뇌신 똥줄 오지게 타겠다
일약 화제를 낳았던 이야기다.
내전에서 파프리카 프릭스전을 향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야흐오 원딜, 정글 마이 등을 분석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삼선 레드는 어지간하면 이길 테니까!
정작 경기를 치르니 삼선 레드가 탈락.
형제팀인 블루의 어깨가 무거워진다.
자신들까지 떨어지면 팀이 아닌 게임단의 망신이다.
준결승전을 한 팀도 못 뚫다니 체면이 안 선다.
파프리카 프릭스가 눈엣가시 같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준비를 하더라고요. 참고로 전 봤습니다.〉
〈지금 자랑하시는 거에요?〉
〈아니……, 해설자로서 시청자분들께 전해드리고자 하는 사명을 가지고…….〉
-클끼리 급당황ㅋㅋㅋㅋ
-오프게임넷 최고참 앞에서 깨갱!
-근데 대체 어떤 준비를 했다는 거야? 말만 하지 말고 알려줘!
실제 궁금한 부분이다.
과연 어떤 경기가 진행됐을까?
대체 극비리에 무슨 전략을 준비하는 거지?
해설자들은 비밀 스크림들을 관전한다.
해설 준비를 보다 면밀히 하기 위함이다.
당연하게도 한 가지 전제가 깔린다.
스크림 내용은 절대 유출해서는 안된다.
경기 시작 전까지는 입을 열 수 없다.
자랑하듯 말해놓고 약만 올리네!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삼선 블루는 파프리카 프릭스의 약점을 집요하게 노릴 거에요. 그리고 파프리카 프릭스는 자신들이 성장했다는 걸 증명해야 합니다.〉
2014 롤챔스 스프링.
변화하지 못한다면 도태된다.
기존의 강팀들에게 적신호를 심어준 시즌이다.
그 새로운의 시즌의 왕관에 누가 한 걸음 다가갈 것인지.
지켜보는 팬들 이상으로 선수들의 긴장감은 사무친다.
* * *
삼선 갤럭시 블루의 부스 안.
초조함이 마치 습기처럼 차올랐다.
피부를 끈적하게 적시는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마진 실드전을 얕봤던 건가……'
이틀 전, 수요일은 삼선 레드의 경기였다.
그리고 오늘은 삼선 블루의 경기 날이다.
삼선 게임단의 감독 최우룡은 착잡한 기분이다.
얕볼 생각은 당연히 없었다.
하지만 세상 일은 상대적인 것이다.
솔직하게 엄청난 대비를 하지는 않았다.
마진 실드 정도야 평소대로만 하면 이긴다.
남은 여력을 파프리카 프릭스전에 쏟았다.
이제는 그 파프리카 프릭스전만이 유일한 희망이 됐다.
"상대가 컨셉A로 나오면 하뜨가 적극적으로 미드 케어를…….'
물론 그 희망을 쟁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려고 해온 만반의 준비다.
최명욱 코치가 선수들과 전략의 방향성을 다시 한 번 되짚는다.
상대가 취해온 전략은 크게 세 가지.
컨셉A부터 C까지 전부 대응 방향을 정해왔다.
직접 내전을 해보며 낱낱이 파헤친 만큼 확신한다.
컨셉A는 미드 레전설에 대한 봉쇄.
컨셉B는 원딜 레전설에 대한 억제.
컨셉C는 정글 레전설에 대한 견제.
전부 레전설 하나에 초점을 뒀다.
그만큼 현재 파프리카 프릭스는 레전설 하나로 논해지는 팀이다.
대응책이 성공을 거두는 순간 승리.
나머지 선수들은 크게 별 볼 일이 없다.
"혹시 왔다는 소식이 있나?"
"없습니다. 지금까지 안 온 것 보면 출전 의향이 없나 봅니다. 정보가 들어온다면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최우룡의 물음에 윤성환 코치가 대답한다.
단 한 명, 예외로 둘 만한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불밤전에서 달래의 활약은 레전설에 준할 정도였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불참.
인지도가 높은 탓에 현장에 보인다면 바로 알 수 있다.
SNS등에 실시간으로 정보가 퍼질 것이며, 직원들과 지인들로 정보망 또한 펼쳐 놨다.
이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자신들에게는 잘된 일이다.
승산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된다.
여전히 불안 요소가 남아있기는 하다.
'레전설이라면 예상을 뛰어넘어 넘는 변수를 만들어낼지 몰라.'
만반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확신하지 못한다.
최우룡 감독은 상대, 특히 레전설을 고평가하고 있다.
파프리카 프릭스전에 보다 많은 여력을 투자한 이유다.
선수들에게도 결코 만만하게 생각하지 마라.
할 수 있는 최선 그 이상을 해내라.
게임 내에서 변수가 생긴다면 코치진은 간섭이 불가능하다.
결국 선수들이 해내야 할 일.
압박과 함께 작은 변동을 줬다.
삼선 블루는 지난 시즌과 미드라이너가 바뀌었다.
본래 삼선 레드의 미드였던 다대기가 블루로 이전했다.
힘든 결정이었지만 최종적인 결단을 내렸다.
물론 그 본인으로서는 탐탁지 않아 한다.
'다대기 녀석은 섭섭하게 생각하고 있겠지.'
팀의 시너지를 고려해 내린 판단이다.
만약 오늘 경기에서 레전설이 미쳐 날뛴다?
이를 막아낼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단 한 명이다.
무덤덤한 행동거지와 냉철한 표정.
좌석에 않은 다대기가 장비를 세팅한다.
그 별거 없는 행동에 평소와는 다른 각오가 서려있다.
코너에 몰릴수록, 중요한 자리일수록 빛을 발하는 보석과도 같은 선수다.
최우룡 감독이 그를 가장 아끼는 이유다.
* * *
지난 일주일,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했다.
유리야 엉덩이도 때리고 하비와 호감도 쌓고.
그 어려운 과정을 넘어서 준결승전 자리에 섰다.
'달래까지 끼었으면 하렘…… 아니, 완벽한 구상이 나왔을 텐데.'
그럴 만한 스케줄이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애초에 지난 8강이 무리해서 시간을 내준 거다.
하비도 돌아왔으니 더 억지를 부리는 건 실례다.
'그래도 어떻게 실례 한 번만 더 하면 안되나…?'
찌질한 생각까지 들 정도로 긴장감이 이는 자리다.
경기 시작을 약 20분 앞두고 있다.
준결승전, 결승전을 향한 입구다.
이를 같이하는 동료들이 참 믿음직스럽다.
"선배도 드실래요?"
"혹시 뭐 김밥이라도 말아왔니?"
정말 김밥을 말아왔어도 이상하지 않은 아이다.
유리야와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소풍이었으면 김밥.
드라이브할 때는 귤.
조수석에 있는 사람이 귤 까서 입안에 넣어주면 운전할 맛이 난다.
안타깝게도 까준 것은 귤이 아니었다.
우황청심환.
긴장될 때 이만큼 특효약이 없기는 하다.
'은근히 맛도 있어.'
먹을 생각 없었는데 막상 보니 먹게 된다.
부잣집 따님답게 금가루가 묻혀진 정품이다.
우적우적 씹으며 음미하자 씁쓸한 맛이 퍼진다.
"김밥도 싸와야 돼요? 밥 먹고 오는 건 줄 알고 먹고 왔어요."
"……아니야. 너의 요리 솜씨를 보고 싶어서 그랬어."
"그럼 다음에는 노력해볼게요!"
리야가 주먹을 불끈 쥔다.
이러다 정말 싸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롤챔스 결승에서 김밥 먹으면 추억이 새록새록 하긴 하겠네.
'그런데 오늘 이겨야 다음도 있을 수 있는 거란다.'
삼선 블루.
지금까지 상대했던 팀들에 비하면 이름값이 특별히 높진 않다.
우승 경력이 있는 팀도 아니고, 역사가 살아 숨쉬는 팀도 아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기량은 익히 들어왔고 상대해왔다.
다름 아닌 솔로랭크에서 말이다.
팀의 미드와 원딜이 요주의의 대상이다.
'전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힘에 부칠 정도로.'
최근에야 피지컬을 전력으로 유감없이 발휘한다.
매 경기 수만, 많게는 수십만 포인트가 들어온다.
물 쓰듯이 써도 다 못 쓰리 만큼 넉넉하다.
당연하게도 솔로랭크는 그러기 힘들다.
소위 말하는 가성비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울화통이 터져서 낭비하다간 정작 경기때 못 쓸 수가 있다.
그 울화통을 자극하는 선수가 몇 명.
얼마 되지 않는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대기와 알파카는 인정해줄 만한 기량을 가졌다.
"맞다, 선배 저 새콤달콤 가지고 있는데 먹을래요?"
"복숭아맛이겠지?"
"아뇨, 딸기맛인데요. 저 딸기 좋아해요!"
우리 유리야도 인정해줄 만한 준비성을 지녔다.
거의 중학교 이후 처음으로 먹는 거 같다.
입안에 넣자 끈적하게 녹아든다.
그 옛날 200원으로 누릴 수 있는 사치였다.
우황청심환으로 씁쓸하던 입안이 중화된다.
혀로 굴릴수록 침이 주르륵 새어 나온다.
마음 같아서는 씹어서 삼키고 싶다.
하지만 잘못 먹으면 어금니에 낀다.
부스 안에서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면 곤란하다.
'일단 준비해온 전략으로 부딪혀 봐야겠지.'
팀장, 그리고 에이스로서의 무게.
생뚱맞은 행동과 먹거리 덕에 조금은 풀린다.
새콤달콤의 당분이 두뇌 회전에 도움을 준다.
유리야 한 마리 키우는 보람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상대도 대응책을 세워 왔다고 들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그런 이야기를 보았다.
제대로 된 코치진이 없는 우리로서는 감사한 일이다.
물론 세부 정보는 전혀 알 도리가 없기에 반쪽짜리지만.
'세상에는 알고도 못 막는 전략이라는 게 있어.'
정말 이기고 싶을 때, 이겨야 할 때 꺼내려던 카드다.
오늘이 바로 그러지 않으면 안될 자리.
설사 팀이 전부 무너지더라도 홀로 캐리해내야 한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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