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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94화 (19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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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야 한 마리 -->

어제는 원래 두어시간 방송 하고 편하게 쉴 생각이었다.

엊그제 경기가 워낙 고되지 않았는가?

경기 내적으로는 잘 풀렸는데 외적인 부분에서 사건사고에 시달렸다.

'어떻게 하루도 편할 날이 없냐…….'

틈만 나면 오해를 받고 치이고 산다.

내 인생 보통 험난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게이머가 경기만 잘하면 됐지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오빠, 그럼 달래 갈 건데…… 또 와도 돼요?"

달래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애교를 부릴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하룻밤 자고 갈 거라고는 더더욱.

현관문 앞에서 칭얼대고 있다.

알다가도 모르는 게 인생인가 보다.

달래도 정말 알다가도 모를 아이다.

그렇게 틱틱대던 살쾡이가 하루 아침에 얌전한 집고양이가 되었다.

"불순한 목적만 아니면 환영할게."

"치, 그래도 가끔은 오빠도 좋죠?"

나 레전설,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이다.

하지만 But 아주 가끔이라면 일탈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

어제 이후 좀 사무치게 들려고 한다.

상상했던 이상의 이상이었다.

예뻐진 줄은 알았지만 몸매가…….

한동안 돌부처처럼 지낼 듯하다.

"근데 존댓말은 그만 써! 적응이 안되잖아."

이곳저곳 나무랄 곳이 없는 달래다.

둘만 있으면 성격도 나긋나긋해진다.

살짝 소름끼치는 갭도 이유가 있으니 이해는 한다.

그런데 존댓말은 너무 낯간지럽잖아!

니가 그러면 꿍꿍이 있는 것 같다.

홀리는 기분이라 무섭기까지 하다.

"왠지…… 쓰게 된단 말이에요."

"왜?"

"어제 오빠 과격해서 깜짝 놀랐어요 꺄아~!"

"……."

누가 보면 내가 잡아먹기라도 한 줄 알겠네.

답지 않게 볼이 빨개져서 가슴팍에 이마를 비빈다.

부끄러운 척하는 주제에 엄청 좋아하고 있다.

'……실상 잡아먹힐 뻔한 건 난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정말 죽은 줄 알았다.

비몽사몽한 게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듯한 느낌.

그 상태에서 또 살살 도발해와서 Rice cake를 아침으로 먹었다.

아침까지 챙겨 먹이고 달래를 집으로 보냈다.

마음 같아서는 바래다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사정이다.

솔직히 피곤하기도 하고.

'점심은 정말 몸보신이라도 해야겠다…….'

몸이 허하다는 기분을 오랜만에 느낀다.

군대 여름의 오후 일과를 마친 느낌이다.

그때는 낮에 오침이라도 한 번 하면 회복됐는데.

오늘은 자는 순간 영면에 들 것 같다.

뭐라도 먹고, 기 좀 보충하고 한숨 자야지.

정기가 다 빨릴 거라고 느꼈던 직감은 맞아 떨어졌다.

* * *

점심으로는 뚝배기 삼계탕을 먹었다.

뚝배기 삼계탕은 어린 닭을 사용한다.

맛이나 영양 면에서 사실 큰 닭보다 뒤떨어진다고.

'같이 갈 사람이 없으니 선택지도 없었지만.'

한 그릇 비우니 나름 든든하긴 했는데 살짝 부족하다.

약국에 들러 홍삼즙과 비타민.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전부터 몸이 부실하기는 했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감이 있다.

더더군다나 최근에 무리를 하게 됐다.

나만 잘하기도 벅찬데 팀원들까지 전부 신경 써야 한다.

대한민국 군인 체력에 못할 게 뭐 있겠어?

전역을 하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샘솟기는 한다.

더 이상 군인도 아니거니와 체력도 무한대는 아니다.

'페이스를 배분을 고려하긴 해야겠어.'

무리를 하고하며 쌓여버린 곪음이 터졌다는 생각이 든다.

RPG 캐릭터도 아니고 체력바가 보일 리 없다.

인생 정말 알다가도 모른다.

한순간에 훅 가서 쓰러지면 말짱 도루묵이다.

하지만 쉬는 건 최소 롤챔스가 끝난 이후다.

한동안은 억지로라도 고생을 해야 한다.

약국에서 홍삼과 비타민까지 산 이유다.

언제 한 번 한약방도 들려서 보약도 몇 첩 지어야지.

'근데 이렇게 고생할 바에 그냥 가정부도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어제 달래가 스치듯 던졌던 구직 제안이 생각난다.

무슨 사내 대장부가 가정부야!

요즘 같은 남녀 평등 시대에 그런 구분은 안 둔다.

남자라고 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리고 주부도 쉬운 직업이 아니다.

집안일도 살피고 배우자도 신경 써주고 애 키우고 하면.

'……행복하겠다.'

다 내려놓고 행복해질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사무친다.

달래랑은 어느 정도 선을 둬야지.

그런 생각이 하룻밤으로 날아갔다.

용돈까지 주고 가신 갸륵한 여신님이다.

세간에서 괜히 여신이라 칭송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하루 다른 세상에서 살다보니 전장으로 회군하는 게 망설여지던 그때.

〈선배 선배!〉

"……."

바로 현실로 되돌아왔다.

딱따구리 같은 고음이 고막을 때려온다.

친애하지만 전혀 여자로 안 느껴지는 모 후배에게서 전화가 오고 말았다.

〈저요, 저요~. 오늘 3연승 했어요. 요즘 엄청 잘해요. 그쵸? 선배도 그렇게 생각하죠?〉

특유의 쏟아내듯 빠른 말투와 높은 목소리 톤이 동네 아줌마들 토크쇼에 비견된다.

아무래도 연승한 걸 자랑할 대상이 필요했나 보다.

그런데 그 대상 심각히 잘못 짚었다.

'얘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기운이 없어 오락가락하던 정신이 강제로 잡힌다.

뭐부터 해야 할까 고민되던 와중에 잘됐다.

부족했던 몸보신.

유리야 한 마리 푹 고아먹을 시간이다.

* * *

길었던 롤챔스의 스프링 시즌도 막바지에 접어든다.

현재까지 살아남은 팀이 네 팀.

이쯤 되면 슬슬 우승팀의 예상이 가능해진다.

─스프링 시즌도 SKY T1 K 우승각 ㅇㅈ?

전세계에서 제일 강한 팀인 거 ㅇㅈ?

무적함대는 막을 수 없는 거 ㅇㅈ?

앙 기모띠!

시즌 초만 해도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들이 무성했다.

무작정 응원하는 팬들.

보나 마나 스프링 시즌도 SKY T1 K가 싹쓸이하겠지.

지난 시즌, 워낙 패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과연 SKY T1 K가 무너지는 날이 올까?

팬들로서는 상상 자체가 안됐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무색해졌다.

SKY T1 K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선수들의 기량 저하, 올라간 롤챔스의 수준.

본선 8강에서 기어코 이변이 터지고 만다.

─고통 받는 테이커……

우리 테이커는 잘하는데 다른 라인이 노답이네

특히 봇이랑 정글 차이가 너무 난다

후만두랑 뱅기 왜 이렇게 못해졌지?

└후만두는 리니지한다는 소문이

└뱅기는 오른손을 봉인하셨지

└ㅋㅋ오른손에 흑염룡 있자너~

└삼선 레드에게 복수 당했어 ㅠ.ㅠ

믿을 수 없게도 SKY T1 K의 탈락.

삼선 레드에게 3대1의 완패를 당한다.

이를 계기로 팬들도 받아들이게 됐다.

SKY T1 K의 독주가 끝났구나.

이번 시즌은 격변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겠구나.

단순한 추측 가지고는 절대 승패를 예견할 수 없다.

─확정된 4강 대진표 및 일정

A조 「삼선 레드」 vs 「마진 실드」

B조 「삼선 블루」 vs 「파프리카 프릭스」

A조 경기 다음 주 수요일

B조 경기 다음 주 금요일

└와, SKY T1도 맛밤도 없는 4강이 오다니

└롤판이 많이 격변하긴 했다 정말로

└저기서 누가 우승할까?

└예상이 안된다 예상이……

대세를 막연히 예상하던 시즌 초와는 다르다.

이제는 스프링 시즌의 데이터가 대략 나왔다.

어느 팀이 어느 정도의 전력을 가졌는지.

가장 입방아에 오르는 팀은 두 팀이다.

하나는 SKY T1 K의 영원한 라이벌 삼선 레드.

다대기가 들어가며 전력이 강화된 삼선 블루.

지금껏 보여준 게 있는 만큼 기대 또한 최고조다.

물론 그 두 팀 외에 변수가 없다는 건 또 아니다.

마진 실드도 나름 강팀이고, 무엇보다 다른 하나의 팀이 변수 창출기라고 할 수 있다.

─파프리카 프릭스가 삼선 블루만 잡으면 가능성 있지 않나?

내가 보기에는 대진이 대충 예상되거든?

A조는 웬만하면 삼선 레드각이고

B조는 접전인데…… 이기는 팀이 기세 타면 우승까지 갈지도

└접전이라고?ㅋㅋ

글쓴이-아니, 8강 경기력 보면 파프리카 프릭스 가능성 충분해

└파프리카가 강팀 잡고 올라온 거라 저평가할 건 아니지

└레전설 한두 번 해버리면 모른다 ㄹㅇ루다가

롤챔스 첫 출전인 신생팀이다.

심지어 2부 리그에서 올라온 것도 아니다.

승강전 시드권을 가지고 바로 롤챔스에 도전했다.

기존 선수들이 포함된 팀도 아닌 주제에 어딜 감히?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경력도 없는 신인들이다.

이슈성만 끌어모은 오합지졸들이 사고를 터트렸다.

롤챔스가 만만해?

어, 만만해.

말하기라도 하듯 패기를 보여준다.

레전설의 캐리력은 상식이란 틀을 가뿐하게 깨부순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우승 가능성이라……

솔직히 우승까지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제 보니까 두 번만 이기면 우승이네?

삼선 블루 잡고, 결승에서 한 번 더 이기고?

헐;;

└그걸 이제 암?

└진짜 파프리카 프릭스가 일내는 분위기라니까?

글쓴이-2002년 한일 월드컵 봤던 그 느낌인데

└아재요……

조별 리그 당시 속했던 조가 죽음의 조.

십중팔구 떨어지겠거니 했다.

나머지 일이에 딱 걸려버렸다.

심지어 간당간당했던 것도 아니다.

5승 1패로 안정적인 조 1위.

본선 8강에서도 3대0의 압승을 거뒀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일낼 수도 있겠는데?

굴러온 돌이다 보니 평가가 들쭉날쭉하다.

선수들도 워낙 독특해서 먹히면서도 먹히는 건지 현실감이 안 일었다.

─레전설이 의자왕 메타로 하드 캐리하고 우승하면

진짜 전세계적으로 난리 날 거 같은데……

까놓고 말해 한국 우승팀이 롤드컵 우승팀 아님?

└그건 맞지. 요즘 롤판은 한국이 중심이니까

└이미 전세계 구단들이 주목하고 있을 걸?

글쓴이-헐, 정말? 출처 좀

└내 뇌속 뇌피셜^^

여성 선수들을 기용한다?

팀의 전력을 깎아서 이슈를 만드는 짓이다.

기나긴 E-스포츠의 역사에서 그러한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실패.

성공 사례도 말이 성공이지 쪽박을 겨우 면한 케이스다.

유일하게 레전설 그 하나만이 여성 선수와 케미를 이루어냈다.

〈레전설해버리다? 그가 가진 캐리력 한계는?〉

〈짐? No! No! 그녀들의 내조로 이루어진 파프리카 프릭스.〉

〈전세계 E-스포츠 전문가들의 관심사. 파프리카 프릭스의 성공 이유.〉

아직 한 시즌도 채 치르지 않은 신생팀, 그리고 신인 선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와 칼럼들이 주르륵 검색될 정도다.

레전설, 그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롤판보다 일반 언론 쪽에서 드높다.

이색적인 시도와 성공.

이슈와 실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

그의 스타성은 날이 갈수록 대두되고 있다.

이미지 때문에 얕잡아 보이던 평가도 개선되는 추세다.

─파프리카 프릭스는 꽃보다 남자 같은 팀이지

일단 밉상인 금수저 주인공 있고

못난 컨셉인데 사실은 예쁜 여주 있고

주위에는 사실 배경인 주인공 친구들 있고

밉상이던 구준표 점점 호감되고, 철들고

└유리야가 금잔디여?

└그래서 달래 누나한테 못 개기나……

└레전설이 구준표라니; 상상만 해도 역겹습니다

└근데 그럴 듯해서 더 웃겨ㅋㅋ

당연히 안될 거라던 세간의 예상.

하나둘 깨부수더니 결국 오고야 말았다.

우승을 두 걸음 남겨둔 준결승전에 도달했다.

그 과정이 워낙 고되고 순탄치 않았다.

롤챔스 최초로 히로인들 업고 걸어왔다.

스프링 시즌, 모든 팬들이 관심사를 독차지할 만도 하다.

까고 보는 밈이 있어서 은근히 저평가를 받았다.

근데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이 녀석, 매력 있는데?

안티팬을 팬으로 서서히 바꿔나가고 있다.

─속보! 삼선 게임단 스크림 픽 유출

알파카&임프트 원딜 야흐오 연습 중

여차하면 뺏어오겠다는 생각인 듯……

정글 마이&미드 랄라도 해보고 있네

파프리카 프릭스 완전히 조질 작정ㄷㄷ

└게임 내용은??

글쓴이-리플레이 저장이 안되니까 못 보지…… 픽으로 유추만 할 뿐

└오직 픽으로만 경기를 판단한다!

└삼선은 파프리카 프릭스만 잡으면 사실상 결승전 내전이니까 뭐

그런 레전설의 기세를 끊어내겠다.

삼선 게임단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공식적인 오피셜이 나온 건 아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확정이란 분위기다.

그럴 만한 정보들이 시시각각 전해져 내려온다.

내부 스크림을 계속 돌리는 것보면 장난이 아니다.

대 파프리카 프릭스전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아니 뗀 굴뚝에 어찌 연기가 날까.

SKY T1 K의 탈락으로 성수기를 맞이한 삼선 게임단은 불이 붙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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