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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92화 (19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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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스프링 시즌.

본선 8강의 마지막 경기가 치러졌다.

이로 인한 파급은 예견이 돼있었다.

신인답지 않은 패기를 보여주는 파프리카 프릭스.

명가의 자존심을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불밤.

어느 쪽도 인기를 빼놓고 보면 섭한 팀이다.

실력적인 면으로도 비등함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까놓은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불밤의 팬들도 이제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3년차 불밤 팬인데 오늘 경기는 정말……

실드를 쳐주고 싶어도 쳐줄 구석이 없다

무슨 샌드백 마냥 웬종일 쳐맞다 지네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고… 착잡하다

└미드 말고 활약하는 선수가 없어

└ㄴㄴ앰빠따도 적폐야. 미드가 성장만 하고 로밍을 안 가잖아

글쓴이-영향력을 너무 못 주는 스타일이긴 해

└선수들 움직임이 너무 수동적이라 레전설 캐리력을 못 버텨

로드 오브 로드 게임단들 중 가장 팬도 많고, 안티도 많다.

역사가 있는 팀이기도 하거니와 응원하는 맛이 났다.

선수들 하나하나가 캐릭터성이 잡혔다.

과거에 그랬다는 이야기다.

기존 선수들이 하나둘 은퇴하고 있다.

이전만한 경기력, 스타성도 못 보여준다.

맛밤 게임단의 팬들은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진다.

─옛날 맛밤 다전제는 진짜 믿고 봤었는데

맛밤은 역시 패패승승승!

그런데 요즘은 모르겠다……

우승한지 정~말 까마득하네 까마득해

└지금 전력으로 우승 가능하긴 하나?ㅋㅋ

└얼밤도 불밤도 리빌딩해야 돼

└신인팀한테 3대떡 당하는 건 실드가 안됨;;

물론 상대한 신인팀이 강하기는 했다.

하지만 과거의 불밤도 정말 강대했다.

과거의 향수를 잊고, 인정하는 건 쉬울 수가 없는 일이다.

1년 가까이 이어져 온 맛밤의 부진.

맛밤 게임단의 팬들은 받아들이게 된다.

세대 교체의 쐐기가 박혔다는 사실을 말이다.

─확실히 롤판도 변할 때가 왔어

프로게이머라고 꼭 유니폼 입으란 법 없잖아?

여신님 같은 선수가 각팀에 한 명씩만 있어도ㅎㅎ

└남자가 하면 안구 테러인데요……

└???: 이쿠, 이쿠! 젠부샤쓰!

└근데 하면 재밌긴 하겠다. 여성 선수 할당제ㅋㅋㅋ

└이 글을 여가부가 좋아합니다

스프링 시즌, 롤챔스의 화젯거리를 만들어내는 게임단이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독특한 시도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게임 내적인 부분은 물론 외적인 부분에서도 말이다.

─여신님 코스프레 현장 직촬.jpg

꼬리만 달면 아링 그 자체ㄷㄷ

정말 슈퍼스타 하셨으면 싶다!

근데 찍어서 올려도 되는 거 맞나요?

└공인이라 완전 괜찮음!

└아, 매혹에 홀리고 싶다

└파프리카 프릭스 롤드컵 우승하면 아링 신스킨ㅇㅈ?

└ㅇㅈ하지 않으면 에바참치꽁치 터는 부분이자나~

파프리카 프릭스의 창단 초기.

레전설과 함께 팀을 지탱한 기둥이다.

파급력면에서 그 레전설에 비견될 정도다.

개인 방송하는 여캠 실물이 이쁘면 얼마나 이쁘겠어?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의 매진이 가볍게 방증한다.

여신급 미모를 자랑하는 달래가 오랜만에 출전했다.

─갈수록 이뻐지시고, 잘하기까지 하시네 캬~

원래부터 프로급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오늘은 웬만한 프로 이상이었지

전성기 매라신 보는 줄ㄷㄷ

└이 와중에 얼밤충;

└맛밤충들 8강 광탈하고 정신 못 차렸죠?

└근데 정말 플레이 지리긴 했어

└잼구 방생 끊었던 게 정말ㅋㅋㅋ

팬들 입장에서는 오시기만 해도 황송하다.

롤챔스, E-스포츠 판이 원래 남자밭이다.

미모의 여성이 있으면 공기가 달라진다.

그런데 선수로, 심지어 잘한다.

객관적으로 플레이가 모난 게 없다.

그것이 이전까지의 달래였다면 오늘 경기는 슈퍼플레이의 연속이었다.

─여신님 문제의 트리플 킬 장면.swf

레전설 머리띠 파동으로 1킬

안경 누나 미모로 압살 더블 킬

용준좌 말 계속 더듬고 트리플 킬!

상대를 안 가리는 롤판의 학살자~

└레전설 저 새끼는 진짜ㅋㅋㅋㅋ

└몸매 외모 비율 그야말로 여신……

└근데 안경 누나는 공식적인 자리라 기본 메이크업만 해서 그렇지 꾸미면 훨 더 예쁨. 인스타 보면 예쁜 사진 많다

└ㄴ장문충 수준;

경기에서도 내내 공격적인 플레이로 상대의 숨통을 조였다.

그리고 경기 외적으로는 뭇 남성팬들의 하트를 조였다.

파프리카 프릭스가 불밤을 압살하게 만든 일등공신.

경계해야 할 선수는 레전설 하나가 아니다.

레전설 원맨팀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다른 팀원들의 폼도 부족하나마 착실하게 올라가고 있다.

3세트 탑라인 요약

야, 네네톤 탑으로 와라

남자의 싸움이다

티바나님이 가고 있다고 알림!

티바나님이 지원 요청을 보냄!

└잼할ㅋㅋㅋㅋㅋㅋㅋㅋ

└상남자 컨셉 집어던지신;

└갱 받고 이긴 게 어디야~

└이 만하면 많이 발전했다 ㅇㅈ?

파프리카 프릭스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목돼왔다.

서브 멤버가 있었으면 벤치에 갔을 선수.

대체할 인재가 없는 고로 뛰게 된다.

뛰다 보니 느리게나마 실력이 붙는다.

그런 범재의 발전을 응원하는 팬들도 생긴다.

불안불안하던 파프리카 프릭스가 안정감을 찾아간다.

─레전설은 살짝 불쌍하기도 한 게

뭔가 잘해주는 게 당연한 느낌이 돼버림

나머지 선수들이 얼마나 덜 던지냐

그리고 얼마나 1인분 해주냐

승리 관점이 반대로 옮겨감

└안 잘했으면 진즉에 묻혔을 테니까ㅋㅋㅋㅋㅋ

└원래부터 인지도가 있던 애라 경력 있는 신입이란 느낌이지

└그런 케이스가 부담감 때문에 말아먹기도 하는데

└왕린처럼?

원래 잘한다.

캐리하는 모습이 당연해진다.

레전설이 레전설했을 뿐인데 문제라도?

레전설이라는 세 글자가 일반 팬들의 마음에도 서서히 각인되어 간다.

─레전설 기발한 짓 몇 번 하고 금세 묻힐 줄 알았는데

오늘 경기 보니까 평범한 챔피언도 잘하더라

원딜 재능도 있어 보임

└레전설한테 재능 드립하는 거 진심?

└걔는 걍 못하는 모습이 안 그려져

└사실 핑크스&도라이븐도 평범한 픽은 아닌데……

글쓴이-리스크가 높은 픽이긴 하지

사실 핑크스만 해도 웬만한 조합에서는 뽑기 힘들다.

현재 2014년의 초.

생존기 없는 원딜러들은 대회에서 안 나오던 시기다.

레전설이 하자 그냥 평범한 픽이 돼버린다.

위기감, 긴장감 하나 없이 평온하게 이긴다.

비원딜 아니면 별거 아니냐는 일부 군중들의 의구심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날이 갈수록 이색적인 풍경이 더해지는 롤챔스.

그 중심에서 화제를 제조하고 다니는 선수다.

인터뷰에서도 이색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줬다.

─레전설 인터뷰때 안경 누나 꼬시더니ㅋㅋㅋ

보나 마나 회식 못 꼈겠지?

또라이짓도 앞뒤를 봐가면서 해야지

사람이 급이 있는데 딜계산도 안 하고 막 들어가ㅋㅋ

└잃을 것도 없으니까 막 던진 듯ㅋㅋ

└이 새끼 꺼라위키에 한 번 쭉 정리해야 돼

└회식 못 끼긴 했더라

글쓴이-관계자임?? 그걸 어케 알아요??

알 수밖에 없는 일이다.

현재 커뮤니티들의 주된 토픽.

경기의 뒤풀이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다.

* * *

안타까운 소식이다.

오프게임넷의 회식 자리에는 참석할 수 없었다.

진용준 캐스터가 빈말로 꺼냈는데 정말 빈말이었다.

'빈말이면 꺼내지를 말던가!'

인터뷰 촬영이 끝나고 말해줬다.

어차피 오늘은 회식 예정이 없다!

결승전 때는 있으니 우승하면 재밌게 놀 수 있을 것 같다!

희망고문 오지게 당했다.

이래 봬도 사석에서는 매력 넘치는 남자인데.

오해만 쌓이고 어필을 못하니 사이가 좀처럼 안 좁혀진다.

'근데 이런 것도 신비주의 느낌이 있어서 나쁘진 않아.'

조급해 해서는 될 일도 그르치는 법이다.

관심이 있다는 걸, 농담이 아니라는 걸 조금씩 밀어붙인다.

또다시 얼굴을 마주하게 됐을 때 그대, 넘어 오리라는 확신을 가진다.

"야, 가방만 대충 사고 나오자."

"쇼핑을 어떻게 대충해?"

사실 만에 하나 참석을 허락 받았어도 못 갔을 운명이었다.

나조차 잊고 있던 선약이 남아있더라.

약속을 했던 부분이라 어쩔 수 없다.

'가방 그까이거 그냥 인터넷에서 사면 되는 거지.'

반드시 보고 사야 한다며 막무가내다.

신세계 백화점의 명품관.

달래와의 약속을 이행하러 왔다.

수천, 수만 명의 시선들도 함께 한다.

-파프리카 프릭스 승리 축하드려요!

-와, 진짜 방송하네

-경기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열일ㄷㄷ

-경기도 이겼는데 승리풍 달달하게 땡겨야지~

쏘지 마!

내 방송 아니야!

현재 휴대폰으로 생방송을 진행 중이다.

그것도 달래의 방송으로 나가고 있다.

"어이, 그 비제이씨. 거기부터 거기까지 괜찮은 거 추려서 보고해."

엄마가 거기서 그거 찾아오라는 것만큼 난해한 문제를 내주신다.

알지도 못하는 브랜드숍에 들어와 있다.

대충 범위를 지정해주고 둘러보란다.

'예뻐 보이는 거 하나 쥐어주고 입 닫게 하자.'

값비싼 이미지가 있는 명품백, 명품 물건은 나와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나 레전설,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이다.

여자에게 그런 값비싼 선물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수고비 느낌이니 봐주겠다.

예뻐 보이는 거 하나 쥐어주려고 했다.

경기 승리도 한 만큼 웬만하면 괜찮다.

'……실화냐?'

이상한 네네톤 가죽처럼 생긴 가방이다.

악어 가죽?

나름 고급져 보이는 게 나쁘지는 않네.

「26,000,000₩」

핑크색?

그래도 이런 거는 보통 만만하지.

색도 입히고 그랬을 테니 쌀 거 아니야.

「16,225,000₩」

'뭐지? 혹시 여기는 아이스크림도 한 100만원 하는 백화점인가?'

아니면 단위가 원이 아니고 다른 나라돈인 거 아니야?

두 눈으로 보고서도 가격 단위가 믿기지 않는다.

실제 다른 나라돈으로 쓰여 있는 가방도 있었다.

"어머, 고객님 눈 높으시다~. 그거 저희가 취급은 하는데 주문 받고 산지에서 수제로 만들어 발송하는 거라 좀 걸려요. 괜찮으시겠어요?"

가격이 전혀 괜찮지 않다.

숫자는 줄어들었는데 단위가 다르다.

「37,000$」

요즘 환율이 좋아서 사면 이득이라고 직원분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신다.

약간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은 하나 팔면 수당 엄청 많이 떨어지겠지?

"여자친구분께 선물해주시면 두고두고 두 분 사이 돈독해지는데 큰 도움이……."

"저런 여친 둔 적 없습니다."

친절하긴 한데 안목은 떨어지나 보다.

당신이 추천해주는 물건 사면 안될 것 같아.

그리고 이 가게의 화폐 단위는 도저히 친숙하지 않다.

"저기 달래씨."

"나 바빠 왜?"

시청자들이랑 신나게 아이쇼핑을 하고 계신다.

아직도 아링 코스프레 중이라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이 뜨겁다.

명품관답게 대부분이 나이가 드신 아주머니들이라 소란이 벌어지진 않지만.

'귀랑 꼬리만 없으면 그냥 아이돌 옷이기도 하고.'

실제 슈퍼스타 아링 스킨이 소녀시대 옷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었다.

무엇보다 본인이 워낙 위풍당당하시다.

오는 길에도 수많은 시선들, 그리고 카메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팬미팅도 하면서 왔다.

굳이 문제가 있다면 같이 있는 내가 쪽이 팔린다는 사소한 것 정도다.

근데 내가 여기서 가방까지 사면 쪽만 파는 게 아니라 집도 팔아야 된다.

보증금 빼고 대출 받아 얹어도 부족할지 모른다.

"이거 어때? 이게 제일 괜찮아 보이더라."

"어디서 찾았어? 그거…… 비닐 가방 아니야?"

내가 보기에는 어느 가방이나 전부 돈값 못하는 것 같다.

저 돈이면 츄파춥스가 몇 개인데 가방을 사고 앉았어.

그래서 가장 싼 걸로 골랐더니 눈치가 빠르다.

"손님, 그거 빼시면 안돼요! 마네킹 진열용이라 같은 모델은 없어요……."

-구질구질하다 레전설

-나까지 쪽팔리네;;

-하다하다 마네킹 가방까지 뺏으시는

-그렇게 사주기 싫었니?

너 같으면 사주겠니 그럼?!

그리고 인조 가죽도 잘만 쓰면 오래 써.

물건은 마음이고 정성이기 때문에 다 쓰기 나름이다.

"시청자님들, 솔직히 가방은 못 사줍니다. 저걸 내가 어떻게 사!"

-그건 ㅇㅈ

-달래도 그냥 장난 치는 거 같은데ㅋㅋ

-천만 원짜리 가방은 김치녀지

-그래도 달래 클라스면 저 정도는 사도 되지 않냐?

내 클라스가 안된다고 내 클라스가!

다행히 채팅창 여론이 괜찮다.

달래도 딱히 졸라대진 않는다.

"가방 말고 신발이나 한 켤레 사자."

전부터 못내 신경이 쓰였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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