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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91화 (19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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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 교체의 쐐기 -->

불밤의 대처는 나쁘다고 볼 게 아니었다.

오히려 괜찮은 임기응변이다.

잘만 풀리면 좋은 결과를 낳을 만도 했다.

〈도라이븐은 갱에 특히 많이 좌우되는 원딜러입니다. 정글이 강한 팀이 사용하면 대회 무대에서도 승률이 높아요.〉

클끼리 해설의 말대로 이따금 사용이 된다.

챔피언이 가진 특수성.

제대로 살릴 수만 있으면 전략적 가치가 높다.

실제 좋은 활용을 보여준 예가 은근히 있다.

갑작스런 불밤의 기용도 수긍은 간다.

두 세트 모두 유일하게 앞섰던 라인이 정글이다.

─발암을 맞아라!

그런데 상대의 대처가 너무 용이하다.

다른 팀이라면 생각도 못했을 방식이다.

자연스럽게 나와, 자연스럽게 카운터 친다.

-장막에 도끼 다 먹히죠?

-불밤 코치는 일을 안 하나;;

-카운터에 꼴아 박아주는 수준ㅋㅋ

-안되겠다. 불밤 너희는 『패배형』에 처한다

그 광경을 자연스럽게 지켜보며 팝콘을 씹는다.

현장의 관중들도, TV와 컴퓨터로 보는 시청자들도 한 마음이다.

이건 밴픽부터 결과가 보인다!

이전 파프리카 프릭스 경기들과는 다르다.

서포터가 정말로 믿음직하다.

예기치 못한 픽과 플레이로 변수를 만드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잘한다.

수준급의 프로 서포터를 감상한다는 느낌이다.

이 정도로 잘할 거라고는 팬들조차 생각을 못했다.

철썩~!

첫 번째 세트에서 그토록 매서웠던 라인전 견제다.

두 번째 세트처럼 라인 스왑도 되지 않았다.

왜냐!

비원딜 조합은 라인 스왑에 극강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도라이븐은 라인전 하려고 뽑는 픽이다.

어쩔 수 없이 치러지는 라인전.

─다대기!

얼큰한 외침과 함께 연계된다.

느려진 도라이븐이 공중에 붕-! 떠버린다.

이 강력한 CC기 연계야 말로 비원딜의 진면목이다.

키잉-!

정확하게 사형을 선고한다.

뚜벅이라는 치명적인 단점.

선고를 맞은 시점에서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아…… 이건 점멸을 써도 죽죠. CC기 연계가 너무 깔끔하게 들어갔어요.〉

클끼리의 입안에 안타까움이 감기는 것도 그럴 만하다.

레전설과의 불화.

그런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미 얼밤이 탈락한 마당에 불밤까지 배수진을 쳤다.

강 아래로 떨어지기 직전이다.

맛밤 게임단의 상징적 존재인 클끼리로선 씁쓸하다.

물론 경기는 경기.

때로는 엄격한 시선도 필요하다.

턱끝까지 차오른 말을 김은준 해설이 대신해서 내뱉는다.

〈밴픽이 진 상황에서 운영, 라인전 다 막혔습니다. 총체전 난국이에요! 앞선 두 세트보다 훨씬 더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불밤의 팬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평가다.

클끼리가 속으로 몇 번이나 곱씹은 말이다.

가혹하기는 하나 현실.

오늘의 경기는 두 가지 큰 의미를 가진다.

실력적인 가능성을 보여준 파프리카 프릭스.

그리고 위태위태하던 맛밤 게임단의 몰락이다.

이제는 인정해야 할 시기가 왔다.

과거의 영광은 더 이상 없다.

얼밤도, 불밤도 강팀이라 부르기엔 손색이 있다.

-도라이븐 죽으면 답도 없는 챔피언인데ㅋㅋ

-갱 와도 갱승날 스멜……

-야흐오 원딜;; 오늘 솔로랭크 터지겠다

-잠잠하다 했더니 정말!

솔로랭크 유저들에게는 악보겠지만 현장의 관중들은 다르다.

라이트 유저들은 그냥 즐겁다!

말로만 듣던 야흐오 원딜의 등장.

서포터가 잘하고, 참하고, 섹시하기까지 하니 눈이 호강한다.

직관을 온 보람이 차고 넘친다.

그렇게 봇이 일방적으로 털리자 다른 라인에도 영향이 간다.

〈이러면 잼할 선수도 라인전이 정말 편해지죠?〉

파프리카 프릭스의 고질적인 약점이라 지목되던 선수다.

탑라이너인 잼할은 정말 안타깝다.

솔로랭크의 랭킹과 이름값 만큼 대회 활약이 못 미친다.

이번에야 말로 그 불명예를 씻겠다.

잼할의 티바나가 준순한 활약을 선보인다.

갱킹을 두어 번 받더니 라인전을 오히려 압박한다.

-할 때는 한다 쌀카콜라!

-겨우 반반 가는 거 아님?

-잼할이 반반만 가도 파프리카 프릭스는 문제가 없어

-티바나로 반반이면 ㅅㅌㅊ긴 함

그리고 한 명 더 약점이라 불리는 선수가 있다.

정글러인 잼구는 문제점이 하나나 둘 정도가 아니다.

포지션 특성상 가장 중요하고, 어렵다 보니 실수할 일이 잦다.

─FFs 잼구님이 BB 카이저님을 처치했습니다!

〈봇라인의 유리함을 굴리는 깔끔한 다이브! 킬을 양보 못한 건 다소 아쉽지만…….〉

〈초반킬은 정글이 먹는 것도 좋아요. 정글 주도권을 잡으면 게임이 한결 쉽게 풀리니까요.〉

물론 파프리카 프릭스의 입장에서 말이다.

원래 강팀의 편을 드는 김은준 해설이다.

즉, 김은준 해설의 눈에 그렇게 보인다.

더 이상 불밤은 위에 있지 않다.

동등은 커녕 수세에 몰렸다.

물론 게임이 한두 번 비벼지고, 장기전으로 간다면 승산이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앰빠따 선수가 무난하게 크고 있습니다. 미달리가 가지는 변수는 미리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제발 ♡♡!

-♡♡만이 답이다

-♡♡가 뭐에요?

-앰+창ㅋㅋㅋㅋㅋ

불밤의 팬들이 희망을 가진다.

앰창, 앰빠따의 미달리라면 혹시 모른다!

그토록 불리하던 게임도 연거푸 역전해냈다.

그럴 수 있는 포텐셜을 가진 선수다.

과거 시즌2 당시 한체미라고까지 불렸다.

현재 테이커의 자리는 본래 앰빠따의 것이었다.

다소 부족했던 단점들.

다른 1세대 프로게이머들과 달리 포기하지 않았다.

약했던 라인전을 보강하며 경기력이 물 올랐다는 평이다.

─발암을 맞아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잘 던져도 창 자체가 사라지면 없던 일이 된다.

라인전을 터트리고 포탑까지 민 파프리카 프릭스의 봇듀오가 올라왔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미드 1차를 밀어버린다.

미달리의 단점이 부각되는 장면이다.

〈라인 클리어가 안돼요. 이렇게 강제로 밀면 미달리로는 못 막습니다.〉

저마다 강력한 CC기를 보유한 파프리카 프릭스다.

쓰렉귀가 점멸E만 써도 야흐오 궁연계에 죽는다.

손가락만 빨며 미드 1차를 내주는 수밖에.

대회 무대에서 미드 1차의 값어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다 내주고 미드 1차를 40분씩 지켜서 역전한 경기.

그런 게 나오는 이유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운영을 당합니다. 운영의 불밤이 운영을 당하고 있네요.〉

클끼리도 답답한 마음에 외친다.

프로게이머를 은퇴하고 해설로 전향했지만 마음 만큼은!

명예 맛밤이라고 할 수 있는 그도 3대0에는 관대하지 않다.

-떡.관.광

-불밤은 죽었는가……

-아니, 어떻게 한 세트도 못 이기냐;;

-죽은지가 언젠데 맛밤충들 현실 직시 못하네

왕년, 한국 롤판의 기둥이었던 게임단이다.

팬들은 아직도 과거를 잊지 못한다.

두고 봐라.

봄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재도약할 것이다.

그랬던 팬들의 믿음이 무참히 짓밟힌다.

안타깝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접전이란 단어조차 쓰기 민망한 경기다.

신생팀을 상대로 모든 부분이 밀리고 있다.

키잉-!

시야와 집중력조차 웃어주지 않는다.

와드를 박으려던 정글러.

쓰렉귀의 선고가 박힌다.

박히자마자 갈기갈기 찢어진다.

〈불밤 지금 살짝 멘붕한 것 같은데요? 그냥 직선으로 날아온 선고를 맞았고…… 맞으면 빼도 박도 못하고 죽습니다!〉

김은준 해설의 말대로다.

CC기 연계에 뼈도 못 추린다.

─우리에게 돈!

야흐오의 궁극기에 묶인다.

이윽고 날아간 쓰렉귀의 채찍 쓸기.

리심은 우리에게 돈을 주고 사라진다.

분당 10개의 CS를 챙겨 먹었다.

보너스 스테이지도 잊지 않았다.

레전설의 야흐오가 지나치게 잘 크고 있다.

〈평범하게 커도 센 챔피언이거든요! 그런데 잘 컸어요~ 심지어 레전설의 야흐오입니다!〉

〈그 말씀을 드리려고 했거든요.〉

야흐오의 원조격인 선수다.

야흐오 원딜도 창조한 선수다.

진용준 캐스터가 흥분할 만도 하다.

쓰렉귀와 바삐 돌아다니며 전라인을 순회 공연.

게임은 불과 20분이 안되어 터졌다.

마무리가 지어지는 데는 30분이 조금 더 걸렸다.

─다대기!

쏘아진 바람의 윈드.

야흐오의 회오리는 포킹을 겸한다.

스태틱이 터지자 적 서포터 인어의 체력이 반토막 난다.

상대로 하여금 피하지 못하게 만든다.

포킹을 잘 맞히는 방법?

가까이서 쏜다는 간단한 해법이 있다.

슈우욱-!

질풍보를 내디디며 회오리를 쏜 야흐오가 랜턴을 탄다.

미드 억제 포탑 앞에서의 대치.

바론을 먹은 파프리카 프릭스가 극공격적으로 압박한다.

〈미달리가 아무리 대치 구도 최강의 챔피언이라도 이렇게 성장 차이가 나고, 선수들의 과감함에 차이가 있으면 밀립니다.〉

클끼리라고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상대는 깊숙이 침투해서 총알을 퍼붓는다.

그런데 대응하는 쪽은 맞으면 좋고~ 안 맞으면 그만이고~ 식으로 던진다.

설사 동등했어도 밀릴 수밖에 없는 구도다.

하물며 성장 차이가 나고 바론까지 먹혔다.

죽거나 내주거나의 이지선다.

─숨을 곳은 없어!

쌍둥이 포탑 안쪽.

선고를 맞힌 쓰렉귀가 뛰어든다.

들어가 궁극기를 깔고 아군을 불러온다.

한 명 더, 순식간에 합류한다.

─우리에게 돈!

랜턴과 더불어 에어본이다.

채찍 쓸기로 적 두 명을 띄웠다.

야흐오의 궁극기가 연계되자 순식간에 난장판이 벌어진다.

〈포탑을 두 개 끼고 싸워도 밀려요. 지금 야흐오 화력 말 안되거든요?〉

〈스치면 죽습니다. 게임 끝났어요. 끝났습니다!〉

쌍둥이 포탑 안쪽에서 벌어진 한타다.

이보다 더 유리한 한타를 어떻게 해?

화력에서 밀리고, 기세에서 또 밀린다.

쌍둥이 포탑에 이어 넥서스까지 내주고 만다.

게임의 승리를 내줬다는 의미다.

심지어 이것으로 3연승.

롤챔스 스프링 시즌 본선 8강.

준결승전 마지막 진출팀이 결정된다.

파프리카 프릭스가 불밤을 꺾고 4강 진출을 확정짓는다.

* * *

일반 시청자들은 대부분 승패를 보면 끝이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진정한 피날레는 따로 있다.

'……어떻게든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지.'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세트.

보란 듯이 활약하며 MVP에 이름을 올렸다.

나 자신의 피날레가 되지 않도록 말을 잘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4강 진출 축하드립니다 레전설 선수! 시원하게 3대0 승리를 확정 지으셨어요. 승리의 소감은 어떠신가요?"

통칭 안경 누나라고 불리시는 분이다.

오프게임넷의 김수연 아나운서.

아리땁고 성숙한 외모와 허스키한 목소리의 갭이 개인적인 이상형 랭킹 최상위권을 차지하신다.

실제로 나이도 나보다 연상이시다.

나 레전설,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이다.

연장자에 대한 예우는 몸에 배어있다.

"SNS에 이런 이야기가 나돌더라고요. 경기장에 오는 과정에서…… 사고가 있었다는 게 사실인가요?"

"……."

이어지는 질문 한 마디, 한 마디가 따갑다.

완전히 확정범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다.

아니, 손만 보면 누구 손인지 모르잖아?

'맞아. 내 손이 맞기는 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성을 함부로 대한다는 프레임 누가 씌운지 모르겠다.

안경 누나의 시선이 싸늘한 건 기분 탓이겠지.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인데 저는 지켜준 겁니다."

"지켜……주셨다고요?"

"사람이 워낙 많았고, 특히 기자분들이 저돌적이더라고요."

공식적인 팬미팅 자리가 아니다.

인파가 워낙 몰려서 통제가 되지 않았다.

사실은 경기 늦을까봐 땡긴 거지만 아무튼.

옷을 만지면 오해의 여지가 있을까 귀를 잡은 거다.

"머리카락이 더 민감할 것 같은데……."

"그것도 오해인데 머리카락이 아니고 머리띠입니다. 여우귀 저거 머리띠에요."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세트의 MVP는 내가 받았다.

첫 번째 세트의 기여도가 다소 잘못 평가됐나 보다.

MVP를 따낸 달래가 내 옆자리에 앉아있다.

"네, 이거 머리띠 맞아요."

"아~ 그러셨구나. 말씀을 해주신 덕에 시청자분들도 오해가 풀리셨을 것 같아요."

"근데 머리카락이 얽혀서 엄청 아팠어요."

"……."

쓸데없는 사족을 붙여온다.

달래의 맞장구로 오해는 풀어졌다.

아직도 시선이 싸늘한 듯한 건 기분 탓이겠지.

반박을 하기엔 현장의 분위기가 일방적이다.

주인공 자리를 뺏긴 듯한 느낌.

달래에게 관중들의 이목과 시선이 집중돼있다.

'아니, 코스프레는 너무 치트키잖아!'

경기 때와 달리 여우귀와 모자도 잊지 않고 썼다.

경기의 내용도 그럭저럭 1인분 하셨다.

한동안 화제가 분명 화제가 될 것이다.

연습까지 하며 출전한 뽕을 제대로 뽑을 듯하다.

이목을 뺏겼을 때 하고 싶은 말이나 던져봐야겠다.

"오프게임넷 회식 혹시 선수들도 참석 할 수 있나요? 저 오늘 한가한데."

"……네?"

"근데 회식 하면 누나도 오는 거 맞죠?"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누나다.

사적인 자리에서 식사 한 번 하면 얼마나 좋아.

한 가지, 소화하지 못한 일정이 있었다.

========== 작품 후기 ==========

주인공이 까이고 그러는 게 지금이 과도기에요

자리 잡는 과정입니다

물론 꽤 많이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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