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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90화 (19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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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 교체의 쐐기 -->

불밤의 의도대로 풀려가던 두 번째 세트다.

역시 운영의 맛밤!

사나운 짐승일수록 더욱 조련하는 맛이 있다.

붉은 천을 흔드는 투우사처럼 상대를 유인한다.

레전설의 도라이븐이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

적어도 중반까지는 그 의도와 운영이 먹혀들었지만.

치링~!

경쾌한 소리와 함께 아이템 효과가 발동한다.

유령의 영혼검.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를 상승시킨다.

발걸음을 전혀 늦추지 않고 미친 듯이 내려친다.

〈뻥! 뻥! 뻥! 너 나한테 선고 던졌지? 이리 와서 좀 맞자!〉

맞으면 대박이고 안되면 그만인 쓰렉귀의 선고.

고작 시도에 돌아버렸는지 도라이븐이 달려든다.

그 우악스러운 패기에 쓰렉귀의 점멸이 빠지고 말았다.

〈맞아 보니 아차 싶었을 겁니다. 데미지가 감당이 안되죠? 원래 그런 챔피언이에요!〉

잠잠하게 흘러가던 게임이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언제 싸움 일어날까 시무룩했다.

경기를 해설하는 해설자들은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는다.

한 번의 방아쇠로 인해 교전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난다.

입에 모터가 달린 클끼리가 신나서 생중계를 한다.

도라이븐이 물불을 안 가리고 미쳐 날뛴다.

〈물론 저러다 한 번 확 끊기면 갑분싸가 올 수도 있기는 해요.〉

〈피지컬 자신감이 엄청난 선수 아닙니까? 신인의 패기! 불도 데어 봐야 뜨거운 줄 안다고 불밤에게 한 번도 안 데어 봤어요!〉

서로 동등한 성장을 했다면 제아무리 피지컬이 좋아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도라이븐은 다르다.

패기로운 성장을 마친 상태다.

중반까지만 해도 분명 평범했는데 어쩌다?

챔피언이 가진 독특한 특색이다.

도라이븐을 플레이 하는 근원적인 이유다.

〈불밤의 운영. 흠잡을 데 없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웅크리고만 있었어요. 날개 펴는 법을 잊어버릴 정도로.〉

김은준 해설이 뼈 아프게 일침한다.

운영을 해서 후반으로 가는 건 좋다.

하지만 싸움 자체를 기피해서는 안됐다.

초반을 겨우 벗어난 타이밍의 용한타.

해볼 만한 싸움이었고, 피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괜히 스틸만 하려다가 킬을 주고 말았다.

파앙!

도라이븐이 미드를 무섭게 압박한다.

실낱 같은 빈틈이 생기기만 하면 우악스럽게 달려든다.

그러니까 방금 전 쓰렉귀의 선고가 빠진 것도 빈틈이다.

치링~!

한나의 패시브와 영혼검의 액티브.

안 그래도 빠른 속도에 날개가 달린다.

달려가 대형 도끼를 던져 쓰렉귀를 밀친다.

심지어 방금 전과 달리 점멸도 없다.

이동 속도 차이 때문에 도망도 힘들다.

물론 도라이븐도 너무 신내다간 그르칠 수 있다.

〈3대2에요?! 리심 합류하려면 시간 좀 걸리는데요?〉

거미여왕과 고르키가 저지선을 긋는다.

이 이상 오지 마라.

일반적인 원딜러라면 빼야 정상이다.

플레이하는 사람도, 챔피언도 정상이지 않다.

파앙!

파앙!

고르키의 머리통이 두 대 찍힌다.

똑같이 서로 두 대씩 주고 받았다.

무게감이 다르다는 사실을 여실히 자각한다.

하지만 수적으로 우위에 서있다.

거미여왕이 실뭉치를 적중시킨다.

이어서 독침을 쏘며 거미로 변해 물어 뜯는다.

사라랑~!

도라이븐이 물 흐르듯 정화로 풀어낸다.

덮쳐오는 거미여왕은 한나의 궁에 날아간다.

그 거침없는 패기에 고르키는 생존기와 점멸이 빠진다.

─FFs 레전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반대로 점멸도 뭣도 없는 쓰렉귀.

회전 톱날에 갈려나가며 죽음을 맞이한다.

미쳐 날뛰는 레전설의 도라이븐을 도저히 막지 못한다.

〈이걸 또 꾸역꾸역 따라가서…… 결국 죽였어요. 포탑에 맞으면서!〉

한 번 탄력을 받자 본인의 성장 이상의 활약을 해낸다.

캐리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교과서에는 절대 나오면 안될 아찔한 외줄타기다.

〈자신이 안 죽을 거란 걸 알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원딜 이니시 효과도 있었거든요?〉

〈수가 더 많지 않습니까? 너 원딜이 대체 뭐 믿고 덤벼! 나 레전설이야~!〉

확실히 스타로 발돋움할 가치가 차고 넘치는 선수다.

진용준 캐스터가 그 세 글자를 목청 높여 소리친다.

현장의 관중들이 벌떼와 같은 환호로 호응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만드는 슈퍼 플레이.

물론 그 혼자만의 활약도 아니다.

방금 전 교전의 놓친 부분이 리플레이를 통해 나온다.

〈한나가 거미여왕의 딜사이클을 씹었네요. 이렇게 보조를 잘해주면 무리할 맛 나죠!〉

한나, 랄라, 힐라카 등은 버스형 서포터라 불린다.

본인은 변수 창출 능력이 없다.

대신 원딜의 캐리력을 보조하는데 특화돼있다.

쓰렉귀를 그렇게 잘해놓고 왜 굳이 한나를?

살짝 아쉬움이 있었던 달래의 챔피언 선택이다.

그 이유를 플레이를 통해 보란 듯이 떨치고 있다.

〈한나가 도라이븐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 본인도…… 아이템이 심상치 않죠?〉

〈테자이가 7스택 쌓였어요. 아직까지는 거슬리는 정도지만 점점 무시할 수 없어집니다.〉

테자이의 영혼약탈자.

존재 자체에 의미가 있는 아이템이다.

아무리 유리해도 안 올리는 게 보통은 좋다.

하지만 가끔 올려도 될 만한 경우가 있다.

단순히 도발, 캐리 그런 의미가 아니다.

어그로 분산이란 면에서 탁월한 효과를 자랑한다.

* * *

파앙!

회전 도끼가 눈앞에서 솟구친다.

적 도라이븐이 심각히 나대고 있다.

불밤의 선수들이 바쁘게 대화를 주고 받는다.

〈도라이븐 클린즈 몇 초 남었어?〉

〈24분 30초니까 1분 좀 안돼.〉

파프리카 프릭스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다.

레전설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운영의 묘미를 살리려던 경기가 피를 말린다.

중반 타이밍에 한 번 있었던 실수.

실수라고 할 만한 것도 아니었다.

엄밀히 따지면 이득 본 판단이다.

분명 그래야 했을 텐데.

파앙!

미드 2차 포탑 앞에서의 대치 상황.

대놓고 달려온 도라이븐이 한 방 내려 찍는다.

치명타가 터지자 등골이 휘청인다.

쓰렉귀의 처지가 가히 딱하다.

앞에 안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선고도 던지고 그래야 대치가 되지.

다른 팀원들은 마땅한 견제기가 없다.

타악!

물론 포킹 스킬은 불밤이 우위다.

운 좋게 미달리의 창이 도라이븐을 꿰뚫었다.

불리한 와중에 반가운 속보지만 썩 효과가 없어서 문제다.

한나의 실드가 두텁다.

도라이븐의 피흡은 무서울 지경이다.

미니언을 몇 대 툭툭 치자 금세 회복한다.

〈쟤 계속 나대는데 우리가 먼저 좀 물자!〉

〈내가 점멸 실뭉치라도 던져?〉

〈그건 너무 도박수고…… 어떻게 선고 한 번 안되나.〉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어떤 생쥐도 목숨을 걸고 싶지 않다.

안 그래도 소극적이고, 수비적인 성향인 불밤이다.

주도권을 내주자 계속 끌려다닌다.

도라이븐의 정화가 돌아오고 만다.

그나마 있었던 실낱 같은 기회를 허무히 날려버린다.

파앙!

파앙!

정화가 돌아오자 도라이븐은 막 나가는 수준이다.

포탑 사거리 안쪽으로 걸어 들어온다.

쓰렉귀를 집요할 정도로 내리친다.

철썩~!

에라 모르겠다.

쓰렉귀가 앞점멸로 채찍 쓸기.

도라이븐의 발을 고꾸라뜨리며 이니시를 건다.

궁극기 영겁의 감옥으로 가두면 어떻게든 되겠지.

프로게이머도 사람이다.

사람인 이상 이따금 실수를 한다.

멘탈이 상하면 판단이 대충이 될 때가 있다.

그렇게 도발에 넘어간 이니시는 뻔히 읽힌다.

카라락!

점멸과 함께 대형 도끼가 던져진다.

쓰렉귀와 더불어 호응하던 아군들.

함께 맞으며 휘청인다.

그 위로 회전 톱날이 신나게 갈린다.

─FFs 레전설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쓰렉귀가 잘리고, 2차 포탑을 내주는 선에서 그칠 수 있었다.

상대도 레전설을 제외하면 과감하지 않다.

이전 판 그토록 날뛰었던 달래.

현재 게임에서는 레전설을 보조하는 데서 만족하고 있다.

덕분에 게임이 조금 더 이어질 가망이 보인다.

하지만 승산까지 보이는 건 아니다.

〈한나 테자이 한 번 끊어야 하지 않나……?〉

불밤의 탑솔러 플레인이 중얼거리듯 말한다.

당연히 나머지 팀원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무리 한나가 보조형 서폿이라고 해도 테자이가 쌓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타 존재감이 준미드라이너가 돼버린다.

보조하는 도라이븐이 더욱 막강해짐은 물론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소극적인 불밤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쿠와앙-!

자잘한 교전이 쌓이고, 한나의 스택은 점점 높아져 간다.

시간이 갈수록 승기가 넘어오긴 커녕 수세에 몰린다.

이제는 잼할의 티바나도 무시할 수 없다.

몰락검도 없이 순수하게 탱템만 둘렀다.

용으로 화해 뛰어들며 힌두인을 퍼엉-!

도인디의 코리아나까지 연계된다.

'…….'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손태형 코치로서는 암담한 기분이다.

공격적이었던 첫 번째 세트.

수비를 지향한 두 번째 세트.

두 가지 색깔 모두 먹히지 않는다면 대체 어떤 수를 짜내야?

채 40분이 되지 않아 경기는 끝나고 만다.

불리했던 것 치고는 나름 버티기는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그냥 버텼을 뿐이었다.

도라이븐&한나의 체제를 무너뜨릴 각이 보이지 않았다.

"애들아 괜찮아! 아직 괜찮아. 코치가 미안해. 형이 도라이븐이라는 챔피언의 특수성을 간과했던 것 같아."

설사 자신의 책임이 되더라도 멘탈을 다독여야 하는 게 코치의 역할이다.

마음 약한 손태형 코치는 차마 쓴소리를 하지 못했다.

그 보람이 있었는지 선수들이 멘탈을 잡을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경험의 산물이다.

대회 무대를 하루이틀 전전해온 선수들이 아니다.

지금껏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어봤고, 이전 세트에 연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안다.

알고 있지만…… 뭐지?

단단한 벽과 마주섰다는 느낌이다.

심지어 그 벽이 한 겹이 아닌 두 겹이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선수라는 데이터는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달래에 대해서도 모르지 않다.

불밤이 해온 대 파프리카 프릭스전의 준비.

변수만 없애면 이긴다는 생각에 대처법의 숙련에 초점을 뒀다.

그런데 기본기 면에서 처절하게 밀리고 있다.

봇듀오의 차이가 현저한 수준을 넘어섰다.

단순히 실력이 좋다 이상을 내포한다.

'하비와 비슷한 급의 서포터 유저가 아니었던 건가?'

실력적인 면이 예상 이상.

둘의 시너지가 상승 효과까지 낳는다.

하나라면 분명 넘어뜨릴 만한 상대다.

적어도 손태형 코치는 그렇게 재단하고 준비해왔다.

불밤이 해온 준비에 지금의 상황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준비해올 수도 없다.

어떻게든 밴픽을 보완해 다음 세트를 이기지 않으면 안된다.

지는 순간 다전제의 패배.

단순한 패배를 넘어 굴욕이다.

한두 판 묘수에 휘말려 진 것도 아니고 실력 대 실력의 대결에서 무너진다.

"코치님 저도 도라이븐 자신 있습니다. 이참에 뺏어오는 건 어떨까요?"

온갖 고민에 사무치던 손태형 코치의 머릿속에 이거다! 하고 떠오른 생각.

팀의 원딜러 카이저의 재치가 길을 열어줬다.

뺏어온다면 걱정을 크게 하나 더는 셈이다.

원래 카이저가 스크림에서 종종 도라이븐을 쓰는 편이다.

준비를 하던 픽인 만큼 충분히 쓸 만하다.

정글 주도권으로 킬이라도 한 번 먹이면 대박이다!

상대에 대한 멘탈적인 공격도 되고 곱씹을수록 괜찮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코치 또한 멘탈이 흔들리는 불밤.

우발적으로 수정한 밴픽으로 세 번째 세트에 임한다.

'미달리와 도라이븐 전부 가져왔어. 이번 세트를 이기고 역전하라는 신의 계시야……!'

상대 파프리카 프릭스는 제대로 된 밴픽 코치가 없다.

기세 또한 등등하여 견제가 어설프다.

덕분에 원하던 두 픽 전부 가져왔다.

이전 세트의 변수를 차단한 만큼 승산이 높은 게임이다.

생각이 많다 보니 그만 놓치고 만다.

자신들이 무엇을 가장 대비해왔는지.

"쟤네 야흐오 꺼냈습니다!"

"……."

"코치님……?"

머릿속에서 스치는 설마 하는 생각.

제발 아니었으면 하는 그 생각.

원래 그런 생각은 잘 맞는 게 인생이다.

너희도 맛 한 번 안 보고 가면 섭섭해?

비원딜 화제를 일으킨 대표적인 픽이다.

그 비원딜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선수다.

소문의 시그니처픽이 불밤의 앞을 가로막는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 원고료 후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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