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
<-- 세대 교체의 쐐기 -->
첫 번째 세트의 완패.
그냥 패배도 아니고 속수무책 밀려버렸다.
예상했던 상대의 구멍이 전혀 헐겁지 않았다.
"아니, 코치님 그런 표현은 좀……."
"봇라인을 말한 거잖아! 최소 밀리지는 않아야 했는데 아쉬웠어."
평소 소심한 성격인 손태형 코치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전력을 쏟아붓지 않으면 안된다.
조별 리그와 달리 본선은 지는 순간 탈락인 토너먼트다.
"형은 너희가 못해서 진 거라고 생각 안 해."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명가답게 불밤은 다전제에 강하다.
충격적으로 와닿는 첫 세트의 패배.
선수들의 멘탈부터 가다듬는다.
코치의 역할에는 마인드 컨트롤 또한 포함된다.
선수들과의 높은 친밀도는 대화와 이해에 효과적이다.
한 명, 통제할 수 없는 질풍노도와도 같은 인물도 있었다.
""…….""
딱히 말을 하는 건 아니다.
자신이 앉은 선수석 본체에 세워둔 야구방망이.
가볍게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자아낸다!
선수들은 물론 코치까지 앰빠따의 눈치가 보인다.
만약 패배를 한다면 저 방망이가 피아식별을 할까?
불밤의 선수들 중 그와 몸의 대화를 안 나눠본 사람이 없다.
원래 프로게이머 대부분이 프라이드가 대단하다.
롤 천상계 유저 중에 자존심 안 센 사람이 없다.
하물며 프로게이머까지 해버리는 인재.
그런 사람들도 결국은 한 방이다.
현실이란 벽을 몸으로 느끼며 깨닫게 된다.
세상에는 깝쳐서는 안될 형님이 계시다는 걸.
"우리가 안이했던 감이 있어. 당초 목적대로 팀의 색깔을 살려서 운영을 하자!"
계획적인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은 법이다.
당초 불밤은 라인 스왑 이후 운영을 전제로 했다.
그 편이 팀의 색깔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회 무대에서 코스프레라는 도발.
아리땁고 눈호강이 되는 건 맞다.
하지만 선수들 입장에서는 다르다.
아니, 대체 우리가 얼마나 만만히 보였으면?
라인전을 찍어 눌러 찍소리도 못하게 하자.
그래서 했고, 보란 듯이 망신만 당했다.
"그랩 같은 건 컨디션 안 좋으면 맞을 수도 있는 거야~."
손태형 코치가 선수들의 멘탈을 다독여준다.
다전제인 만큼 당장의 한 판이 아쉽진 않다.
앞으로 잘하면 충분히 만회가 가능하다.
예로부터 다전제는 따라잡는 입장이 유리하다.
심리학적으로 입증이 된 사실이다.
오히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있다.
여자라고 만만히 봐주면 안되겠네?
한 명의 선수로 대한다면 더 이상 방심은 없다.
저런 근본도 없는 신생팀에게 패배할 불밤이 아니다.
"하나, 둘, 셋, 불밤 파이팅!"
힘찬 파이팅과 함께 시작한다.
두 번째 세트의 밴픽.
불밤은 원하는 카드를 살릴 수 있었다.
블루팀의 이점을 살려 냉큼 가져왔다.
"앰창만 믿자 애들아! 알지 앰창?"
앰창 캐리할 수 있는 챔피언이다.
앰빠따 미달리는 보증된 카드다.
미달리가 주류픽이 되기 이전부터 활약해온 시그니처 픽이다.
투창의 명중률이 놀라움을 자아낸다.
존경심을 담아 앰빠따+투창, 앰창이라 부른다.
의도대로 밴픽을 풀었다는 생각에 손태형 코치가 만족을 표한다.
"코치님."
"그래, 그래! 절대 감정에 휘둘려서 맞라인전 하지 말고 최대한 라인 스왑으로. 다 알고 있지 애들아?"
앰빠따가 야구방망이를 쓰다듬으며 한 마디.
조금 풀어졌던 긴장이 이내 수축한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진다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들 수 있다.
그걸 알기 때문에 준비도 부단히 해왔다.
준비한 대로만 하면 자신들이 이긴다.
한 세트 정도야 핸디캡에 지나지 않는다.
로드 오브 로드가 처음 태동하던 시기부터 주름을 잡아온 불밤이다.
가히 맛집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껏 치른 다전제 경기만 수십 번을 넘을 정도다.
세워온 작전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된다.
그 작전에 한 가지 포함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들이 태동하기 이전부터 주름 잡던 이가 있었다.
* * *
의자왕 메타.
로드 오브 로드에서 탄생한 신조어다.
그 이전의 AOS게임에서는 존재할 수 없었던 개념이다.
〈마치 삼천 궁녀처럼 팀원들이 원딜 하나를 위해 희생하는 메타의 통칭이죠.〉
최근 스프링 시즌은 대다수의 경기가 라인 스왑과 함께 시작된다.
서로의 노림수가 맞물리거나, 맞맞물리거나 한다.
심리전까지 섞이다 보니 별의별 일이 다 있다.
아무튼 라인 스왑이 대두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강팀은 변수를 차단시킬 수 있어서 좋고.
약팀은 라인전 단계를 넘겨서 좋다.
현재 진행되는 두 번째 세트.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라인 스왑이 진행된다.
클끼리 해설이 드립을 치는 시간이다.
〈그런데 이 선수는 정말로 의자왕입니다! 2997명 더 있어도 위화감이 없을 것 같아요.〉
〈엔트리에 2997명을 더 등록할 수 있었으면 했을 거에요 정말~〉
〈저도 정말로 신기한 게…… 여류 고수가 흔치 않잖아요? 근데 이 선수 주위에는 너무 많아요!〉
온 지구를 통틀어도 파프리카 프릭스 이외에는 가질 수가 없는 특징이다.
단 한 명의 선수로부터 비롯됐다.
어찌 된 영문인지 주위에 여성 게이머가 그토록 많다!
특히 롤판을 넘어 일반 미디어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달래.
그녀 또한 레전설과 보통 사이는 아니라는 소문이다.
사이가 안 좋다고는 하는데 그것도 웬만큼 아니까 티격댈 수 있는 거다.
─달래 여신님 손인사짤.jpg
레전설 엿 먹죠?
아무고토 모타죠?
└언냐 사이다긔!
└레전설 하드 카운터……
└현장인데 나중에 귀도 잡히더라ㅋㅋ
└담당 일찐이죠?
구수한 의사 표현을 주고 받을 정도로 친근하다.
대상이 워낙 사고를 많이 치다 보니 욕을 먹어도 싸다는 분위기다.
그 달래가 또다시 롤챔스를 뒤흔들기 직전이다.
직전.
현재 진행되는 두 번째 세트가 여의치 않다.
최근 메타는 사이드 라인의 고속도로로 정리된다.
서로 작정하고 포탑을 철거하고 시작한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정글까지 대동해 2차 포탑까지 쭉 민다.
물론 탑라인 포탑이 조금 더 부수기 어렵다.
라인 스왑을 건 쪽에서는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밤은 실행한다.
똑같이 2차를 밀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합류와 움직임, 판단에서 숙련도가 엿보인다.
〈서로 이렇게 시간을 당겨 쓰면 불밤은 기분이 좋습니다. 도라이븐은 결국 후반에 갈수록 챔피언이 애매해져요.〉
파프리카 프릭스의 에이스 레전설이 꺼내든 챔피언이다.
지난 SKY T1 K전에서도 선보였다.
당시 애매한 모습을 보여줬다.
-레전설의 도라이븐……
-유일하게 1패한 챔피언 아님?
-잘하긴 하는데 부족해~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다른 챔피언을 할 때처럼 하드 캐리!
힘들 수밖에 없는 게 유통기한이 붙는다.
도라이븐이라는 챔피언 자체가 그러하다.
스노우볼 챔피언이라 못 굴리면 도태된다.
불밤은 운영을 통해 장기전을 유도할 생각이다.
〈심지어 이번 세트는 달래도 한나라서…… 서폿 캐리도 기대하기 힘들겠는데요?〉
〈보조에 특화된 서포터 아닙니까? 원딜러인 레전설 선수가 잘해줘야 돼요!〉
진행되고 있는 두 번째 세트.
현재까지의 그림은 불밤의 입맛대로다.
시청자들로서는 다소 시무룩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또 노잼스 메타 가나요?
-또바나, 노잼톤 나왔을 때부터 예상함ㅋㅋ
-와, 저렇게 라인 스왑으로 빙빙 돌리니 답이 없네
제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한들.
실력을 뽐내기 위해선 라인전을 해야 한다.
미드면 모를까 원딜 라인은 메타에 휘둘린다.
서로 파밍만 해서 크자는 그림이다.
레전설이 캐리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다.
도라이븐이란 픽의 의미도 시간이 갈수록 퇴색된다.
〈만약 이번 세트가 말리면 도라이븐이 필패 카드로 떠오르면서 묘해질 수 있기 때문에 파프리카 프릭스 집중해야 합니다.〉
더불어 운영이라는 파훼법.
이토록 정밀하게 사용해온 상대가 없었다.
명가의 저력을 앞세운 불밤이 반전을 노린다.
* * *
파앙!
시원하게 튕겨 오르는 회전 도끼.
받거나, 적을 죽이면 스택이 차오른다.
스택을 소비시켜 스노우볼을 굴리는 챔피언이다.
'이렇게 교전이 안 일어나면 애매해지긴 해.'
대부분의 스노우볼 챔피언이 짊어지는 리스크다.
리턴이 쏠쏠한 만큼 당연한 세상의 이치다.
도라이븐은 가장 극단적인 예 중 하나다.
회전 도끼를 저글링하는 난해한 스킬 구조.
후반에 갈수록 난이도란 단점이 부각된다.
상대는 이를 집요하게 파고들 속셈이다.
타악!
철두철미한 보험까지 든 채 말이다.
불밤의 미드라이너 앰빠따.
그의 미달리가 던진 창이 적중한다.
〈아니, 이게 맞네……. 저 정비 좀 하고 올게요.〉
체력이 위험천만해진 잼구가 쪼그라든 목소리로 말한다.
미달리라는 챔피언이 가진 특출난 장점이다.
어쩌다 투창 한 대 맞는 순간 유효타.
포킹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유지력도 좋아 팀파이팅 능력도 뛰어나다.
상대는 장기전과 대치 구도를 노리고 있다.
'앰빠따라…….'
앰빠따는 기억 한 구석에 남아있는 선수다.
준수한 실력자로 항상 솔로랭크 최상위권
이따금 집주소를 물어오던 이상한 녀석이다.
최근 팀이 주춤한데 반해 그 자신의 실력은 여전한 듯하다.
'근데 성향이 너무 수동적이야.'
경기 시간 13분.
한 번도 제대로 된 교전이 일어난 적이 없다.
상대가 의도적으로 라인을 스왑하며 돌려 막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끌려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슬슬 주도권을 되찾아올 시점이다.
그럴 수 있는 아이템이 나왔다.
파앙!
도라이븐의 코어템 피를 마시는 칼.
이 아이템 전후로 챔피언이 달라진다.
과감하게 저지를 행동력이 생기게 된다.
─아군이 용 강가에 지원 요청을 보냄!
아군이 용 강가에 위험 신호를 보냄!
비등한 상황에서 과감히 용을 친다.
상대에게 보내는 가벼운 도발이다.
이는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
퍼엉!
거미여왕의 폭탄 거미, 그리고 고르키의 미사일.
투창을 조심해도 나머지 포킹이 산더미다.
용을 치고 있는 이상 전부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파앙!
파앙!
그러니까 그냥 맞아주며 회전 도끼를 세 자루 돌린다.
피를 마시는 칼의 흡혈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어지간한 찰과상은 초단위로 회복한다.
상대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용을 억지로 먹고 있는데 가만 둬야 돼?
내주게 되면 스노우볼의 시발점이 될지 모른다.
그렇다고 싸우면 지금까지 해온 운영이 무너진다.
─적팀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순간의 선택을 요하는 상황.
상대가 해온 선택은 스틸이었다.
거미여왕이 점멸로 벽을 넘어 강타를 썼다.
그리고 쓰렉귀가 랜턴을 던져 빼온다.
둘 수 있는 최선의 수임은 틀림없다.
한 가지 고려하지 못했을 뿐이다.
카라락!
랜턴을 타지 못하도록 끊어버린다.
상대를 밀쳐내는 대형 도끼.
한나의 회오리까지 엇박자로 들어간다.
거미여왕은 졸지에 사면초가 갇히고 만다.
파앙!
파앙!
탱템을 올린 거미여왕이다.
거미줄로 어그로 핑퐁도 가능하다.
버티며 아군의 지원을 기다릴 속셈이겠지만.
'일반적인 원딜러랑 비교하면 섭해.'
심지어 그냥 도라이븐도 아니다.
회전 도끼를 세 자루 돌리는 도라이븐.
딜미터기가 터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271스택이 소모되며 592Gold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더불어 노리고 노려왔던 순간이다.
상대가 보험을 들었다면 나는 코인이다.
패시브 코인이 떡상하며 시원하게 들어온다.
'용을 뺏겼다는 게 조금 많이 아쉽기는 한데.'
요즘 들어 자꾸 뺏기기만 하는 건 기분 탓이겠지.
아마 부스 바깥에서는 클끼리가 실드를 치고 있을 것이다.
강타 싸움은 반반!
제발 반반이라도 해주면 더 바랄 게 없을 듯한 잼구다.
아무튼 킬을 먹음으로서 주도권이 생겼다.
상대는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다.
후반에 가면 도라이븐의 유통기한이 온다?
이는 한타 난이도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결코 챔피언 스펙이 안 좋아서가 아니다.
'반대로 소화할 수만 있으면 포텐이 쭉 유지돼.'
그를 위한 발판.
방금 전 1킬로 방아쇠가 당겨졌다.
========== 작품 후기 ==========
#주인공에 대한 세간의 평가……
이건 약간 길게 봐야 되는 부분입니다
주인공 경력이 아직 한 시즌도 다 뛰지 않았잖아요?
더불어 원래 현실에서도 그런 선수들이 있어요
이를 테면 강타 빼고 다 잘하며 전세계적으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위대한 정글러!
그런데 컨셉 때문에 왠지 개그스러운 느낌이 있죠
주인공도 지금은 그런 느낌이고 차차 바뀝니다
##이벤트 끝났습니다!
최근 이벤트 조작 논란도 있고 해서 사족으로 말씀드립니다
서평을 달아주신 분들이 많아 제가 고심 끝에 선정하였습니다
s님, 십님, 달님입니다(서평 달아주신 분들 닉네임의 앞글자입니다)
나머지 분들께는 아차상으로 50개씩 전달해드렸어요
###어제 3화를 올려서 오늘은 한 화만 올라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