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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 교체의 쐐기 -->
비원딜 조합, 비인간 미드.
기타 등등 일삼아온 희한한 조합들이 이제는 내 아이덴티티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고 착각하면 섭섭한 부분이다.
나 레전설,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이다.
정정당당함이 몸에 깃들어 있는 남자다.
하지만 But 팀의 승리를 위해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양손의 꽃이 너무 에바참치잖아!'
하비와 유리야.
한 명은 챔피언폭이 대단히 좁고, 다른 한 명은 실력이 대단하다.
얼마 되지도 않는 경우의 수를 머리를 짜내고 짜내 겨우 만들었다.
내 실력까지 가미해야 겨우 완성되는 레시피다.
달래에 한해서는 그럴 걱정이 없다.
최근 연습도 박차를 가한 탓에 흠잡을 데가 없다.
찰싹!
시작해버린 라인전.
달래의 쓰렉귀가 적을 찰싹 때린다.
평타로 적 서포터 루나를 후려친다.
자칫 위험천만해질 수 있는 행위다.
루나 만큼 킬각 잡기 쉬운 서포터가 없다.
특히 실력 차이가 날 때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철썩~!
그 실력 차이가 안 난다는 이야기다.
루나가 던져온 밤하늘의 검.
쓰렉귀가 채찍 쓸기로 가볍게 밀쳐낸다.
그리고 다시 평타 견제를 우악스럽게 박아 넣는다.
'인정하긴 싫지만 재능 덩어리야.'
얼핏 간단한 구도로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삐끗하는 순간 최소 점멸이다.
그렇다고 견제를 안 하면 상대가 커버리고 만다.
위험천만한 줄타기를 자신감 있게 성공시킨다.
심지어 상대는 현직 프로.
어지간한 재능으로는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다.
뻐엉!
쓰렉귀가 든든하게 받쳐주는 덕분이다.
나도 과감한 선택이 가능해진다.
CS를 먹는 중간중간 툭툭 친다.
바주카포로 변한 핑크스의 평타는 견제력이 특출나다.
당연히 알고 있지만 평소에는 시도하지 못했다.
왜냐!
'나 혼자서는 견제를 해도 의미가 없거든.'
혼자서 넣을 수 있는 견제는 고만고만하다.
하지만 둘이서라면 상대를 몰아넣을 수 있다.
쓰렉귀의 선고가 날카롭게 들어간다.
키잉-!
솔로랭크, 스크림에서 연습했던 그대로다.
선고 이후 핑크스의 덫 연계다.
연계되는 순간 1킬이 만들어진다.
상대도 그걸 알기에 필사적이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점멸로 내뺀다.
라인전 시작 때와 달리 꼬리를 말았다.
'라인전을 완전히 깔아뭉갤 생각이었겠지.'
달래의 외모를 봤다면 만만히 생각할 만하다.
원래 예쁜 여자치고 롤 잘하는 사람이 없다.
승강전에서 보여준 실력?
설렁~설렁~ 못하지만 않으려고 할 때와는 다르다.
지난 2주일, 나조차도 놀랄 정도로 맹연습을 했다.
지금의 달래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다.
찰싹!
틈이 보일 때마다 평타를 매섭게 욱여넣는다.
상대가 숨 돌릴 틈도 없이 처참하게 때린다.
이미 그럴 수 있는 최적의 라인전 구도다.
쓰렉귀-루나 구도에서 루나가 점멸이 없다?
그냥 하루종일 쳐맞아야 한다는 의미다.
게임 플레이적으로는 바란 바 이상이다.
'……머리와 복장까지 이상해서 문제지만.'
솔직히 상대 입장에서 빡이 치고도 남는다.
프로게이머들에게는 더없이 진지한 자리다.
그런 자리에 코스프레를 하고 왔으니 나도 솔직히 화가 났다.
근데 이게 달래도 진지한 거다.
자기 자신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단순한 퍼포먼스에서 끝내지 않기 위해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키잉-!
무심코 던져진 선고 한 방.
그랩류 스킬들이 대개 그러하다.
어쩌다 한 번 맞는 순간 치명적이다.
적 원딜러 부시안의 멱살을 낚아챈다.
선고 이후 채찍 쓸기까지 연계된다.
반 다이브라서 위험하긴 하나.
─적을 처치했습니다!
못 받아먹을 내가 아니다.
누적된 견제와 날카로웠던 킬 캐치.
점화가 걸린 부시안을 두두두-! 두들긴다.
기관총 모드의 화력으로 깔끔하게 잡아낸다.
문제가 있다면 타이밍이다.
적 정글 이블퀸의 위치가 하필 아래쪽이었다.
슈우욱-!
원딜이라는 포지션 특성상 못 살필 때가 있다.
다 알고 있었다는 듯 달래가 퇴로를 확보해 놨다.
던져온 랜턴을 타자 살아 돌아가는 과정까지 완벽하다.
〈아니, 지금 봇에 이블퀸이라니까……!〉
〈뭐?〉
〈……아닙니다.〉
은근히 텃세를 부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오랜만에 실수를 지적해 신났던 잼구가 금세 시무룩해진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안 싸우는 판단이 맞았다.
'그런데 피지컬이랑 판단력으로 극복이 가능하면 상관이 없어.'
그 증명을 매 게임 해오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가히 또라이 같은 플레이도 성공만 하면 문제가 없다.
비원딜이 아닌 순수 원딜러의 캐리를 보여줄 시간이다.
* * *
경기 시작 초, 김은준 해설의 의문을 자아냈다.
그도 그럴게 라인전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운영 단계에서도 좋지 않은 선택이다.
〈쓰렉귀가 1티어 서포터인 건 맞아요. 하지만 그만큼 난이도도 높습니다.〉
최근 대세인 쓰렉귀-루나 구도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얼핏 상성에서 쓰렉귀가 좋아 보인다.
하지만 승률까지 따라가진 않는다.
〈루나는 실수를 해도 다음 기회가 있어요. 그런데 쓰렉귀는 한 번 삐끗하는 순간 계속 죽습니다.〉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데이터적으로 봐도 연습량이 부족하다.
실력적인 면도 높게 평가하긴 힘들다.
심지어 원딜 핑크스도 안정적이지 못한 픽이다.
밴픽 점수에서 일단 30점 깎고 들어갔다.
깎고 들어가도 뒤집고 남을 만한 잠재력.
키잉-!
쓰렉귀의 선고가 사형을 선고한다.
CC기 연계와 더불어 아이템 차이.
부시안이 찍소리도 못하고 죽고 만다.
한 명 죽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슈우욱-!
랜턴으로 핑크스를 끌고 와 무섭게 뒤따른다.
도망가는 루나를 기관총으로 두두두-!
패시브가 터진 핑크스가 미칠 듯이 쏴재낀다.
마지막 한 방은 헬파이어 미사일로 장식한다.
─더블 킬!
FFs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
김은준 해설로서는 가히 무안하다.
아니, 라인전 자체는 이길 수도 있는 일이다.
따져야 할 건 누가 잘했냐.
적어도 방금 장면은 레전설해버린 게 아니다.
〈달래 선수가 엄청 날카로웠어요! 숟가락으로 킬을 떠서 핑크스에게 먹여줬죠?〉
〈말씀하신 그대로의 장면입니다. 이건 9할 이상 달래가 만들어낸 킬 캐치에요.〉
진용준 캐스터의 눈에도 확실하게 보일 정도다.
최근 기용이 안됐던 만큼 불안했던 달래.
예상을 깨고 쓰렉귀로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선고의 적중률이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그보다 더 대단했던 건 초반 라인전이다.
명가 불밤을 상대로 라인전을 우위에 선다.
〈이렇게 초반부터 압박을 해서 킬을 만들어내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또 이야기가 다르대ㅋㅋㅋ
-김은준 요즘 이야기가 자꾸 달라져?
-여신님 가시는 길 의문을 표하지 말아라!
강렬한 디나이로 성장 격차를 벌려나갔다.
그러다 한 번 제대로 낚아채 킬각.
랜턴으로 슈퍼 세이브까지 완벽 그 자체였다.
방금 전 더블 킬은 우려의 시선을 잠식시키는 쐐기다.
〈레전설 선수도 비원딜이 아니면 애매하다. 아직 실력 검증이 필요하다. 원딜 포지션에 한해 그런 평이 있었잖아요?〉
파프리카 프릭스라는 팀의 절반 이상이 레전설이다.
레전설 때문에 성립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 만큼 평가가 계속해서 이루어진다.
솔직히 레전설 거품 아님?
이상한 캐릭으로 꿀 빠는 거 같다.
그런 시기어린 시선들이 없다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달래 선수가 이렇게나 서포터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준다면 레전설 선수의 원딜 실력도 오늘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은준 해설의 말대로 모두가 궁금해 하던 부분이다.
그의 팬들도, 안티팬들도 전부.
도박적인 플레이를 안 해도 이길 수 있을지 불안하다.
혼자서 미쳐 날뛰는 거 아니면 운영 안되는 팀이잖아?
경기 수준 높아지는 순간 프리카 프릭스는 한계가 있다.
오늘의 경기로 어느 쪽으로든 증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핑크스 성장 무섭게 한다……
-크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크면 장난 없어
-여신님도 좋지만 난 불밤 팬인데 ㅠ.ㅠ
-괜찮아! 우리에겐 균형의 수호자가 있으니까!
보다 익사이팅한 게임 환경을 만들어주는 선수다.
지난 SKY T1 K전에서 못 뛰었던 설욕.
회포를 제대로 풀 작정인지 잼구는 못 말려를 찍는다.
괜스레 깊이 카정을 들어갔다가 끊기는 건 예사다.
오늘따라 궁극기 활용이 특히 느낌이 없다.
쓰렉귀와 함께 올라간 탑라인 3인갱.
네네톤을 향해 자신감 있게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머리카락을 쥐어뜯긴다.
체력 다는 속도에 가슴이 콩알만 해진다.
이~쿠우!
또 죽기라도 하면 보통 망신이 아니다.
궁극기 범의 일격으로 방생을 하는데 이른다.
팀원들도, 시청자들도 한숨이 나오려던 순간.
〈방생 끊었어요! 이러면 네네톤 살아 돌아갈 수가 없죠!〉
쓰렉귀가 점멸 채찍 쓸기로 방생을 상쇄시켰다.
랜턴으로 잼할까지 데려와 싸그리 소탕한다.
역갱을 대비하던 정글러도 봉변을 맞는다.
〈하마터면 네네톤 방생하고 턴을 크게 소비할 뻔했는데…… 잼구의 실수를 커버하면서 더블 킬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쯤 되면 이견의 여지가 없는 서폿 캐리죠. 라인전 터트리고, 기동신으로 로밍 성공시키는 전형적인 캐리 공식입니다.〉
안 그래도 잘하던 상황에서 슈퍼 플레이.
클끼리의 언급과 함께 파프리카 프릭스의 부스 안이 비춰진다.
비춰진 대상은 당연히 달래.
경기에 집중하고 있어서인지 모자와 여우귀 머리띠를 벗은 상태다.
그것과 전혀 상관 없이 외모는 언제나 빛을 발한다.
현장의 관중들이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날뛴다.
-We are the World!
-외모와 실력을 다 잡아버리네……
-왜 불밤 팬들도 환호하고 있지?
-솔직히 한 판 져도 돼ㅋㅋㅋ 여신님 MVP나 받자!
특정 게임단의 팬이기 이전에 한 명의 남자다.
여성 프로게이머의 대활약을 순수하게 응원한다.
경기장은 We are the World!
광란의 도가니로 빠져든다.
불밤 팬들도 다전제인 만큼 한 판 져도 된다.
당장을 즐기는 게 급선무다.
물론 아직이다.
김은준 해설이 밴픽을 괜히 지적했던 게 아니다.
〈파프리카 프릭스가 정말 처음으로 경기 중반에 글로벌 골드를 앞서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타와 운영이라는 변수가 있어요.〉
아무리 서포터가 잘해도 결국은 서포터다.
운영적인 면에서도 불밤이 우위다.
명가가 괜히 명가라고 불리겠는가?
결정적으로 핑크스의 스펠 선택.
라인전을 세게 가기 위해 힐을 들었다.
루나의 이니시 등에 취약해진다는 의미다.
콰아앙-!
우려했던 상황이 터지고야 말았다.
서포터가 로밍을 가버린 상황이다.
핑크스는 홀로 파밍밖에 할 게 없다.
머리 위에 루나의 궁극기가 폭발한다.
무빙을 틀어봤자 최소 둔화.
점멸, 정화도 없는 핑크스는 먹잇감이다.
〈그런데 쓰렉귀가 의병대를 사고 바로 달려왔네요. 개인적인 판단인지 팀 내의 오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또 슈퍼 플레이를 해버린 셈입니다!〉
어느새 달려온 쓰렉귀가 랜턴을 던졌다.
불밤의 시도가 가볍게 무위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이다.
하지만 레전설이다.
핑크스가 정화를 안 들었어?
그의 팬이라면 솔직히 하나도 걱정하지 않는다.
뻐엉!
안전하게 금은 장식 머리띠를 섞을 만도 하다.
레전설은 올곧게 딜템만 올린다.
역시 레전설!
채팅창은 그럴 줄 알았다는 분위기다.
-인성을 대가로 실력을 얻으신……
-등가교환의 법칙이 또!
-인성의 연금술사임?ㅋㅋ
이미 멸망전을 통해 알 사람은 아는 레전설의 핑크스다.
이윽고 이루어진 한타는 상상하던 그대로다.
극딜 템트리로 미칠 듯한 화력을 뽐낸다.
그리고 이를 보조해내는 달래의 쓰렉귀.
생존기가 없다는 단점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라인전 기세가 넘어간 시점부터 승패는 역력했다.
〈이렇게 잘하는 선수에게 왜 타박을 주고 그래요~ 저는 김은준 해설이 아링을 싫어해서 아링 코스프레도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아닙니다. 저 아링 좋아합니다.〉
-정색하고 대답하네ㅋㅋ
-아링포비아의 복선이었던 건가?
-저렇게 이쁜 여신님을 대체 왜??
-속보)김은준 게이설 탄력 받아……
준수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스캔들이 하나 없다.
심지어 핑크 터릭을 닮다 보니 살짝 밈이 있다.
물론 사실무근의 이야기.
예상을 깨고 파프리카 프릭스가 첫 세트를 가뿐하게 가져온다.
========== 작품 후기 ==========
기본적으로 일상과 게임 파트의 비중이 비슷하긴 한데
2화씩 나눠서 전개되는 건 아니에요
가끔은 한 파트가 길어질 수도 있어요
이전 SKY T1 K전만 해도 게임 파트가 상당히 길었죠
마찬가지로 일상 파트도 길어질 수 있습니다
길게 쓴다는 건 그만큼 중요해서 그렇게 하는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