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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87화 (187/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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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 교체의 쐐기 -->

8강부터는 5전 3선승의 다전제로 치러진다.

변명이 불가능한 양팀의 총력전이다.

단판제? 그거 솔직히 운빨이잖아.

조별 리그? 당연히 힘 숨기는 거 아님?

본선부터는 그런 변명이 여지가 사라진다.

게임단도, 팬들도 결과에 승복해야 할 진지한 승부다.

준결승전으로 향하는 관문.

그 총력전을 치르기도 전부터 중계진은 진땀을 빼고 있다.

〈일단 연락이 왔습니다. 공식적인 오피셜이에요! 달래 선수의 옥체에는 아무런 사변이 없으니 안심을 하셔도 된다고 합니다!〉

-응, 그거 보낸 사람이 레전설

-???: 라고 말해

-불안하다 진짜……

-속보 듣고 왔는데 사실인가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정도껏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로서니 경기 시작을 30분을 앞두고 SNS를 터트리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클끼리 해설이 전파 받은 사항을 읊는다.

전해들은 시청자들이 안 믿는 기색이라 문제다.

〈이 선수는 정말 사람 놀래키는데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게임에서도 놀래키고 현실에서도…… 싸웠었죠?〉

〈왜 저를 보면서 그러시는지……〉

진용준 캐스터의 물음에 제 발 저린 클끼리가 말을 더듬는다.

바로 그 선수!

오프게임넷에서는 비밀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했던 적이 있다.

이른바 슈퍼스타 메이킹.

1세대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 시절에는 드물지 않았던 이야기다.

이 선수 스타성도 있고 왠지 뜰 것 같은데?

그러면 해설들이 약간 편파를 해준다.

혹은 선수의 개성이 두드러지도록 말을 맞춘다.

E-스포츠판은 팬들, 프로게이머들, 해설진들의 노력이 더해져 성장해왔다.

〈이번에도 해프닝으로 끝나서 다행이긴 한데~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자꾸 나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이 선수는 좀 봐야 할 것 같다!

인게임에서는 정말 싹이 보이는 선수인데…….

사건사고를 달고 다니니 밀어주기 참 애매하다.

저러다 어느 날 훅 가도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연예계에도 으레 있지 않은가?

스티븐 유라던지 적지 않게 있으시다.

오프게임넷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엔 아직 떫은 감이다.

〈제발 경기 외적인 사고만 덜 쳤으면! 저는 이 선수 경기 날마다 청심환을 먹고 와요~.〉

-청심환ㅋㅋㅋㅋㅋㅋㅋ

-용준좌 일침……

-그래도 컵라면 먹는 것보단 낫지!

-'용준'의 카운터 '레전설' ㅇㅈ?

장기전 양상이 주가 되고 있는 최근 메타.

유일하게 이색적인 경기를 펼치는 팀이다.

경기력만 독특한 게 아니라 이기기까지 한다.

마무리까지 깔끔하니 팬이 안 생기고 배겨?

무엇보다 선수의 스타성이 두드러진다.

두드러지기만 해야 하는데 두들겨 맞을 짓을 해서 문제다.

〈파프리카 프릭스가 등장~~합니다!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아링 코스프레! 참고로 복장 관련 규정은 없습니다! 안심하셔도 돼요!〉

오프게임넷의 원로 이사라고 할 수 있는 분이다.

진용준 캐스터의 입에서 괜찮다!

애초에 현장 분위기가 그 외의 대답을 거부한다.

분명히 파프리카 프릭스의 팬들만 있지 않을 것이다.

불밤은 손 꼽히는 팬층을 보유한 인기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구동성.

파프리카 프릭스의 등장을 열렬히 환호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보기 드문 한 선수를 말이다.

안부가 걱정되던 여신님이 모습을 보인다.

-ㅁㅊㅁㅊㅁㅊㅁㅊ

-실화야? 실화야? 실화야??

-세상에 제발 카메라 줌 좀요 줌!

한 게임단의 팬이기 이전에 남자다.

E-스포츠의 팬들은 대부분이 남자다.

남자인 이상 혹할 수박에 없는 순간이다.

수백 명의 관중들이 열화와 같이 요동친다.

과아아아아아-!

카메라 감독님도 당연히 센스가 있다.

카메라 줌?

그 정도야 말 안 해도 이심전심이지~.

한 명의 남자로서 욕망도 솔직하게 있다.

시선을 의식했는지 여신님이 손바닥 키스를 보내온다.

아링의 매혹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발동하는지.

현장의 팬들은 깨닫고야 말았다.

-아~~~~ 오늘 직관 갔어야 했는데!!

-언급이라도 좀 해주지ㅠ.ㅠ

-현장 직관 개부럽다……

안타깝게 직관을 못 와버린 팬들.

직캠이 올라오리란 것만이 희망이다.

걸그룹들이 공연하면 꼭 직캠이 올라오지 않는가?

가히 황송할 수밖에 없는 날이다.

차마 상상으로도 못했던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기장 수백 관중들이 진심으로 날뛰며 환호한다.

찬물이 살짝 뿌려진다.

〈저도 리심 코스프레를 했었잖아요. 확실히 코스프레도 잘만 하면 좋은 문화 같습니다.〉

〈그걸 왜 말해요 지금! 아~~~무도 관심 없어요!〉

〈네이버 검색 1,2위 하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진용준 캐스터의 타박에도 굴하지 않는다.

같은 코스프레 다른 대우!

클끼리로선 눈물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원래 코스프레는 본판이 반을 깔고 들어간다.

아무리 이쿠, 이쿠! 젠부샤쓰! 열심히 외쳐도 기본 스펙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밀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이상한 거다.

-속보! 달래 여신 실물 개쩜ㄷㄷㄷ

-현장에서 채팅을 친다고?

-직무유기하네. 사진 업로드 안 해?!

잠시 불가피한 소란이 인다.

현장의 교통이 굉장히 혼잡하다!

교통 정리가 끝나고 상대팀이 입장한다.

〈불밤의 계절이 왔거든요~! 역시 봄하면 불밤! 롤판의 시작과 함께 내려온 불변의 법칙 아니겠습니까?〉

2012년부터 시작된 한국의 로드 오브 로드.

매시즌 봄이면 강해지는 팀이 있다.

2012년의 우승, 2013년의 준우승을 써내렸다.

그렇기에 불밤의 팬들은 바란다.

이번 2014년의 스프링 시즌이 재도약의 계기가 되길.

이를 막아서는 팀이 만만치 않다.

〈치열한 접전을 펼칠 양팀, 인터뷰를 통해 먼저 만나 보시죠~!〉

* * *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럴 만도 한 녀석이다.

확실하게 재단을 하길 잘했다.

〈레전설 선수가 불밤을 넘어서기엔 아직 이르죠.〉

〈한두 시즌은 더 하고 오셔야 승부가 되지 않을까요?〉

〈잘하긴 하시지만 복불복 느낌이 강하지 않나…….〉

불밤 선수들의 사전 인터뷰는 한 선수에게 집중돼있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에이스 레전설.

그를 향한 작은 도발이다.

"……라고 전부 인터뷰 했습니다."

"그래."

팀장인 앰빠따의 지휘 아래 한 선수를 견제한다.

이는 전술적 의미도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부담감을 선물하는 것이다.

이 부담감은 다전제의 복병과도 같은 존재다.

방심하는 순간 스스로에게 잡아먹힌다.

특히 신인팀, 신인 선수들은 멘탈적인 부분이 약하다.

'경기 시작도 전부터 심리전을 두는 건 내키지 않았지만……'

이만한 대처가 결코 과하지 않은 순수악(惡).

격한 신고식이 필요한 상대다.

사랑꾼 앰빠따는 여자를 함부로 대하는 이를 용서하지 않는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믿기지 않는 소식이 들려오기까지 했다.

어떻게 여성의 머리를 잡을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의 눈에 흙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횡포다.

"코치님."

"어……, 왜 뭐 피드백할 거 있니?"

곧 첫 번째 세트를 앞둔 상황이다.

앰빠따의 물음에 불밤의 코치 손태형이 당황한다.

밴픽에 관한 피드백이 있다면 실시간으로 수정해야 한다.

당연하게도 당황한 이유는 그게 아니다.

대화를 할 때면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맛밤 게임단 내에서 앰빠따의 서열을 짐작할 수 있는 광경이다.

"오늘 경기 끝나고 동생들과 기분 전환하고 오겠습니다……라고 감독님께도 말해주십시오."

"어, 어? 그럼 코치도 껴서…… 아니, 안 갈게. 감독님께 잘 말씀드릴 테니 걱정 말고."

평소 착하고 잘 웃는 성격의 앰빠따지만 왠지 친해지기 어려운 거리감이 있다.

코치조차도 감히 대꾸하지 못할 정도다.

그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유의 절반.

평소 그가 애지중지하는 사유품 야구방망이를 무슨 이유에서인지 들고 왔다.

"그런데…… 기분 전환에 야구방망이가 필요 있니?"

"필요할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

두 사람의 대화에 불밤의 선수들이 전원 각성하듯 정신을 바짝 일깨운다.

* * *

내가 오해를 많이 받는 타입이다.

사소한 행동 하나가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왜 이렇게 잦은지 모르겠다.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오프게임넷측에서 연락이 왔다.

지금 인터넷이 난리가 났다고.

─여신님 머리 잡은 손 빼박 레전설이지!

파프리카 프릭스 차량에 누가 타고 있겠어?

일단 여자 손은 아니었으니 하비, 유리야 무죄

남자 중에 잼구, 잼할, 인제…… 할 리가 없잖아 상식적으로

└그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 사람이 있다면 한 명 뿐이지

└킹리적 갓심 인정합니다!

└살아있는 쓰레기다 살아있는 쓰레기……

└레전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머리채를 잡았을까?

'머리채가 아니라 머리띠를 잡은 건데 역사 왜곡하는 거 보소.'

세상 억울해서 살겠나 정말.

물론 마음 같아서는 옷을 잡고 싶었다.

그런데 옷 잡으면 의상 망칠까봐 신경 써준 거지.

여자들 옷은 무슨 거미줄 같다.

조금만 헤집으면 아주 난리가 난다.

겉보기에 난리가 안 난 것 같아도 났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옷 자체가 섬세하거니와 여자들은 보풀 한 올에도 민감해 한다.

한두 푼도 아니라서 막 만지기 두렵다.

하지만 달래의 몸은 한두 번 건드려본 게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면 내가 쓰레기 같구나.'

서로 사납게 노는 사이였다.

아니, 이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

근데 원래 부랄친구끼리는 격한 장난도 서슴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장난이 아니라 진지했다.

당장 경기 치르러 가야 하는데 이 기지배가 미쳤나.

갑자기 차를 세우라고 하더니 팬 미팅을 열고 앉았다.

인파가 삽시간에 수십, 수백 명씩 몰린다.

좀만 더 있으면 차가 출발이 안될 지경이다.

이러다가 잘못하면 경기 시간에 늦겠다.

팀장으로서 총대를 메고 말렸을 뿐이다.

달래는 말로 하면 절대 안 듣는 타입이다.

본인도 개의치 않아 하는데 팬들이 성화다.

'오늘 경기 지는 순간 마녀 사냥 제대로 당하겠네.'

원활한 해결을 위해 두 가지가 요구된다.

경기의 승리와 MVP.

후자는 거의 따라오는 수준이긴 하다.

문제는 전자.

만만히 볼 수가 없는 상대다.

군대에 있을 적부터 롤판을 쭉 봐왔던 만큼 모를 수가 없다.

최근에는 SKY T1 K와 삼선 갤럭시가 대두되지만 불과 몇 시즌 전만 해도 맛밤 게임단이 최고의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형제팀인 얼밤에 반해 불밤은 쇠퇴하지 않았다.

이를 상대하는 우리 파프리카 프릭스.

솔까말 역사고 나발이고 없다.

코치진도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차량 운전과 스케줄 체크하시는 직원분만 한 분 계신다.

"오늘도 혹시 뭐 쓸 거 있나요? 갑자기 리야님 나와 가지고 미드 서는 거 아니죠? 상대 앰빠따인데."

이미 경기를 시작하기 직전이다.

엔트리를 변경한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

유리야에게 주전을 밀렸던 게 못내 언짢은 듯한 도인디가 물어온다.

"봐봐야 알겠지만 첫 세트는 짜온 대로 갈 거에요."

"그럼 정글은 또 잼구님인가……."

시켜줘도 불만이고, 안 시켜도 불만이고~.

불만 투성이인 도인디는 둘째 치고 생각이 든다.

확실히 팬들이나 전문가들도 그리 생각할지 모른다.

아니, 실제로 그런 여론이 은근히 있다.

개꿀 빠는 레전설이라는 글이 심심찮게 보인다.

롤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 검색해보면 쉽게 찾는다.

'누군 상상력이 넘쳐 나서 아이디어를 쥐어 짠 줄 알아?'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무조건 지니까!

어떻게든 변수를 만들기 위해 아등바등한 거다.

그런데 그걸 역으로 저평가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내가 이 정도로 오해를 많이 받는 타입이다.

이렇게 억울하게 살다가 나중에 화병으로 쓰러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이참에 증명을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달래님?"

이를 위해서는 한 명의 협조가 필수불가결이다.

부스 안 선수석에서 세팅을 진행 중이다.

내 포지션은 원딜러, 그리고 달래는 서포터.

필연적으로 가장자리의 딱 붙은 옆자리다.

나긋나긋한 물음에 대답을 해주신다.

곧게 뻗은 가운데 손가락이 매력적이다!

"아까 귀 좀 잡았다고 삐진 거 아니지? 진짜 귀도 아닌데……."

한 번 더 가운데 손가락 운동을 하신다.

오늘은 걸크러쉬 컨셉이신가 보다!

손을 쭉 뻗어 내 귀를 잡아온다.

굴욕적이지만 승리를 위해 감내한다.

나도 한 번 잡았으니 쌤쌤으로 쳐준다.

귀를 잡은 이유는 조금 다른데 있었다.

속닥속닥 귀 간지럽게 속삭여온다.

들어보니 확실히 삐질 만도 했다.

아무래도 신경 쓰고 있었나 보다.

"뭘 입어도 예쁘니까…… 경기나 집중하자."

시답잖은 것에 삐지고 있었다.

낯간지러운 희생으로 첫 번째 세트가 무사히 시작됐다.

========== 작품 후기 ==========

주인공이 말합니다

악역은…… 익듁하니까

달래와는 신뢰 관계가 있다고 보시면 돼요

달래가 덜 쪼아대고, 주인공 상대로 약한 모습 보이고, 자기 활동도 바쁜데 주인공한테 퍼주고 그러면 스캔들 나는 건 시간 문제겠죠

주인공 입장에서 헷갈릴 정도로 막 대합니다

사실 남을 속이려면 그 정도는 해야죠

어제 댓글에 있었던 초심은……

달래와 예은은 기본적인 설정 자체가 달라요

달래는 자신이 하는 짓을 알고 저지르는 거고

예은은 그냥 히스테릭한 성격이었에요

제가 초심을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M적 초심은 가진 적도 없고 유지하지도 않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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