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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주닌자 하비 -->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수밖에 없는 내전이다.
피로 피를 씻는 듯한 승부의 장이다.
올라갈 수 있는 팀은 단 한 팀.
결정되긴 했으나 논란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쯤 되면 정말 져주는 거 아닌가 싶다.
개막전 때도 이야기 나왔잖아.
서로 한 세트씩 주고 받아서
이번에는 일부러 져준 거 아닐까?
└T1 K 몰아주기야?
└음모론충들이 또……
└근데 아이러니하긴 하다. 나이즈가 선취점도 먹었는데
원래 세상 대부분의 것들이 말만 잘 짜맞추면 그럴 듯하다.
게다가 의혹이 있었던 상황이라 더 쉽게 불이 붙었다.
죽음의 조라는 이명이 있었던 A조.
내부 경쟁이 당연히 빡셀 수밖에 없다.
개막전 승패를 반반 나눠 가지자 의아함을 자아냈다.
SKY T1 K가 지는 게 말이 돼?
적어도 당시에는 그런 분위기였다.
무적함대가 침몰하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최근에 들어서는 무색해진 별명이다.
─SKY T1 K 공식 입장이랑 오프 더 레코드 떴다!
우려되는 일 결코 없었다.
부진한 모습, 팬들께 죄송하다.
본선에 가서 반드시 만회하겠다.
선수들 마음 고생 하고 있으니 심한 말 자제 바란다.
얘들아 자제하자ㅇㅇ
└응 싫어. 내가 왜?
글쓴이-선 넘는 사람들 고소 한데
└그럼 각도기 재야지……
└T1 K 경기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설레발이 너무 심했어
엄청나게 잘하던 팀이 휘청이는 경우.
스포츠계에서 그런 케이스는 잦은 편이다.
하지만 3시즌 연속 우승했던 SKY T1 K이지 않은가?
윈터 시즌은 가히 무적함대라고 불릴 만한 위엄이었다.
갑작스러운 경기력 저하가 의아할 만도 하다.
갈수록 패배가 잦아지다 보니 다른 의견도 고개를 든다.
〈침몰하는 무적함대. 흔들리는 봇라인, 위기의 SKY T1 K!〉
〈와저씨에서 린저씨로. 후만두 선수의 부진 이유?〉
〈SKY T1 조작 루머 유포…… 엄중히 처리하겠다.〉
이제는 SKY T1 K의 패배가 받아 들여지는 분위기다.
확실히 지난 시즌과 달라지긴 했구나.
선수들의 평균 수준이 크게 올라갔다.
수비적인 메타에 적응을 못했다는 것도 크다.
시즌 초에 불거졌던 봐주기 논란이 사그라든다.
E-스포츠 협회와 SKY T1 게임단의 강경 대응에 나섰다.
대응을 안 할 수가 없는 게 꼭 선을 넘는 애들이 있다.
의문만 가지면 되는데 음모론까지 제기한다.
세상사 선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이다.
???: 선 넘으면 고소?
싱겁지 않을까?
└아니,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오늘도 고생 많으신 용준좌……
└컵라면 물조절 장인은 없는 것인가!
선을 안 지키면 컵라면이 싱거워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특히 한국 컵라면은 스프가 부족한 경향이 있다.
선보다 2mm쯤 물을 덜 넣어야 간이 맞는다.
최근 대회 메타가 하도 수비적인 탓에 중계진들이 고생이다.
특히 느긋한 나이에 캐스터 하느라 고생 많은 용준좌!
매 게임 '용준'을 하는 탓에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운다
그런 안타까운 현장의 사정을 팬들이 사진으로 찍었다.
추천글, 인기글이 보장되는 치트키다 보니 기를 쓸 정도다.
매 사진마다 컵라면 종류가 바뀌는 모습이 가히 인상적이다.
???: 이런 웃기는 짜장 같은 메타가……
짜파게티?
그거 해설 2년차부터다
└그 와중에 짬 밀리는 클끼리;;
└캬~ 우리 부대 컵라면 일병부터 였는데
└보급 말고는 못 먹었음ㅋㅋ
└군필자들 토크쇼 시전하는 거 보소
얼핏 쉽게 보일 수도 있는 해설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일단 말을 많이 한다는 것부터 체력 소모가 격심하다.
심지어 한 마디, 한 마디를 생각해서 말해야 한다.
격차의 차이!
껌이에요 껌!
잘못 말하는 순간 구설수에 올라간다.
그렇다고 말을 안 하면 조냐 켰다고 한 소리 듣는다.
텐션을 끌어 높인 채 수십분씩 생각하며 떠든다.
수많은 관중들,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말이다.
몸도 허하고 배도 고픈데 시간이…… 없네?
최근 롤챔스 메타가 장기전 성향이 짙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시간이 촉박하다.
그렇다고 방송 일정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중계진들 식사는 매번 패스트푸드네
햄버거, 컵라면, 도시락……
근데 햄버거는 버거킹이겠지?
└도시락은 사치지. 스까 먹기도 벅차
글쓴이-어쩌다 노잼스 메타가 돌아왔냐……
└섬광 너프 먹어서 못 씀ㅠ.ㅠ
└롯데리아 맛있는데요? 불고기 버거 짱짱!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 아닌가?
중계진들 입장에서는 서러울 수 있다.
메타가 변하지 않은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난 SKY T1 K 대 파프리카 프릭스의 접전.
섬광이라는 지나친 OP아이템이 대두되었다.
이로 인해 꿀잼 메타가 도래할 수 있겠다!
게임사의 칼너프로 인해 없던 일이 되었다.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너프가 먹자 프로 무대에서 쓰이기 애매해졌다.
─불타는 섬광이 분명 좋은 아이템이긴 한데
뜨기 전까지는 다른 정글템보다 꾸졌잖아
그래서 천상계에선 잘 안 나옴
스노우볼 오지게 굴러가서
└천상계는 정말 10분 전후에 게임 터져?
글쓴이-ㅇㅇ특히 정글 차이가 엄청 크지
└헐, 잘 아시네. 님 티어가?
└실버3이요!
원래부터 리스크가 있는 아이템이었다.
프로 무대는 물론 천상계에도 잘 안 쓰였다.
그런데 리스크를 감내하니 리턴이 꽤…… 쏠쏠해?
쓸 만해지자마자 칼너프.
대회 메타가 다시 굳어지는데 이른다.
이를 풀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오직 한 명 뿐이다.
레전설에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 * *
그러니까 이게 참 답답한 게…….
"아니, 섬광이 OP는 맞아. 하지만 띄우는 과정을 생각해야지."
어떻게 이겼는지 아찔할 정도로 터져버린 게임이었다.
계속 끊어 먹었으니 망정이지.
시간 못 벌었으면 강제 스노우볼에 오브젝트 다 내줬다.
─하나뿐인그대님 별풍선 23개 감사합니다.
알면서 그 짓을 왜 함? 안정적으로 하면 안됨?
"인성개 감사합니다. 근데 대회 안 보셨나? 아니면 눈깔이…… 안정적으로 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풍 쏘고 욕먹기!
-안정감이라니 레알못이네
-안정적으로 해서 어떻게 이겨ㅋㅋ
방송을 할 때마다 어그로가 오지게 끌린다.
기존 팬들 뿐 아니라 어디서 듣고 질문하러 오는 분들도 있다.
쏠쏠한 수입원이니 마다하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대회 관련 질문은 여기까지 받겠습니다. 저도 오늘은 굉장히 바빠질 예정이라."
어제 SKY T1 내전을 보러 용산 스타디움에 갔을 때 말이다.
힐링을 하자마자 바로 폭딜이 오지게 들어왔다.
하비가 바쁜 일이 생긴 탓에 8강 참가가 힘들어졌다고 연락이 왔다.
-바쁜 일은 무슨 자업자득이지
-???: 가서 죽어!
-모를 줄 알았지? 척이면 착이야
지난 SKY T1 K와의 경기.
오더가 격한 감이 있기는 했다.
아무리 그랬기로 서니 너무한 거 아니야?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시간을 못 낸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
절대로 삐져서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아니든 이든 간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리야로…… 세 판을 다 뛰라고? 섬광도 너프 먹은 마당에?'
죽음의 조라는 이명이 무색하게도 조 1위, 본선 진출을 가볍게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5전 3선승제로 치러지는 8강.
리야와 하비를 교대로 내보내며 전략적 우위를 점하려고 했다.
혹은 SKY T1 K전처럼 동시에 내보내도 된다.
상대로 하여금 대처에 골머리를 싸매도록.
"혹시 하비 방송 보는 시청자들 중에 뭐 들은 사람 없어? 너무 갑작스러운데."
-갑작스럽다고? 이 새끼는 정말 안되겠다
-모든 사람이 너처럼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마라
-하비가 얼마나 여린데 어휴;;
나도 알아! 나도 아는데…… 그건 게임 중에 일어난 불가피한 오더잖아.
그런 거 가지고 삐져서 불참하는 게 말이 돼?
분명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애초에 사정이 있어도 니가 알아야지!
-안 말하는 이유가 뭘까? 뭘까요???
-이번에야 말로 할복하자 ㄹㅇ루
사람을 자꾸 죽일 놈을 만든다.
아니, 어느 정도 들은 바는 있다.
시청자들한테 말하기 껄끄러워서 그렇지.
'지금만 해도 지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가 났는데 말을 하면 뇌피셜을 얼마나 싸재끼겠어.'
본가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행선지만 말해주고 사정은 안 말해줬다.
연락도 닿지 않는 상태라 물어볼 수도 없다.
어제 하루종일 머리를 싸맸다.
어떻게 해야 이 난관을 넘어설 수 있을까.
리야와 오붓하게 노닥거리기엔 소환자의 전장은 험난하기만 하다.
"고로 달래에게 무릎 꿇으러 갑니다."
-달래한테? 진짜루?
-여신님 영접할 할 있습니까??
-내가 레전설까지만 이건 인정한다!
내 방송에서는 드물게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친화적이다.
그만큼 달래가 인기도 많고, 인지도도 높고, 실력도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락을 안 한 건 엄연한 이유가 있다.
'지가 알아서 설설 길 줄 알았는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달래가 뜬 이유는 결국 롤챔스 출연 때문이다.
경기에 계속 나오지 않으면 이슈도 한풀 꺾이게 된다.
그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비의 불참이라는 갑작스러운 사태.
찬밥 더운밥 가리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체를 하기엔 어깨에 걸린 무게가 육중하다.
내가 아쉬운 입장에서 결코 연락하기 싫었다.
팀장으로서 굴욕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된다.
비로그인으로 몰래 방송에 들어갔다.
〈콩닥오빠 나 천사 같아? 깜찍해? 그래서 천사개 준 거 맞지이~?〉
들어가자마자 어금니 꽉 깨물어서 부숴질 뻔했다.
화면 속에서 온갖 예쁜 척은 다 하고 있다.
내숭이란 내숭은 다 떨며 수금 중이다.
"얘는 왜 볼 때마다 별풍선 받고 있냐? 내가 타이밍을 묘하게 들어가는 건가."
-머기업 중의 머기업이시자나;;
-파프리카TV 별풍선 랭킹 1등임!
-안 그래도 잘 나갔는데 모델 활동 이후로는 날개 달렸지
-날개 달린 천사잖아 ㄹㅇ루다가~
그래?
나는 시청자 랭킹 1등이었던 거 같은데 차이가 극심한 듯한 건 기분 탓인가?
아무튼 이 정도는 예상을 하고 있던 바다.
그렇게 뼈 아프지 않다.
-오빠 왔다 인사 박아라 세상에서 제일 이쁜 우리 달래야
-또 걸리네ㅋㅋㅋㅋ
-학습 능력 없죠? 역겹죠?
아니, 이걸 아직도 안 바꿨네!
아무튼 바로 본론을 시작한다.
지난번과 달리 강퇴를 당하면 안되는 입장이다.
-달래야, 오빠가 부탁이 있어서 왔다
〈무슨 부탁?〉
-일단 전화부터 받아주지 않을래?
본심은 전화가 아니라 점화를 걸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다.
세상사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법이다.
오늘 만큼은 꾹 참고 나긋나긋하게 설명을 하려고 했는데.
〈오빠 글씨가 흰색이라서 잘 안 보여요. 빨간색으로 선명히 써주시면 안될까요?〉
-이걸 딜교한다고?
-확 다 뜯어먹자!
-레전설 쟤 하비 도망가서 님 꼬시러 온 거에요
-이미 알고 있어요ㅋㅋㅋ
'…….'
대놓고 별풍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물어봤다.
빨간색 글씨, 열혈컷이 얼마나 되냐고.
〈큰 거 한 장도 필요 없어. 작은 거 두 장이면 되는데…… 우리방 열혈 올래?〉
방긋 웃으며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해온다.
완전히 영업 모드에 들어갔다.
뜯어먹으려고 작정을 하셨나.
'하지만 두 장 정도면야…….'
그 정도면 못 낼 것도 없다.
내가 요즘 벌이가 시원찮은 편도 아니고.
출혈 없이 딜교환이 성립하리라고는 애초에 생각도 안 하고 왔다.
-두 장이면 얼마야?
-2만 개인가?
-달래 클라스가 있는데 무슨 2만 개야ㅋㅋ
나는 솔직히 2천 개면 해보려고 했다.
수수료 포함 22만원.
피눈물이 나지만 감수해야 할 인내다.
거금을 쏟아부을 생각에 손이 파르르 떨렸는데.
'잠깐만. 내가 생각한 거랑 단위가 두 자리 다른데?'
2만 개도 적으면 설마 0이 하나 더 붙는 거야?
회장도 아니고 그냥 열혈이?!
머리가 갑자기 아득해진다.
뇌에 정지가 왔던 것도 잠시다.
-달래야 간보지 말자. 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알아
-오~ 세게 나오는데?
-꼴에 폼 잡는 거 역겹죠?
거절을 할 생각이었으면 바로 강퇴를 했겠지.
내가 그 정도의 여력이 없다는 걸 모를 애가 아니다.
그리고 솔직히 그렇게 많이 요구하는 건 갈취야!
〈바라지도 않았어. 오빠집 보증금 빼도 부족할 걸?〉
-굴─욕
-달래 발가락 때만도 못하신
-밥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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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멸시를 당한다고?
너네 방 열혈 달려고 살림살이까지 말아 먹어야 만족하겠니?
협상의 여지는 있었다.
========== 작품 후기 ==========
탈주닌자는.. 강해져서 돌아온다는 공식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