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182화 (18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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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주닌자 하비 -->

후폭풍이 예견이 된 경기였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최소 대사건이다.

설사 허무하게 지더라도 기사 쓸 거리가 나온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결론이 나버렸다.

─속보) PBE서버 섬광 칼너프……

역시 대회에서 흥하는 꼬라지를 못 보시는;

└ㅁㅊ 피드백 속도 쩌네

└거의 하루만에 아니냐?

글쓴이-정확히는 17시간……

└게임사가 열 일하는 건지~ 유저들이 독특한 플레이를 못하게 하려는 건지~

일단 가장 논란이 된 건 마이의 캐리력이다.

엄밀히는 섬광 마이의 캐리력.

아니, 세도 적당히 세야지!

파프리카 프릭스 대 SKY T1 K의 두 번째 세트.

마지막 한타의 장면이 온갖 커뮤니티를 들썩인다.

롤 사이트 뿐만 아니라 일반 사이트들에도 퍼져나간다.

〈요즘 롤챔스 한타.avi〉

〈무적함대를 격침시킨 정.글.마.이.〉

〈테이커도 막지 못한 레전설의 캐리력!〉

세계 최강으로 이름 높은 게임단이다.

SKY T1 K가 패배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젯거리다.

그런데 정글 마이가 출현해서 펜타킬을 할…… 뻔했다!

무려 그 정도의 임팩트다.

게임사는 보자마자 아차 해버렸다.

섬광 마이가 저거 좀 잘못 만든 거 같은데?

「불타는 섬광은 출시 이후 정글러들에게 사랑 받는 아이템이었습니다!」

결국 까다로운 선택이 필요하게 되고 말았다.

진화에 필요한 정글 몬스터 수 상한.

체력 회복 효과는 늘어나지 않음.

급작스런 하향 소식에도 유저들의 반응은 그럴 만하다는 분위기다.

그 SKY T1 K가 속수무책 무너져 내렸을 정도다.

진짜 저건 아이템이 문제가 있는 거지.

─레전설 솔찌 개씹 꿀빨러 아님??

이상한 봇파괴 조합으로 T1 S 이겼지?

T1 K한테는 섬광 꿀빨아서 이긴 거지?

정작 첫 세트 실력으로 쳐발림ㅋㅋㅋㅋ

└응 미드로 KTX A팀 씹양학함 ㅅㄱ

글쓴이-네 다음 4강 한 번 못 가본 허접팀

└SKY T1 K 실더들 오지네

└근데 솔직히 아이템이 너무 에바참치긴 했어

무너지는 모습이 상상조차 안 가던 무적함대 SKY T1 K.

그런데 막상 무너지자 너무 쉽게 무너졌다.

마이 하나를 감당하지 못해 쩔쩔맨다.

하지만 그건 섬광이 너무 OP였을 뿐이다.

제대로 맞붙는다면 절대 질 리가 없다.

그리고 솔직하게 운이 좋았던 게 맞다.

─레전설 실력이 운빨인 건 맞지

레전설이 조선 시대에 태어났어도 저런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난 아니라고 봄

└너무 멀리 가는데?

└조선 시대까지ㅋㅋㅋㅋㅋㅋ

└혹시 아냐. 임진왜란 때 판옥선 컨트롤 오지게 해서 왜구 모가지 CS 챙겨먹듯 짤짤이 했을지

└???: 엄청난 판옥선 컨트롤!!

운 좋게도 현대의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덕분에 활약을 하고 있는 레전설이다.

레전설하다, 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의 피지컬!

더불어 이색적인 전략도 이목을 끌어 모은다.

한 명 더, 슈퍼 스타를 만들어낼 기미도 보인다.

─???: 내 최약은 조금 아플 거다

골드는 안된다고?

너의 그 환상을 부.숴.주.겠.어!

└오타쿠 수준…

└애니 드립 혐짤 표시 좀ㅡㅡ

└최강 VS 최약은 인정하자너ㅋㅋ

└유리야가 먹히다니 드립일 줄 알았는데!

등장부터 엄청난 이목을 끌어모았다.

형…… 아니 누나가 거기서 왜 나와.

골드 프로게이머라니 전대미문이다.

등장의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테이커를 상대로 무려 라인전 킬!

갱호응이 기가 막혔다고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사실 대단하다.

─빡대가리야 실물 보고 왔다 질문 받는다

친구들이랑 빡대가리야 파이팅!

외치려고 준비했는데 안되더라……

실물로 보니까 생각보다 졸예

└당연히 예쁘지 여캠인데

글쓴이-갠방에서 워낙 시골 소녀 같은 이미지라;;

└유리야 사진만 잘 나온 게 아니었구나…

└테이커를 이긴 미드라이너 빡대가리야!

와꾸도 받쳐주다 보니 이슈가 안될 수가 없다.

제2의 여신님이 탄생하는 건가?

일각에서는 그런 이야기도 오간다.

엄밀히 따지면 부족한 면이 많기는 하다

─유리야 포지션만 미드였지ㅋㅋ

원딜 마이 따라다니는 서포터잖아!

왜 골드를 미드로 세우나 했더만

CS 다 뺏어먹고 레전설 혼자 성장하네

└골드의 자랑이자너~

└이래서 내가 골드에서 안 올라감

└진짜 유리야 아니었으면 못했을 굴욕이다 ㅇㅈ?

└미드인데 CS가 0개야ㅋㅋㅋㅋ

그 어떤 전제와 우연이 겹친다고 한들.

골드 티어가 롤챔스에서 활약할 일은 평생 없다.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위업을 이루어낸 셈이다.

무엇보다 예쁘다.

한국 사회에서 예쁘다는 건 치트키다.

달래와는 타입도 달라서 지켜주고 싶은 타입이다.

남자로 하여금 보호 본능을 자극시킨다.

팬들이 생기는 것도 자명한 이치.

물론 이러니저러니 해도 1승 1패의 교환이다.

쉽게 이기든, 어렵게 이기든 승점은 똑같다.

똑같이 주고 받았기에 더욱 기대감이 인다.

결승전에 올라가 종지부를 찍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넘어서야 한다.

8강, 4강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니다.

SKY T1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죽음의 A조 순위표 정리.txt

파프리카 프릭스 5승 1패 +4P

SKY T1 K 3승 3패 0P

SKY T1 S 3승 3패 0P

KTX 롤러코스터 A 1승 5패 -2P

공동 2위 SKY T1 내전 예정 엌ㅋㅋ

└마지막까지 고춧가루 뿌리는 까메오!

└레전설과 까메오의 합작이네

└요즘 SKY T1 K 왜 이러냐 허접팀들한테;;

└무적함대의 체면이……

지난 윈터 시즌의 무적함대다.

하지만 이번 스프링 시즌의 무적함대는 아니다.

약팀으로 분류되던 KTX 롤러코스터 A팀을 상대로 또다시 1패를 내준다.

아이러니하게도 형제팀인 SKY T1 S는 두 세트 모두 완승을 해버렸다?

천문학적이라 생각했던 경우의 수가 맞아 떨어졌다.

K팀과 S팀 모두 3승 3패.

개막전에서 1승 1패를 주고 받은 양팀이다.

승자승 원칙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A조 2위, 본선 진출권을 두고 형제팀의 내전이 불가피하게 치러진다.

* * *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침체돼 있던 스프링 시즌이다.

그런데 단 한 경기가 계기가 되어 휘몰아친다.

대형 포털 사이트에 기사가 주르륵 검색될 정도다.

〈롤챔스, 노잼스, 꿀챔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스프링 시즌!〉

〈누가 노잼스 소리를 내었는가? 시간을 달리게 된 죽음의 A조.〉

〈대형 신인 레전설이 해냈다…… SKY T1 내전의 원흉?〉

'원흉이라니. 듣기 참 남사스럽게시리~.'

경기가 재밌다고 하니 다행이긴 한데 사족이 붙었다.

물론 기분이 나쁘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내 인지도가 올라갔다는 기분이 든다.

그 비제이를 벗어나 진정한 프로게이머로서 말이다.

좀 더 정진해야 할 이유가 생긴 듯하다.

특히 롤챔스가 살아났다는 부분이 썩 마음에 든다.

'좋은 경기를 한 보람이 있네.'

프로게이머로서 자부심, 목적 의식을 느끼게 된다.

피를 말렸던 SKY T1 K와의 경기.

온갖 뼈 빠지는 고생 끝에 겨우겨우 이길 수 있었다.

사실 당시의 현장 분위기는 모호했다.

평소와 다름 없는 함성 소리.

그런데 집중해 들어보면 관중석 이곳저곳이 뻥 뚫려있다.

SKY T1 K가 워낙 강팀이고, 팬이 많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편파적인 느낌이 없지 않아 있더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하면 모를 여성팬들의 섬뜩한 시선.

'……살짝 소름 돋긴 했어.'

시기를 받는다는 느낌이 사무쳤다.

고춧가루를 뿌렸다고 말한다면 부정할 수는 없다.

뿌린 고춧가루의 스노우볼이 크게 굴러가버린 모양이다.

마치 솔로랭크 정글러의 퍼블+쌍버프 배달처럼 말이다.

쌍버프에 고통 받으며 CS를 디나이 당하는 라이너!

비유를 하자면 아마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SKY T1 K가 흔들렸는지 KTX 롤러코스터 A팀에게 패배했다.

그로 인해 SKY T1 게임단의 내전이 벌어지고 말았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게 된 나는 찾아왔다.

〈SKY T1 K 대 SKY T1 S의 재경기! 지난 개막전의 연속입니다. 양팀의 경기~~~ 보시죠오~!〉

진용준 캐스터의 외침과 함께 시작된다.

무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듣고 있다.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

관중으로 찾아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원래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싸움 구경이야.'

그것도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멀리서 안전하게 구경하는 게 개꿀잼이다.

관중들 속에 섞여서 자연스럽게 외쳐준다.

"테이커 파이팅!"

아니, 내가 딱히 뭐 잘못한 건 아니잖아.

상대팀으로 겨뤄서 이긴 게 잘못이야?

상대팀 선수를 응원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혹시 나한테 원한 가지고 그런 건 아니겠지?'

살다 보면 내전도 할 수 있는 거고.

형제끼리 아옹다옹 하다가 재산 상속으로 고소도 하고, 김치 싸대기도 날리고 아침 드라마에서 많이 봤다.

아무튼 오늘은 힐링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지난 조별 리그 너무 빡세게 달려왔다.

무슨 얼어 죽을 죽음의 조야 첫 출전인데.

하루 정도는 가볍게 쉬어줄 만도 하다.

물론 나 자신의 인지도를 잊어버리진 않았다.

만약 팬이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한다면 흔쾌히 수락해준다.

"이거 지면 SKY T1 K 탈락이야?"

"오늘 이기는 팀만 본선일 걸…."

"아오~ 레전설 그 새끼만 아니었어도."

"레전설 씹거품 동의?"

"어보감~!"

'…….'

앞자리에 앉은 급식충 친구들의 대화가 사납다.

SKY T1 K의 열렬한 팬인 모양이다.

저 정도의 팬심이라면 분명 도움이 된다.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도 기운을 나눠 받을 것이다.

'확실히 내가 굴러온 돌의 입장이긴 해.'

파프리카TV는 결국 내 방송이다.

시청자들도 대부분 내 팬이다.

막 까고, 욕하고 그러긴 해도 결국 관심이 있으니까 찾아오는 거다.

저런 막돼먹은 친구들까지 사로잡기 위해서는 자리를 잡아야 한다.

반짝 잘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쭉 내실을 다진다.

그런 큰 그림을 그릴 시기가 온 듯하다.

팬들의 시선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경기를 관람 온 보람이 생겼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더욱 정진한다.

물론 진짜 보람은 따로 있다.

〈어어? 뱅기 잘려요? 잘립니다? SKY T1 S 선취점!〉

진행되고 있는 SKY T1의 내전.

인베 단계부터 꿀잼이 터져버렸다.

뱅기가 부쉬 체크를 하다가 그만 잘리고 말았다.

〈대.형.사.고. 하필이면 킬도 왕린이 먹었어요. 이러면 T1 S는 세상에서 제일 기분 좋습니다.〉

클끼리가 소란스럽게 외치고 있다.

그도 그럴게 킬을 먹은 사람이 심상치 않다.

어찌나 심상치 않은지 강빈 해설도 알아차렸다.

〈나이즈가 선취점을 먹었다는 건 굉장히 좋은 상황입니다. 왜냐! 그 이유는 여눈이 나오기 때문이죠!〉

'이분 해설은 참 담백해서 좋아.'

머리를 비우고 들어도 쏙쏙 이해된다.

간식으로 사온 오징어를 씹는다.

버터 오징어가 알맞게 간이 뱄다.

'꿀잼에 꿀맛이네. 이런 게 인생 사는 맛인가?'

선수들은 라인 스왑을 하고.

서로 위치 살피고 핑 찍어대고.

지금쯤 부스 안은 난리가 났을 것이다.

"나이즈 여눈 스타트면 큰일 난 거 맞지?"

"우리 정글이 저랬으면 욕하고 탈주해도 인정하지 않으면 개씹에바참치 터는 각인 부분이지~."

"뱅기 뭐야 진짜! 테이커 킬은 안 먹여주고 사고나 치네."

긍정적인 나와는 달리 앞에 앉은 급식충 삼인조는 난리가 났다.

아니, 나이즈가 킬 먹으면 어떡해!

이러다 SKY T1 K 지는 거 아니야?

'오, 오 이러다 지면 큰일나지!'

속으로 맞장구를 쳐주며 오징어를 까먹는다.

재밌게 즐기기 위해서 두 봉다리 사왔다.

버터 오징어는 하나만 먹으면 아쉽다.

'짭짤하고 고소해서 입에 계속 들어가.'

목이 막힐까 사온 사이다도 한 캔 따준다.

진행되는 경기의 상황은 접전이다.

서로 열나게 치고 박는 내전을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오징어 씹는 것을 잊을 정도다.

급식충 삼인조의 열띤 편파 응원 덕분일까?

SKY T1 K가 역습에 성공한다.

후만두의 루나가 상황을 반전시킨다.

아니, 이건 좀 무리하는 거 아니야?

하는 시점에서 칼같이 받아먹었다.

오오~~ 안타깝다, 저런 실수하면 안되는데!

'역시 강 건너 불 구경만한 꿀잼이 없지.'

다전제가 아닌 단판 승부다.

그렇기에 서로 더 필사적이다.

SKY T1 K는 지난 시즌 우승팀으로서의 체면!

SKY T1 S는 형제팀에게 뒤질 수 없다는 각오!

진흙탕 싸움이 되다 보니 서로 실수도 많이 한다.

보는 입장에서는 팝콘각이 제대로 나온다.

'아, 팝콘도 하나 사올 걸.'

팝콘은 갈증을 유도하게 돼서 안 사왔는데 살짝 아쉽다.

하지만 버터 오징어가 팝콘의 빈자리를 메워준다.

메워주고도 남을 만한 짭조름이다.

경기가 급박해질수록 감칠맛도 더해진다.

그렇게 꿀잼으로 내전을 관람하고 있던 그때.

'하비?'

갑작스레 날아온 메세지.

한 가지 불가피한 악보가 들려왔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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