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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80화 (18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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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병기 유리야 -->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속담이 있다.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사건사고.

실수를 했다고 보기에는 억울한 상황이다.

사샤샤샥-!

마이의 알파 슬래쉬가 미달리를 그었다.

그냥 그은 거면 모를까 점멸까지 썼다.

심지어 포탑을 끼고 사릴 수 있는 위치다.

써컹! 써컹!

알 바 아니라는 듯 미련할 정도로 달려든다.

포탑에 맞으면서 꾸역꾸역 평타를 박아 넣는다.

한 3킬 먹은 것도 아니고 미치기라도 했단 말인가?

─FFs 레전설님이 SKY T1 Taker님을 처치했습니다!

그 미친 짓이 먹혀버려서 문제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솔로킬이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갱킹이라는 표현이 옳다.

-신개념 갱킹 보소;;

-저게…… 죽는다고??

-테이커를 따버리는 갓골드!

-유리야! 갓리야! 빡대가리야!

랄라가 마이에게 버프를 걸어줬다.

이것도 갱호응의 한 갈래다.

보라색 창도 훌륭히 적중시켰다.

느려진 미달리를 써컹! 써컹!

선6레벨에 버프까지 받은 마이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수준으로 썰리고 만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마이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툭 건들면 쓰러지리 만큼 체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끝내 쓰러지지 않았다는 게 크다.

사샤샤샥-!

미니언을 타고 빠져나간다.

순간적인 무적으로 포탑의 공격을 씹었다.

유유히 빠져나와 레드팀의 유령까지 빼먹는다.

〈자, 잡았어요?! 다이브 성공했습니다?〉

방금 전만 해도 다 쓰러져가던 초가집이었다.

파프리카 프릭스 대체 무슨 생각이냐?

탑과 봇에 구멍이 뻥 뚫리지 않았냐?

정글의 압박 때문에 라인전이 진행되지 않는다.

갱킹 한 번 당하는 순간 와르르 무너질 거다!

결국 당했고, 비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루던 그때.

〈마이가 킬을 먹고 성장 가속도가 붙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가장 많이, 그리고 열심히 깠던 장본인이다.

김은준 해설의 말미가 흐려지고 있다.

마이가 성장을 어떻게 할 건데?

성장하기 전에 게임 무조건 터진다.

하지만 킬을 먹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예로부터 마이의 캐리력은 모든 정글러 중 최고존엄이다.

〈왜 미드의 성장을 포기하면서까지 CS를 몰아주는지 그 이유를 보여줬어요! 테이커가 실수했다고 타박하면 억울해집니다.〉

정글과 미드 웨이브를 다 먹었기 때문에 6레벨이 엄청나게 빨리 된다.

그런 상황에서 점멸로 알파 슬래쉬를 그었다.

타겟팅의 즉발 돌진기.

시전된 순간 피할 수가 없다.

맞점멸을 썼음에도 죽고 만다.

미달리는 6레벨 이전에 생존기가 부실한 미드라이너다.

〈변신을 해야 세지는 거 아닙니까? 변신 중에는 슈퍼히어로도 무력해요!〉

진용준 캐스터의 말대로 무력하게 사망했다.

한 끗 차이로 살아 돌아가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고 받은 셈이다.

─SKY T1 Bangi님이 FFs 하비님을 처치했습니다!

이어지는 라인전은 SKY T1 K가 명백히 유리하다.

테이커도 한 번의 죽음 이후 킬을 내주지 않는다.

오히려 탑라인 3인갱을 성공시키는데 이른다.

─SKY T1 Taker님이 FFs 잼할님을 처치했습니다!

경기장에 찾아온 1천 명에 가까운 관중들.

본래라면 500명도 버거운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이다.

수용 인원의 한계를 통제하기 위해 평소 이상의 인력이 투입됐다,

왜냐!

테이커가 경기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소란은 매 경기 당연한 수준이다.

초반의 실수를 날카로운 로밍으로 이내 만회해낸다.

-우리 정글 뭐함?

-마이는 역시 RPG지!

-아, 라이너들 핑 찍었는데 죽어주네ㅡㅡ

파프리카 프릭스가 제법 단기간에 인기를 끌어모은 팀인 건 맞다.

하지만 근본이라는 측면에서 부실하다.

그리고 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솔직히 레전설 거품 아니야?

약팀 상대로 운 좋게 양학했을 뿐이잖아?

강팀 만나는 순간 찍소리도 못하고 질 게 분명하다.

이미 첫 번째 세트를 완패한 마당이다.

불 지펴진 위기론은 결코 가볍지 않다.

패배하는 순간 어떤 화두가 오갈지 벌써부터 오싹하다.

─블루팀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불리한 와중에 레전설이 용을 챙기긴 했지만…… 탑은 죽었고, 포탑까지 밀렸습니다.〉

김은준 해설이 엄중한 목소리로 상황을 고한다.

경기 시작 전부터 예견을 했었다.

중간에 킬 한 번 낸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SKY T1 K가 철저하게 스노우볼을 굴리고 있다.

게임 스코어 5 대 1.

글로벌 골드는 2천씩이나 차이 난다.

13분대라는 걸 고려하면 엄청난 수준의 격차다.

분명 김은준 해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파프리카 프릭스는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지피고 있는 불씨는 하나가 아니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또 다른 불길이 서서히 커진다.

* * *

성장을 몰아서 한다고 한들.

로드 오브 로드는 기본적으로 성장 한계가 존재한다.

코어템은 신발 포함 여섯 개까지 갖출 수 있다.

레벨은 18레벨이 최고 상한선이다.

다른 팀원의 성장을 빼앗으면서까지 CS를 독식한다?

제 살 깎아먹기에 지나지 않다는 건 안다.

알고 있음에도 해버리고자 한 이유.

「불타는 섬광」

공격력: +15

공격 속도: +35%

기본 공격 적중 시 몬스터에게 100의 추가 피해를 입히고 체력을 10 회복합니다.(챔피언 상대로는 피해량이 1/3로 감소합니다.)

이 아이템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다.

정글 몬스터 25마리를 잡음으로서 진화했다.

정글링 전용 아이템에서 쏠쏠한 딜템으로 변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쏠쏠한 수준이다.

데미지가 1/3로 감소하지 않는가?

다른 코어템보다 특별히 좋지는 않다.

'그런데 1650골드야.'

어지간한 코어템의 반값이다.

이미 정가로 코어템을 하나 더 맞췄다.

경기 시간 15분에 신발을 포함한 2코어가 나왔다.

이렇게 이른 시기에 강해진 마이는 특별하다.

다른 챔피언처럼 정직하게 세지지 않는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예측이 안된다.

〈신속하게!〉

성장을 독식한 탓에 레벨도 12레벨이다.

2레벨 궁극기를 켜고 신속하게 질주한다.

안 그래도 빠른 발걸음에 날개가 달린다.

〈쓩~! 커져라!〉

유리야의 랄라가 스킬쿨을 한 번 돌린다.

실드와 궁극기, 그리고 이동 속도 버프.

그 폭발적인 스피드는 상대로 하여금 도망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

또다시 생다이브를 쳐서 미달리를 따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벽 너머에서 불청객이 튀어나왔다.

적 정글러 뱅기의 거미여왕이 알고 있었다는 듯 역갱.

나답지 않은 실수가 아니다.

상대의 시팅이 날카로웠던 거다.

스턴에 걸리며 점사를 당하자 체력이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사샤샤샥-!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먼저 점사하는 건 미달리.

힐과 실드를 쓰며 버티려 하지만 어림없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2코어가 나온 마이의 폭딜이다.

미달리의 체력이 싸리눈처럼 녹아내린다.

물론 내 체력바도 똑같이 녹아내리고 있다.

랄라에게 버프를 받는다고 무적이 아니다.

포탑의 공격까지 더해지자 위험천만하다.

그런데 체력이 일정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써컹! 써컹!

거미여왕을 베어 가를 때마다 체력이 무섭도록 차오른다.

불타는 섬광과 몰락한 기사의 검.

피흡템을 두 가지나 갖춘 효과다.

포탑의 공격을 상쇄하며 거미여왕까지 어거지로 잡아낸다.

─더블 킬!

FFs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성장을 잘한 마이는 고작 1,2인분에 얽매이지 않는다.

혼자서 3인분, 4인분, 5인분이 가능한 슈퍼 캐리 챔피언.

미드의 CS를 빼앗으면서 성장한 값어치를 톡톡히 해낸다.

심지어 더더욱 진화한다.

「불타는 섬광+2」

공격력: +15

공격 속도: +35%

기본 공격 적중 시 몬스터에게 100(+6)의 추가 피해를 입히고 체력을 10(+2) 회복합니다.(챔피언 상대로는 피해량이 1/3로 감소합니다.)

판타지 소설이나 RPG에 흔히 있는 성장형 아이템이다.

적을 잡을수록 공격력과 회복 수치가 올라간다.

챔피언의 레벨과 달리 상한치도 없다.

'딱 나를 위한 아이템이야.'

조건만 갖춰지면 전무후무한 멱살 캐리가 가능하다.

이상해꽃을 활용해 최적의 조건을 완성시켰다.

붙어버린 섬광의 불길은 더더욱 거세진다.

* * *

분명 유리하기 그지없는 게임이다.

스코어도, 글로벌 골드도 압도적이다.

이대로 운영만 해도 완벽하게 굳힌다.

그런데 어느새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고작해야 한 명.

팀 게임에서는 가볍게 생각해도 될 숫자다.

다른 팀원들이 받쳐주면 모를까.

탑과 봇은 멸망 직전에서 숨통을 유지한 정도다.

미드라이너도 성장이 서포터 수준이라 위협이 안된다.

"마이, 마이 어디야?"

"블루 근처 블루 근처! 지금은 위치 확인 안돼."

"오케이 확인. 시야 먹으면서 천천히 전진해."

그 한 명 때문에 SKY T1 K의 선수들 전원이 곤두서있다.

잠깐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불러일으킬지 모른다.

얼마나 한 화력을 가지고 있는지.

당해보지 않으면 입감이 안 올 정도다.

휘글렛은 아직 한 번도 당해보지 않았다.

'하, 결국 내 선까지 오게 만들다니.'

고작 마이 따위에 털린다라?

한심한 노릇이지만 오히려 잘됐다.

이전 세트의 굴욕을 되돌려줄 시간이다.

첫 번째 세트는 다소 착오가 있었을 뿐이다.

상대의 판단이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났다.

그로 인한 단 한 번의 실수.

하필 도라이븐인 바람에 스노우볼이 굴러가 버렸다.

제대로 맞붙는다면 자신이 절대 질 리가 없다.

이전 판도 말린 상황에서 딜을 미드 만큼 넣었다.

'이번 판은 성장도 잘했어. 심지어 배인으로.'

배인을 잡고 봇라인을 터트렸다.

게임을 이겼다는 소리와 일맥상통하다.

캐리형 원딜은 잘 크기 힘들어서 캐리형 원딜이다.

성장을 한 이상 변수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만에 하나 무리하게 온다면 역으로 잡아주마.

암살자도 1대1로 잡아먹는 게 바로 배인이다.

'그림자?'

봇 1차에서 파밍하고 있는 휘글렛을 향해 그림자가 기어왔다.

무슨 아이템인지 기억에 있다.

선택 빈도가 낮은 아이템.

쌍둥이 추격꾼은 그림자를 소환해 적을 찾는다.

적을 찾아서 슬로우를 건다.

그 이상의 효과는 없어서 딱히 문제될 건 없지만.

'뭐야 저 미친 속도는!'

느려진 휘글렛을 향해 살인 전차가 들이닥친다.

통상적인 마이의 속도가 아니다.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발바닥에 불나게 뛰어온다.

데구르…!

당황하고도 남을 만한 상황임에도 휘글렛은 침착했다.

닿기 직전 궁극기를 사용하며 구른다.

은신 상태에서 침착하게 몰락을 빤다.

동시에 선고로 마이를 저 멀리 밀친다.

마이는 분명 캐리형 정글러다.

하지만 한계치가 명확하다.

천상계에서 괜히 안 쓰이는 게 아니다.

쓰이지 않았기에 진면목을 볼 기회도 없었다.

사샤샤샥-!

공중에서 밀쳐지던 마이에게 급브레이크가 걸린다.

금은 장식 머리띠로 선고를 풀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알파 슬래쉬를 돌린다.

타겟팅의 즉발 돌진기다.

선고도 빠져서 도망갈 수단이 없다.

다음 구르기를 하기도 전에 찢어지고 만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FFs 레전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FFS 레전설님이 SKY T1 Huiglet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

휘글렛을 잡은 마이는 유유히 1차 포탑을 깨고 사라진다.

어째서 팀원들이 그토록 쫄아 있었는지.

당해보자 이해가 된다는 느낌이다.

아하~ 이래서였구나!

미친 스피드로 달려와 써컹! 써컹!

카이팅이고 나발이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렇게 휘글렛이 무안함에 젖어있는 사이.

터억!

반대쪽 탑라인에서 대각선의 법칙이 이루어진다.

탑라인 2차 포탑에서 이루어지는 다이브.

자칫 위험천만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SKY T1 Taker님이 FFs 잼할님을 처치했습니다!

잼할의 티바나가 CC기 연계에 묶였다.

거미여왕의 실뭉치에 이어 모르피나의 속박.

결정타를 꽂은 건 테이커의 미달리다.

고작 하나의 킬로 그치지 않았다.

─더블 킬!

점멸과 함께 물어 뜯는다.

인성제로의 치비르가 죽음을 맞이한다.

다행히 힐라카는 살 수 있는 위치까지 발을 뺐다.

뺐다고 생각했지만.

─트리플 킬!

SKY T1 Taker님이 학살 중입니다!

미달리의 창이 정확하게 꿰뚫는다.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그만 닿고 말았다.

체력이 반피 가량 남았던 힐라카가 터지고 만다.

"바론! 바론! 2차 치지 마!"

슈퍼 플레이와 이어진 정확한 오더.

어처구니 없는 패배의 수렁에서 팀을 견인해낸다.

단 한 명의 활약으로 불을 지필 수 있는 건 파프리카 프릭스만이 아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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