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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79화 (179/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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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병기 유리야 -->

지금껏 예상이 불가능한 선택, 그리고 플레이를 보여줘온 레전설이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좀…… 많이!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혹시 자포자기 한 건 아닐까?

잼잼 듀오가 옮아버리기라도 한 걸까?

못 이기기겠으니 웃기기라도 하려는 거면 걱정된다.

우려를 안은 채 진행되는 두 번째 세트의 밴픽.

SKY T1 K는 일말의 방심도 하지 않았다.

밴으로 하나하나 노림수를 차단한다.

〈마지막으로 카직트 밴, 그렇죠. 레전설 선수가 정글을 한 이유가 있다면 십중팔구 카직트였습니다.〉

롤챔스 밴픽의 권위자 김은준 해설이 가볍게 맞춘다.

동시간대, 커뮤니티 등지에서 예측이 오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빙성이 있었던 것.

─(성지 긴박)레전설은 정글 카직트를 할 것

정글로 캐리되는 챔은 카직트 뿐임 ㅇㅈ?

레전설 솔랭에서 정글 카직트만 함

앙 맞췄띠~

└리심이 정글 주챔 아니었나?

└카직트 변경되고 많이 하긴 하더라

└요즘 궁진화가 개꿀이긴 하지……

└탑으로도 썼는데 충분히 꺼낼 만한 듯

이렇듯 일반 유저들의 입에도 오르내릴 정도다.

전문가들이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다.

하지만 그 대신 다른 픽이 살아난다.

블루팀인 파프리카 프릭스가 선픽의 이점을 살렸다.

〈랄라를 가져가네요. 저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봅니다.〉

최선.

클끼리의 단어 선택은 절묘하다.

탁월하다거나 당연하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파프리카 프릭스가 그나마 둘 수 있는 한 수다.

〈서포팅적인 측면이 돋보이는 미드 챔피언이잖아요?〉

〈캐리형 미드보다는 비교적 편한 감이 있죠.〉

비교적.

김은준 해설이 유난히 틱틱댄다.

강팀준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심히 불편하다.

실력 차이가 나도 어느 정도 나야 포장이 되지!

극단적인 예로 테이커가 미드 갓렌을 한다.

그리고 유리야가 미드 르풀랑을 한다.

상성과 챔피언의 티어를 무시하고 테이커가 이긴다.

심지어 랄라도 이상적인 선택은 또 아니다.

그도 그럴게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챔피언이다.

-CS 먹을 수나 있으려나……

-랄라로 막타치는 거 은근히 까다로운데

-킬 안 따도 자동 디나이 될 듯ㅋㅋ

까놓고 말해서 골드가 소화할 만한 챔피언이 아니다.

가만히 놔두기만 해도 자멸할 게 뻔히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가 무려 테이커.

〈SKY T1 K는 미달리를 가져가죠. 살아남은 유일한 1티어 픽이고, 6레벨을 찍으면 기동성이 좋아서 국지전에서 이점이 높습니다.〉

현재 미드에서 미달리가 가지는 위상이다.

무난하게 크기만 하면 그냥 필승 카드다.

포킹 한 대에 최소 반피, 잘 크면 한 방에 골로 보내는 대치 구도 최강의 챔피언이다.

그런데 그 무난한 성장이 예약된 듯하다.

상대 미드라이너가 조금 많이 약해 보인다.

햄스터와 호랑이의 대결이 주목되는 가운데.

〈대체 무슨 정글러를 할까? 왜 정글로 나온 걸까? 카직트가 밴된 상황에서 어떤 챔피언이 남아있을까? 사실 못 나올 건 또 없기는 해요.〉

굉장히 길게 포장하지 않으면 의문이 남는다.

아니, 여기 롤챔스인데?

솔로랭크에서도 일정 티어 이상에서는 안 나온다.

안 나올 수밖에 없는 챔피언이다.

-롤챔스에서 마이라니…… 예상도 못했다

-러이갓한테 배웠죠? 오지고 지리고 레리꼬~ 스무th~~~

-러빡이 쳐내!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초반에도 약하고, CC기도 없고, 여러 이유로 안 쓰인다.

물론 그 캐리력 하나는 인정 받을 만하다.

하위 티어에서는 필밴일 정도다.

〈그래도 레전설해버린다면 또 모르는 거 아닙니까?〉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클끼리 해설이 동의하면 포장이 너무 티 나는데…….〉

레전설하다.

용준하다와 더불어 하나의 동사처럼 쓰이는 신조어다.

오직 레전설에게만 허락된 신묘한 플레이.

피지컬 요구치가 높은 마이와 어우러지면 또 모른다.

문제는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다.

아까부터 잔뜩 화가 나있는 김은준 해설이 찬물을 끼얹는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픽에서 도저히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이라는 챔피언이 크기 위해서는 한 가지 요구되는 게 있습니다.〉

라이너가, 특히 미드가 버텨줘야 한다.

마이플스토리라는 단어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RPG 도는 사이 라인 다 터지니까 천상계에서 안 쓰이는 거다.

하물며 대회 무대.

버텨줘야 할 미드가 무려 유리야다!

게임이 어떻게 진행될지 시작하기 전부터 뻔히 보인다.

-본인 다이아3이다. 마이는 에바참치 픽이 맞음

-카정만 하루종일 당하다 끝날 거 같은데……

-혹시 미드 마이 아닐까?

-이미 랄라랑 힐라카 나온 거 안 보임?ㅋ

아무리 피지컬이 좋아도 평균 이상의 성장을 해야 활약이 가능하다.

싹이 자라기도 전부터 뽑아버릴 조짐이 보인다.

마이가 성장하는 걸 놔둘 SKY T1 K가 아니다.

〈초반 인베에서 트리플 킬 먹고 그러면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그건 너무 희박한 가능성인데…….〉

〈그만큼 힘들다는 소리에요. 미드&정글이 함께 망하면서 멸망의 길을 걸을 확률이 높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미드 선정.

캐리만을 바라보는 마이 픽.

데이터와 근거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김은준 해설에게는 심히 불편하다.

다른 신박한 묘수라도 있으면 모를까.

파프리카 프릭스의 모든 픽이 완료됐다.

이렇다 할 추가 전략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미드 랄라와 정글 마이로 굳어졌네요. 조합의 불안함은 게임 플레이로 보여줘야 할 듯합니다.〉

〈리스크가 있다는 건 그만큼 폭발력이 있다는 거거든요! 킬 먹고, 캐리하면!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 결과를 지켜보는 일만이 남았다.

클끼리가 담담한 어조로 정리를 시도한다.

진용준 캐스터도 맞장구 쳐주며 경기의 시작을 알리려고 하는 순간.

-스펠 뭥미??

-강타 없는 정글 무엇……

-랄라는 점멸이 없는데?

-뭐지, 개꿀잼 몰카인 거신가?

중계진들로서는 섬뜩한 상상이 든다.

불길했던 촉이 자꾸자꾸 현실감을 더해간다.

골머리를 썩였던 팀다크 사건이 또다시 비슷하게 터지는 건 아니겠지?

잊고 싶은 3강타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에 준할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는 스펠이다.

AI전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느낌의 스펠.

〈랄라가 정글로 가는 걸까요?〉

〈〈…….〉〉

김은준에 이어 클끼리 해설까지 난생 최초 조냐 모드에 들어간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진용준 캐스터만이 의아해 한다.

심상치 않아 보이는 두 번째 세트의 막이 오른다.

* * *

점멸이라는 스펠은 따질 것도 없는 롤의 기본 스펠이다.

몇몇 챔피언을 제외하면 거의 다 든다.

하지만 옛날만 해도 그러지 않았다.

롤에서 점멸이 기본 스펠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은 짧지 않다.

'뭐든지 역사와 이유를 알고 써야 돼.'

대부분의 AOS게임에서 점멸은 난이도가 있는 선택으로 분류된다.

신규 AOS게임이었던 로드 오브 로드.

처음에는 점멸의 선택 빈도가 낮았다.

그러다 점멸의 효용성, 연계 콤보 등이 주목 받으면 서서히 자리 잡게 됐다.

점멸을 왜 들어야 하지?

남들이 드니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고방식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상식이란 틀에 사로 잡히게 된다.

"넌 어차피 점멸 들어도 죽어. 그러니까 탈진 들어."

"히이잉……."

유리야에게 탈진을 들라고 시킨 이유다.

이는 딱히 갈굼이나 비꼼이 아니다.

점멸이라는 스펠은 난이도가 굉장히 높다.

킬각이 잡히면 유리야는 점멸이 있든 없든 무조건 죽는다.

상대와 실력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다이아만 해도 그럴지언데.

'그런데 챌린저도 아니고 테이커지.'

그러니까 차라리 탈진을 드는 게 옳다.

그리고 다른 하나도 예약돼있다.

리야가 나 대신 강타를 들었다.

사샤샤샥-!

미드와 봇듀오에게 황제 리쉬를 받는다.

강타까지 사용하자 레드 도마뱀이 녹아내린다.

그렇게 정글 첫 번째 캠프를 빠르게 잡고 유령으로 향한다.

사샤샤샥-!

큰 유령과 작은 유령 세 마리.

마이의 Q스킬 알파 슬래쉬로 긋는다.

큰 유령을 평타로 툭툭 치자 깔끔하게 청소된다.

그때쯤 해서 미드 1차 포탑에 밀려 들어온다.

첫 번째 웨이브가 포탑에 박히려 한다.

왜냐!

리야가 내 뒤에 꼭꼭 숨어있기 때문이다.

"저 진짜 CS 먹으면 안돼요…?"

"응, 내가 다 먹을 거야."

"히이잉……."

가뜩이나 먹을 걸 좋아하는 리야다.

게임에서도 CS랑 블루 엄청 밝힌다.

블안던, 블안던, 블루 안 주면 던짐!

외칠 정도지만 내 앞에서는 어림도 없다.

사샤샤샥-!

오직 마이만이 가능한 갱킹이다.

일명 CS갱으로 미드 웨이브를 싹쓸이한다.

리야는 한입도 주지 않고 내가 다 먹는다.

솔로랭크에서 저지르면 미아핑이 순식간에 다섯 번씩 찍힌다.

아군 미드라이너가 템 다 팔고 런닝맨 찍는 것도 볼 수 있다.

리야라고 불만이 없지는 않았다.

"이럴 거면 저 왜 나온 거에요……."

부들부들, 부들부들!

볼따구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다.

정면에서 양손으로 찰싹! 때리면 푸슉-! 가죽 피리에서 공기 새어 나오듯 희한한 소리가 나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할 수 없다.

'리야 말고 다른 미드하고는 할 수가 없어.'

리야도 저렇게 부들댈 정도다.

자존심 높은 천상계 미드라이너가 하겠는가?

실효성에 대한 의문으로 갑론을박만 하루종일 할 것이다.

이렇듯 묵묵히 따르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리야밖에 없다.

사샤샤샥-!

미드를 싹쓸이하고 블루를 먹는다.

다시 미드에 돌아와 웨이브를 먹는다.

먹자마자 바로 정글로 돌아가 정글링.

일련의 과정을 되풀이한다.

어쩌다 이런 신통방통한 플레이를 생각하게 되었을까?

아무리 내가 옛날 유저라 선입견이 없다고 해도 이런 짓까지는 해본 적이 당연히 없다.

최근에 생긴 신규 아이템 때문이다.

'이게 띄우기만 하면 진짜로 좋아.'

솔로랭크에서 해봤지만 아이템 자체는 기똥차다.

그런데 띄우는 과정이 너무 어렵다.

팀원들한테 민폐이기도 하다.

기왕 끼칠 거 화끈하게 끼치기로 했다.

유리야의 CS를 다 뺏어 먹고 성장한다.

덕분에 1350골드가 채 5분이 안되어 모였다.

찰칵!

유리야와 함께 우물로 귀환해 아이템을 산다.

위글의 랜턴.

정글 몬스터를 25마리 잡으면 변화한다.

대악마의 포옹처럼 아이템이 진화하게 된다.

그 과정이 여눈 만큼이나 오래 걸린다.

RPG하는 사이 아군 라인이 멸망한다.

혼자서는 도저히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둘이서 하기로 했다.

'내가 유리야랑 같이 있으면 미드가 최소 못 버틸 일은 없으니까.'

물론 탑과 봇은 상관이 무척이나 있다.

사실상 정글러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버티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 점에 관해서는 한 가지 보험을 들었다.

SKY T1 K가 가진 색깔.

딱히 뭘 하려고 하지 않는다.

뭘 하는 선수가 있다면 단 한 명 뿐이다.

'테이커를 제외하면 리스크 있는 선택을 잘 안 해.'

예측했던 대로 상대는 라인 스왑을 하지 않았다.

SKY T1 K는 정석적이고 변수가 없는 초중반을 선호한다.

비슷하게 커서 꽝! 붙으면 무조건 이긴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강팀이 구태여 도박수를 둘 이유가 있을까?

그 안정적인 성향을 역이용해 성장할 시간을 벌어낸다.

머리를 짜내 구상해온 전략은 이론적으로는 맞을지도 모른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당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사 생각대로 풀리는 법이 없다.

아니, 알고 있기에 서두른 걸지도 모른다.

상대 정글러 거미여왕의 갱이 날카롭다.

봇라인에서 사고가 터져버렸다.

인성제로의 치비르가 사망했다.

심지어 스펠까지 빠지게 된 대참사다.

'조금 더 사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보다 이르게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정글이 없는 이상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아니, 있었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군과 상대의 실력 격차.

경력이라는 이름의 노련미.

모든 것이 밀리는 상황이다.

보통 방법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즉, 보통이 아닌 방법으로 이겨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조건은 이미 갖춰져 있다.

정글과 미니언을 독식하며 성장한다는 것.

〈신속하게!〉

아이템도 아이템이지만 레벨링이 우월하다.

6레벨이 찍히자마자 사정없이 그어버린다.

점멸 알파 슬래쉬가 테이커의 미달리에게 닿는다.

========== 작품 후기 ==========

우리 리야도 하면 되는 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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