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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77화 (177/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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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병기 유리야 -->

스택을 제법 쌓은 상태에서 터트렸다.

그것도 더블 킬.

그렇게 라인전은 풀렸으나 내 인간 관계는 쪼그라들었다.

'……언젠가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지.'

나 레전설,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이다.

예로부터 게임의 강국이었다.

조상님들 바둑 중에 훈수 두면 경을 치셨다.

특히 여편네들이 참견을 하면 집에 가서 애나 보라고!

요즘 세상에는 상상치도 못할 일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게임에 대한 과한 몰두.

이해를 못한다면 길게 갈 인연이 아니다.

파앙!

적 헤이클린도 제법 이해를 못했나 보다.

도끼 한 방이 거세게 머리를 찍는다.

순식간에 쥐며느리처럼 쪼그라든다.

점멸이 없는 루나는 위협조차 안된다.

'얘도 개노답 삼형제 느낌이 물씬 나.'

나는 무리를 하는 걸 좋아한다.

한 끗 차이로 나는 살고 적은 죽고.

감에 의한 부분이기 때문에 설명을 하기는 힘들다.

수준급의 실력자들을 상대로는 이 각이 잘 안 나온다.

하지만 이따금 잘 내주는 애들이 있다.

한 번 손속을 겨뤄보면 느낌이 온다.

카라락!

적 헤이클린이 딱 그 타입이다.

한 대 맞으면 한 대 돌려줘야 직성이 풀린다.

이런 타입의 애들은 무리해서 들어갔을 때 대처 능력이 쥐약이다.

터엉-!

밤하늘의 검이 한 번 튕겼던 루나.

걸어서 다가와 방패로 후려친다.

그만큼 내가 깊이 접근했다는 뜻이다.

힐라카의 힐을 믿고 저질렀다.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오는 힐.

안면몰수하고 타이밍을 요구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FFs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힐라카의 힐은 방어력 상승 효과가 있다.

쏟아지는 상대의 딜을 한 턴 버틴다.

버텨내며 어거지로 들어가 파앙!

'살짝 위험하긴 했는데.'

너무 깊숙이 들어간 탓에 미니언 딜도 장난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살.

아이템 차이에 의한 스노우볼을 강제로 굴려버린다.

─60스택이 소모되며 170Gold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자꾸 무리를 하고 있는 이유다.

패시브에 의한 추가 골드가 쏠쏠하다.

벌써 보너스만 500골드 가량을 벌었다.

도라이븐에게 있어 가히 이상적인 상황이다.

물론 그 과정은 전혀 무난하지 않았다.

결과적인 성공으로도 치부할 수 있다.

'일단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현재 게임의 상황.

내가 괜히 승부수를 던진 게 아니다.

상체쪽, 미드와 탑이 대놓고 만신창이다.

〈다대기!〉

〈우리에게 돈!〉

믿었던 미드마저 버티지 못한다.

* * *

어떤 스포츠든 간에 마찬가지다.

실력과 인기는 정비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기 있는 선수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플레이가 굉장히 위태위태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게 만든다.

강타를 과연 쓸 수 있을까! 귤플랭크 궁에 뺏기는 건 아닐까? 응원하는 맛이 샘솟는다.

아무리 잘해도 안정적이면 보는 맛이 떨어진다.

이 선수가 활약하는 순간이 눈에 그려진다.

2코어는 나와야 한타에서 딜 좀 넣겠네.

어디까지나 든든한 조연 역할이다.

주연이 될 수는 없다는 소리다.

탑라인에 회심의 갱킹이 몰아닥친다.

쿠와앙-!

저라딧의 리심이 시야에 보인 순간.

SKY T1 K의 탑라이너 이펙트는 망설임이 없다.

간 따위 보지 않고 쿨하게 궁극기를 쓴다.

용으로 환해 자신의 진영 쪽으로 사라진다.

리심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꼴.

회심의 갱킹이 무위로 돌아갔다.

〈이펙트가 말합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

-조로갓……

-클끼리 원피스 드립 개좋아해ㅋㅋ

-근데 너무 쿨병 걸린 거 아님?

-ㄴㄴ 판단력이 개쩔었던 거지

티바나의 궁극기 판정이 영 좋지 않던 시절이다.

리심의 점멸궁에 끊기고, 네네톤 스턴 들어가고.

여차하는 순간 잡히면서 포탑까지 밀린다.

재빠르고 정확한 판단 덕에 궁극기가 빠지는 선에서 그쳤다.

티바나는 평타만 치면 궁극기 쿨이 금방 돌아온다.

무엇보다 대각선의 법칙이 이루어진다.

─블루팀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SKY T1 K가 깔끔하게 용을 가져간다.

거미여왕이 솔용을 성공시켰다.

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SKY T1 K 입장에서는 용이 불안 요소였습니다. 봇라인이 많이 압박 받고 있었잖아요?〉

김은준 해설의 지적대로 SKY T1 K의 봇라인에 힘든 상태다.

헤이클린이 정말 숨도 쉬지 못하고 있다.

필연적으로 용이 걱정된다.

그런 상황에서 용을 가져갔다는 것.

전체적인 운영의 맥이 풀린다는 의미다.

김은준 해설의 목소리에 살짝 화가 실린다.

〈너무 초보적인 미스에요. 거미여왕의 압박이 있었더라도 봇에 힘을 싣는 것이 옳았습니다.〉

-??? : 정글 교육 방송은 저라딧이다

-사스가 솔랭형 정글러……

-차라리 잼구가 낫겠다

-잼구는 재밌게라도 죽지ㅋㅋ

솔로랭크였다면 유야무야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티바나도 가볍게 잡혀줬을 수도 있다.

그런 틈을 보이지 않기에 SKY T1 K.

경기의 흐름은 운영적으로도 굳어간다.

단순한 라인전 측면도 크게 아쉽지 않다.

봇라인을 제외하면 이미 기울어진지 오래다.

─다대기!

그 SKY T1 K를 대표하는 미드라이너다.

테이커의 야흐오는 진작에 주도권을 잡았다.

화려한 솔로킬까지 터트리며 미드 라인을 압박한다.

각 선수의 실력 차이와 더불어 경험 차이.

라인전이 끝난 이후로는 더더욱 두드러진다.

그렇게 불리한 와중이기에 빛이 나는 선수도 있다.

〈도라이븐이 참 리스크가 있는 픽인데…… 이 선수의 손에 잡히니까 너무 자연스러워요. 솔직히 다른 픽에 비하면 오히려 정상적이에요.〉

〈야흐오로, 카시로 원딜 가는 선수 아닙니까? 도라이븐 정도는 양반이죠 양반!〉

이토록 불리한 게임.

역전을 한두 번 시켰던 게 아니다.

위태위태한 줄타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이제 막 데뷔를 한 파릇파릇한 신인이 인기를 싹쓸이하는 이유다.

어떻게든 변수를 만들기 위해 극한으로 노력을 짜낸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더없이 필사적이다.

하지만 세상, 아무리 노력해도 넘기 힘든 벽이라는 게 있다.

그 사실을 수많은 시청자들은 한 번 보았다.

지난 윈터 시즌을 제패한 무적 함대.

쓰러지는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물론 레전설 그의 캐리력도 비할 바 없이 뛰어나다.

한데 뭉쳐 팀을 이룬 무적함대를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다.

쿠와앙-!

파프리카 프릭스의 봇 2차에서 열려버린 한타.

SKY T1 K의 주도로 다이브가 시행됐다.

티바나는 다이브를 할 수 있다!

강빈 해설의 명언대로 과감하다.

벌써 3코어가 나온 이펙트는 단단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레전설의 무두질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카라락!

파앙!

대형 도끼로 티바나의 궁극기를 끊으며 내려찍는다.

그토록 단단할 용가죽이 쩍쩍 갈라진다.

가히 완벽한 카이팅이었지만 전세를 뒤집기엔 요원하다.

-저격왕, 레전설을 쏴버려!

-격차의 차이가 너무 크다……

-어떻게 제발 피흡 피흡!

바늘갑옷까지 갖춰진 티바나는 한없이 단단하다.

도라이븐이 자랑하는 피흡이 반감된다.

무엇보다 양팀이 가진 힘의 격차.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감당할 수가 없다.

헤이클린의 궁극기를 비롯한 온갖 스킬이 쏟아진다.

레전설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딜을 때려 박았지만.

〈살고 싶다고 말해!!〉

클끼리의 절박한 외침에도 끝내 쓰러지고 만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봇 억제탑이 밀린다.

미드 억제탑도 함께 나가며 승기가 기울어진다.

〈레전설의 2데스…… 게임이 이렇게 힘든 와중에 2데스는 너무 많은 데스에요.〉

〈7킬이나 했는데 2데스가 많나요?〉

〈많습니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승산이 이제는 희박해졌다고 봐도 될 정도로.〉

진용준 캐스터의 의문은 얼핏 당연하다.

봇라인을 폭파시키고 한타에서 여실히 위력을 발휘했다.

방금 전 한타도 지기는 했지만 마지막에 궁극기로 더블 킬을 냈다.

고작 두 번 죽었을 뿐인데?

불리한 파프리카 프릭스에겐 치명타로 다가온다.

힘의 격차, 운영의 정밀도, 한타 숙련도 모든 것에서 밀리고 있다.

클끼리 해설의 예고대로 사실상 굳어졌다.

SKY T1 K의 승리.

3억제탑이 밀리고 거대 미니언이 쏟아져 내려오자 버틸 수가 없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첫 패배.

이어지는 무적함대의 독주.

레전설의 첫 2데스!

커뮤니티에는 삽시간에 화제가 쏟아진다.

이어지는 두 번째 세트에 대한 분석도 이루어진다.

* * *

계산적으로 따지면 사실 부담될 건 없다.

앞선 네 번의 승리로 공고히 해둔 상황이다.

'이기든 지든 본선 진출은 최소 확정이니까.'

설사 오늘 2패를 해도 조 2위.

하지만 인생, 계산적으로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세간의 시선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라딧님."

"……네."

"수고하셨어요."

"성훈씨도요."

대회 무대에서 정글을 한다는 것.

그 어려움을 고찰할 수 있었던 경기다.

잼구도, 저라딧도 딱히 못해서 싸재낀 게 아니다.

그저 상대가 너무 잘할 뿐이다.

그리고 경험의 차이가 드러나고 만다.

상대는 빈틈을 좌시할 만큼 만만하지 않다.

"고로 다음 세트는 제가 정글을 하겠습니다."

"아니, 정글을 또 바꾼다고요? 손발 맞추는 것도 고생이라는 거 몰라요?"

정글 차이가 날 때 가장 영향을 받는 라인이 바로 미드다.

움직임이 하나하나에 제약을 받는다.

솔로랭크 챌린저 구간만 해도 그럴지언데 대회 무대.

그 압박감이 엄청나다는 사실은 나도 모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정글을 바꾼다?

성향에 따라 플레이를 수정하다가 말릴 수가 있다.

"고로 미드도 바꾸겠습니다."

"……시비 거시는 거 아니죠?"

"아니, 진심이에요. 팀장으로서 전략을 수정하기 위함이니 워워 진정하시고."

정글과 미드, 그리고 원딜러까지 교체한다.

내가 포지션을 옮겼으니 불가피한 교통 정리다.

고심 끝에 내린 내 판단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저도 안 나가고, 님도 안 하면 누가 미드를 하는데요? 라딧님이라도 세우게?"

도인디가 납득이 안되는지 인상을 찌푸린다.

나름대로 이해는 한다.

정글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상대가 테이커.

꾸역꾸역 버티다가 그만 솔킬을 당해버렸다.

이후로 경기력 저하가 눈에 보였을 정도다.

멘탈이 상한 만큼 감정 표현이 격해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런데 어린 노무쉬끼가 어디서 반말이야! 확마 평소 같았으면 뒤통수 후려쳤다.'

어디서 네 살이나 어린 게 따박따박 말대꾸야!

군대를 한 번 가봐야 계급 사회의 무서움을 알지.

아니, 이건 좀 꼰대 같은 소리인가.

아무튼 날카로운 일침인 것도 사실이다.

나머지 팀원들도 의아한 눈치다.

따로 미드를 할 사람이 없을 텐데?

"나는 못해! 테이커를 상대로 어떻게 버텨~. 솔로랭크였어도 닷지했을 각인데 미드는 에바 털지."

인성제로가 채 말을 꺼내기도 전부터 극구 거절한다.

지난 멸망전 때 전략상의 이유로 몇 번 교체했다.

그러다 보니 지레짐작을 해버린 듯하다.

"걱정 안 하셔도 당신 아닙니다."

"아……, 그래요? 전 그럼 그냥 원딜하면 되죠?"

"네, 제발 봇에서 숨만 쉬어주세요."

아니라는 확신을 들은 인성제로가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전 세트를 보고 있었던 만큼 긴장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첫 패배.

안 그래도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패배까지 하니 싱숭생숭해진다.

그런 팀원들의 마음 나도 백분 공감된다.

때문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온 자리다.

"믿음직스러운 서브 미드라이너로 교체할 예정이니 걱정 뚝 붙들어 매셔도 됩니다."

정말?

순간 환하게 펴진 팀원들이 이내 고개를 갸우뚱한다.

서브 미드라이너가 있었던가?

모를 수도 있는 일이다.

지금껏 한 번도 출전한 적도, 데리고 온 적도 없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 파프리카 프릭스의 기둥이 되어줄 인재다.

나 레전설이 1레벨부터 손수 키운 15레벨 이상해꽃이다.

"저…… 일단 오긴 왔는데요."

유리야가 부스의 문을 열고 도착했다.

그녀를 본 팀원들의 표정이 굳는다.

이내 표정 관리를 하지만 이미 늦었다.

부들부들, 부들부들!

눈치가 보이는지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몸은 자잘하게 떤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가 전혀 없다.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대 SKY T1 K를 상대로 한 비밀병기입니다. 두 번째 세트, 반드시 잡아봅시다!"

유리야와 함께 새로운 시대의 지평선을 연다.

========== 작품 후기 ==========

서평&팬아트 이벤트가 곧 종료됩니다!

참고로 팬아트는 하나도 안 왔습니다ㅠ.ㅠ

상금이 적지 않으니 노려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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