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175화 (17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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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의 격돌 -->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

차후에 상암쪽에 생기는 경기장과는 다르다.

경기장의 크기가 썩 웅장하지는 않다.

사실 작다고 불평할 건 또 아니다.

E-스포츠 판이 크면 얼마나 크겠는가?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쭈욱 적절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에 들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특히 오늘은 사설 경기장을 빌리는 게 옳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떠들썩하다.

─용산 경기장 근황

브론즈석 골드석 실버석 전부 매진ㄷㄷ

입석 인파 몰려서 봄인데 더움;

└나도 현장인데 수증기 올라와서 식겁했다

└수증기 뭔데ㅋㅋㅋ 파오후들 쿰척쿰척

└근데 좌석에 티어 뭐냐?ㅋㅋ

글쓴이-직관 가보면 암 ㄹㅇ루다가

브론즈석은 시야 방해석이다.

너무 멀리 있거나, 약간 가리거나.

때문에 가격이 2500원으로 거저 넘긴다.

실버석은 5천원으로 나름 준수한 일반석이다.

가격 차이는 있지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대부분 관람객들은 이 선에서 합의를 본다.

마지막으로 골드석.

롤챔스를 1만원이나 주고 보긴 좀 그렇지 않아?

실버석+ 핫도그 세트 가성비 ㅇㅈ하는 부분인 각?

대충 이런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부 매진됐다.

현장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등도 미쳐 날뛴다.

오늘 경기를 치르는 두 팀의 기대치는 하늘을 뚫고 올라갔다.

"롤챔스 SKY T1 A,D 구역 양도합니다~ 연석 가능, 착한 가격, 매진 임박!"

그 기대치가 조금 안 좋은 쪽으로도 나타나서 문제지만.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 근처에는 암표상들이 극성이다.

원가의 몇 배씩이나 후려치는 쓰레기들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특히 더 후려칠 생각인지 잔뜩 신이 나있다.

브론즈석을 1만에, 실버 석을 3만에, 골드석은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용산 컴팔이들도 감탄하리 만큼 장사에 열을 올린다.

"단속 나왔습니다. 협조 부탁드릴게요."

"……."

사복을 입은 경찰들에게 적발 당한 암표상이 쩔쩔맨다.

표를 전부 압수 당하며 체포가 됨은 물론이다.

안타깝게도 여러가지 까다로운 면도 많다.

증거를 잡지 못하면 현장 체포와 처벌이 불가능하다.

그나마 잡아도 경범죄처벌이라 그 정도가 경미하다.

스포츠 판에서는 비일비재한 사건사고.

롤챔스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다행히 소란을 예상한 오프게임넷이 경찰과의 협조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입석이라도 서기 위해 몰려든다.

"오늘 달래 여신님 온다는 찌라시 있던데……."

"어, 유리야 아니었어? 빡대가리야!"

몰려든 팬들은 벌써부터 화제다.

그도 그럴게 파프리카 프릭스 대 SKY T1 K의 경기.

뿐만 아니라 그럴 듯한 찌라시들이 흥미를 돋운다.

파프리카 프릭스 달래, 통칭 달래 여신.

E-스포츠판은 물론 일반 미디어까지 떠들썩하게 달군 첫 여성 프로게이머다.

스타크래프트 시절만 해도 서지수라는 실력과 미모 양쪽을 다 잡은 인재가 있었다.

롤판에는 없었는데 생기니 얼마나 반갑겠는가?

심지어…… 외모적인 부분이 참 황송하기 그지없다.

슈퍼 모델 뺨칠 정도로 이곳저곳 흐뭇하니 나오시기만 해도 감지덕지하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라 유리야겠냐? 당연히 여신님이지."

"응 너희 어머니 만수무강."

그런 달래가 정말로 출현할지!

아니면 레전설 개인 방송의 오피셜대로 유리야일지!

다소 어린 연령인 급식충들이 왁자지껄 토론을 하며 돌아다닌다.

떠들썩함을 넘어 어지간한 공사판 수준으로 요란하다.

스프링 시즌 조별 리그 A조의 1위를 결정하는 자리다.

또한 어깨에 걸린 무게가 가볍지 않다.

""테이커!""

""테이커!""

SKY T1 K의 선수들…… 이 타고 있는 차량이다.

SKY T1의 마크가 새겨진 검은 승합차가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이 보이진 않지만 두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바로 오늘 경기가 있는 날이다.

당연히 선수들과 관계자가 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주전 선수 중 한 명은 반드시 테이커.

찰칵! 찰칵!

함성 소리와 함께 카메라 셔터음이 울리는 것도 그럴 만하다.

E-스포츠의 최강국 대한민국.

그 염원을 롤드컵 우승이라는 형태로 실현시킨 게임단이다.

기존의 강팀들을 전부 제치고 최고의 인기팀으로 급부상했다.

오늘 형제팀인 SKY T1 S의 복수를 반드시 해주리라.

수많은 팬들이 그 응원을 위해 찾아왔다.

서울시 용산역.

안 그래도 많은 인파가 하늘에서 보면 개미처럼 보인다.

이미 왕좌를 거머쥔 자.

그에 도전하려는 자.

접전에 불이 붙는다.

* * *

웅장한 소리와 함께 막을 올린다.

경기장에 찾아온 관중들이 유난히 소란스럽다.

분위기는 가히 결승전.

고작 조별 리그의 한 경기라고는 믿기 힘들다.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경기를 치르는 양팀 모두 이번 스프링 시즌 태풍의 눈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금일 경기의 해설을 맡은 클끼리가 야단스러운 어조로 말문을 연다.

그의 말대로 정말 야단이 나기는 했다.

조지명식에서 선전포고를 했던 파프리카 프릭스.

그리고 형제팀의 복수를 해야 하는 SKY T1 K.

최근 롤판은 이 두팀에 대한 이야기로 양분된다.

사실상 이번 조별 리그 끝판왕과도 같은 대결이다.

이슈의 크기만 따져도 그럴 만한데.

〈SKY T1 K! 지난 윈터 시즌의 우승팀 아닙니까? 무적함대! 그리고 파프리카 프릭스는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신인이에요. 안 집니다! 두팀 모두 지금까지 패배를 경험한 적이 없어요!〉

그 높은 텐션에 진용준 캐스터도 가뿐하게 올라탄다.

이렇게 기대를 모는 경기는 미리 준비해서 온다.

어떤 말을 할지.

어떤 템포로 해설을 진행할지.

안 그래도 높은 팬들의 기대감에 자극을 준다.

잘 모르고 TV를 켠 이들에게도 알려준다.

오늘 경기가 가진 중요성과 희소성!

-거의 미리 보는 결승전급

-오늘 지는 쪽은 진짜 아프겠다

-에이, 결국은 SKY T1 K가 이기겠지~

-아니야. 레전설이라면 모른다 진짜로

〈SKY T1 K를 어떻게 하면 쓰러뜨릴 수 있을까? LCK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하지만 레전설이라면 혹시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은준 해설도 한 마디 거든다.

까놓고 말해서 SKY T1 K가 이길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을 부정하기 힘들다.

상식을 뒤엎는 실력과 비상한 머리를 가진 괴물 같은 신인이다.

그렇다 해도 상대가 무적함대.

오늘 만큼은 경기를 뒤집는 게 힘들지 않을까?

이 물음에 No라는 대답을 할 수가 없어서 문제다.

할 수가 없게 만드는 경기력을 이미 보여줬다.

그에 대해 누구보다 할 말이 많다.

클끼리 해설도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간다.

〈아마추어 선수들 중 프로 데뷔가 가장 궁금하던 선수에요. 얼마나 잘 먹고 잘…… 아니, 가히 독보적인 실력을 보여왔으니 말입니다.〉

-본심 새어 나왔죠?

-용준좌 정-색

-방송사고 날 뻔……

인성에 반비례한 그 훌륭한 실력.

실력에 반비례한 그 쓰레기 인성!

레전설의 아이덴티티를 이루고 있는 두 부분이다.

프로 데뷔는 당연한 듯 이슈를 모았다.

이슈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며 파급 효과도 낳았다.

그 스타성은 사람들이 가졌던 상식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오늘 일을 내도 이상하지 않은 선수입니다. 진심으로요.〉

〈너무 그러시면 역으로 또 의구심을 살 수 있는데…….〉

〈지, 진심입니다. 예.〉

그가 한 단계, 두 단계 밟고 올라갈수록 드는 씁쓸한 기분.

기분 탓이라고 하기에는 쪼오금 많은 사연이 있었다.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이다.

경기력과 선수에 대한 평은 직업 정신을 준수한다.

이윽고 팬들의 함성 소리와 함께 막을 올린다.

기대를 모으는 양팀의 첫 번째 세트.

오늘 만큼은 분명 다를 것이다.

최근 메타에서는 드물게도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두 팀의 대결이다.

〈양팀 미드라이너가 엄청 패도적인 성향……이라고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역시 파프리카 프릭스는 수를 짜온 모양입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파프리카 프릭스는 약팀의 입장이다.

SKY T1 K는 강해도 너무 강하다.

이기기 위해서는 변수가 필수불가결.

지난 SKY T1 S전과 마찬가지로 선수 엔트리를 꼬아왔다.

〈지난 SKY T1 S전과 비슷한 기용인데 정글러가 교체된 모습이죠?〉

〈경기력이 살짝 아쉬웠던 잼구 선수 대신 승강전에서 준수한 활약을 한 저라딧 선수를 기용한 모습이네요.〉

-살짝?

-억제탑 하나 사라졌고요~

-멤버 완전 빡세게 짜왔네

-달래여신님 안 나오신 게 아쉽ㅠ.ㅠ

도인디와 레전설.

어느 쪽이 원딜 포지션을 가도 이상하지 않다.

상대를 교란시켜서 재미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만약 후자가 원딜을 가는 순간 솔로랭크가 폭발할 수도 있다.

〈비원딜 또다시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다른 프로팀들도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안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소리지만…….〉

연구 가치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데이터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김은준 해설이 입을 연다.

그도 그럴게 비원딜 메타의 조상이 바로 오늘 경기의 주된 화두가 될 레전설이다.

지난 SKY T1 S전에서 워낙 임팩트가 있게 사용했다.

또다시 한 건 보여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미리 기대하고 온 팬들이 한가득이다.

-제발 파밍 메타 ㄴㄴ해

-직트만 안 나왔으면 좋겠다……

-야흐오 원딜 또 보여주나?ㅋㅋ

노잼스, 노잼 메타라고 불리는 현재 2014년 스프링 시즌의 메타다.

허구헌날 라인 스왑, 극강의 타워 수성.

레전설이라면 시원하게 몰아쳐 주겠지!

최근 레전설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하늘을 찌르는 이유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그라도 어쩔 수가 없다.

과거의 전설은 오직 그 하나에게 허락된 수식어가 아니다.

* * *

SKY T1 K.

형제팀의 패배는 큰 자극이 됐다.

더 이상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다.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면 전부 사용해야 한다.

이는 비단 실력과 전략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레전설을 상대하는 방법은 몇 가지 연구된 게 있습니다."

경기를 앞둔 전날, 전략 회의 자리에서 나온 의견이다.

만약 정말이라면 환영할 수밖에 없는 정보다.

문제는 유통기한이 조금 심하게 지났다.

무려 2년도 더 전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참고하기엔 너무 오래되지 않았나?

글자 그대로의 일이다.

카오스 시절부터 레전설은 여러 클랜들의 골칫거리였다.

"피지컬을 극한으로 타는 챔피언을 쥐어주면 안됩니다. 어떻게 비벼질지 저조차 예상을 못했을 정도니까요."

저조차.

과거 카오스의 전설이라 불리던 게이머다.

지금은 SKY T1 K의 서포터를 맡고 있는 후만두가 단호하게 간언했다.

박다균 감독은 고민 끝에 조언을 받아들였다.

조금 오해를 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레전설 그는 단순히 피지컬이 좋은 게이머가 아니다.

'피지컬이 좋아도 너무 좋다라…….'

당연히 말장난을 하는 것도 아니다.

진지하게 곱씹어야 하는 부분이다.

박다균은 후만두의 의견을 따라 생각의 방향을 수정했다.

이는 대 파프리카 프릭스전의 전략.

그중에서 밴의 부분을 근본부터 바뀌게 만들었다.

레전설이란 피지컬 괴물에게 다재다능한 무기를 쥐어줘서는 안된다.

"문제는 그런 챔피언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건데 감독님이라면 분명 해내실 수 있으시겠죠."

구도를 만들어 해당 챔피언을 못 쓰게 한다.

그리고 쓸 수 있는 챔피언은 자른다.

이것이야 말로 밴픽의 묘미.

박다균 감독이 가장 자신 있어하는 부분이다.

알고 나자 드디어 해답이 보인다는 기분이다.

어떻게 해야 저 괴물을 공략할 수 있을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첫 번째 세트의 밴픽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카시를 자르고 야흐오를 가져온 게 정답이었네요. 상대가 무난한 힐라카를 가져갔습니다. 아직 미드 원딜이 불분명하긴 하지만……."

상대는 지난 SKY T1 S전과 비슷한 전략을 취해왔다.

미드와 원딜이 누구일지 교란한다.

그러다 마지막에 밴픽을 꼬아서 한 방 먹여주겠다.

같이 밴픽을 주시하고 있는 코치의 말대로 신경 쓰인다.

하지만 지난 경기와는 다르다.

설사 레전설이 상대라도 절대 밀리지 않을, 아니 오히려 압도하고도 남을 최종병기를 보유하고 있다.

'더 이상 잔재주는 통하지 않아.'

테이커.

그가 있는 SKY T1 K에게 적은 없다.

========== 작품 후기 ==========

초반부 군대편이 진입 장벽이라고 생각하시는 독자님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군대편을 없에고 바로 리야 만나서 합방하게 잇는다면 보기 편할까요?

군대편은 완결 후에 외전으로 넣고

물론 당장 대공사를 한다는 게 아니고 독자님들께 여쭤보는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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