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172화 (172/443)

###172

<-- 노잼스의 구세주 -->

SKY T1 S와의 접전은 승리로 막을 내렸다.

조별 리그 스케줄상 한동안 공백기다.

연습과 더불어 소소히 개인 방송도 한다.

BJ로서 초심 그딴 게 아니라 주된 수입원이다.

─효자아무무님, 별풍선 23개 감사합니다.

프로게이머가 경기 안 하고 뭐함?

"별풍선 인성개 감사합니다. 쳐놀고 있는데요."

-당~당

-반박할 말이 없죠?

-인성개 저거 뭐임? 시그니처 풍인가

-얼마 전에 투표했잖아ㅋㅋ

파프리카TV의 파트너BJ를 달았다.

덕분에 별풍선 수수료가 확 줄었다.

1개당 60원에서 80원으로 파격적인 인상!

단지는 꽤 됐으니 이제 와서 소란을 떨 건 아니다.

하지만 저 시그니처 별풍선은 아직 새롭다.

여러가지가 후보가 있었기는 한데.

'기왕지사 72개 캐리개, 83개 학살개 이러면 느낌 있고 얼마나 좋아?'

시청자 투표에 의해 결정됐다.

나 혼자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던 게 쏘는 사람은 결국 시청자다.

총 1만 5천 명에 달하는 투표 수.

거의 압도적인 1위로 당선되고 말았다.

-인성 수준ㅋㅋ

-초심 오졌죠?

-인성개를 쓰란다고 진짜 쓰네ㅋㅋ

"니들이 쓰라며!"

옛날에 파맛 첵스 사건이라고 있었다.

첵스 초코 나라에서 이뤄진 전대미문의 부정 선거다.

기호 1번 체키, 첵스 초코의 초콜릿 맛을 더 진하게 만들겠다.

기호 2번 차카, 첵스 초코 안에 파를 건강하게 만들겠다.

'이건 누가 봐도 후자야.'

요즘 세상이 얼마나 웰빙인데.

달게 먹어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야채와 함께 건강하게 먹으면 누이 좋고 매부 좋다.

무엇보다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개꿀잼이다.

압도적인 지지로 차카가 당선!

그래야 했으나 부패에 찌든 체키가 천인공노할 부정 선거를 저질렀다.

4배가 넘는 표 차이를 뒤집고 당선을 밀어붙였다.

후진국 독재자들이 기립 박수를 치며 벤치마킹할 부패 정치인이다.

'물론 진짜로 파맛 첵스를 만들었으면 웃기만 하고 아무도 안 샀겠지.'

하지만 23개 인성개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 정도는 충분히 들어줄 만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합의를 봤더니 진짜로 하냐고 묻고 앉았네.

하루이틀 일도 아니니 그러려니 하는 부분이다.

내 방송에는 원래 어그로가 많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상당히 난감하게 와닿는다.

-레전설은 당장 경기를 나와라!

-그 비제이 새끼야 롤챔 뛰라고

-쫄? 쫄?

-쫄아서 안 나온데요ㅋㅋㅋ

"경기를 해야 나가지 미친놈들아!"

소소한 대회가 아니다.

무려 롤챔스다.

파급력이 대단할 수밖에 없다.

달래가 고작 몇 주만에 우주대스타가 되신 것도 그럴 만하다.

'그렇기는 한데……'

심지어 승강전도 아니고 롤챔스.

인기를 얻으리라고는 당연히 예상했다.

다만 그 인기가 최근 과하다는 느낌이다.

방송을 켜는 순간 무섭게 밀려온다.

흥했다는 정도를 넘어 밟힐 수도 있겠다는 느낌.

음식집이었으면 손님 무서워서 문 닫으리 만큼 번성하고 있다.

'아니, 50명짜리 음식집에서 1000명씩 찾아오면 영업을 할 수가 없잖아!'

지금 방송을 켜지 30분이 채 안됐다.

그런데 벌써 2만 명을 돌파하려고 한다.

아니, 막 돌파했다.

게임까지 하면 더 무섭게 밀려 들어올 거다.

순수한 팬심이면 모를까.

롤챔스 경기 일정 한참 남았는데 뭣대로 나오라마라 난리다.

내가 후보 선수도 아니고 매번 나가서 등골 빠지게 뛴다.

대체 왜 저렇게 난리를 피는지.

'두 가지 추측되는 게 있긴 하지.'

명언이 있지 않은가?

사람 다섯 명이 모이면 반드시 한 명은 쓰레기가 있다고.

그런데 지금 내 방송에 2만 명이 넘게 있다.

'쓰레기가 최소 4천 명은 있다는 소리네.'

단순 계산으로 따지면 그러하다.

채팅창 물타기까지 이루어지며 난리가 났다.

너무 많이 날뛰니까 강제퇴장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그리고 다른 하나.

명색이 프로게이머인 만큼 신경을 쓰고 있다.

다른 팀들은 과연 어떤 경기를 하고 있는지.

승리라는 관점에서 보면 나쁘지 않은 방식이다.

"시청자들, 그리고 팬분들 뜻은 알겠어. 하고 싶은 말도."

-요즘 롤챔스 노잼이야

-어휴, 노잼스 수준ㅡㅡ

-직트 나오는 순간 혈압 뻗친다 ㅇㅈ?

-또바나, 노잼톤은 어떻고~

장기전을 바라보는 경기 양상이 주가 되고 있다.

한타는 물론이고 킬도 안 나오는 추세다.

보는 입장에서는 답답할 만한 게임이다.

'하지만 하는 입장도 생각해줘야 돼.'

운영이란 건 결코 간단한 게 아니다.

이론을 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팀 다섯 명이 합을 맞춰야 한다.

이를 수십 분 동안 내내~ 하는 것이다.

사람 진이 다 빠져도 이상하지 않은 고난이도 작업이다.

그런데 답답하다고 타박하면 서운해진다.

물론 시청자들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솔직히 킬 팍팍 터져야 재밌긴 하지.

그래, 이해는 하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이 개청자 새끼들아!"

내가 신이야?

운영하지 말라고 하면 듣겠니?

아니면 열여섯 팀 소속으로 전부 출전할까?

어디서 말 같잖은 소리를 하고 있어!

창원고불주먹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초가트킹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CS6974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

.

.

하나하나 손수 강제퇴장을 넣어준다.

일말의 정을 담아 블랙까진 참는다.

어그로를 끌어도 적당히 끌어야지.

채팅창에서 일어난 반란을 진압시켰다.

-캬 시원ㅋㅋㅋㅋㅋㅋ

-킬각 오진 부분 ㅇㅈ?

-충신지빡이 쟤는 맨날 강퇴 당하네

-블랙 안 당한 게 용함ㅋㅋㅋㅋ

저 정도면 어그로가 생업 수준이라 그냥 놔두는 거다.

나름 생활의 활력소 같은데 봐줘야지.

아무튼 다소 흥분한 감은 있다.

"대회 메타에 익숙해지는 게 좋아. 패치가 그런 방향으로 됐는데 선수들이 어쩌겠어?"

-흠 정론이긴 한데……

-선비 코스프레 역겹다 남절아

-세탁 오지죠? 재활용 쓰레기?

-오늘은 리야 안 때리니?

내가 무슨 리야를 때렸다고 그래!

누가 보면 허구헌날 여자 때리고 다니는 쓰레기인 줄 알겠네.

이래서 프레임이라는 게 무섭다.

'잘못 씌워지면 이미지라는 게 남거든.'

내가 그토록 신사적임에도 종종 오해를 받는 이유다.

레전설 하면 쓰레기 아니야?

쓰레기를 줍고 다니는 건실한 청년을 쓰레기라고 매도하고 있다.

"아, 맞아. 요즘 리야 뭐하고 사냐?"

-행복롤 중!

-너만 없으면 행복해 걘

-너님이 롤 시켰잖아요ㅋㅋ

-나름 골드에서 현지적응 했더라

리야를 방치 플레이한 게 아니다.

숙제를 하나 내줬었다.

나는 바쁘니까 알아서 연습하라고.

솔직히 조금 잊고 있던 감은 있다.

하도 바쁜 일이 많아서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알아서 행복롤을 하고 있다고 하니 한시름 놓인다.

'근데 왜 이렇게 마음에 안 들지?'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으면 당연히 기뻐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리야는…… 고생을 좀 했으면 좋겠다고 나만 생각하나?

니 실력에 잠이 오는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롤은 전쟁이야. 행복하게 하고 싶으면 챌린저 찍고 다이아에서 양학해.'

그게 유일한 방법이다.

더 올라갈 곳이 없고, 떨어질 일이 없는 순간 비로소 안심이 가능하다.

유리야는 안심 스테이크나 꾸역꾸역 먹고 있을 애다.

먹고 있는 모습을 바라만 봐도 이상하게 빡이 친다.

사실 조만간 갈굴 예정이긴 했다.

한동안 얼굴도 못 보고 지냈는데 관심을 가져줘야지.

"슬슬 쿨타임이 돌기는 했어."

-ㅁㅊ새끼ㅋㅋㅋㅋㅋㅋㅋ

-리야가 위험해!

-리야 화들짝

-이걸 갑자기 쳐들어간다고?

아니, 안 간다.

리야가 얼마나 소중한 후배인데.

얘가 마음씨도 약해서 잘못 건들면 자지러지게 놀란다.

'갈 거면 몰래 가야지~.'

이렇게 대놓고 예고하고 가면 장롱 사이에 들어간 햄스터처럼 안 나온다.

나왔을 때쯤 해서 빼도 박도 못하게 포위해야지.

리야 다루는 법은 세상 그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드디어 때가 됐다.

내가 괜히 고생을 사서 이상해꽃까지 키운 게 아니다.

대 SKY T1 K를 상대할 비밀 병기.

뿌려놓은 씨의 수확만이 남았다.

* * *

잠잠한 연못에 구속 150km로 돌덩이를 콰앙!

연못 속 생물들이 깜짝 놀라 속이 뒤집어진다.

수면에 작은 쓰나미가 생기며 밀려 올라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진정이 되기 마련이다.

파문이 잔잔~해지며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물론 누군가 연못에 시멘트를 때려 부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안뇽~~! 리야 왔어요. 여러분 추천 하시면요~ 복 받을 거에요."

평범한 학생들은 개학을 하는 3월이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모두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다.

화면으로 보이는 그녀.

고등학생이라고 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사실 대학교 3학년생인 유리야도 마찬가지다.

-중학교 3학년생이라고 해도 믿겠다……

-오늘도 귀엽다^^

-리야야 안뇽!

-볼살 토실토실한 거 보소. 밥 뭐 먹고 왔어?

학창 시절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원래 학교 갈 시간에 딴짓 하는 게 꿀잼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리야는 최근 일상이 너무나도 행복하다!

"나 오늘 아침에 햄버거랑 라면 먹었다~ 라면에 밥 말아 먹었다~ 그리고 후식으로 스무디 마셨다!"

따박따박, 따박따박~!

먹고 싶은 것들 마음대로 먹고!

쉬고 싶을 때 마음대로 쉬고!

휴학계를 낸 유리야는 방송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방송이 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 받을 수 있을 정도다.

부모님은 당연히 고심했지만 그래도 한 학기 쯤이야.

요즘 대학생들 4학년 스트레이트로 졸업하는 사람 거의 없다.

연수를 가든 자아를 찾든 뭔가를 하는 게 유행이다.

경험도 된다는 생각에 허락을 해주자 유리야는 방구석 집순이가 됐다.

-저 호리호리한 몸에 2인분이 들어가네ㄷㄷ

-리야 살 찌겠다 그러다가

-이미 찐 거 아님?ㅋㅋ

-근데 스무디는 해먹은 거야?

"동생이 사다 줬어! 착하지?"

그렇게 행복한 기분으로 시작하는 방송.

컨텐츠는 당연히 롤이다.

브론즈 리야, 실버 리야 전부 없어졌다.

골드 리야가 당당하게 솔로랭크를 돌린다.

파앙!

럭키의 E스킬 반짝 구체.

멀리 던져져 광역 피해를 선사한다.

적 미드라이너 트와이스 페이크에게 스치자 신났다.

뚜벅뚜벅 걸어가 평타를 툭!

패시브 데미지가 터지며 딜교환을 승리한다.

너무 신난 나머지 자꾸 앞무빙으로 스킬을 던지다가.

끠룩끠룩! 끠룩끠룩!

적팀의 정글러 끠들스톡이 궁극기 갱을 와버렸다.

공포가 걸리고 황금 카드가 연계된다.

그 자리에서 찍소리도 못하고 사망!

-리야 볼 터지겠다ㅋㅋ

-너무 앞으로 나갔어!

-삐졌죠? 아무고토 말 모타죠?

죽었는데 시청자들이 놀리기까지 한다.

서러운 일이지만 옛날보다는 훨씬 낫다.

티어가 제법 상승한 리야는 시청자들에게 티어로 놀림 안 받는다.

-(플래3)정글 차이 인정

-이걸 실드해 준다고?

-저분 진짜 충신이네ㅋㅋ

"그렇죠? 하늘 같은 플래가 보기에도 그렇죠? 저 정말 마음 아파요. 우리 정글 아무것도 안 해요."

고정 팬층도 꽤나 두터워 실드도 간간히 쳐진다.

아무것도 안하는 리야팀의 정글러.

리심이 블루를 툭툭 치자 헐레벌떡 뛰어간다.

그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하하호호 즐겁게 웃는다!

이런 가벼운 느낌의 힐링 방송이다.

BJ 본인이 귀여운 과라 보기만 해도 눈이 즐겁다.

먹는 모습도 복스러워서 볼따구를 깨물어주고 싶다.

-리야야 꼭꼭 씹어 먹어!

-게임하다가 과식하면 체한다~

-딸기는 어머니가 가져다준 거야?

"응! 딸기 맛있겠지? 요즘 철이라서 냉장고에 엄청 많아! 입에서 살살 녹는다~."

게임 방송임과 동시에 먹방이기도 하다.

책상 위에는 딸기를 비롯한 온갖 간식들이 놓여있다.

가히 꿈만 같은 생활을 유유자적 즐기는 리야는 오늘도 행복하다.

"죽었으니까 힘내라고 딸기 하나 먹어야지."

스트레스 받을 때는 먹을 게 직빵이다.

그 맛이 달콤새콤하다면 더더욱이다.

접시에 담긴 딸기를 손으로 집어 머금는다.

단 한 알로도 오른쪽 볼따구가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다.

보고 있기만 해도 콕 눌러주고 싶을 정도로 깜찍하다.

하지만 모든 시청자들이 꼭 같은 심정인 건 아니었다.

순진무구한 리야의 모습이 대체 어디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걸까?

-딸기 내려놔

불청객이 찾아왔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 원고료 후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