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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기대하긴 했던 부분이다.
그도 그럴게 레전설의 야흐오!
다른 이들에게는 없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한 차원 다르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했다.
갑작스런 점멸 진입으로 한타의 쐐기를 박았다.
마지막 한 명 남은 적의 추적은 어렵지 않다.
〈이즈레알! 이즈레알! 열심히 때려보지만 안 박힙니다. 왜냐!〉
코어 아이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강빈 해설의 외침은 한 2할쯤 맞았다.
나머지 8할을 채우는 건 궁극기다.
트롤킹의 궁극기 약탈.
대상이 된 상대의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을 40%나 뺏는다.
그런데 콩머스는 단단하기 그지없는 하드 탱커다.
서포터임에도 수 초 동안 라이너 뺨치는 탱킹력을 자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돌기둥이 결정타다.
자랑하는 카이팅을 채 해보지도 못하고 붙잡혀버린다.
─마무리……!
파프리카 프릭스의 한타 대승!
물론 그 대가는 가볍지 않다.
SKY T1 S는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이번 스프링 시즌 최초로 레전설이 잡혔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영광스러운 거거든요~?〉
진용준 캐스터의 말을 과연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SKY T1 S로서는 마다하고 싶은 훈장이다.
하지만 정신 승리할 게 그것밖에 없다.
분명 유리한 상황이었음에도 기세를 살리지 못했다.
결과는 무려 5대2의 교환이다.
게다가 야흐오가 킬을 세 개나 먹었다.
〈야흐오가 트리플 킬을 먹었다는 건 굉장히 좋은 상황입니다! 왜냐! 아이템이 잘나오기 때문이죠!〉
트리플 킬을 먹고도 안 좋은 챔피언이 있을까?
강빈 해설의 말은 얼핏 의아하다.
엄밀히 따지면 의외로 맞는 말이다.
-하필 야흐오가 킬을 몰아 먹었네
-빛전설 갓전설……
-야흐오가 템 잘 나오면 좋지!
-근데 용 뺏겼는데?ㅋㅋ 사스가 잼구
너무 어수선한 상황이라 미처 체크가 늦었다.
점멸로 박치기를 해버렸던 호롱의 콩머스.
강타와 함께 용을 가로채는데 성공했다.
만약 한타의 대승까지 가져왔다면 그대로 게임이 끝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선수에 의해 뒤집혔다.
이를 해낸 마법과도 같은 레시피.
〈레전설 콤보! 레전설 선수만 쓸 수 있다고 해서 화제를 일으켰잖아요. 솔직히 안 믿는 분들도 많으셨을 겁니다.〉
김은준 해설 또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따라할 수 없는 콤보가 어디 있어?
리심의 Q평E평RQ평E.
리픈의 자연스러운 평캔.
기타 등등 시간이 지나면 양산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 콤보는 도저히 따라할 수가 없다.
따라할 수 없는 콤보에 명명된다.
레전설 콤보.
오직 그에게만 허락된 신기다.
이윽고 리플레이 장면이 송출된다.
0.5배속 느리게 재생되고 있음에도 입이 벌어진다.
이루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레전설 콤보 ㅁㅊㄷㅁㅊㅇ
-그건 리픈 콤보 아님?
-랄라 피도 많은데 그냥 썰리네;
-레전설이 레전설했을 뿐인데 문제라도?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그 순간이다.
눈으로 봤음에도 믿기지가 않는다.
느리게 봐도 좀처럼 세기가 힘들다.
눈이 살짝 침침할 수 있는 나이대인 진용준 캐스터가 동그랗게 뜬다.
〈대체 몇 번을 베는 거죠?〉
〈제가 센 것만 한 다섯 번은 벤 것 같습니다. 야흐오가 원래 저렇게 콤보를 넣을 수 있는 챔피언이 아닌데…….〉
알면 알수록 감탄사를 자아낸다.
모르고서 보면 그냥 대단하다.
아는 입장인 김은준으로서는 알쏭달쏭하다.
어떻게 욱여넣은 건지 뜯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그야말로 극한을 짜냈다.
지속딜 챔피언이어야 할 야흐오가 순간적인 폭딜로 터트려버린다.
심지어 그 정밀도.
랄라부터 마무리하는 판단이 예술이었다.
궁극기 간만 보다가 사망하고 말았다.
한타를 비벼버린 결정적인 쐐기였다.
〈SKY T1 S가 대충 싸워도 최소 반반은 가는 한타라고 봤거든요? 그런데 콩머스가 트롤킹 궁에 녹아버리고, 레전설 콤보에 결정타가 박히면서 갑분싸가 왔습니다.〉
정규 방송, 그것도 김은준 해설의 입에서 레전설 콤보가 언급됐다.
더더욱 유명세를 타리라.
레전설의 트레이드 마크가 가진 위력이 1부 리그 롤챔스에서 전국, 전세계에 널리 퍼진다.
그럼에도 아직이다.
누가 경기가 끝났다는 소리를 내었는가?
대장군의 걸음걸이는 여전히 당당하기만 하다.
으어억~!
괴상한 울음소리와 함께 크고 아름다운 기둥이 솟아오른다.
그 효과는 고작해야 둔화.
더불어 아주 약간 불편한 수준의 위치 변동 효과가 있다.
이를 곧 에어본이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돈!
봇라인 1차 포탑에 밀린 웨이브를 먹으러 갔던 나이즈.
당당하게 걸어다가 훅 꺾인다.
생각지도 못한 봉변을 맞이한다.
이걸 안이했다고 봐야 하는지는 곱씹어볼 여지가 있다.
-저래서 트롤킹 서폿했구나ㄷㄷ
-야흐오랑 시너지가 깡패네
-아니, 저렇게 죽이는 건 반칙이지ㅋㅋㅋㅋ
-진짜 개억울하겠다
보는 사람도 저게 돼?
의문을 느낄 지경이다.
당하는 사람은 눈 뜨고 코 베였다.
돌기둥으로 살짝 띄우자 야흐오의 궁극기가 연계된다.
뚜벅뚜벅 걸어온 트롤킹이 궁극기를 쪽 빤다.
나이즈가 아무것도 못하고 녹아내린다.
〈왕린으로서는 정말 피눈물이 나겠네요. 대악마의 지팡이가 이제 곧인데…!〉
〈임명장을 받아야 장군이잖아요~? 그 직전에 일을 당하면 임명식이 미뤄지는 겁니다!〉
대장군은 대장군인데 엄밀히 따지면 대장군(진)이었다.
(진)이라는 건 곧 진급예정이라는 소리다.
사실상 그 계급이라고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엄연하게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악마의 포옹이 나와야 딜탱이 다 된다.
순간적인 실드로 어그로 핑퐁이 가능하다.
그렇게 되기 전에 두 번이나 조졌다.
한타에서 한 번, 끊어 먹기로 또 한 번!
저 정도로 부진하면 진급누락 명단에 뜰 때도 됐다.
─다대기!
익숙한 외침과 함께 쏘아진다.
야흐오의 회오리가 미니언을 갈라버린다.
적장의 목을 세 번이나 베며 공적을 드높인 보상이다.
스태틱이 터지며 근거리 미니언이 한 방.
단 한 번의 칼질이 누킹에 준하는 위력이다.
이제는 끊을 수 있는 변수 또한 점점 줄고 있다.
〈금은 장식 머리띠와 주술포식자까지 갖춰줘서 이제는 실수를 바라는 것밖에 없어졌습니다.〉
항상 강팀의 입장에 서는 김은준 해설이다.
클끼리라면 희망적인 말을 해줬겠지만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강빈 해설은 조냐를 키고 있어서 묵묵부답이다.
한타 대패 이은 나이즈의 실책.
어쩔 수 없었던 실수라는 변명이 통할 자리가 아니다.
기울어진 승기가 더더욱 파프리카 프릭스 쪽으로 넘어간다.
실수 따위를 할 레전설도 아니었다.
* * *
으어억~!
크고 아름다운 기둥이 시도 때도 없이 솟아오른다.
쿨타임 감소를 갖추면 대략 7초마다.
별거 아닌 거 같으면서도 어지간히 신경 건드린다.
'괜히 트롤킹이 아니야.'
챔피언 대사부터가 트롤 한 판 해볼까다.
아군 귀환 끊는 트롤용으로 하는 챔피언이다.
하지만 티몽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쓰면 좋다.
그 증명을 현재 경기로 보여주고 있다.
하비의 인생 챔피언 중 하나다.
기둥이 박히는 위치가 예사롭지 않다.
'내 기둥도 상당히 물건이라고 자부하는데. 크흠……'
기회가 생긴다면 시범을 보여주고 싶다.
물론 게임 얘기다 게임 얘기.
이런 말하면 꼭 착각하는 애들이 있다.
음란마귀에 씌여가지고 일상생활 가능한지 모르겠다.
개인 방송이 아니라 다행인 부분이다.
아무튼 적 미드 억제 포탑 앞에서 대치를 하는 중이다.
구륵!
콰락!
돌기둥이 상대의 위치를 제한시킨다.
도인디가 공 굴리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심지어 멘탈이 반쯤 갈린 듯 보이는 나이즈.
호롱!
콰드득!
코리아나의 3인궁에 호응한다.
3인이라고 해봤자 루나와 콩머스.
미드 억제 포탑을 끼고 싸우기에는 자칫 무리수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게 돈!〉
그럼에도 망설임 없이 호응한다.
좁은 진형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롤킹의 돌기둥과 더불어 한 가지 더 가로막는다.
으어억~!
〈발암을 맞아라!〉
적 딜러진의 딜이 절반 이상 차단된다.
그런 상황에서 탱커진의 퇴로가 막혔다.
돌기둥에 의해 굼뜬 콩벌레가 된 콩머스부터 썰린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야흐오의 궁극기는 사용 후 방어구 관통 버프가 걸린다.
약탈에 의해 갑옷이 갈라진 콩머스는 탱커가 아니다.
랄라가 실드랑 커져라를 써줘도 체력만 많은 물렁살이다.
가볍게 썰어버리며 전진한다.
쏟아지는 공격은 또도 박사와 트롤킹이 몸으로 막는다.
엄호를 받으며 남은 적을 소탕한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적진 한가운데인 탓에 도주를 막을 수는 없다.
어차피 더 이상의 살생은 무의미하다.
게임의 종지부를 찍고도 남는다.
아군 탱커들이 포탑을 깡으로 맞으면 넥서스까지 쭉 개통시켰다.
[게임을 승리했습니다!]
[포인트를 5291만큼 획득했습니다.]
[독특한 시도가 이목을 모으며 22782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경기 승리의 기여도에 따라 27979포인트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오늘은 전보다 조금 주긴 하네.'
승기를 잡았을 때 밀어붙여 게임을 끝냈다.
다만 그 보상이 조금 쪼잔하네?
하지만 기분 나쁜 일은 아니다.
절대적인 양이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
기여도가 분배됐다는 건 아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파프리카 프릭스가 슬슬 궤도에 올라섰다.
"안녕하세요 하비 선수. Hello?"
"안뇽하세요!"
그만큼 관심 또한 더욱 드높아질 수밖에 없다.
어색한 외국어, 이를 반기는 어색한 한국어!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다.
내가 드립치는 게 아니다.
"한국어로 말씀 드려도 대화가 가능하실까요?"
"Why Not? 한쿡어 잘해요. Come On!"
롤챔스 인터뷰를 도맡고 계신 분이다.
통칭 안경 누나로 불리는 김수연 아나운서.
그 옆에서 진용준 캐스터가 아빠 미소를 짓고 있다.
미녀가 둘이나 있는 만큼 그럴 만하다.
실제 가장이셔서 그런지 자연스럽다.
나도 자제하고 싶은데 자제가 안된다.
'보는 이를 흐뭇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
성적인 매력, 섹시미 그런 저속한 걸 말하는 게 아니다.
나 레전설,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이다.
개방적인 서양 문화 익숙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국공통의 공감대가 존재한다.
진용준 캐스터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테다.
한국어가 어설픈 외국인은 뭔가 좀 정이 간다.
"첫 번째 세트에서 티몽을 하셨어요~. 참고로 롤챔스 최초 등장이에요! MVP까지 수상하셨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훈훈하게 진행되는 인터뷰다.
귀엽기 짝이 없어서 확 찢어버리고 싶은 티몽.
하지만 플레이하는 사람이 여성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못하면 모를까 잘했다.
적재적소 스킬 활용 능력이 기가 막혔다.
'물론 훌륭한 스승을 뒀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크흠!'
구태여 거기까지 참견하지는 않는다.
스승의 그림자.
너무 짙어서도 안되는 노릇이다.
흐뭇하게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티몽 내 Best Friend! 자신 있다. 잘했다고 생각한다."
"1인분만 했어도 엄~청난 화제가 됐을텐데 너무 잘하셔서 솔로랭크가 난리가 날 수도 있겠어요! 물론 하비 선수의 미모에 비하자면~.〉
반대쪽 자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진용준 캐스터.
달래 때도 그랬지만 말 참 번지르르하게 잘한다.
나도 그렇게 좀 해주지!
확실히 이슈라는 측면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인재다.
달래에 비해 부족한 감이 있지 않나?
처음 하비가 롤챔스에 나왔을 때.
긍정적인 화두만 오갔던 게 아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 비제이 새끼 여자라면 환장해 가지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네.
사실 욕 먹었던 건 나다.
"레전설 선수도 카시오가피라는 비주류 챔피언의 새 지평선을 열지 않았나……."
"애써 띄워주실 필요는 없는데."
"섭섭해 하지 마시고~ 레전설 선수가 잘하는 건 이미 자자한 사실이잖아요?"
그렇기는 하다.
잘한다는 건 나에게 있어 숨 쉬는 것과도 같은 행위다.
처음 잘한다는 감정을 느껴보는 우매한 팀원들에게 양보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야흐오 원딜의 창시자.
카시오가피라는 상식을 뒤엎는 시도.
그 외에 여러 질문들 속시원히 대답해준다.
인터뷰는 그렇게 훈훈한 느낌으로 끝마쳤다.
산전 다음 수전이라 할 수 있었던 SKY T1 S와의 조별 리그.
쉽지는 않았지만 딱히 난적 또한 아니었다.
문제는 그 후폭풍이다.
예상했던 이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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