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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레벨, 그것도 수준급 팀들간의 대결.
사실 SKY T1 S와 파프리카 프릭스는 강팀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 두 선수만은 인정해줄 만하다.
─우리에게 돈!
왕린의 나이즈가 야흐오의 궁극기에 묶인다.
1초가 지나 땅에 떨어졌음에도 얼탄다.
아니, 왜 갑자기 맞고 있는 거지?
물론 얼탔다고 해봤자 찰나다.
곧바로 도주를 위해 점멸을 쓴다.
안타깝게도 칼끝에는 이미 충전돼있었다.
휘리링!
질풍보를 밟으며 원형으로 베어 가른다.
칼끝에 서린 회오리가 나이즈를 또다시 띄운다.
하늘에서 채 내려오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한다.
〈나이즈 잡았어요! 야흐오 역주행!!〉
김은준 해설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누가 봐도 꼼짝 없이 죽었다.
아예 생각지도 못한 제 3의 방향.
야흐오가 나이즈를 잡아버렸다.
그리고 도주를 위해 미니언을 탄다.
훌륭한 판단이었으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본인이 죽는다면 말짱 도루묵.
깜짝 놀란 콩머스가 방향을 비튼다.
역주행하는 야흐오를 따라잡으려 한다.
─다대기!
단순히 미니언을 탔던 것만이 아니다.
또다시 모인 칼끝의 회오리.
콩머스를 향해 정확하게 내지른다.
국밥에 어울릴 듯한 맛깔나는 외침과 함께 공중에 붕-!
이어서 세워진 돌기둥이 결정타다.
콩머스의 추격은 끝내 닿지 못했다.
와아아아아아~~!
가히 야흐오의 본좌 다운 슈퍼 플레이.
적을 따고 역주행 해서 살아 돌아온다.
숨 죽인 채 지켜보던 관중들의 환호성에 경기장이 떠나갈 듯하다.
〈나이즈를 잡고, 살아 돌아가는 과정까지 완벽했습니다! 하지만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이해가 되지 않을 분들도 계실 거거든요?〉
곧바로 리플레이를 통해 짤막하게 재생된다.
문제의 그 화면.
점멸이 빠진 야흐오를 구원한 슈퍼 플레이다.
고작 단 한 번의 돌기둥도 슈퍼 플레이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게 돈!
트롤킹의 돌기둥은 단순한 둔화 지대가 아니다.
범위는 좁지만 글자 그대로 돌기둥이 솟아난다.
정밀하게 쓰면 적을 밀쳐내는 효과도 있다.
이는 곧 에어본.
야흐오가 참 좋아하는 세 글자다.
후방에 쫓아오던 나이즈를 잡아 뜯을 수 있었던 근원이다.
〈설계는 분명 완벽했고, 실수한 것도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겼습니다. 왕린 선수 멘붕할 수도 있겠는데요?〉
김은준 해설의 지적대로 왕린의 멘탈은 고질적인 문제다.
프로게이머에게 있어 이는 하나의 스탯이기도 하다.
피지컬, 판단력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잘못하면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소리다.
그렇게 돼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설계도, 백업도 완벽했던 구도.
역으로 털리면서 게임이 기묘하게 비벼졌다.
〈심지어 양팀 에이스간의 대결이었습니다. 그런 중요한 교전에서 하비가 또 한 건 거뒀습니다.〉
〈레전설 선수 분발해야 돼요~ 만약 이겼는데 또 MVP 뺏기면 억울해요 억울해!〉
-레전설 굴욕ㅋㅋㅋㅋㅋ
-잘하고도 욕 먹죠?
-레전설은 까야 제맛이지!
-하비야 그 새끼 똥차야(속닥속닥)
반반 비스무리하던 상황이 6대4.
만약 클끼리 해설이 있었다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양팀의 기본적인 실력 격차가 어디로 간 건 아니다.
─커져라~♪
콩머스가 탑을 찌르는 사이 잼구는 미드를 노렸다.
나름대로 점멸까지 쓴 회심의 갱킹.
SKY T1 S의 미드라이너 이지용이 가볍게 흘려버린다.
하드 캐리와는 거리가 먼 성향인 그다.
대신 게임을 지탱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침착함이 돋보이는 움직임과 포지셔닝이 철벽과도 같다.
〈추가 실점까지 났으면 뼈아플 뻔했습니다. 이지용 선수가 슈퍼 플레이를 한 셈이에요.〉
〈역시 이지용! 이지스함처럼 든든하게 막아냈어요~.〉
진용준 캐스터가 별명 욕심을 내지만 정착할지는 모를 일이다.
정말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는 선수이긴 하다.
웬만하면 갱킹을 당하지 않는다.
든든하게 버텨줌으로서 상대의 턴을 한 번 막아냈다.
SKY T1 S가 용 한타를 할 기반이 닦인다.
한타로 들어간다면 5대5 이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파프리카 프릭스가 하필 조합 난이도가 높습니다. 신인팀이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요.〉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라인전을 반반 간다.
의외로 10번 하면 네다섯 번은 보이는 구도다.
하지만 이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린다.
운영, 까지 갈 것도 없다.
그냥 한타만 해도 밑천이 드러난다.
그 차이를 지금까지는 한 선수가 지탱해냈다.
〈그런데 야흐오가 얼마 전에 너프를 먹어서…… 잘못하면 게임이 한순간에 비벼질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 너프 먹었죠?〉
〈데미지 너프는 아닌데 유틸적인 부분이…….〉
롤판에서는 상당히 흔하게 있는 일이다.
대회 무대에서 활약을 하면 게임사가 꼭 건든다.
뜨거운 감자로 올랐던 레전설 콤보.
화룡점정을 찍은 건 윈터 시즌 결승전 다대기의 활약이었다.
─야흐오는 출시 이후 모든 롤 유저에게 사랑 받는 챔피언이었습니다.
문제는 야흐오의 캐리력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다른 챔피언이 활약할 기회가 적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는 야흐오의 캐리력을 하락시키기 보다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다른 챔피언과의 균형을 맞추고자 합니다.
물론 야흐오의 캐리력은 그대로이기에 기존에 야흐오를 플레이하던 유저분들께는 영향이 적겠지만, 야흐오의 '캐리'를 좋아하시던 유저분들께는 조금 더 까다로운 '선택'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예전에는 실드 두 번만 돌려도 한타에서 탱커만큼 버티고 그랬어요. 이제는 점사를 맞는 순간 녹을 수가 있는데 SKY T1 S의 조합이 무섭습니다.〉
CC기가 워낙 많은 조합이다.
나이즈의 속박.
콩머스의 도발.
루나의 3단 콤보.
랄라의 변이, 커져라 기타 등등.
원딜러를 제외한 전부가 하드 CC기를 가지고 있다.
저 정도 있으면 맞아주는 게 예의일 정도다.
다만 예의가 과해서 연계까지 된다?
숙인 고개가 아스팔트 바닥까지 쳐박혀 묻힌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 한타.
레전설을 제외한 선수들이 잘해줘야 한다.
과연 잘해줄지 의문이 안 든다면 거짓말이다.
-잼잼 듀오 합쳐서 1인분 가능?
-근데 트롤킹 서폿 한타 가면 뭐하냐……
-진짜 조합이 무슨 저따구야ㅋㅋㅋ
-코리아나 5인궁 밖에 답 없다 ㅇㅈ?
약간 솔로랭크에서나 볼 법한 조합이다.
챔피언 하나하나만 두고 보면 괜찮다.
하지만 조합으로 놓고 보면 애매하다.
어쩔 수 없던 일이기도 하다.
레전설을 제외하면 솔직하게 기량이 밀린다.
이를 각자 적절한 챔피언 선택으로 극복해냈다.
이제는 그 리스크를 짊어질 때.
불안한 조합으로 한타에 임한다.
게임 시간 18분.
물러설 수 없는 용한타에 이목이 집중된다.
* * *
유난히 킬 먹을 기회가 없었던 이번 세트다.
하지만 성장이 밀린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대기!〉
정다운 외침과 함께 쏘아진다.
아이템이 잘 나온 덕에 무자비하다.
한 마리당 2골드씩 추가로 지급된다.
'욕망의 검이 은근히 짭짤해.'
처음에 선취점을 먹고 구입한 아이템이다.
더해서 10초당 3골드씩 획득 효과도 있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2킬을 공짜로 획득한 셈.
그동안 짭짤했지만 이제는 처분할 때다.
보다 좋은 아이템으로 교환한다.
귀환을 하여 상위템을 고른다.
찰칵!
스태틱의 단도.
야흐오가 반드시 가야 하는 코어템이다.
돈을 벌기 위해 일부러 늦게 구입했고, 덕분에 아슬아슬 맞출 수 있었다.
'어찌저찌 2코어를 띄우긴 띄웠는데…….'
야흐오의 폭발력이 터져 나오는 전성기다.
한타 시기를 예측하여 성장에 몰두한 덕이다.
든든해야 할 텐데 전혀 안심이 되지 않는 건 기분 탓일까?
"나도 잼할도 못 컸는데 버틸 수 있으려나~."
"괜찮다.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것이다!"
아군의 앞라인을 맡고 있는 두 사람이다.
잼구와 잼할의 성장이 부족하다.
심지어 챔피언도 따로 노는 성향이 있다.
거미여왕과 또도 박사는 성장을 특별히 잘하지 않는 이상 한타가 애매하다.
난전에서는 상관이 없지만 하필 지키는 구도다.
내 생존이 곧 한타의 열쇠가 된다.
"일단 치고 최대한 빼면서 싸워요."
먼저 용을 쳐서 교전을 유도한다.
이니시가 안되므로 달리 방법이 없다.
설사 불리해지더라도 난장판, 난전이 되는 구도를 유도한다.
다행히 상대는 포킹이 그리 좋지가 않다.
그리고 대치는 오히려 아군이 좋다.
던질 것도 많으며 간간히 세워지는 기둥.
으어억~!
크고 아름다운 돌기둥이 우뚝 솟는다.
상대의 진영을 강제로 협소하게 만든다.
진입할 각도가 제한된 상대는 조급해진다.
퀴이이잉…!
이러다 잘못하면 용을 뺏길 수도 있겠다?
콩머스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굴러온다.
그보다 먼저 박히는 것은 루나의 궁극기.
콰아앙!
용을 치고 있었던 탓에 피할 수 없었다.
이루어지는 상대의 이니시가 날카롭다.
하지만 아군도 저지선을 명확하게 긋는다.
구륵!
콰락!
도인디의 코리아나가 공을 굴린다.
추가적인 진입을 막겠다는 심산이다.
랄라와 루나의 체력이 제법 도려진다.
분명 나쁘지는 않지만.
'나쁘지 않은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해.'
고작 그 정도로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타력이란 측면에서 완전히 밀린다.
앞서 오더했던 대로 진영을 후퇴하며 싸운다.
콰앙!
그럴 틈을 주지 않겠다.
상대는 포커싱에 최적화된 조합이다.
이런 아비규환의 한타 속에서 경우의 수는 셀 수 없이 많다.
콩머스가 난데없이 앞점멸.
잼구의 거미여왕에게 부딪쳤다.
그 범위에 하필 휘말리고 말았다.
싸캉!
정화를 소비하는 수밖에 없다.
나에게 걸린 도발을 풀며 베어낸다.
당연하게도 쉽게 베어낼 수 없는 철이다.
철갑옷을 두른 중무장 대형 콩벌레.
평타 기반 챔피언의 하드 카운터다.
알고 있음에도 칼질을 멈추지 않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콩머스의 이니시는 분명 날카로웠다.
예상치 못하게 휘말려 하마터면 위험할 뻔했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건 상대 또한 마찬가지다.
'트롤킹의 궁극기가 낯설 수 있긴 하지.'
하도 안 나오는 챔피언이라 의식을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을 40% 흡수.
콩머스의 단단한 갑옷이 순식간에 산화되어 물렁해진다.
점사를 하자 물렁한 순두부처럼 녹아내린다.
물론 커져라가 들어갔으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한 턴 버티면서 정말 위험한 그림이 그려졌을 수도 있다.
호롱!
콰드득!
코리아나가 저지선을 훌륭히 유지해낸 덕분이다.
상대의 진입 타이밍에 맞춰 궁극기를 사용.
랄라가 콩머스를 슈퍼 세이브하지 못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생각 이상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1대1의 교환.
잼할의 또도 박사가 금세 잡히고 말았다.
쏟아지는 상대의 화력에 얻어 터졌다.
그 주된 이유는 대장군이 돼버린 나이즈다.
한 번 잡아냈음에도 여전히 강력하다.
2코어 갖춰진 중반 타이밍이다.
대장군이라는 별명이 괜히 생겼을까?
스치기만 해도 찌그러지는 위력이다.
여기서 적장의 목을 쳐야 한다.
휘익!
적 루나를 향해 질풍보를 내딛는다.
원형의 칼질과 함께 회오리가 용솟음친다.
하지만 띄우는 대상은 당연히 루나가 아니다.
휘리링!
점멸에 의해 위치가 바뀐다.
나이즈가 하늘 높이 떠오른다.
옆에서 보조하고 있던 랄라까지.
사각!
휘리링!
평타를 그으며 다시 한 번 내지른다.
세 번의 참격이 순식간에 들어간다.
당연히 끝이 아니다.
상대는 아직 바닥에 내려앉지 않았다.
〈우리에게 돈!〉
공중에 띄워진 그대로 다시 붙들어진다.
채 내려오기 직전에 평타와 일섬.
랄라의 목숨을 끊어내고도 남는다.
하지만 나이즈는 아직 질기게 살아있다.
─FFs 레전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SKY T1 왕린님이 FFS레전설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서로 한 끝 싸움이다.
녹이지 못했다면 내가 죽는다.
점멸로 거리를 벌린 나이즈의 풀콤보에 녹아내렸다.
하지만 죽기 직전에 그을 수 있었다.
절묘한 각도로 쏘아진 회오리.
나이즈를 정확하게 반토막낸다.
대악마의 포옹이 완성될 수 없는 타이밍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치명타와 스태틱이 터지자 고작 한 방의 위력이 아니다.
나이즈를 마무리하며 동귀어진한다.
그렇게 양팀의 에이스가 사라진 소환자의 전장.
으어억~!
크고 아름다운 기둥 하나.
콩머스의 갑옷을 강탈한 트롤킹이 미쳐 날뛴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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