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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68화 (168/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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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첫 세트에 이은 두 번째 세트.

당연히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다.

또다시 티몽이 등장하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원래 필살기는 두 번 연속으로 사용하면 진다는 징크스가 있긴 하죠~.〉

김은준 해설의 드립대로다.

그리고 필살기는 교대로 꺼내는 재미도 있다.

정의의 아군이 선전하면 악당도 한 번 받아친다.

이번에 독특한 픽으로 이목을 모은 건 SKY T1 S였다.

〈와~ 이거 진짜 오랜만의 등장인데요?〉

〈나이즈, 나올 만했습니다. 최근 솔로랭크에서 다시 픽률이 올라간다는 데이터가 있거든요.〉

족보도 없는 티몽과는 다르다.

연구된 픽이며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때 소환자의 전장을 호령하던 OP챔피언이기도 했다.

그러다 너프를 먹고 관짝에 못이 꽝꽝!

얼마 전 소폭의 버프를 받았다.

그래도 옛날보다 너무 약한데?

〈천상계에서 탑나이즈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근거리 챔피언 상대로 견제가 엄청 강해요.〉

탑으로 쓰니까 상당히 괜찮더라?

근접 챔피언의 머리끄덩이를 잡아 뽑는다.

그런 느낌일 정도로 견제력이 진짜 막강하다.

〈조만간 나오리라 생각은 했지만 정말 이르게 나왔습니다. SKY T1 S가 첫 번째 세트의 패배를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네요.〉

〈한 방 먹었으면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티몽! 나올 테면 나와봐라 찢어주겠다!〉

진용준 캐스터의 말대로 티몽은 찢어야 제맛이다.

이전 판은 만족스럽게 찢지 못했다.

오히려 웃음소리에 농락 당한 끝에 굴욕을 겪었다.

두 번은 없다.

전력을 다하여 찢어발겨 주겠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조합을 상대로 먹힐 확률이 높아 보인다.

〈파프리카 프릭스에서 네네톤을 밴하고 트롤킹을 선픽으로 가져갔거든요…. 이건 카운터를 제대로 맞았습니다.〉

최근 대회 무대에서 간간히 모습을 드러내는 챔피언이다.

시작은 해외 리그였지만 발을 넓혔다.

심지어 잼할의 시그니처픽이다.

단점이 있다면 네네톤을 상대로 약하다는 점.

그 점을 밴을 통해 가볍게 보완했다.

자신감 있게 트롤킹을 선픽했는데 나이즈라고?

〈나이즈 상대로 많이 힘들까요?〉

〈힘들 수밖에 없죠. 뚜벅이라서 접근도 못하고 뚜들겨 맞습니다.〉

솔로랭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성 분석이다.

돌진기가 있는 네네톤도 힘들어 한다.

트롤킹은 라인전 내내 한 대도 못 때릴 수 있다.

무려 그 정도의 상성.

안 그래도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는 잼할이다.

두 번째 세트는 더욱 신명나게 얻어터질 듯했다.

듯했다.

파프리카 프릭스가 또다시 상식을 뒤엎는다.

* * *

오랜만에 꺼내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슬슬 한 번 보여줄 때도 됐다.

솔직히 많이 답답했다.

'아니, 못해도 적당히 못해야지.'

지난 윈터 시즌.

나로 인해 유행을 탔었다.

따라쟁이 애들,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당시에 OP기도 했고, 딱 봐도 재밌어 보이니까.

'그건 인정.'

하지만 이후로 너프를 당했다.

새로운 시즌까지 시작되며 자연스레 사라졌다.

프로 리그인 만큼 안정감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안정감.

우리 파프리카 프릭스는 추구하기 힘들다.

팀장인 나부터 극한의 줄타기를 해야만 한다.

이번 두 번째 세트에서 꺼내버린 이유 중 하나다.

〈다대기!〉

모 프로게임단의 미드라이너 같은 이름의 기합과 함께 쏘아진다.

작은 회오리가 일직선으로 바람을 가른다.

바람만 가르는 게 아니라 지나치는 적까지.

그 끄트머리에 닿고 만다.

적팀의 원딜러 이즈레알.

라인전은 봇이 아닌 탑에서 진행된다.

'역시 읽혔나 보네.'

라인 스왑으로 게임을 열 생각이었다.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나이즈 말리기다.

다이브로 일단 줘패고 시작하려 했다.

성장을 좌시하기에는 위험한 챔피언.

대장군이라는 이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나이즈는 아무리 너프를 먹었어도 나이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읽혔다.

움직임에서 조잡함, 있을 수밖에 없었다.

상대와의 기본기 차이를 새삼 실감하긴 했는데.

휘익!

휘익!

그 정도야 늘 상정을 한다.

지난 KTX전 이후로 많이 와닿게 됐다.

내가 미친 듯이 날뛰지 않는다면 진다.

미니언을 쭉 타고 들어간다.

3레벨을 찍고 하는 딜교환이다.

야흐오가 가장 강한 타이밍 중 하나다.

싸캉!

두 번 연속으로 미끄러지며 참격.

이즈레알이 비전을 타며 거리를 벌린다.

하지만 전략적 후퇴일 뿐 물러서는 게 아니다.

터엉-!

3레벨에 강한 건 나만이 아니다.

적 서포터 루나가 걸어와서 때려 박는다.

방패치기에 의한 확정 스턴부터 쳐박히고 만다.

그리고 이어진 밤하늘의 검.

내 바람의 장막을 의식한 콤보다.

까다롭기는 하나 전제가 좀 바뀌었다.

으어억~!

괴상한 울음소리와 함께 솟아오른다.

돌기둥이 루나의 퇴로를 막는다.

아군 서포터 트롤킹의 스킬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지만……'

이 또한 시스템이 점지해준 인연이다.

나름대로 시너지가 있기는 하다.

특히 막싸움에서 괴랄한 위력을 발휘한다.

〈발암을 맞아라!〉

일으켜진 바람의 장막이 투사체를 차단시킨다.

4초, 이즈레알과 원거리 미니언이 힘을 못 쓴다.

그 사이 트롤킹과 함께 루나를 패재낀다.

루나는 분명 단단한 서포터다.

탱커 서폿부터 점사하는 건 최악의 판단.

하지만 야흐오와 트롤킹의 매타작은 신명난다.

'때릴 수만 있으면 DPS가 말도 안되게 세.'

오히려 단단할수록 때릴 맛이 난다.

돌기둥과 미니언 사이에 낑긴 루나.

빠따랑 검으로 복날 개 패듯이 얻어 터진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한민족의 고유의 응징!

멍석말이가 어떤 느낌인지 공감대가 생긴다.

조상님들의 기분을 조금 알 듯도 싶다.

〈다대기!〉

모아진 회오리가 점멸로 도망간 루나에게 스친다.

하늘로 붕-! 떠버리며 허점을 내준다.

점멸과 함께 쏘아진 일섬.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한순간의 판단 미스.

그렇다기 보다는 예상이 안된다.

두들겨 맞아도 당연히 버틸 줄 알았겠지.

초반 막싸움에서 손 꼽힐 정도로 강한 루나다.

죽을 거라고 설마 생각이나 했을까?

이런 건 정말 맞아봐야 느낌을 안다.

'뺏어온 건 신의 한 수가 맞아.'

원래 줬다 뺏는 게 세상에서 제일 치사하긴 하다.

치사하고 아니꼬워도 이기기 위함이다.

잼할에게 트롤킹을 뺏어 하비와 바꾸도록 시켰다.

준비해온 조합 중 하나인 야흐오&트롤킹을 이룬다.

제대로 성공하며 선취점을 가져왔다.

문제가 되는 건 역시 잼잼 듀오다.

* * *

파프리카 프릭스가 시도해온 라인 스왑.

SKY T1 S는 제대로 받아쳤다.

인베 단계의 움직임에서 전조를 알아챘다.

무엇보다 힌트도 있었다.

상대가 꺼내온 야흐오 원딜.

라인 스왑 다이브에 특화된 조합이다.

그 때문에 한동안 이슈가 됐다.

하지만 이렇듯 역스왑을 하면 무력해진다.

틀림없이 확실한 대처.

그래야 할 탑라인에서 적신호가 울리자 왕린은 난감하다.

'또 검은수염 모드구만.'

황금수염이 더럽게 못할 때 검은수염이라고 불린다.

봇듀오가 또다시 말썽을 부리고 있다.

다행히 그 정도가 크지는 않다.

루나가 한 번 죽는 선에서 그쳤다.

CS 차이도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

다균의 질타 덕인지 무난하게 받아 먹으려 한다.

'문제는 이쪽도 소강 상태라는 건데…….'

트롤킹을 카운터 치기 위해, 그리고 캐리를 위해 고심 끝에 뽑은 나이즈다.

아껴두고 싶은 카드였지만 어쩔 수 없다.

이번 게임에 걸린 무게가 그만큼 크다.

그런데 트롤킹이 서폿으로 빠지며 게임이 산으로 간다.

만족할 만큼 견제를 넣지 못하고 있다.

하필 또도 박사가 탑으로 기어왔다.

찰싹!

찰진 소리와 함께 미니언이 힘을 잃는다.

철저하게 식칼만 던져서 파밍하고 있다.

아예 거리를 줄 생각이 없이 사려댄다.

'진짜 찌질하게도 파밍하네!'

왕린으로서는 열불이 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나이즈는 근접 챔피언의 카운터다.

저런 원거리 파밍은 대처가 안된다.

물론 필연적으로 일부 CS는 디나이가 가능하다.

그것만으로는 만족이 안돼서 문제다.

갱킹을 통해 푸는 것이 최선.

"지금 당장 봇으로 튀어 와."

"저 골렘 먹고 정비 한 번 하려고 하는데 돈이 쌓여서……."

"그냥 닥치고 빨리 와."

"……알겠습니다."

지난 파프리카 프릭스전의 패배 이후 다소는 얌전해진 왕린이다.

다소.

안하무인의 기질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정글러를 노예 부리듯 한다.

하지만 착각해서도 안된다.

정글러가 아닌 탑이 잡는 갱킹 타이밍.

왕린이란 선수가 가진 색깔이며 강점이다.

치직!

챠륵!

포탑에 빅 웨이브를 몰아넣었다.

원거리 미니언을 받아먹는 또도 박사에게 풀콤보를 돌린다.

나이즈의 딜은 분명 상당히 세다.

킬각을 잡기에는 요원해서 문제지.

완식하는 순간 또도 박사도 6레벨이다.

즉, 지금 타이밍이 가장 취약한 시기다.

퀴이이잉…!

철갑이 부딪히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굴러온다.

어느새 굴러온 콩머스가 들이박는다.

아니, 조금 전만 해도 위쪽에 있었을 텐데?

억지를 부리면서까지 갱콜을 한 이유다.

상대의 예상을 어긋내는 엇박자 갱킹.

안 그래도 갱을 잘 당해주는 잼할은 허무하게 죽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킬을 먹은 왕린이 만족스러워한다.

심지어 웨이브도 두 번 이상 박아 넣었다.

견제를 받던 또도 박사는 텔레포트가 빠진 상태였다.

찰칵!

귀환을 하자 목표하던 아이템이 갖춰진다.

수호자의 유리수정과 신발.

여눈은 진작에 스택을 쌓고 있었다.

나이즈의 첫 번째 전성기가 도래했다.

이대로 다시 라인전을 진행한다?

그래줘야 할 이유가 하나 없다.

"검…… 아니 황금수염."

"네, 왕형."

"지금 집 타이밍 잡을 수 있지? 바로 봇 달려."

왕린의 오더에 따라 재스왑이 이루어진다.

형님 말씀이니까 무조건 따라야지.

그런 이유가 아니라 적절하기 때문이다.

왜냐!

또도 박사는 방금 전 갱킹으로 점멸이 빠졌다.

아무리 말린 황금수염&우르프라도 요리할 수 있다.

루나가 칼을 박고 점화를 거는 순간 죽은 목숨이다.

마법 저항력을 챙기느라 방어력도 낮다.

그에 반해 왕린의 나이즈.

'컨트롤만 잘하면 1대2도 농락할 수 있어.'

나이즈가 장군으로 전직하는 시기다.

대장군까지는 아직 재직 기간이 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강력하다.

물론 방심 따위 하지 않는다.

상대는 운영에 미숙한 아마추어팀이다.

다균의 말대로 약점을 쿡쿡 후벼파줌이 옳다.

'재스왑 타이밍을 역시 몰랐나 보네.'

역시나 여포.

전략적인 면은 맹탕에 지나지 않는다.

서둘러 대처할 생각도 없이 라인을 밀고 들어온다.

"연기할 테니 역갱 대기해. 타이밍 알지?"

"알겠습니다 왕형!"

어째서 콩머스 같은 2티어 정글러를 뽑았을까?

박다균 감독이 준비한 회심의 한 수다.

레전설의 야흐오에 대한 대처법.

평타 기반의 하드 카운터인 콩머스다.

탱커가 필요한 SKY T1 S의 조합과도 어우러진다.

무엇보다 이니시와 순간적인 갱킹 능력이 탁월하다.

〈다대기!〉

쏘아진 회오리가 왕린의 나이즈를 스친다.

얼핏 보기에는 실수.

하지만 의도적으로 실수하는 설계도 있다.

이를 눈치채지 못한 채 기어 들어온다.

코앞까지 다가와 딜교환을 하는데 이른다.

그 순간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콩머스가 구른다.

퀴이이잉…!

깜짝 놀란 야흐오는 곧바로 점멸로 도주.

그래봤자 이동 속도 차이가 하늘과 땅이다.

괜히 세상에서 가장 빠른 챔피언이 아니다.

결정적으로 점멸이 있다.

따라 잡는 것은 시간 문제다.

트롤킹이 돌기둥을 세워봤자 결과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에게 돈!〉

여포는 지략이 떨어지는 위인이 맞다.

삼국지 게임만 플레이 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손 꼽히는 맹장인 데는 이유가 있다.

어지간한 전략은 그냥 정면 돌파로 씹어 먹는다.

그리고 한 가지, 기회를 받아먹는 능력이 뛰어나다.

얼핏 상대의 추격을 떨치기 위해 사용한 듯한 돌기둥.

─적에게 당했습니다!

어느샌가 공중에 묶이고 말았다.

야흐오의 궁극기와 이어진 풀콤보.

제대로 반항조차 못한 채 처참하게 찢어진다.

'아니, 회오리에는 스친 적이 없는데…….'

야흐오를 쫓기 위해 화면이 올라가 있던 탓에 대처가 늦었다.

하지만 분명 회오리를 맞은 적이 없다.

설마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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