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166화 (166/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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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들은 꿈을 꾼다.

대회 나가는 순간 어??!

연승하고, 인터뷰 하고, 스타되고 그러는 거 아니야?

프로지망생 대부분이 데뷔 전에 행복회로를 돌린다.

긴장을 하면서도 내심 잘되리라 여긴다.

자신 정도의 실력이면 주목 받겠지.

그도 그럴게 앞서 길을 닦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E-스포츠판이 다 그놈이 그놈이다.

비슷한 급이었던 애들이 프로판에서 선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온갖 감정이 다 든다.

'나도 그러긴 했어.'

데뷔를 하는 순간 싹 쓸어담을 자신이 있다.

실제 그렇게 하고 있기도 하다.

근데 그건 나니까 가능한 거고.

절대 다수는 막상 데뷔를 하면 현실과 타협한다.

아…… 생각보다 쉽지가 않네?

그런 선수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바가 있다.

개중에는 타협을 못하는 애들도 적지 않다.

특히 아마추어때 날고 기었던 애들.

자존심이 강한 탓에 스스로 무너지기도 한다.

프로판에 안 먹히는 실력인 건가?

자포자기해서 평타도 못 치고 뒤안길로 사라진다.

잼잼 듀오에 한해서는 그런 걱정이 필요 없을 듯하다.

〈티바나 너무 잘 컸는데? 벌써 몰락검 떴어!〉

〈괜찮다. 탑은 캐리가 안된다는 게 학계의 정설.〉

〈오케이 확인~!〉

아예 동의하지 않는 내용은 아니다.

원래 탑은 캐리력에 한계가 있다.

팀빨을 많이 받는 포지션이다.

이미 봇을 반쯤 터트려 놓기도 했다.

어지간한 수준은 상관이 없다.

그런데 어지간해 보이지 않는다.

화락!

탑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딜교환.

티바나가 화염 숨결을 가볍게 적신다.

두터운 악어 가죽에 당연히 박힐 리 없다.

그 한 방은 시작에 불과했다.

슈욱…!

후룽!

티바나가 몰락검을 쭉-! 빨고 무섭게 달려든다.

화염을 두르고 네네톤을 툭툭 두들긴다.

단순한 평타 몇 방에 걸레짝이 돼버린다.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데?'

궁극기를 쓴 것도 아니고 그냥 딜교환이다.

서로 손속을 나눈 정도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

고작 CS 받아먹는 과정에서 네네톤의 궁극기가 빠졌다.

'…….'

나름대로 단단한 탱커 챔피언도 저 정도다.

딜러가 맞는다면 살살 녹아내리겠지.

화덕에 잘 구운 피자의 치즈처럼 말이다.

탑이 캐리력이 없다고 한 거 취소다.

몰락검을 가는 티바나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띄우기 힘들어서 그렇지 완성만 되면 존재감이 엄청나다.

중후반 타이밍의 대표적인 왕귀 챔피언.

네네톤과는 한타력 차이가 하늘과 땅이다.

왕린이 이를 갈고 나왔다는 게 새삼 느껴진다.

'그러지 않았다면 오히려 의아했겠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자존심이 보통 센 녀석이 아니다.

그래도 여차하면 스스로 자멸할지도?

프로가 된 왕린은 옛날과는 사뭇 달라졌다.

멘탈이 약해서 그렇지 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장점만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탑라인을 리드 중이다.

봇을 조금 털어버린 정도로는 부족하다.

지난 KTX 롤러코스터 A팀전과 마찬가지다.

사고를 치고 다니는 건 잼할 혼자만이 아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어쩐지 잠잠하다 했다.

머피의 법칙은 정말이지 잘 맞는다.

오늘 경기는 그래도 믿는 바가 있었는데.

〈아니, 적 정글 너무 들어갔어요. 이럼 나까지 죽는데…….〉

잼구가 적 정글 깊숙이 카정을 들어갔다.

물론 나름의 계획이 있었겠지만 결과가 좋지 않다.

백업을 간 도인디의 랄라까지 잡히고 만다.

─적 더블 킬!

SKY T1 EasyDragon님이 학살 중입니다!

팽팽했던 미드 라인에까지 금이 가고 말았다.

적 미드라이너 이지용이 학살을 띄웠다.

심지어 미드 1차 포탑까지 파괴됐다.

잼구의 하드 스로잉 한 번에 참담한 결과.

물론 무작정 탓을 하는 건 옳지 않다.

원래 카정이란 리스크가 있는 플레이다.

잘 풀렸으면 이득을 가져왔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이득.

그다지 욕심을 낼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다.

'가만히만 있었어도 중간은 가지 않았을까?'

카정형 챔피언인 카직트를 잡은 탓인지 텐션이 높다.

그나마 챔피언이 OP라 사고를 덜 치고 다녔다.

선궁극기 진화를 하는 정글 카직트.

최근 명실상부 1티어 정글러로 부상하고 있다.

상대가 3원딜 밴을 한 탓에 가져올 수 있었다.

OP를 잡았음에도 하는 게 영 신통치 않다.

'아니, 이 정도는 상정 내야.'

지난 KTX전 이후로 내 안에서 잼잼 듀오의 크기는 작아졌다.

그때와 달리 두 명이 정상이니 해볼 만하다.

도인디는 물론 하비도 활약을 하고 있다.

딴따란~

하비의 티몽이 망토를 흩날린다.

재빠르게 돌아다니며 버섯을 재배 중이다.

용쪽 강가의 절반은 이미 버섯 포자에 잠식됐다.

'구태여 조급하게 할 필요가 없어.'

서로가 길게 보는 게임.

한타를 바란다면 원하는 바다.

* * *

초중반 라인전 단계에서는 옵저버가 워낙 바빴다.

탑과 봇에서 시도 때도 없이 킬이 터져 나온다.

양팀 에이스들의 활약에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런데 중반에 이르자 갑자기 소강 상태에 이른다?

〈서로 싸우고 싶은 지역이 다르다 보니 영토가 구분 지어졌어요.〉

김은준 해설이 난해해진 경기의 구도를 설명한다.

한 가지 관점만 알고 본다면 편해진다.

주목해야 하는 건 티몽의 버섯.

마침 할 게 없는 옵저버도 버섯밭을 쭉 훑어본다.

〈버섯이 엄~~청 많네요! 언제 저렇게 다 재배했죠?〉

〈하비 선수가 꼼꼼하게, 그리고 아기자기하게 용쪽 강가에 밭을 일구었습니다.〉

진용준 캐스터가 놀랄 만도 하다.

언제 저렇게 버섯이 많아졌지?

조금만 한 눈 팔아도 무성해진다.

현재 시즌4 티몽의 버섯은 10분간 지속된다.

거의 반영구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둘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어느샌가 드넓은 버섯밭의 주인이 되었다!

〈버섯이 너무 많아서 SKY T1은 아래쪽으로 오기가 싫어요. 반대로 파프리카 프릭스는 버섯밭에서 싸우고 싶습니다.〉

서로 싸우고자 하는 장소가 다르다.

그러다 보니 대규모 교전을 지양하게 된다.

소소한 이득을 보는 선에서 만족하며 게임을 길게 보는데 이른다.

-근데 이러면 파프리카 프릭스가 개이득 아님?

-벌써 용 두 개나 챙김

-다음 용도 파프리카 프릭스가 먹을 듯ㅋㅋ

-글골도 앞서고, 시야도 좋고 티몽이 신의 한 수였다 ㅇㅈ?

글로벌 골드.

킬 스코어와 함께 게임의 상황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현재 시즌4의 용은 1천 이상의 글로벌 골드를 가져다 준다.

몇몇 시청자들의 지적대로 파프리카 프릭스의 상황이 괜찮다.

분명 틀리지 않은 평가지만 한 가지.

프로 레벨에서의 유불리는 관점을 넓게 봐야 한다.

〈SKY T1은 용을 내줘도 기분 나쁠 게 없습니다. 전체적인 딜러의 성장은 오히려 앞서고 있거든요.〉

글로벌 골드는 결국 팀 전체의 성장이다.

대회에서 승패를 가리는 제1요소는 라이너의 성장.

SKY T1 S는 토이치를 제외한 나머지 라이너의 성장이 괴물 같다.

뿐만 아니라 보험까지 하나 들어 놨다.

이 보험 덕분에 시간만 흘러도 승기가 굳는다.

다름 아닌 조합 차이가 이를 가리킨다.

〈티몽이 솔직히 한타가 좋은 챔피언은 아니잖아요~?〉

〈좋은 의미로 해석하면 운영의 묘미가 있는 챔피언이지만 그 방향을 살리기 힘든 구도죠.〉

그냥 안 좋은 챔피언이 맞다.

마스코트 이상의 의미가 없다!

라인전에서 상당한 활약, 보여주기는 했으나 이후로는 내내 농사만 짓고 있다.

정식 한타에서는 픽의 의미가 떨어진다.

심지어 결정타가 따로 있다는 게 크다.

김은준 해설이 안타깝다는 듯 설명한다.

〈카시오가피로 무난하게 가면 한타에서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 마디로 유통기한 챔피언이다.

안 쓰이는 이유는 비단 독을 묻히기 힘들어서만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SKY T1 S가 조합 차이로 승기를 거머쥐리라.

적어도 현재 2014년의 시점에서 보면 타당한 결론이다.

아무도 카시오가피가 가진 가능성을 끌어낸 적이 없다.

데이터에 기반한 김은준 해설의 분석은 분명 완벽했다.

이윽고 경기가 중후반 단계에 접어든다.

초반 단계의 난전이 거짓말 같을 정도의 평화.

무난하게 성장한 양팀이 바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다.

* * *

카시오가피는 시즌2 당시에는 제법 OP 반열에 들었다.

그 이후로 너프 한 번 먹은 적이 없음에도 불구.

자연스럽게 도태돼 고인 챔피언이 되고 말았다.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실력이다.

선수들의 실력이 워낙 상향 평준화가 되었다.

뻔한 메커니즘의 스킬은 가볍게 피해버린다.

이를 티몽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조합으로 보완했다.

그렇다고 한들, 편법이 통하는 건 라인전까지다.

한타로 들어선 시점에서 더 이상의 변수는 없다.

'궁극기에 쓸리지만 않는 이상 이긴 게임이야.'

SKY T1 S의 부스 안.

왕린을 포함한 선수들은 알고 있다.

카시오가피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운영을 통해 유통기한이 오게 만들었다.

이어지는 한타로 쐐기를 박을 예정이다.

카시오가피는 궁극기만 안 당해주면 무력하다.

메두사의 눈은 정면을 바라보는 대상만 스턴시킨다.

즉, 쓰는 타이밍에 뒤로 돌면 그만이다.

프로 수준의 선수라면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

개인 기량이 뛰어난 SKY T1 S의 선수들에겐 우습다.

압도적인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시니를 건다.

음파를 맞힌 호롱의 리심이 망설임 없이 진입한다.

하아!

용이 아닌 바론 지역이다.

깔려있는 버섯의 수는 신경 쓸 정도가 아니다.

게임 시간도 후반대라 서포터의 딜은 위협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조합에서 이미 이겨있다.

한타가 걸리는 순간 승패는 자명.

랄라가 리심에게 변해라를 걸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호롱!

콰드득!

이지용의 코리아나가 궁극기를 연계한다.

리심의 주위에 있던 카직트와 티몽이 엉킨다.

카직트는 반피가 넘게 뜯겼고, 티몽도 몸이 성치 않다.

단순한 이니시 그 이상의 위력.

분당 CS가 10개를 넘기고 라인전에서 3킬을 먹은 코리아나다.

이상적인 구도의 한타가 열린다.

파앙!

파프리카 프릭스는 필사적으로 후퇴하려 한다.

하지만 놔줄 생각이 없다.

안정감 있게 탱템을 두른 리심이 힌두인과 땅치기를 퍼엉-!

둔화가 중첩되며 빼도 박도 못하게 적을 붙든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어지는 한타는 정확히 예상대로다.

화력적인 면도, 탱킹적인 면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라인전에서 탈탈 털렸던 네네톤은 금세 걸레짝이 되고 만다.

고작 하나의 승전보로 만족할 한타가 아니다.

SKY T1 S가 무서운 기세로 진격한다.

벼르고 벼려온 승부인 만큼 목이 마르다.

승강전에서 우리가 졌어?

그런 우연, 두 번은 없다.

완벽하게 찍어누를 오늘을 기약하고 있었다.

그 매서운 진격.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단 한 명이다.

용으로 화한 왕린의 티바나가 철저하게 마크한다.

쿠와앙-!

몰락검과 함께 탱템이 갖춰진 티바나다.

단순한 탱커가 아닌 브루저 역할을 겸한다.

레전설의 카시오가피를 끈덕지게 물고 늘어질 생각.

그 아비규환의 상황 속에서 카시오가피의 판단은 과감했다.

티바나를 상대하는 척 걸음을 옮기다 태세를 급변한다.

앞점멸로 딜러진을 향해 궁극기를 퍼붓는다.

캬아악-!

정면에서 맞는다면 스턴.

하지만 처음부터 대비하고 있었다.

SKY T1 S의 선수들은 전부 뒤를 돌았다.

회심의 노림수를 가볍게 흘려버린 셈이다.

키잉!

이어서 쏘아진 쓰렉귀의 선고가 결정타다.

카시오가피의 목덜미를 낚아챈다.

그 순간 한타의 승리가 보였다.

보였던 한타의 승리가 삽시간에 녹아 사라진다.

〈커져라~♪〉

랄라의 궁극기가 카시오가피를 키운다.

그래봤자 사면초가 포위된 마당이다.

점멸이 허무하게 빠진 이상 죽은 목숨.

분명 그래야 할 카시오가피의 반항이 거세다.

거센 수준이 아니라 역으로 집어삼킨다.

단신으로 3인의 화력을 뛰어넘는다.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호응을 했던 탓에 돌출돼 있던 코리아나.

터지듯이 순식간에 뭉개졌다.

그리고 1초 후 토이치가 똑같이 녹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카시오가피도 큰 피해를 입었다.

실제 카시오가피의 체력은 분명 간당간당하다.

붙어서 한 번만 긁을 수 있으면 잡는다.

촉!

촉!

독니가 박힐 때마다 몸이 눈에 띄게 느려진다.

끝끝내 단 한 번을 긁지 못하고 점멸이 빠진다.

느려진 티바나는 도망도 실패한 채 뒤를 잡힌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독니가 미친 듯한 속도로 박히며 터져버렸다.

자신이 알고 있는 카시오가피가 아니다.

이런 화력은 예상한 바가 없었다.

'아니, 무슨 지가 원딜러도 아니고…….'

생각을 곱씹을 여유가 없다.

또다시 굴욕을 삼키게 될지도 모른다.

믿었던 정면 한타에서 박살이 난 왕린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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