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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164화 (16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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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스프링 시즌.

그 시작은 가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문제점이 없지는 않지만 그 이상이다.

문제 이상으로 재밌으면 그만이다.

금일 두 번째 경기로 예정된 SKY T1 S 대 파프리카 프릭스.

이 두팀의 대결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와아아아아아~~!

이슈 하나는 상위권팀들에 뒤지지 않는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선수들이 등장한다.

레전설을 필두로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나야 나! 외치면서 등장하는 것 같지 않나요?〉

〈갑자기 노래 부르시길래 깜짝 놀랐어요.〉

〈……주의하겠습니다.〉

-짬에서 밀림ㅋㅋ

-사스가 오프게임넷 공무원

-김은준마저 쫄게 만드는 패기!

-패왕색 패기 원조는 레전설이지~

분위기를 띄우는 건 좋지만 실권자를 놀래키면 안된다.

김은준 해설의 노래에 진용준 캐스터가 정색한다.

노래는 안타까웠긴 해도 말 자체는 맞았다.

약 3주 전에 있었던 조지명식때의 일이다.

1부 리그에 막 올라온 주제에 패왕색의 패기를 발산했다.

SKY T1 K가 포함된 조 모든 팀들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해버렸다.

그 뒤처리, 과연 할 수 있을지.

일단 가장 약한 KTX 롤러코스터 A팀은 잡았다.

그리고 오늘 두 번째 상대인 SKY T1 S와 맞붙게 됐다.

〈양팀 모두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입니다. 본선 진출에도 엄청나게 큰 영향을 줄 거란 말이죠?〉

〈A조가 죽음의 조 아닙니까 죽음의 조! 다른 조들과 달리 여유를 부릴 수가 없어요~.〉

본선 진출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각자의 사정이 있다.

파프리카 프릭스는 조지명식의 폭탄 발언을 책임져야 한다.

SKY T1 S는 승강전의 굴욕을 되갚아줘야 한다.

또한 한 가지 더.

아는 사람은 아는 이야기다.

양팀 주장의 사이가 썩 좋지 않다.

아직 조냐 상태에 들어가지 않은 강빈 해설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외친다.

〈서로 칼을 갈고 나왔을 겁니다. 왜냐! 레전설과 왕린이 앙숙 관계로 유명하거든요.〉

〈레전설 그분은 클끼리 해설 말고도 많이 다투고 다녔나요?〉

-한두 번 그랬던 게 아니제

-그냥 쓰레기였지 쓰레기

-왕린도 못지 않았음ㅋㅋ

-강빈 멍한 표정으로 갑자기 뼈 때리네

롤 프로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과거 역사가 화려하다.

수면 위로 나오면 곤란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왕린과 레전설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부류.

어떤 의미에서는 군계일학이었다.

오늘 그 자웅을 가릴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현장의 수많은 관중들이 두 선수의 멸망전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

〈제 개인적인 예상으로 오늘 두팀의 경기는 굉장히 팽팽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경기 시작에 앞서 간단한 예상에 들어간다.

그런데 그 발언을 하는 이가 김은준.

새겨 들어서 나쁠 게 없는 사람이다.

〈주된 관점은 레전설의 캐리력, 그리고 전력을 발휘하는 SKY T1 S입니다.〉

〈전력이요? 승강전 때는 전력이 아니었다는 겁니까?〉

〈아무래도 승강전에서는 보통 전략 노출 지양하니까요.〉

SKY T1 S는 아직 전력을 발휘한 적이 없다.

50%라고는 하지만 저를 이기다니 놀랍군요?

마치 드래곤볼의 프리저처럼 힘을 숨겨두고 있었다.

이는 딱히 두둔이나 포장이 아니다.

승강전 당시 파프리카 프릭스는 필사적이었다.

그에 반해 SKY T1 S는 대충 해도 올라가겠지 하는 입장이었다.

〈오늘 경기의 중요도가 높은 만큼 SKY T1 S의 부스에는 박다균 감독이 지휘를 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박다균 감독.

SKY T1 K를 성공적으로 최강팀의 반열에 들여놓은 명장이다.

그의 손이 가미되냐, 가미되지 않냐는 글자 그대로 천지 차이다.

오늘의 경기야 말로 양팀의 진정한 총력전이 된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도 산더미다.

더 이상 변명 따위 허용되지 않는다.

〈양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첫 번째 세트 밴픽 보시죠오~!〉

진용준 캐스터의 시원한 외침과 함께 시작된다.

* * *

파프리카 프릭스 대 SKY T1 S.

과연 어느 팀이 경기를 이길 것인가!

팬심 떼고 진지하게 따지면 결론은 간단하다.

〈이 두팀은 한 마디로 다윗 대 골리앗이야.〉

요즘 같은 세상에 겸업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 비제이, 부업으로 프로게이머 하시는 분도 있을 정도다.

마침 그분이 경기를 뛰고 있는 롤챔스를 방구석에서 해설하고 있다.

-클끼리 너무 감정 드러내는 거 아님?ㅋㅋ

-요즘 레전설 잘 나간다 건들면 안돼

-파프리카TV 대통령이자너~

-승강전에서 파프리카 프릭스가 이미 이겼는데??

클끼리 또한 해설자 겸 BJ이기도 하다.

진용준 캐스터에게 언급된 레전설과의 앙금.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서로 조심하기로 합의 봤다.

"해설자로서 진지한 평가야. 승강전에서 파프리카 프릭스가 이겼던 거? 사실 진정한 의미에서 이긴 게 아니거든."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건 사실 럭키 펀치 덕분이다.

삼세판으로 싸우면 백 번을 싸워도 백 번 다 진다.

파프리카 프릭스와 SKY T1 S의 관계가 그러하다.

승강전 당시 SKY T1 S는 박다균 감독이 부재 중이었다.

하지만 그런 요행은 두 번 주어지지 않는다.

본선 진출이 걸려있는 롤챔스 조별 리그는 사뭇 진지하다.

"잉벤이나 롤갤 보는 사람은 알겠지만 승자 예측이 일방적으로 기울어졌어."

정식 해설이 아닌 개인 방송에서의 클끼리는 자유분방하다.

약간 치우쳐진 느낌의 발언도 툭툭 던진다.

이는 딱히 편파를 하려는 게 아니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승자 예측글들.

의외로 전혀 팽팽하지 않다.

SKY T1 S의 우세를 점하는 목소리가 높다.

─파프리카 프릭스는 밴픽 때문에라도 이길 수가 없음

박다균이 어떤 감독인데?

SKY T1 K를 지휘해온 명장이잖아

제대로 된 코치도 없는 파프리카 프릭스는 껌이지 껌~

└껌 발언……

└근데 솔직히 파프리카 프릭스 너무 모래성이긴 해

└SKY T1처럼 밴픽부터 패고 가는 팀은 무섭다……

└명장 박다균이 레전설을 무너뜨리나?

솔로랭크에서도 틈만 나면 싸우는 게 밴픽이다.

하물며 대회에서는 중요도가 얼마나 높겠는가?

승패의 반이 밴픽에서 정해진다는 소리는 과장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밴픽은 선수가 아닌 코치진 역할이다.

말하자면 분업.

선수는 게임을 하고, 코치는 밴픽을 한다.

두 전문가가 합쳐져 하나의 팀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파프리카 프릭스는 제대로 된 기초 없이 일궈진 신생팀이다.

준비가 미약하다 보니 허점이 많다.

특히 코치진이 할 밴픽 선수들이 겸한다는 게 큰 약점으로 지목된다.

"엄밀히 따지면 불가능한 건 아니야. 실제로 코치가 기본적인 관리만 하고 게임은 선수들이 준비하는 팀도 있었어."

클끼리 만큼 롤판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이 드물다.

그가 그렇게 말했다면 잘못된 사실일 리는 없다.

한 번쯤 곱씹어봐도 그럴 듯한 소리다.

선수들 티어가 대부분 마스터 아니면 챌린저다.

즉, 겜잘알이다.

하고자 하면 못할 것도 없겠지.

하지만 '있었어' 다.

과거형이다.

도태됐다는 의미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의약 분업이 괜히 된 게 아니다.

"SKY T1 S가 치비르랑 이즈레알 잘랐지? 저게 진짜 탁월한 선택이야."

어차피 레전설은 챔프폭이 넓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그조차도 감안하여 밴픽을 짤 수 있으니 명장이다.

SKY T1 S는 구태여 레전설을 의식하지 않았다.

대신 구멍을 파헤치는데 이른다.

상대 봇듀오가 버티지 못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근데 원딜 바뀐 거 암?

-인성제로 빠지고 도인디 들갔다

-클끼리님 채팅창 좀 봐주세요!

"아~나, 그런 건 별게 아니야."

자신이 괜히 언급을 안 했던 게 아니다.

인성제로를 빼고 도인디를 투입.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인다.

혹시 모를 스왑으로 교란을 해보겠다.

"근데 말했듯이 SKY T1 S는 그냥 구멍을 팔 거야. 기교를 부린다고 있는 구멍이 막히는 건 아니거든."

잔인한 말이기는 하나 원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하물며 상대가 롤드컵까지 제패한 박다균 감독.

어중간한 기교는 스스로의 목을 조일 뿐이다.

오늘 경기로 많은 것이 드러날 거다.

파프리카 프릭스는 크게 개선을 해야 한다.

클끼리의 평은 잠자코 들어보면 확실히 정론이다.

"나는 이미 이 밴픽의 결과가 보여. 잠깐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시 얘기할게."

개인 방송인 만큼 약간의 허세는 부려봄직하다.

그리고 쉴 겸 하는 방송에서 빡해설을 할 수는 없다.

가끔 가다 핵심을 찌르는 정도로 족하다.

진행되고 있는 오프게임넷의 정규 방송.

김은준 해설은 현장에서 바쁘게 입을 놀린다.

같이 해설하는 강빈이 조냐를 키고 있는 탓이다.

〈전략의 폭을 넓히고자 도인디 선수로 교체됐지만 저격을 너무 당해서 뽑을 게 없어졌습니다.〉

〈1티어 원딜픽은 아직 남지 않았나요?〉

〈버티는 픽으로 한정을 하면 고르키 뿐인데…… 그마저도 SKY T1 S가 마지막 밴으로 자르네요.〉

파프리카 프릭스는 밴에서부터 한 방 먹고 들어간다.

KTX 롤러코스터A팀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이어지는 픽 차례에서 만회가 절실하다.

〈제 생각에는 네네톤을 가져와서 잼할이 왕린과 반반을 갈 수 있도록 밀어주는 게 최선 같습니다.〉

김은준 해설의 예상 픽은 7할 이상 맞는다.

나머지 3할은 결코 틀려서가 아니다.

다른 의도가 있거나, 실수를 했거나.

밴픽에 관해서는 어지간한 코치나 감독보다 권위가 있는 그다.

하지만 그런 김은준도 이따금 당황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어처구니 없는 경우 한두 번은 경험해버린다.

〈티몽, 들어가야죠? 거기서 계속 웃고 있다가 실수로라도 픽이 되면…….〉

얼굴이 나오는 거야 드문 일이 아니다.

선수들도 사람이고 장난기가 있다.

어차피 1초 되면 바꿀 거잖아?

-티몽?

-그래픽 오류겠지??

-뭐야 저거 진짜 픽한 거?

-여기까지 봤다니 사스가 클끼리……

"뭐?"

잠이 덜 깼을 때는 마시는 것보다 엎는 쪽이 효과적이다.

잔뜩 폼을 잡고 커피를 홀짝이던 클끼리가 키보드에 엎었다.

* * *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실수할 때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그 실수가 두 번 세 번 반복이 된다?

실수가 아닌 실력으로 굳어진다.

선수 본인이 억울할지 언정 팬들의 시선은 냉철하다.

특히 순위 매기기 좋아하는 스포츠판은 더더욱이다.

SKY T1 S의 부스 안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 넘친다.

〈티몽 대위,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런 진지한 순간에서 믿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상대팀이 무려 티몽을 가져갔다.

심지어 탑 선픽으로 말이다.

"어, 어떻게 할까요 감독님……."

SKY T1 S의 전담 코치인 최성호.

지난 승강전의 밴픽을 도맡았던 그다.

오늘 경기에서는 보좌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적인 지휘는 SKY T1 게임단의 실질적 두뇌인 박다균 감독이 맡는다.

그런 감독조차 예견을 못한 상황이다.

티몽이라니?

애초에 예견 자체가 불가능했다.

"휘둘리지 말고 우리가 가져올 픽부터 가져와. 단, 탑을 제외한."

하지만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

넘어서지 못했다면 SKY T1 K도 없다.

SKY T1 S 또한 최고로 끌어올릴 생각이다.

박다균 감독이 담담한 목소리로 지시한다.

변화가 없는 건 겉표정 뿐.

머릿속은 지금 이 경기장 누구보다 복잡하게 회전한다.

'네네톤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변수는 없어.'

상대의 노림수가 있다면 하나일 것이다.

티몽은 네네톤의 하드 카운터.

물론 왕린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반반 내지 이길 수도 있겠지만 변수는 차단해두는 것이 박다균의 스타일이다.

"상대가…… 네네톤 가져갔습니다."

"……."

예상이 자꾸 뒤엎어진다.

하지만 이는 나쁘게만 생각할 게 아니다.

예상을 뒤엎기 위해 상대는 연이어 무리수를 두고 있다.

티몽과 네네톤이라니?

대체 어떤 조합을 생각하는 건지 상상도 안 간다.

구태여 상상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다.

제풀에 지쳐 쓰러진다는 말은 이를 가리킨다.

스스로의 목을 조이고 있는 셈이다.

자신은 그저 왕도만 걸으면 된다.

'어차피 질 거 팀다크 마냥 예능이라도 찍겠다는 건가?'

의도든, 멘탈이 터진 것이든 그렇게 된다면 볼 만하리라.

레전설의 말로를 원하는 박다균으로선 더더욱이다.

이윽고 상대의 조합이 완성돼간다.

마지막 5픽, 원딜만을 남겨뒀다.

픽이 되는 순간 포지션 예측 또한 가능할 것이다.

과연 저 웃기는 짬뽕 같은 짓거리의 끝이 어떠할지.

"카, 카시라고?"

실눈을 뜨고 지켜보던 박다균의 머릿속이 복잡해져 간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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