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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잼할과 잼구 -->
이따금 착각하는 애들이 있다.
솔로랭크에서도 제법 겪었다.
적팀에 내가 있다 들으면 3레전설 밴.
처음에는 언짢았는데 겪다 보니 귀여워졌다.
귀엽다고 느낀 것도 벌써 2년도 전이다.
지금에 와서는 그러려니 하게 됐다.
'KTX 코치진은 일이 편하나 보네.'
나에 대한 대비책을 너무 가볍게 세워온 거 아니야?
아니면 그만한 대처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나?
어느 쪽이든 썩 기분이 좋진 않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잼잼 듀오가 게임을 너무 잼나게 하고 있다.
소환자의 전장에서 시트콤을 찍고 있다.
월급 도둑은 적팀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상대가 갱킹을 왔다.〉
〈그럼 어쩔 수 없지~. 근데 자꾸 죽으면 게임 힘든데.〉
〈괜찮다. 탑은 캐리가 안되는 포지션이다.〉
〈오케이 확인~!〉
지들끼리 괜찮다며 하하호호 웃고 떠든다.
지는 와중에도 분위기가 좋은 건 좋다.
적어도 안 좋은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런데.
'상대가 갱킹을 오면 죽어야 돼?'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사는 게 맞지 않아?
탑은 캐리가 안되는 포지션이라 죽어도 돼?
애꾸자사도 선픽으로 잡아줬음에도 자꾸 밀린다.
잼잼 듀오의 기용은 고려해봐야 할 듯싶다.
일단 플레이 하는 게임에 집중한다.
그것도 극한의 집중력을 요한다.
타악!
쏘아진 창 끄트머리에 적중한다.
적 미드라이너 코리아나의 체력바가 쭈욱-!
미달리의 창은 던진 거리에 비례해 더욱 아프게 박힌다.
그만큼 맞히는 일이 쉽지 않다.
하지만 잔뜩 벼려진 지금 내 감각은 날카롭다.
더해서 라인 주도권을 잡고 있는 덕분이 크다.
'미달리로 라인 주도권 잡으면 반쯤 이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그 정도로 게임을 풀기 좋은 챔피언이다.
문제는 탑과 정글이 반쯤 터졌다.
즉, 반반이 섞이며 쌤쌤이 됐다.
타악!
까득!
아군 정글이 블루줄 짬이 없으므로 홀로 먹는다.
적 정글한테 카정 당하기 전에 말이다.
미달리는 솔로 플레이에 능하다.
그만큼 OP라서 밴이 많이 되지만 그렇게 됐다.
상대는 르풀랑을 밴하고 미달리를 살렸다.
어느 쪽을 하든 내 기량은 백분 발휘된다.
미달리 또한 왕년에 날고 기었으니까.
'그때는 AP가 아니고 AD이긴 했지만.'
패치가 되고, 메타가 달라지며 미달리가 미드 AP챔피언이 되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스킬 메커니즘은 익숙하다.
약간의 포인트를 투자하는 것으로 마스터.
다시 손에 익는 것도 금방이다.
찰싹!
퓨마로 변신해 라인을 클리어하고 탑을 향한다.
큰 틀에서 보면 이전 판과 비슷하다.
겁나 바쁘게 계속 싸돌아다닌다.
미드라이너임과 동시에 정글러라는 느낌이다.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며 게임을 풀고 있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는 순간 상대가 턴을 가진다.
철컹!
9시 방향, 적팀의 블루 지역에 깔아둔 나무덫이다.
상대 정글러 노텀이 밟아버렸다.
나무로 만든 덫답게 속박 같은 효과는 없지만.
'위치가 노출되지.'
8초 동안 노텀의 위치가 드러난다.
동선이 들킴으로서 아군은 갱 위협을 덜 받는다.
내가 부단하게 돌아다니며 이곳저곳 덫을 깔아둔 덕분이다.
덜컹!
덫의 지속 시간은 4분이다.
티몽의 버섯에 준할 정도로 오래 간다.
틈틈이 깔아두면 상대 정글러의 동선을 제한시킬 수 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KTX 까메오님이 학살 중입니다
그럼에도 이따금 희생자가 나온다.
잼할의 애꾸사자가 라인을 우주 끝까지 밀다 죽어버렸다.
실수이기도 하지만 노텀은 글로벌 궁극기라 대처가 까다롭다.
'르풀랑과 달리 미달리는 솔킬도 따고 다니기 힘들어.'
게임 시간 18분에 전체 스코어로 11 대 3 지극히 불리하다.
솔로랭크였으면 오픈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도 어떻게 꾸역꾸역 게임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타악!
상대가 안티 캐리를 고려하느라 공격에 치중한 조합이 아니다.
더불어 내가 간간히 한 건 거둔다.
수풀에서 던진 창이 코리아나의 미간에 제대로 적중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
죽기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나도 깜짝 놀랐다.
보호막을 쓸 틈도 없이 픽하고 쓰러졌다.
한 방에 죽었으니 당연한 거긴 한데.
'이게 나도 살짝 딜계산이 안돼.'
최대거리에서 터지는 창은 데미지가 무려 2.5배에 달한다.
핵창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다.
보호막 믿고 딸피로 까불다가 요단강을 건너버렸다.
킬을 먹은 덕에 성장에 탄력을 받는다.
아이템이 하나둘 갖춰지며 캐리 모드에 들어간다.
마침 대악마의 지팡이도 스택이 거의 차오르는 와중이다.
'슬슬 독서를 할 때가 됐지.'
일반적으로 미달리는 아테나의 부패한 술잔을 선택한다.
아이템 가성비도 좋고, 무엇보다 스킬쿨 감소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방법으로 보충이 가능하다.
* * *
철컹!
수풀을 따라 걷던 광우스타가 덫을 밟는다.
체력이 줄줄 새며 이동 속도가 느려진다.
기동력의 신발을 신고 있는 탓이다.
타악!
느려진 탓에 쏘아진 투창을 피하지 못했다.
체력바가 아플 정도로 움푹 파인다.
관중석에서 아~~ 안타깝다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진짜 아프게 들어가네요. 그냥 맞은 것도 아니고 덫을 밟고 맞았거든요?〉
8초간 마법 저항력이 푹 떨어진다.
약화된 상태에서 창을 직격으로 맞았다.
위치가 노출된 상태라 고스란히 얻어 맞는다.
─FFs 레전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점멸과 함께 쏘아진 투창.
다시 한 번 광우스타의 미간을 관통한다.
글자 그대로 뚫고 나왔다는 느낌으로 박혔다.
〈아니 이건~ 하아……. 잘 맞혔다고 보는 게 맞겠죠?〉
〈확신을 가지고 던졌고, 결국 맞혔습니다. 궁극기 반응을 할 건덕지도 없었어요.〉
진용준 캐스터의 복잡미묘한 감정이 섞인 물음에 김은준 캐스터가 이성적으로 곱씹는다.
광우스타는 가장 단단한 서포터다.
궁극기를 쓰면 웬만한 탱커급이다.
궁극기를 쓰면.
쓸 시간을 안 주면 제아무리 단단한 광우스타라도 별 수가 없다.
덫을 밟아 약화된 상태에서 창을 두 방 연속으로 맞았다.
미달리의 책장이 두 페이지 넘어간다.
〈미달리 하나로 인해 용쪽 강가 주도권을 완전히 뺏겼네요. 방금 서포터가 죽은 건 KTX A팀에게는 뼈아픕니다.〉
게임 시간 20분 정도가 흐르면 용 주도권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해진다.
이쪽 시야를 가지고 있어야 잘라 먹기도 좋고, 용도 챙긴다.
그런데 미달리의 창 때문에 자꾸 저지선이 그어진다.
심지어 광우스타가 죽으며 시야를 완전히 내주게 됐다.
하필 용도 곧 있으면 젠이 된다.
버스트를 하는 파프리카 프릭스를 막을 수단이 없다.
〈용은 내줘야죠. 4대5라서 내주는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게임의 주도권이에요. 미달리 못 자르면 KTX A팀은 게임 끝날 때까지 끌려 다닐 겁니다.〉
재빠른 이동 속도를 바탕으로 신출귀몰하게 돌아다닌다.
수풀마다 깔리는 덫과 간간히 날아오는 투창들.
KTX A팀은 보이지 않은 벽에 갇혀있다는 느낌이다.
타악!
리메이크 이전의 미달리다.
투창의 범위가 또도 박사의 식칼 수준으로 넓다.
그렇다고 맞히기 쉬운 건 아니지만 언제가 한 번은 맞는다.
노텀의 체력이 절반이 넘게 패인다.
마법저항력 템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어찌나 아파 보이는지 관중들도 아~~ 탄식으로 고통을 함께 한다.
〈이러면 또 집 가야 됩니다. 미달리가 혼자서 KTX A팀이 아무것도 못하게 만드네요.〉
〈모여야 이니시든 뭐든 하지 않겠습니까? 자꾸 한 명씩 집에 가니 싸울 틈이 없어요 틈이!〉
미달리의 창을 맞고 교대로 집을 가고 있다.
얼핏 날로 먹는 듯한 광경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애초에 창이라는 게 맞히기 좀 어려운 게 아니다.
무엇보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진짜로 힘들다.
라인전도 어렵거니와 주도권이 극악이다.
이 두 가지를 실력 하나로 개척해냈다.
달달한 보상을 수확할 일만 남았다.
* * *
KTX 롤러코스터 A팀.
솔직하게 강팀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쌓아온 전통과 경험이라는 면에서는 꿇리지 않는다.
대한민국 최초의 로드 오브 로드 프로게임단인 스타테일이 그 전신이다.
물론 멤버는 확연히 다르지만 노하우가 어디 가는 건 아니다.
그런 만큼 대회에 자신감도 있고, 자존심도 강하다.
타악!
그 자존심에 구멍이 송송 뚫리고 있다.
미달리의 창이 노텀의 마빡에 빠악-!
일단 스킬 실드로 상쇄시키긴 했다.
〈어떻게 미달리 한 번 못 끊나? 까메오가 각 나올 때 그냥 걸어줘.〉
〈시야가 있어야 들어가던가 말던가 하는 거지~.〉
하찬은의 물음에 정글러 까메오가 답답하다는 듯 중얼거린다.
노텀이 글로벌 궁극기를 가진 건 맞다.
하지만 순삭시킬 만큼 엄청난 폭딜이 나오는 챔피언은 아니다.
아군의 호응과 함께 덮어지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 구도를 만들려면 시야가 필수.
서포터인 하찬은이 분발을 해주는 게 먼저다.
〈노텀이 스킬 실드로 창 씹어주면서 전진하면 안되나?〉
〈그걸 말이라고 하냐…… 어디서 날아올 줄 알고.〉
개개인 별로 각자의 변명이 있는 법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의 먼저냐.
KTX의 선수들은 사실 까맣게 모른다.
광우스타를 잡을 때 점멸 창을 던졌다는 사실.
시야가 없으니 당연히 체크하지 못했다.
그 탓에 있는 기회도 흘려버린다.
타악!
날아온 창이 광우스타를 꼬치구이로 만든다.
죽진 않았지만 체력이 또 아슬아슬하다.
물약을 빨며 힐로 회복하는 도중 혹시 하는 생각.
한 번 허무하게 죽은 이후로 신경이 곤두선다.
하찬은의 광우스타는 발걸음을 물리게 되고.
타악!
다음 창이 코리아나의 체력바를 쭈욱-! 깎는다.
실드로 어느 정도 상쇄했지만 일부 뿐이다.
미달리의 아이템이 괴물 같을 지경이다.
〈아니……, 테자이를 또 올렸는데?〉
게임이 워낙 급박하게 흘러갔다.
쏟아지는 압박에 숨 쉴 새도 없었다.
하찬은의 눈에 어처구니 없는 아이템이 보인다.
이전 세트에 이어 또라고?
테자이의 영혼약탈자.
프로 리그에서는 볼 일이 없어야 한다.
대체 뭘 믿고 저런 교만을 부리는 건지.
분노가 치미는 건 하찬은 혼자만이 아니다.
나머지 선수들의 심기도 심히 언짢아진다.
이제 막 프로가 된 뉴비 주제에 선을 넘어?
분노는 이성을 잃게 만드는 주범이다.
때로는 격한 힘을 불어 넣어주기도 한다.
KTX A팀은 약팀일지언정 롤챔스에서 굴러먹은 짬이 있다.
쿠구구궁!
적절한 원동력이 되어 단합심을 이끌어낸다.
심지어 상황까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미달리는 점멸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알고서 저지른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되었다.
까메오의 노텀이 고립된 미달리를 물어버렸다.
미드 옆 강가에서 벌어진 갑작스런 교전.
서로 조금만 있으면 백업이 온다.
하지만 그 백업이 필연적으로 늦다.
노텀의 궁극기 밤의 심판자는 상대의 시야를 차단한다.
호롱!
콰드득!
코리아나의 호응도 필사적이었다.
여기서 한 번 만회를 해내야 한다.
보호 구슬의 사거리가 끊기지 않도록 점멸까지 썼다.
그 보람.
있었던 건지 미달리가 쇼크웨이브에 휘말린다.
배티의 점멸궁도 피하는 주제에 이런 걸 맞아?
의아함을 느끼는 것보다 당장의 게임이 급선무다.
타앙-!
헤이클린의 궁극기 최후의 한 발까지 힘을 보탠다.
이번에야 말로 제압을 하겠구나.
가능하다면 킬은 원딜러를 몰아줘야지.
한시름 놓은 까메오는 미처 체크하지 못했다.
마지막 한 움큼까지 떨어진 미달리가 죽지 않는다.
아니, 왜?
'힐도, 힐라카 궁극기도 다 빠졌잖아?'
3인이 궁극기와 스펠을 전부 투자한 공격이다.
당연히 종잇장처럼 찢겨 나가야 정상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살았고, 교전은 이어진다.
소환자의 전장에 낮이 찾아온다.
한 템포 늦었을 뿐 확실하게 도착한다.
이~쿠우!
잼구의 리심이 라인전의 원통함을 푼다.
궁극기로 깔끔하게 킬딸을 친다.
잼할의 애꾸사자도 뒤지지 않았다.
크허엉!
코리아나가 묶이며 한타로 번지고 만다.
눈엣가시 같은 미달리를 끊지 못한 채.
형세가 역전되며 레전설의 데스노트가 예약 주문을 받는다.
-〉3연참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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