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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잼할과 잼구 -->
2014년 초의 SKY T1 K.
무적함대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이팀이 과연 지는 날이 올지 감이 안 잡힌다.
─지들끼리 A조 1,2위 쌰바쌰바 하려고 져준 거 아닐까?
그렇기에 불거진 의혹이다.
처음에는 조용히 나오던 이야기.
어느 순간 너도 나도 혹하게 된다.
그도 그럴게 믿겨지지가 않는다.
└T1 K가 지다니…… 이렇게 허무하게 지다니 말도 안돼!
└T1 S는 승강전에서도 털리고 다닌 팀 아님?
└파프리카 프릭스한테 탈탈 털렸는데 T1 K를 이긴다고?
E-스포츠판에는 이따금 의심이 나온다.
전례가 없었다면 모를까 있다.
임팩트가 하도 커서 잊을 수가 없다.
마주작으로 대표되는 E-스포츠 조작 사건.
이후로 조금만 의아해도 일단 찔러 본다.
무엇보다 SKY T1 K가 지는 모습 자체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던 시기다.
〈격파된 무적함대! 의심되는 캐캐한 뒷사정.〉
〈반반 승부의 의도 부정할 수 없어…….〉
〈개막전 승부 조작 논란? 박다균 감독 해명 나서.〉
기사까지 속속들이 올라오며 논란을 야기시킨다.
핵심은 조작이라기 보다 좀 더 가벼운데 있다.
게임을 일부러 설렁설렁한 게 아닐까?
일부 팬들의 의심은 점점 커져만 간다.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역대급의 사고다.
커뮤니티들이 발칵 뒤집어질 만도 하다.
─무적함대를 잡은 SKY T1 S……
그런 SKY T1 S를 2대 떡으로 바른!
아아, 레전설 그는 대체
└여기까지 바라본 선전이었나?
└기다려라 『혁』
└승강전 재평가 가나요?ㅋㅋ
동시에 재평가도 하나 이루어진다.
SKY T1 K와 반반 간SKY T1 S.
승강전에서 한 번 된통 털렸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기상이 올라간다.
파프리카 프릭스가 저평가 받는 주된 이유는 경력 부족이다.
자신들의 위상을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조지명식에서 내뿜은 패왕색의 패기.
이 또한 재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을지.
단순한 '그 비제이' 의 쇼맨십이 아닐지도 모른다.
─파프리카 프릭스가 최강인 과학적 증명.Fact
SKY T1 K=세계 최고
SKY T1 K= SKY T1 S
SKY T1 S〈파프리카 프릭스
고로 파프리카 프릭스는 『최강』이다
└이것이 바로 『패왕색의 패기』인가?
└손도 대지 않고 쓰려뜨리는……
└이렇게 보니 겁나 있어 보이네ㅋㅋ
물론 장난삼아 하는 드립이다.
조별 리그는 다전제가 아니다.
만약 3세트까지 갔으면 SKY T1 K가 이겼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심 부풀어 오른다.
파프리카 프릭스, 과연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이어지는 경기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 * *
아이러니한 일이다.
동시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내전에서 전력을 다하는 건 헛발질이다.
'조작과는 엄연히 거리가 있겠지만…….'
단순히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기도 힘들다.
특히 내 입장을 고려한다면 더더욱이다.
무려 같은 조에 속해서 조별 리그를 진행 중이다.
상대의 의도를 전략적인 의미에서 생각해야 한다.
과연 SKY T1 K가 전력을 냈을까?
전력을 냈다면 SKY T1 S를 이기지 못했을까?
당연하게도 프로 리그는 솔로랭크와 다르다.
항상 자신들의 최대치로만 싸울 수 없다.
때로는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SKY T1 S의 최대치가 SKY T1 K를 넘어섰다는 소리지.'
상정할 수 있는 최저한이 그렇다는 거다.
어쩌면 승강전 이후 약 한 달이 넘는 기간.
그 사이에 SKY T1 S의 기량이 대폭 올랐을 수도 있다.
가능성은 배제해두지 않음이 옳다.
그럼에도 찝찝한 이 마음.
떨쳐지지 않는 건 기분 탓이 아닐 거다.
한 가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사실 없지는 않다.
'박다균 그 녀석이 은근히 능구렁이야.'
카오스 시절부터 그러했다.
실력이 떨어짐에도 동생들이 챙겨준 데는 단순히 연장자에 대한 예우만은 아니었다.
이러저러 비상한 구석이 있었다.
롤, E-스포츠로 넘어와 개화하며 일류 게임단의 감독이 되었다.
이번 SKY T1의 내전 소동은 단순하게 생각하기 힘들다.
나에게 있어서는 결코 남 일이 아니니까.
"준비된 분부터 손 들어주시면 바로 확인 작업 진행하겠습니다."
용산 E-스포츠 경기장 주무대의 부스 안.
심판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현재 경기를 치르기 직전이다.
장비의 세팅을 마치고 심판진이 한 번씩 체크한다.
별일은 아니지만 형식적으로 필요하다.
실제로 대회 무대에서 핵을 쓰는 간 큰 선수가 존재했다.
'롤이 아니고 FPS 게임이긴 했지만.'
필요하다고 하니 따르는 게 규칙이다.
승강전에서도 겪은 시간이지만 그때 이상이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초조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상대는 KTX 롤러코스터 A.
본격적인 롤챔스 1군 팀이다.
강팀은 아니라고 하나 만만히 볼 수 없다.
"하비."
"Why Why?"
"헤드셋 거꾸로 썼어."
"Really? hehe……."
밝게 웃는 그녀의 미소.
가산점 1점 아니, 2점 받을 만하다.
이미 파프리카 프릭스에 들어온 이상 의미는 없겠지만 말이다.
'달래야. 오늘따라 네가 미치도록 사무치는구나.'
전화하는 순간 겁나 쪼개면서 놀릴 게 분명하다.
그래서 일부러 보란 듯이 신경 안 쓰는 척했다.
하지만 But 경기의 순간이 다가오자 사무친다.
오늘 경기의 승패에 따라 내 무릎이 가벼워질 수 있다.
때문에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멤버진을 한층 보충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자꾸 그 비제이라면서 오해하는데 내가 여캠들만 끼고 논 게 아니다.
비밀리에 멤버 영입을 시도했고 두 명이 안테나에 잡혔다.
"잼할님 탑은 믿을게요."
"탑은 캐리가 안되는 포지션이다. 캐리는 맡기겠다."
"캐리는 제가 할 테니 든든하게만 부탁합니다 든든하게."
한 명은 잼할.
천상계 탑유저로 챌린저 티어에 빛나는 실력자다.
김재슥한테는 미안하지만 지난 승강전 때 탑라인이 구멍이긴 했다.
그 본인도 인정을 해온 부분.
동의 하에 잼할과 선수 교체를 이루었다.
그리고 한 명 더 믿음직한 정글러를 받아들였다.
"잼구님도 부탁드릴게요."
"잼잼 듀오 아시잖아요? 탑미드 위주로 게임 바로 터트립니다~."
천상계 유명한 탑&정글 듀오다.
통칭 잼-잼 듀오.
우연치 않게 앞글자가 같은 둘이다.
그러다 보니 친해졌고 듀오를 하는데 이른다.
이게 웬 걸?
둘의 시너지가 상당해 챌린저를 들쑤시고 다닌다.
'정말 믿음직한 듀오야.'
나도 만나봤지만 실력 하나는 확실하다.
더불어 BJ로서의 유머 감각도 마음에 든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컨셉에 걸맞게 예능과 실력과 두 가지를 전부 챙길 수 있을 듯한 느낌이다.
* * *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익숙한 아나운서의 음성과 함께 파도가 친다.
소리의 파도.
이 날이 오길 얼마나 학수고대 한지 모른다.
용산 E-스포츠 경기장이 수많은 관중들로 북적거린다.
1부 리그, 롤챔스에 걸맞는 위용이다.
하지만 보통 이 정도로 만원이 되는 일은 드물다.
〈파프리카 프릭스~~~ 화이팅!!〉
신인팀이기는 하나 남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다.
승강전에서 직관 가성비가 증명된 마당이다.
팬들이 하나 되어 파프리카 프릭스를 응원한다.
개중에는 사심을 가진 팬들도 적지 않다.
겹쳐지는 음성으로 하비 화이팅!
들리는 것은 결코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파프리카 프릭스에서 대대적인 선수 변경이 있었습니다. 미드와 원딜을 제외하면 전부 처음 출전하는 선수들이죠?〉
〈과감한 결정 잘 내렸다고 봅니다. 레전설의 캐리력에 의지를 한다는 평이 분명 있었거든요. 달래 선수가 빠지게 된 건…… 살짝 아쉽긴 합니다만.〉
클끼리의 설명에 개인적인 흑심이 묻어나온다.
적어도 오늘 경기장에 온 팬들은 이해를 한다.
확실히 아쉬운 마음이 안 들기가 힘들다.
하지만 But 그 공백을 충분히 메꾸고도 남음이다.
파프리카 프릭스의 선수석.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그녀가 밝게 미소 짓는다.
〈어떻게 보면 롤챔스 첫 외국인 용병이기도 합니다. 달래 선수의 빈자리를 하비 선수가 훌륭히 메꾸리라 기대하고 있어요.〉
〈너무 여성 선수에게만 포커싱을 맞추시면 미래의 안 사람 되실 분이 실망할 수도 있는데요?〉
〈아니 저는 어디까지나 파프리카 프릭스의 독특한 시도, E-스포츠의 남녀 장벽을 허물자는 취지에 동반하는…….〉
살짝 역겹고 추한 변명이 들려온다.
진용준 캐스터의 기침에 클끼리가 입을 다문다.
이윽고 시작되는 인베 단계는 서로 무난해 보인다.
〈양팀 첫 경기인 만큼 특별히 변수를 둘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그런 조합이기도 하고요.〉
〈한쪽이 특별히 약한 것도 아니라서 할 이유도 없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탐색전의 의미도 있고요.〉
파프리카 프릭스 대 KTX 롤러코스터 A팀.
스프링 시즌 첫 번째 경기를 치르고 있다.
몸풀기라는 의미도 있어서 거창한 난전은 일단 피한다.
김은준 해설의 말대로 할 이유가 없기도 한다.
왜냐!
양쪽 탑이 라인 스왑에 취약하거나 하지 않다.
봇라인도 한쪽이 밀리는 조합을 선택하지 않았다.
〈KTX가 봇을 강하게 압박하기 보다는 무난함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무난하게 가면 서로 나쁠 게 없죠. 불안하다는 평이 있는 하비도 힐라카라 원딜 보조는 뛰어납니다.〉
양쪽 성향과 조합에 대한 간단한 해설.
인베 단계에서 별 일이 없으면 나레이션이 들어간다.
파프리카 프릭스는 선수 개개인의 개성이 유별나 오히려 이목을 끈다.
-어휴 다행히 힐라카네
-티몽했으면 ㅎㅎ;
-아무리 하비라도 티몽은 실드 못 쳐줘!
-하비야 제발 힐로 1인분만 하자……
중계 플랫폼의 채팅창에서도, 경기장에서도 응원의 목소리가 높다.
신인팀임에도 엄청난 인기와 이슈.
파프리카 프릭스가 가진 최대 장점일 것이다.
응원이란 한 마디로 분위기다.
실제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따금 부담감으로 작용할 때도 있지만 보편적으로는 상승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 상승 효과.
포함을 해도 절대 만만할 수가 없는 팀이다.
KTX 롤러코스터 A는 1부 리그의 약팀일지언정 당당한 한 마리의 호랑이다.
─퍼스트 블러드!
경기장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온다.
살짝 편파적인 느낌.
원래 관중들은 자신의 응원하는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
사고가 터진 방향은 정말 뜻밖이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텐데요? 직트가 의도적으로 라인을 세게 밀고 있었습니다.〉
김은준 해설의 심기가 살짝 불편하다.
잼구의 리심이 카정을 당해 죽고 만다.
KTX A팀의 정글러 까메오가 선취점을 올린다.
-김은준 빡침ㅋㅋ
-강팀준이 또……
-진짜 저건 너무 방심했다
-잼구야!!
강팀준이라는 별명답게 강팀의 경기를 해설하는 걸 좋아하는 그다.
엄밀히 말하면 초보적인 실수를 질색해 한다.
방금 잼구의 플레이는 전혀 프로답지 않았다.
〈첫 대회 무대다 보니 실수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런 미스는 좀…….〉
진용준 캐스터가 타일러도 심기가 여전히 불편하다.
직트가 라인도 밀고 있었고 카직트다.
카정 정도는 대비를 해야지?
혀를 차던 김은준 해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실낱 같은 가능성을 붙잡았기에 더욱 입이 벌어진다.
─FFs 레전설님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승강전부터 팀의 멱살을 끌고 캐리한 장본인이다.
바라고 바라던 솔로킬.
타이밍까지 절묘하자 김은준 캐스터도 해설할 맛이 난다.
〈직트가 너무 대놓고 민 감이 있어요. 그래서 더욱 잼구의 실수가 아쉬웠던 건데……. 이렇게 만회를 해주면 향후 미드&정글 싸움이 할 만해지죠.〉
팀의 플레이에 맞춘다는 건, 반대로 자신의 템포가 어긋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레전설은 그 어긋난 빈틈을 봐주지 않았다.
카직트의 카정 때문에 옵저버가 놓친 솔로킬 장면이 리플레이로 송출된다.
퐁!
직트로서는 욕심이 나는 순간.
패시브 평타가 르풀랑에게 작렬한다.
바로 물풍선을 던지며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했지만.
파앗!
퍼엉!
순간적인 점멸 뒤틀림에 킬각이 잡히고 만다.
침묵이 터지며 직트의 운명도 결정됐다.
쏟아지는 미니언의 공격을 그대로 얻어 맞는다.
타들어가는 점화와 함께 톡톡! 박히는 평타.
르풀랑은 패시브로 공격을 여유롭게 씹어낸다.
한 끗 차이처럼 느껴지는 절묘한 킬각에 농락 당한다.
-저걸 마지막까지 따라가? 미니언 딜에 안 죽나?
-패시브 은신 믿고 한 거지ㅋㅋ
-레전설이 레전설하나요?
-레전설 안 하면 이 게임 못 이겨……
비범한 킬각이 쌓이고 쌓여 일구어낸 승강전 캐리다.
그런 레전설도 한 가지 놓친 게 있었다.
잼구, 그가 가진 포텐셜.
파프리카 프릭스의 롤챔스 데뷔전이 기묘하게 흘러간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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