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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비제이 -->
역대급의 폭발로 시작했던 LCK 조지명식이다.
SKY T1의 내전이라고?
그걸 또 까메오가 뽑았어?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이 실실 쪼개게 만든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정색한다.
레전설이 뿜은 패왕색의 패기가 롤판을 뒤흔든다.
─아니 거기 파프리카TV 아니에요 아저씨!
롤챔스에서 패왕색의 패기 뭔데!
한 명, 한 명이 원피스 대장급인 걸 몰라?
뒷감당 어찌하려고 방송감을 살리고 있지?
└그 비제이가 그 비제이했자너ㅋㅋㅋ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겠지……
글쓴이-내가 보기엔 방송감에 푹 빠졌어. 개인 방송 하도 하다가
└정상결전 에이스급 깝침이야 이건ㅋㅋ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으레 있는 이야기다.
양팀이 붙기 전에 선전포고를 한다.
걔? 거품이야 거품.
거품으로 한 번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지.
물론 결과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참담한 결과로 끝난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스타크래프트 장민철 선수의 목 긋는 선세레모니가 있었다.
레전설도 예감이 상당히 불안하다.
다른 팀이면 그러려니 했겠다.
SKY T1 K가 어떤 팀인지 혹시 모르는 거 아니야?
─S 꺾었다고 K까지 그 나물에 그 밥이라 아는 거면
엄청난 실수인데
알고서 저지른 걸까?
비슷한 수준이라 생각한 거면 진짜;;
└모를 수가 없지. 어느 쪽이든 문제긴 하지만;
└상대를 좀 봐가면서 깝쳐야지!
└테이커도 어이 없어서 웃었잖아
└어이 없어서 웃은 걸까? 난 다르게 느꼈는데……
SKY T1 K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게임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지지난 섬머 시즌만 해도 아직이었던 게 사실이다.
한 번쯤 운이 좋아서 이길 수도 있지.
그 운이 두 번, 세 번쯤 되자 더 이상 운이 아니다.
한국 최초 롤드컵의 우승.
윈터 시즌의 무적함대.
롤판을 고고하게 점하던 씨불얼 게임단의 팬들도 이제는 인정하는 추세다.
왕좌는 SKY T1 K 그들이 앉았다.
그들에게 선전포고를 해버렸다.
─스프링 시즌 벌써부터 도키도키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느 쪽이든 재미나겠다ㅋㅋ
승강전부터 쭉 스토리가 이어짐
승강전 챙겨본 보람이 있네
└T1 S는 진짜 칼 갈고 있을 듯ㅋ
└그리핀도르까지 올라왔으면 재밌었을 텐데 ㄲㅂ
글쓴이-그 팀은…… 좀 안타까웠지
└파프리카 프릭스한테 잡히고 거품 빠졌어
잘 알려지지 않은 소식이다.
LML을 무참히 학살하던 그리핀도르.
승강전에서도 그 기세가 죽지 않아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파프리카 프릭스를 상대로 완패.
이후 경기력이 불안정해지더니 결국 져버렸다.
롤챔스로 올라오는 시드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피맥이 ㄹㅇ 불쌍하게 됐네
LML에서 기던 팀을 승강전까지 끌고 왔더니……
팀 멘탈 터져서 더 케어도 못하고, 본인도 터지고
나이도 차서 더 프로하기도 애매한데 아깝다
└은퇴하고 코치로 전향한다더라
글쓴이-ㅋㅋ코치로? 피맥 성격에?
└선수들한테 와드 박지 말라고 하는 거 아니냐
└서포터가 와드돌 안 사면 그 팀 코치가 피맥인 거임ㅋㅋ
파프리카 프릭스와 경쟁하던 그리핀도르는 침몰했다.
안 그래도 끓는 세간의 관심은 하나에게 집중된다.
그런데 조지명식에서 터트리기까지 해버렸다.
그 비제이라고까지 불리는 장본인이다.
최근 파프리카TV의 대통령으로도 불리고 있다.
화제가 더욱 집중되며 나날이 성행하는 추세다.
방향성이 프로게이머가 아닌 비제이여서 문제지.
레전설의 행보가 이목을 잡아끈다.
* * *
'그 비제이라…….'
최근 들어 자주 듣게 되는 단어다.
불가피하게 BJ활동을 하다 보니 붙게 된 별명이다.
솔직히 나에게 어울리는 별명은 아닌 듯싶다.
'나 말고 마진 소드의 도도갓 선수가 방송 참 잘하게 생겼는데.'
딱 봐도 미남인 데다 입담도 걸걸해서 방송 체질이다.
조지명식 나갔을 때 한 번 인사도 하고 그랬다.
본인도 프로게이머 안 했으면 BJ를 했을 거다~.
장난스럽게 말해오던데 내가 보기에는 BJ가 더 천직처럼 느껴지더라.
"아무튼 오늘은 쿨타임이 돌았으므로 유리야를 갈구…… 아니, 교육시키러 왔습니다."
"히잉……."
-우리 리야 행복롤하고 있었는데ㅠ.ㅠ
-또다시 찾아온 불시청문!
-유리야 엉덩이 불나겠다ㅋㅋ
누가 보면 내가 성희롱이라도 하는 줄 알겠네.
진도에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에게 맴매를 든 것 뿐이다.
그리고 이제는 발바닥을 때린다.
"근데 단소 어디 갔냐?"
"모르겠어요. 사라졌어요."
유리야가 전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유력 용의자가 내 눈을 피하고 있다.
-유리야 단소 숨겼어ㅋㅋㅋㅋㅋㅋ
-저거 내가 초등학생 때 하던 행동인데
-귀엽다 유리야ㅋㅋㅋ
혹시 단소를 숨기면 안 맞을 거라 생각한 건가?
그 생각 자체는 너무 귀엽다.
만약 니가 10살 정도 어렸다면 말이다.
"단소가 없으니까 손으로 때려야겠다."
"저, 저기에 있었던 거 같아요! 바로 가져올게요."
"아니, 오늘은 손맛을 느끼고 싶은 기분이야."
"히잉……."
그러게 왜 내 앞에서 잔머리를 굴리려고 해.
Lv.7이 아니라 만렙을 찍어도 유리야다.
인간 상성에서 완전히 잡아먹힌다.
"그래, 오늘은 안 때릴게."
"정말요?"
"대신 발 마사지 해줄게."
"마사지요? 발도 마사지를 해요?"
순진무구한 유리야는 모르나 보다.
해맑게 웃을 수 있는 것도 잠시다.
이윽고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온다.
쿵! 쾅!
봇라인에서 이뤄지는 2대2의 라인전.
유리야의 필리언이 하늘 높이 떠오른다.
광우스타에게 쿵쾅을 당했다.
적 원딜러 고르키가 날카롭게 호응한다.
포옹!
퍼엉!
스킬 기반의 원딜러답게 순간 폭딜이 엄청나다.
필리언의 체력이 사르르르 녹아내린다.
그래도 궁극기를 한 번 쓸 타이밍이 있었는데.
─적에게 당했습니다!
반응도 못한 채 꿰꼬닥! 죽고 만다.
화면 너머라면 얘가 당황했던 건가?
생각을 했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보았다.
"야, 유리야."
"넹……."
"너 사실대로 말해봐. 자기 자신에게 스킬 쓰는 법 모르지?"
"그 정도는 알아요! 선배는 절 바보로 보고 있죠?"
"어떻게 하는데?"
스킬을 쓰고, 캐릭터 위에 마우스를 갖다댄다.
그러더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내가 한숨을 터트리기 전에 시청자들이 먼저 놀린다.
-설마설마 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리야야…… 왜 또 맞을 짓을 하니
-진짜 모르는 거였어?
-모를 수도 있지. 얼마 전까지 고정 화면좌였는데~
모르는 것 자체는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아는 체를 했다는 사실이다.
유리야가 이따금 우쭐하곤 한다.
최근 레벨과 더불어 롤 실력이 늘더니 자신감이 너무 찼다.
적절한 선에서 조정해줄 필요성이 있을 듯하다.
게임이 끝나고 유리야를 의자 위에 앉힌다.
"죄인은 고개를 들라. 무엇이 그리 심통 났는가."
"그치만…, 그치만…."
"그치만 뭐?"
"선배가 익숙지 않은 챔피언 시켰잖아요. 그래서 못한 건데."
레벨이 오르더니 정치도 배웠다.
시청자들을 향해 불쌍한 척 어필을 한다.
문명5의 세종대왕급으로 어림 없는 소리다.
"문제는 챔피언이 아니라 스킬을 쓸 줄 모른다는 거였잖아."
"히잉……. 그치만 솔직히 너무해요."
"대체 뭐가?"
"매번 알트 누르면서 어떻게 일일이 스킬을 써요!"
-리야ㅋㅋㅋㅋㅋㅋㅋㅋ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근데 처음에는 다 그래ㅋㅋ
어머어머?
입이 대빨 나와서 투덜거린다.
우리 아이가 조금 엇나갈 기미가 보인다.
"걱정 마. 어려워할 것까지 전부 생각을 해왔으니까."
"저 근데 진짜로 그렇게 복잡하게 게임 못할 거 같아요."
"내가 하게 해줄 테니 걱정 붙들어 매."
사람이라는 게 결국 의지의 문제다.
아무리 힘든 일도 의지가 샘솟으면 저절로 하게 된다.
내가 그 의지를 유리야에게 불어넣어 준다.
"선배 그렇게 만지면 부끄러워요. 아파요오!!!"
유리야의 작은 뒷발을 움켜쥐자 부끄러워 한다.
꼴에 여자라고 꼼지락꼼지락.
수줍다는 감정은 이내 느낄 새도 사라진다.
뽀드득!
발꼬락을 하나하나 쭉 당겨준다.
또독! 소리가 나도록.
유리야가 깜짝 놀라 엉덩이를 든다.
다섯 발가락을 2초만에 타다닥! 연주한다.
"아파요오……!"
"괜찮아. 아픈 건 처음 뿐이야."
지압을 꾹꾹 누르자 유리야가 힉힉 울어댄다.
엄지에 힘을 줘 Y자 모양 틈새를 쭉쭉 올린다.
마사지가 끝나자 있는 힘껏 발을 말아 쥐며 아파한다.
"발 한 쪽 줘."
"왜요! 끝났잖아요."
"알트키 사용 못하면 마사지가 이어질 거야 알아서 해."
이어진 다음 게임.
유리야의 처절한 비명과 함께 진행된다.
얘는 몸으로 배우는 애다.
머릿속 생존 안테나가 극대화되며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된다.
-오ㅋㅋㅋ 궁 썼어!
-두 판만에 깨우친 건가?
-생존 본능을 일깨웠다!
영화를 보면 그런 게 있지 않은가?
위기가 닥쳐오면 숨겨진 잠재력이 발휘된다.
비슷한 논리로 유리야도 눈물을 찔끔 흘리며 익혔다.
"그 감각이야. 그 감각을 기억해."
"아파요…. 발이 너무 아파요."
"이제 왼발 줘봐. 복습할 시간이야."
"히잉……."
고진감래(苦盡甘來).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사실 이런 때 쓰는 사자성어는 아닌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그렇게 됐다.
"어땠어?"
"아팠어요…. 그런데 계속 받다 보니 시원한 거 같기도 해요."
"흐흐, 아픈 건 처음뿐이라고 말했잖아."
-아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런 쓰레기 같은 멘트를 자연스럽게
-레전설이 레전설했을 뿐인데 문제라도?
음란마귀가 씌인 시청자들이 오해한다.
원래 발 마사지가 처음에는 아프다.
특히 유리야가 요즘 집구석에만 있었다.
피로와 함께 혈자리에 탁한 기운이 쌓였다.
내가 성심성의껏 눌러준 덕분에 풀린 거다.
아끼는 후배를 위해 발마사지까지 해주는 이런 선배가 세상에 어디 있어?
"어떻게 하면 우리 빡대가리야를 효율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지. 집에서 연구해온 거야."
"선배가 저를 그렇게나……."
"이제 겨우 하나 배웠으니까 나머지도 열심히 해보자."
"히잉……."
-자 이제 시작이야 내 꿈을~
-유리야 발 뿌서지겠다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효율적이긴 하네. 엄청 잘 배워
-걱정 따윈 없어(없어~) 레전설과 함께니까!
유리야 다루는 것 하나는 특허를 내도 될 정도다.
그리고 장시간의 마사지는 또 하나의 효과를 낳는다.
『유리야 Lv.9』
레벨이 무럭무럭 상승했음은 물론이다.
그에 따라 실력 또한 제법 괜찮아졌다.
레벨이 이쯤 되니까 이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잘한다.
'조금만 더 갈구면…… 아니 교육시키면 10레벨을 찍겠는 걸?'
갑자기 유리야의 몸집이 커지면서 메탈 유리야몬이 되진 않겠지?
그러면 재밌을 것 같긴 한데 한 편으로는 난감하다.
대하기가 참으로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만 커다오."
"선배가 우리 아빠에요?"
"게임적으로 보면 아빠라고 자칭해도 될 수준이지."
-남절이가 리야 사람 만들긴 했어~
-이러다가 내 티어보다 높아지면 소름이겠다
-벌써 골드야;; 나는 실번데ㅠ.ㅠ
-은근히 잘 가르치긴 한단 말이야……
브론즈 2티어었던 리야가 벌써 골드 4티어가 되었다.
솔직히 레벨 보정도 있긴 하다.
하지만 내 교육 방식이 옳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게 오늘도 하루종일 유리야를 굴렸다.
마지막 레벨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발바닥을 쥐어짠 끝에 이룰 수 있었다.
『유리야 Lv.10』
[유리야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레벨업 속도입니다!]
[보상으로 Lv.10에 얻는 특수 능력이 강화됩니다.]
'특수 능력?'
유감스럽게도 메탈 유리야몬은 안되나 보다.
내심 기대했는데 까비.
대신 특수 능력의 자세한 효과가 떠오른다.
[하루에 세 번, 유리야가 당신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따릅니다.]
[당신 같은 인간이 결혼을 하는데도 악용할 수 있습니다.]
[진행 결과와 대상의 호감도에 따른 소소한 특전입니다.]
'…….'
왜 굳이 사족을 붙이는 걸까?
나 이래 봬도 능력 있는 남자인데?
협박 없이는 결혼도 못할 쓰레기로 보이나.
'아무튼 이렇게 되면 남은 건 피카츄인데……'
이상해풀을 성공적으로 이상해꽃까지 진화시켰다.
이 이상 굴리는 것은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다.
한동안 오토 모드로 돌릴 생각이다.
문제가 되는 건 피카츄.
피카츄는 진화를 안 시켜도 센 포켓몬이다.
괜히 수십 년째 공무원처럼 있는 게 아니다.
'근데 그만큼 문제도 있어.'
사실 하비는 치명적인 단점을 하나 안고 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 원고료 후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